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고엽제 피해, 염소성 여드름 환자만 인정”

<앵커 멘트>

베트남전에서 쓰인 고엽제에는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들어 있어 후유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각종 후유증을 겪은 우리 참전 군인들이 낸 소송에서, 대부분 질병의 경우 고엽제 탓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김희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뿌린 고엽제는 수천만 리터로 추정됩니다.

파병된 우리 군인들도 고엽제에 노출됐습니다.

<녹취> 베트남전 참전 군인 : "그때 고엽제라는 건 지금 비오듯이 비행기에서 뿌렸어요. 거기는 작전하다가 너무 더우니까 나가서 맞고 그랬다고..."

우리 참전 군인들은 각종 후유증을 호소했고, 지난 1999년 만 6천여 명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사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고엽제와 질병 간의 인과 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염소성여드름, 당뇨병, 폐암 등 11가지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습니다.

염소성여드름만 고엽제 피해가 인정된다며, 39명에게 모두 4억 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확정했습니다.

<녹취> 윤성식(대법원 공보관) : "다른 질병은 그 원인이 복잡다기하고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고엽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판결입니다."

한 가지 질병에 한정됐지만, 고엽제 후유증에 대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확정 판결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란게 대법원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14년 간 판결을 기다려온 참전 군인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김성욱(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 : "상당히 참담합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우리 주권을 포기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승소가 확정된 이들 역시 제조사가 판결에 불복할 경우 미국 본사를 상대로 집행 소송을 내야 합니다.

KBS 뉴스 김희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