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5년 가까이 도망쳤지만, 결국…

입력 2013.07.12 (08:34) 수정 2013.07.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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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5년 전에 중국집 사장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던 살인미수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공소시효를 정확히 25일 남겨두고 체포되면서 15년 가까운 도피생활을 접어야 했습니다.

김기흥 기자, 15년 동안 도망 다녔던 용의자가 어떻게 붙잡히게 된 겁니까?

<기자 멘트>

술 때문이었습니다.

동료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자랑삼아 한 말이 화근이 됐는데요.

신분세탁까지 하며 15년 가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왔지만, 공소시효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요?

15년 전에 흉기로 사람을 찌른 뒤 달아나 지금 수배 중이라고 동료들에게 말은 한 겁니다.

그런데 동료들은 술주정이겠거니 하며 이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집에서 절도 사건이 벌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전주의 한 중국집에서 절도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손님이 두고 간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건데요.

절도 용의자를 찾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이상한 이야기가 듣게 됐습니다.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임 씨가) 주변 동료에게 과거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수사했습니다.)"

지난 1월, 주방장 임 모씨는 동료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술잔이 오가며 취기가 오르자 임씨는 동료들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살인미수 혐의로 14년 넘게 도망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만 버티면 공소시효가 끝나 자유의 몸이 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이르자 피의자가 방심했는지 주변 동료와 술을 먹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일부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술주정을 한 거로 생각한 동료들은 임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도난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자 임씨가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연락조차 끊어버렸는데요.

임씨의 이런 수상한 임씨의 행동에 동료들은 임씨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경찰 역시 임씨에게서 의심 쩍인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실제 주인이나 동료 종업원들이 알고 있던 신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조사하자 살인미수죄로 수배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임씨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생활해 왔다는 것.

취중고백대로 임씨는 살인 미수 혐의로 수배 중이었고 공소시효는 고작 몇 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2007년 12월)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살인죄 공소시효를 15년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됐더라면 수사팀에서 피의자를 발견했어도 체포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없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8년 8월.

순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임씨는 또 다른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던 후배 배 모씨에게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기분 나쁜 별명으로 부르는 등 무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계성(경위/순천경찰서 강력 1팀) : "피해자가 2~3년 전부터 자기에게 반말을 하고 자기를 멸시하는 행동을 자주 해서 평소 감정이 있다가 당일 피의자가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술을 마신 채, 흉기를 들고 배씨를 찾아간 임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친 배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조계성(경위/순천경찰서 강력 1팀) : "(생명이) 위험했고 지금도 후유증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는 그때 당시 3년간 치료를 (했습니다.)"

임씨는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도망쳐 자취를 감췄습니다.

도피생활이 길어지자, 돈이 필요했던 임씨는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사촌동생의 신분증을 이용해 전주의 중국집 주방장으로 취직했습니다.

<녹취> 중국집 관계자 (음성변조) : "우리는 직원들이 와서 일하면서 가족 관계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이야기를 안 하면 (몰라요.) 우리가 물어볼 상황도 아니고..."

임씨는 몇 개월에 한번씩, 일하는 곳을 옮겼고 대포폰과 대포통장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는데요.

<녹취> 중국집 관계 (음성변조) : "일도 착실히 했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일하는 사람을 왜 썼겠어요."

임씨의 살인미수 공소시효는 8월 5일이면 끝나는 상황.

하지만 임씨의 숨을 조여 오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자신이 신분을 속인 사실이 경찰에 들통 난대다가 일대에서 절도범, 이대우가 탈주한 사건까지 벌어져 검문검색이 강화된 것인데요.

임씨가 또다시 몸을 숨겼지만 경찰은 몇 달에 걸쳐 탐문수색과 잠복을 거듭하며 끈질기게 임씨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공소시효를 불과 25일 앞두고 15년 가까이 이어진 임씨의 긴 도주 행각은 끝을 맺게 됐습니다.

누나의 집에 몸을 숨겼다, 잠복했던 경찰에 붙잡힌 것입니다.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본인의 공소시효가 정확하게 언제 끝나는지까지 계산을 하면서 그 기간 도피를 해왔었고 8월 공소시효가 끝남과 동시에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가서 자신의 명의로 중국음식점을 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임씨는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별 저항 없이 체포됐는데요.

<녹취> 임○○(피의자/음성변조) : " 조금만 소리 나면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고 날 잡으러 왔나 하고 그게 제일 힘들었죠. 제일 무서웠고. 내가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빌어야겠죠. 잘못했다 미안하다. "

피해자 배씨는 그날 사건으로 운영하던 중국집을 닫았고 지금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지인 (음성변조) : "다른 데로 옮겨가서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없어요. 기억하지 않고 싶은 기억도 있지 않습니까."

