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심의 논란 가열…영화계 ‘국가 검열’

입력 2013.07.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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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원작서 2분 넘게 잘라내 세 번째 심의 신청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에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해 사실상 개봉을 금지하면서 심의 제도와 관련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18일 추가 분량을 삭제해 세 번째 심의를 요청하고 개봉 찬반을 결정하는 시사회 투표까지 열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개봉 여부를 놓고 시사회에서 찬반 투표를 하겠다는 제안은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김 감독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두 차례나 영등위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개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감독이자 영화제작자로서 할 수 있는 최후의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으로 우뚝 섰지만, 국내 개봉을 위해 자신의 작품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여컷 2분30초가량 잘라내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그는 18일 공개한 글에서 "두 번의 제한상영가로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밤새 살을 자르듯 필름을 잘라 다시 재심의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 "사고로 성기를 상실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소수의 마음을 영화로 절박하게 표현한 '뫼비우스'가 그간 내가 만든 18편의 영화보다 얼마나 더 음란하고 타락했는지 객관적으로 묻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등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모자성관계 영화라고만 알려져 영화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므로 심의 문제와 상관없이 다음 주 기자, 평론가, 문화부 관계자 등을 모시고 영화의 가치와 제한상영가에 대한 찬반 시사회를 할 것이며 영화를 본 장소에서 바로 현장 투표를 해 30퍼센트가 반대하면 재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개봉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영등위 심의로 '뫼비우스'의 내용 중 직계간 성관계 내용만이 부각되고 일각에서는 그런 내용을 "보지 않을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창작 의도를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영화계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등위 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창작자로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가위질'하게 된 현 상황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흐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관에 티켓을 사서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국가가 개인(성인 관객)의 볼 권리를 제한해 관객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구(舊)시대의 검열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뫼비우스'의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에 관해 "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영화 원작을 훼손해야 하는 현실에 영화제작자로서 침통한 심정"이라며 "사실상 검열이나 다를 바 없는 심의 문제에 대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가협회 역시 영화계의 다른 한 축인 영화감독조합과 의논해서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감독들로 구성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영등위 심의 문제와 관련한 토론을 거쳐 향후 대책과 행동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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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뫼비우스’ 심의 논란 가열…영화계 ‘국가 검열’
    • 입력 2013-07-18 17:01:47
    연합뉴스
김기덕 감독, 원작서 2분 넘게 잘라내 세 번째 심의 신청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에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해 사실상 개봉을 금지하면서 심의 제도와 관련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18일 추가 분량을 삭제해 세 번째 심의를 요청하고 개봉 찬반을 결정하는 시사회 투표까지 열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개봉 여부를 놓고 시사회에서 찬반 투표를 하겠다는 제안은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김 감독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두 차례나 영등위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개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감독이자 영화제작자로서 할 수 있는 최후의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으로 우뚝 섰지만, 국내 개봉을 위해 자신의 작품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여컷 2분30초가량 잘라내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그는 18일 공개한 글에서 "두 번의 제한상영가로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밤새 살을 자르듯 필름을 잘라 다시 재심의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 "사고로 성기를 상실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소수의 마음을 영화로 절박하게 표현한 '뫼비우스'가 그간 내가 만든 18편의 영화보다 얼마나 더 음란하고 타락했는지 객관적으로 묻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등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모자성관계 영화라고만 알려져 영화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므로 심의 문제와 상관없이 다음 주 기자, 평론가, 문화부 관계자 등을 모시고 영화의 가치와 제한상영가에 대한 찬반 시사회를 할 것이며 영화를 본 장소에서 바로 현장 투표를 해 30퍼센트가 반대하면 재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개봉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영등위 심의로 '뫼비우스'의 내용 중 직계간 성관계 내용만이 부각되고 일각에서는 그런 내용을 "보지 않을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창작 의도를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영화계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등위 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창작자로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가위질'하게 된 현 상황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흐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관에 티켓을 사서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국가가 개인(성인 관객)의 볼 권리를 제한해 관객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구(舊)시대의 검열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뫼비우스'의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에 관해 "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영화 원작을 훼손해야 하는 현실에 영화제작자로서 침통한 심정"이라며 "사실상 검열이나 다를 바 없는 심의 문제에 대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가협회 역시 영화계의 다른 한 축인 영화감독조합과 의논해서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감독들로 구성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영등위 심의 문제와 관련한 토론을 거쳐 향후 대책과 행동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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