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보건행정 이래서야

입력 2013.06.21 (07:34) 수정 2013.06.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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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해설위원]

고질적인 요양급여 비리가 또 터졌습니다. 입원하지 않아도 될 초기 암환자들을 입원한 것처럼 꾸민 병원들. 15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타냈습니다. 병원뿐만이 아닙니다.

한 무역업체 대표는 보행 보조 차와 지팡이 등 노인복지용품의 수입가격을 부풀려 68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전국의 노인 요양원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비리로 새나간 돈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세금입니다.

이렇게 국민 세금이 줄줄 새나가는 와중에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알코올 전문 공익 병원은 최근 휴업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공익시설이었지만 출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대한 주류협회가 지원을 중단하면서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보건의료 단체들이 회생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무반응입니다.

국내 알코올 중독자는 현재 155만 명으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만 23조원이 넘습니다.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 8.6% 뿐입니다.

한해 음주 관련 예산으로 46억여 원을 쓰면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알코올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를 공공의료로 대체하지 못한 채 민간 기업들에게만 의지하는 것은 너무 궁색한 처삽니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엔 인색하면서 정작 요양급여 비리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은 보조금과 후원금 등 공공재정에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횡령, 비리 사고는 국가재정 낭비와 복지서비스 질 저하로 직결됩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엉뚱한 이들의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닌지 감시와 감독의 끈을 단단히 잡아매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잘 챙겨봐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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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3-06-21 08: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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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해설위원]

고질적인 요양급여 비리가 또 터졌습니다. 입원하지 않아도 될 초기 암환자들을 입원한 것처럼 꾸민 병원들. 15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타냈습니다. 병원뿐만이 아닙니다.

한 무역업체 대표는 보행 보조 차와 지팡이 등 노인복지용품의 수입가격을 부풀려 68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전국의 노인 요양원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비리로 새나간 돈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세금입니다.

이렇게 국민 세금이 줄줄 새나가는 와중에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알코올 전문 공익 병원은 최근 휴업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공익시설이었지만 출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대한 주류협회가 지원을 중단하면서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보건의료 단체들이 회생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무반응입니다.

국내 알코올 중독자는 현재 155만 명으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만 23조원이 넘습니다.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 8.6% 뿐입니다.

한해 음주 관련 예산으로 46억여 원을 쓰면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알코올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를 공공의료로 대체하지 못한 채 민간 기업들에게만 의지하는 것은 너무 궁색한 처삽니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엔 인색하면서 정작 요양급여 비리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은 보조금과 후원금 등 공공재정에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횡령, 비리 사고는 국가재정 낭비와 복지서비스 질 저하로 직결됩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엉뚱한 이들의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닌지 감시와 감독의 끈을 단단히 잡아매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잘 챙겨봐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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