경찰은 임씨를 살인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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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5년 가까이 도망쳤지만, 결국…
    • 입력 2013-07-12 08:35:29
    • 수정2013-07-12 09: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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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중국집 사장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던 살인미수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공소시효를 정확히 25일 남겨두고 체포되면서 15년 가까운 도피생활을 접어야 했습니다.

김기흥 기자, 15년 동안 도망 다녔던 용의자가 어떻게 붙잡히게 된 겁니까?

<기자 멘트>

술 때문이었습니다.

동료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자랑삼아 한 말이 화근이 됐는데요.

신분세탁까지 하며 15년 가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왔지만, 공소시효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요?

15년 전에 흉기로 사람을 찌른 뒤 달아나 지금 수배 중이라고 동료들에게 말은 한 겁니다.

그런데 동료들은 술주정이겠거니 하며 이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집에서 절도 사건이 벌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전주의 한 중국집에서 절도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손님이 두고 간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건데요.

절도 용의자를 찾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이상한 이야기가 듣게 됐습니다.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임 씨가) 주변 동료에게 과거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수사했습니다.)"

지난 1월, 주방장 임 모씨는 동료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술잔이 오가며 취기가 오르자 임씨는 동료들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살인미수 혐의로 14년 넘게 도망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만 버티면 공소시효가 끝나 자유의 몸이 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이르자 피의자가 방심했는지 주변 동료와 술을 먹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일부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술주정을 한 거로 생각한 동료들은 임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도난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자 임씨가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연락조차 끊어버렸는데요.

임씨의 이런 수상한 임씨의 행동에 동료들은 임씨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경찰 역시 임씨에게서 의심 쩍인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실제 주인이나 동료 종업원들이 알고 있던 신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조사하자 살인미수죄로 수배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임씨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생활해 왔다는 것.

취중고백대로 임씨는 살인 미수 혐의로 수배 중이었고 공소시효는 고작 몇 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2007년 12월)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살인죄 공소시효를 15년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됐더라면 수사팀에서 피의자를 발견했어도 체포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없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8년 8월.

순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임씨는 또 다른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던 후배 배 모씨에게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기분 나쁜 별명으로 부르는 등 무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계성(경위/순천경찰서 강력 1팀) : "피해자가 2~3년 전부터 자기에게 반말을 하고 자기를 멸시하는 행동을 자주 해서 평소 감정이 있다가 당일 피의자가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술을 마신 채, 흉기를 들고 배씨를 찾아간 임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친 배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조계성(경위/순천경찰서 강력 1팀) : "(생명이) 위험했고 지금도 후유증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는 그때 당시 3년간 치료를 (했습니다.)"

임씨는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도망쳐 자취를 감췄습니다.

도피생활이 길어지자, 돈이 필요했던 임씨는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사촌동생의 신분증을 이용해 전주의 중국집 주방장으로 취직했습니다.

<녹취> 중국집 관계자 (음성변조) : "우리는 직원들이 와서 일하면서 가족 관계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이야기를 안 하면 (몰라요.) 우리가 물어볼 상황도 아니고..."

임씨는 몇 개월에 한번씩, 일하는 곳을 옮겼고 대포폰과 대포통장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는데요.

<녹취> 중국집 관계 (음성변조) : "일도 착실히 했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일하는 사람을 왜 썼겠어요."

임씨의 살인미수 공소시효는 8월 5일이면 끝나는 상황.

하지만 임씨의 숨을 조여 오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자신이 신분을 속인 사실이 경찰에 들통 난대다가 일대에서 절도범, 이대우가 탈주한 사건까지 벌어져 검문검색이 강화된 것인데요.

임씨가 또다시 몸을 숨겼지만 경찰은 몇 달에 걸쳐 탐문수색과 잠복을 거듭하며 끈질기게 임씨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공소시효를 불과 25일 앞두고 15년 가까이 이어진 임씨의 긴 도주 행각은 끝을 맺게 됐습니다.

누나의 집에 몸을 숨겼다, 잠복했던 경찰에 붙잡힌 것입니다.

<인터뷰> 박병연(경감/전주 완산경찰서 강력계) : "본인의 공소시효가 정확하게 언제 끝나는지까지 계산을 하면서 그 기간 도피를 해왔었고 8월 공소시효가 끝남과 동시에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가서 자신의 명의로 중국음식점을 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임씨는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별 저항 없이 체포됐는데요.

<녹취> 임○○(피의자/음성변조) : " 조금만 소리 나면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고 날 잡으러 왔나 하고 그게 제일 힘들었죠. 제일 무서웠고. 내가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빌어야겠죠. 잘못했다 미안하다. "

피해자 배씨는 그날 사건으로 운영하던 중국집을 닫았고 지금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지인 (음성변조) : "다른 데로 옮겨가서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없어요. 기억하지 않고 싶은 기억도 있지 않습니까."

경찰은 임씨를 살인미수혐의로 구속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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