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실크로드 도시의 환생

입력 2013.06.22 (08:23) 수정 2013.06.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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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대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비단길, 잘 아시죠?

이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카슈가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중국의 서부 대 개발 정책으로 카슈가르에도 본격적인 경제 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궁극적인 목표는 옛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겁니다.

혹시 개발이 문화유산을 파괴할지 벌써 부터 걱정이 되네요!

박정호 특파원이 중국의 서쪽 끝 카슈가르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3천 5백 킬로미터 세계의 지붕인 파미르 고원의 북동쪽이자 중국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카스는 현지어로 카슈가르라 불립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이드카 모스크는 중국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이슬람 사원 예로부터 이 도시가 동서 문명의 교차로임을 보여줍니다.

사원은 이슬람의 주일인 금요일엔 만여 명 이상의 인파로 붐빕니다.

<인터뷰> 이리야(위구르) : “금요일엔 전 세계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위구르 사람들도 사원에 모여 기도를 바칩니다.”

카슈가르 60만 인구 가운데 80% 이상은 투르크계인 위구르입니다.

천성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대형 음식점 등에서는 즉석 춤판이 벌어집니다.

다와즈라 불리는 줄타기도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위구르의 민속 공연입니다.

<인터뷰> 에스카얼(위구르) : “다와즈는 춤,노래와 함께 현재까지 남아있는 위구르의 민속 예술입니다.”

높이 10미터의 언덕 위에 세워진 '까오타이민쥐'는 위구르의 전통 주거 공간입니다.

미로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골목길을 따라 3-4백 년 된 주택 100여 채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까오타이민쥐는 또 도자기 공방이 밀집돼 있는 위구르의 문화 공간입니다.

작은 골방에선 실크로드 시절 주요 교역 상품인 도자기를 빚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우마얼 아이리 : “흙 도자기는 전에 실크로드 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지금은 기념품으로 팔립니다.”

이곳 카슈가르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셉니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지역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한족들의 진출도 눈에 띄게 늘었고 위구르의 상권도 활력이 넘칩니다.

카슈가르 위구르인들의 전통 시장인 바자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바자엔 현재 5천 여 개의 상가가 입주해 있습니다.

실크와 카펫, 그리고 다양한 견과류 등 먹거리 까지 동서양의 온갖 물건들이 거래됩니다.

2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인터뷰> 마이마이티쟝(바자 상인) : “카슈가르가 개발되면서 바자의 사업이 매우 좋아졌고 전 세계에서 손님이 찾아옵니다.”

도심 곳곳에선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서 깊은 위구르의 전통 주택들도 대거 철거되면서 이러다 옛 모습이 모두 사라질 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시 외곽엔 대형 신도시를 건설하느라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서울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한족들의 자본도 물밀듯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국 남부 광저우시는 5년 동안 우리 돈 2조 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파키스탄과 키르키즈스탄 등 주변 8개국과 인접한 카슈가르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지역의 인구만 13억에 이릅니다.

<인터뷰> 량후칭광저우 건설협회장 : “앞에 13억 중국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뒤에도 13억 인구가 있습니다. 닭 모양중국 지도에서 카슈가르는 엉덩이 쪽인데요.이 닭 엉덩이가 황금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주목 받는 게 고대 무역로인 실크로드, 즉 비단길입니다.

실크 또는 중국의 시안을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6천 킬로미터의 교차로가 바로 카슈가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와즈이럼(위구르 상인) : “과거 실크로드였기 때문에 상인과 관광객 모두 여기를 통과했습니다.”

옛 실크로드엔 현재 중국의 314번 국도가 나 있습니다.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까지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관통하는 이 길은 일명 '카라코람 하이웨이'로도 불립니다.

해발 7500미터의 무스타크 봉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일 년 내내 만년설의 위용을 뽐냅니다.

산 아래 펼쳐진 초원은 자연 그대로의 목장입니다.

온 몸에 긴 털이 나 있는 야크는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입니다.

양떼들이 자연스레 도로를 가로막는 풍광도 이 곳에선 흔한 일상입니다.

특히 해발 3천9백 미터에 자리 잡은 카라쿨 호는 이 곳 유목 민족에겐 젖줄이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인터뷰> 쿠시쿤바이(키르기스족) : “저희들은 유목 생활을 하는 데요 야크, 양, 말을 키우는게 중요한 소득입니다.”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국경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관문은 타스쿠얼칸 소수 민족인 타지크족의 자치굽니다.

민족 복장과 함께 머리에 쓴 모자나 스카프가 타지크 족의 특징입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은 쿤제랍 패스, 중국어로는 홍치라포라 불립니다.

옛 실크로드, 지금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을 잇는 도로 정상에 위치한 중국 쪽 국경 검문소입니다.

이 곳의 해발 고도는 5천 미터에 이릅니다.

열악한 기후 탓에 일 년 중 절반은 길이 통제됩니다.

국경 통과 차량도 하루 10여 대에 불과하지만 물밑에선 큰 변화가 꿈틀댑니다.

실크로드의 부활을 위해 5년 안에 이 길을 따라 철도를 놓으려고 중국과 파키스탄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파키스탄과 적극 협조해 중-파 경제 통로를 만드는 대역사가 잘 진행되기를 희망합니다.”

동서양이 만나는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위치한 카슈가르 경제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문화유산의 보전이나 한족에게 집중된 개발이익의 분배 문제 등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젭니다.

