[취재현장] 내일 회담 무산…대표 ‘격’ 대립

입력 2013.06.11 (23:44) 수정 2013.06.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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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을 하루 앞두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해 6년만에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당초 내일 서울 회담 개최를 앞두고 회담이 무산됐어요. 결국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죠?

<답변>
네, 남북당국회담의 수석대표급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던 우리측과 북한이 수석대표 명단 교환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당국회담 무산'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남북은 오늘 오후 1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의 명단을 동시 교환했습니다.

정부는 김남식 통일부차관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내세웠습니다.

북한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상급,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장관급이라고 주장하며 우리측에서 장관급이 나오지 않으면 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해왔습니다.

우리측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 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인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북한은 자신들이 발표한 상급 당국자를 단장으로 해서 명단대로 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남북은 여섯 시간 넘게 7차례에 걸쳐 통화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북한은 오후 7시쯤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에 대해 우리측을 비난하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를 통보했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녹취>김형석(통일부 대변인):"북한측은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간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습니다."

<질문>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북한은 종전 대로 해석한 반면 우리측은 북한의 해석에 대해 비정상적인 관행이라고 일축하고 과거 장관급 회담과 달리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인데요.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과거에도 이렇게 남북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나요?

<답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린 건 모두 21차례입니다.

1차 장관급 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북측은 전금진 내각책임참사를 내세웠습니다.

전금진 참사는 북한의 대남실세로 통해 이때는 회담격을 둘러싼 논란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우리측은 계속해서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보냈고, 북측은 내각책임참사가 수석대표를 맡았습니다.

회담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04년 14차회담의 북측 대표를 맡은 권호웅 책임참사때부텁니다.

40대 나이도 화제가 됐지만 불과 몇년 전만해도 회담 배석자에 불과했던 그의 수석대표 발탁은 파격이었습니다.

남북간의 직급 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이때부터 북측이 국장급 정도의 인사를 내각책임참사로 임명해 회담에 내보낸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회담이 열릴 때마다 논란은 거듭됐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남북 당국대화가 거의 없었던 이명박 정부를 지나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다시 본격적으로 제기된 상탭니다.

<질문>
청와대는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데 대해 북측이 과거처럼 굴종을 강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죠?

<답변>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즉각 보고 받았지만 회담 무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불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상대에게 존중대신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식의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첫 남북간 대화를 앞두고 서로 존중하면서 진지함과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하는데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 인물을 대표로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는 앞서 북측에서 발표할 회담 대표가 우리 대표와 격이 맞지 않으면 상호신뢰가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질문>
회담 무산으로 앞으로 남북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죠?

<답변>
그렇습니다. 남북회담에 나올 수석대표의 격을 이유로 회담이 무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특히 남북이 접점 찾기 보다는 격한 언쟁으로 오늘 접촉을 끝낸 만큼 당분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번 회담을 추진하면서 재개됐던 통신망까지 다시 단절될 경우 남북 관계는 급격히 냉각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좀더 유연성을 발휘해 모처럼 맞게 된 대화의 기회를 살려야 했다는 지적과 북한의 좀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남북간 물밑 접촉을 통해 대화 국면이 재개될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지금이라도 당국간 회담에 나오길 바란다며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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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11 23: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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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을 하루 앞두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해 6년만에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당초 내일 서울 회담 개최를 앞두고 회담이 무산됐어요. 결국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죠?

<답변>
네, 남북당국회담의 수석대표급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던 우리측과 북한이 수석대표 명단 교환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당국회담 무산'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남북은 오늘 오후 1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의 명단을 동시 교환했습니다.

정부는 김남식 통일부차관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내세웠습니다.

북한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상급,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장관급이라고 주장하며 우리측에서 장관급이 나오지 않으면 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해왔습니다.

우리측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 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인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북한은 자신들이 발표한 상급 당국자를 단장으로 해서 명단대로 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남북은 여섯 시간 넘게 7차례에 걸쳐 통화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북한은 오후 7시쯤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에 대해 우리측을 비난하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를 통보했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녹취>김형석(통일부 대변인):"북한측은 우리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간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습니다."

<질문>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북한은 종전 대로 해석한 반면 우리측은 북한의 해석에 대해 비정상적인 관행이라고 일축하고 과거 장관급 회담과 달리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인데요.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과거에도 이렇게 남북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나요?

<답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린 건 모두 21차례입니다.

1차 장관급 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북측은 전금진 내각책임참사를 내세웠습니다.

전금진 참사는 북한의 대남실세로 통해 이때는 회담격을 둘러싼 논란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우리측은 계속해서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보냈고, 북측은 내각책임참사가 수석대표를 맡았습니다.

회담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04년 14차회담의 북측 대표를 맡은 권호웅 책임참사때부텁니다.

40대 나이도 화제가 됐지만 불과 몇년 전만해도 회담 배석자에 불과했던 그의 수석대표 발탁은 파격이었습니다.

남북간의 직급 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이때부터 북측이 국장급 정도의 인사를 내각책임참사로 임명해 회담에 내보낸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회담이 열릴 때마다 논란은 거듭됐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남북 당국대화가 거의 없었던 이명박 정부를 지나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다시 본격적으로 제기된 상탭니다.

<질문>
청와대는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데 대해 북측이 과거처럼 굴종을 강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죠?

<답변>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즉각 보고 받았지만 회담 무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불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상대에게 존중대신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식의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첫 남북간 대화를 앞두고 서로 존중하면서 진지함과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하는데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 인물을 대표로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는 앞서 북측에서 발표할 회담 대표가 우리 대표와 격이 맞지 않으면 상호신뢰가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질문>
회담 무산으로 앞으로 남북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죠?

<답변>
그렇습니다. 남북회담에 나올 수석대표의 격을 이유로 회담이 무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특히 남북이 접점 찾기 보다는 격한 언쟁으로 오늘 접촉을 끝낸 만큼 당분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번 회담을 추진하면서 재개됐던 통신망까지 다시 단절될 경우 남북 관계는 급격히 냉각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좀더 유연성을 발휘해 모처럼 맞게 된 대화의 기회를 살려야 했다는 지적과 북한의 좀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남북간 물밑 접촉을 통해 대화 국면이 재개될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지금이라도 당국간 회담에 나오길 바란다며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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