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부두 피난선의 새 생명 ‘김치5’

입력 2013.06.25 (21:16) 수정 2013.06.25 (22: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참혹한 전쟁은 수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겼지만 기적같은 희망의 순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한 겨울 흥남부두의 피난선 위에서 모두 다섯 명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들의 기막힌 사연을 들어보시죠.

조성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1950년 12월 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는 몹시도 추웠습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시작된 갑작스런 피난길.

유일한 탈출구였던 마지막 미군 수송선을 타기 위해 너나없이 몰려들면서 부두앞은 또다른 전쟁터가 됩니다.

<녹취> 심왕식(당시 피난민) : "그물을 잡고 올라가는데 어린애 업고 올라가던 여자가 (힘에 부쳐) 떨어지고..."

어렵사리 올라탄 배는 이미 정원의 4배를 넘겼고.

선창에선 모두가 뒤엉킨 채 눈보라와 맞서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과 사가 오가는 긴박한 순간, 기적처럼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납니다.

모두 5명, '김치'들입니다.

<녹취> 로버트 러니(당시 수송선 갑판장) : "우리는 아이들을 김치12345라고 이름지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김치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지은 겁니다."

그리고 60여년 뒤, 다섯번째 김치, 김치 5인 이경필씨가 그 바다위를 다시 찾았습니다.

<녹취> 이경필(김치5) : ""제 고향이 여기 바다거든요. 바다에 있는 배 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씨에게 전쟁의 기억은 이젠 '평화'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부모님의 평생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왜 '평화'라고 하냐고 물어봤더니 전쟁하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

살아남은 '김치'들은 참혹한 전쟁속에서 피어난 희망이었고, 지금도 여전한 분단 현실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흥남부두 피난선의 새 생명 ‘김치5’
    • 입력 2013-06-25 21:17:32
    • 수정2013-06-25 22:03:28
    뉴스 9
<앵커 멘트>

참혹한 전쟁은 수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겼지만 기적같은 희망의 순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한 겨울 흥남부두의 피난선 위에서 모두 다섯 명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들의 기막힌 사연을 들어보시죠.

조성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1950년 12월 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는 몹시도 추웠습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시작된 갑작스런 피난길.

유일한 탈출구였던 마지막 미군 수송선을 타기 위해 너나없이 몰려들면서 부두앞은 또다른 전쟁터가 됩니다.

<녹취> 심왕식(당시 피난민) : "그물을 잡고 올라가는데 어린애 업고 올라가던 여자가 (힘에 부쳐) 떨어지고..."

어렵사리 올라탄 배는 이미 정원의 4배를 넘겼고.

선창에선 모두가 뒤엉킨 채 눈보라와 맞서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과 사가 오가는 긴박한 순간, 기적처럼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납니다.

모두 5명, '김치'들입니다.

<녹취> 로버트 러니(당시 수송선 갑판장) : "우리는 아이들을 김치12345라고 이름지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김치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지은 겁니다."

그리고 60여년 뒤, 다섯번째 김치, 김치 5인 이경필씨가 그 바다위를 다시 찾았습니다.

<녹취> 이경필(김치5) : ""제 고향이 여기 바다거든요. 바다에 있는 배 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씨에게 전쟁의 기억은 이젠 '평화'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부모님의 평생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왜 '평화'라고 하냐고 물어봤더니 전쟁하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

살아남은 '김치'들은 참혹한 전쟁속에서 피어난 희망이었고, 지금도 여전한 분단 현실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