카슈가르가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어 새로운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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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실크로드 도시의 환생
    • 입력 2013-06-22 08:36:11
    • 수정2013-06-22 12:15:4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고대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비단길, 잘 아시죠?

이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카슈가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중국의 서부 대 개발 정책으로 카슈가르에도 본격적인 경제 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궁극적인 목표는 옛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겁니다.

혹시 개발이 문화유산을 파괴할지 벌써 부터 걱정이 되네요!

박정호 특파원이 중국의 서쪽 끝 카슈가르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3천 5백 킬로미터 세계의 지붕인 파미르 고원의 북동쪽이자 중국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카스는 현지어로 카슈가르라 불립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이드카 모스크는 중국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이슬람 사원 예로부터 이 도시가 동서 문명의 교차로임을 보여줍니다.

사원은 이슬람의 주일인 금요일엔 만여 명 이상의 인파로 붐빕니다.

<인터뷰> 이리야(위구르) : “금요일엔 전 세계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위구르 사람들도 사원에 모여 기도를 바칩니다.”

카슈가르 60만 인구 가운데 80% 이상은 투르크계인 위구르입니다.

천성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대형 음식점 등에서는 즉석 춤판이 벌어집니다.

다와즈라 불리는 줄타기도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위구르의 민속 공연입니다.

<인터뷰> 에스카얼(위구르) : “다와즈는 춤,노래와 함께 현재까지 남아있는 위구르의 민속 예술입니다.”

높이 10미터의 언덕 위에 세워진 '까오타이민쥐'는 위구르의 전통 주거 공간입니다.

미로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골목길을 따라 3-4백 년 된 주택 100여 채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까오타이민쥐는 또 도자기 공방이 밀집돼 있는 위구르의 문화 공간입니다.

작은 골방에선 실크로드 시절 주요 교역 상품인 도자기를 빚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인터뷰> 우마얼 아이리 : “흙 도자기는 전에 실크로드 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지금은 기념품으로 팔립니다.”

이곳 카슈가르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셉니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지역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한족들의 진출도 눈에 띄게 늘었고 위구르의 상권도 활력이 넘칩니다.

카슈가르 위구르인들의 전통 시장인 바자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바자엔 현재 5천 여 개의 상가가 입주해 있습니다.

실크와 카펫, 그리고 다양한 견과류 등 먹거리 까지 동서양의 온갖 물건들이 거래됩니다.

2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인터뷰> 마이마이티쟝(바자 상인) : “카슈가르가 개발되면서 바자의 사업이 매우 좋아졌고 전 세계에서 손님이 찾아옵니다.”

도심 곳곳에선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서 깊은 위구르의 전통 주택들도 대거 철거되면서 이러다 옛 모습이 모두 사라질 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시 외곽엔 대형 신도시를 건설하느라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서울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한족들의 자본도 물밀듯 들어오고 있습니다.

중국 남부 광저우시는 5년 동안 우리 돈 2조 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파키스탄과 키르키즈스탄 등 주변 8개국과 인접한 카슈가르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지역의 인구만 13억에 이릅니다.

<인터뷰> 량후칭광저우 건설협회장 : “앞에 13억 중국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뒤에도 13억 인구가 있습니다. 닭 모양중국 지도에서 카슈가르는 엉덩이 쪽인데요.이 닭 엉덩이가 황금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주목 받는 게 고대 무역로인 실크로드, 즉 비단길입니다.

실크 또는 중국의 시안을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6천 킬로미터의 교차로가 바로 카슈가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와즈이럼(위구르 상인) : “과거 실크로드였기 때문에 상인과 관광객 모두 여기를 통과했습니다.”

옛 실크로드엔 현재 중국의 314번 국도가 나 있습니다.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까지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관통하는 이 길은 일명 '카라코람 하이웨이'로도 불립니다.

해발 7500미터의 무스타크 봉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일 년 내내 만년설의 위용을 뽐냅니다.

산 아래 펼쳐진 초원은 자연 그대로의 목장입니다.

온 몸에 긴 털이 나 있는 야크는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입니다.

양떼들이 자연스레 도로를 가로막는 풍광도 이 곳에선 흔한 일상입니다.

특히 해발 3천9백 미터에 자리 잡은 카라쿨 호는 이 곳 유목 민족에겐 젖줄이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인터뷰> 쿠시쿤바이(키르기스족) : “저희들은 유목 생활을 하는 데요 야크, 양, 말을 키우는게 중요한 소득입니다.”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 국경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관문은 타스쿠얼칸 소수 민족인 타지크족의 자치굽니다.

민족 복장과 함께 머리에 쓴 모자나 스카프가 타지크 족의 특징입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은 쿤제랍 패스, 중국어로는 홍치라포라 불립니다.

옛 실크로드, 지금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을 잇는 도로 정상에 위치한 중국 쪽 국경 검문소입니다.

이 곳의 해발 고도는 5천 미터에 이릅니다.

열악한 기후 탓에 일 년 중 절반은 길이 통제됩니다.

국경 통과 차량도 하루 10여 대에 불과하지만 물밑에선 큰 변화가 꿈틀댑니다.

실크로드의 부활을 위해 5년 안에 이 길을 따라 철도를 놓으려고 중국과 파키스탄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레이(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파키스탄과 적극 협조해 중-파 경제 통로를 만드는 대역사가 잘 진행되기를 희망합니다.”

동서양이 만나는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위치한 카슈가르 경제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문화유산의 보전이나 한족에게 집중된 개발이익의 분배 문제 등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젭니다.

카슈가르가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어 새로운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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