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미, 뿌리 깊은 인종 갈등

입력 2013.07.19 (00:01) 수정 2013.07.19 (08: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1989년, 미국 센트럴 파크에서 일어난 백인 여성 강간 사건에 흑인을 비롯한 라틴계 유색인종 소년들이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범행을 극구 부인했지만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유색인종' 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년들은 결국 강요된 자백을 하고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녹취> 케빈 리차드슨 : "제 옷은 엉망이 됐고 헬멧으로 얻어맞았습니다. 그리고 제 손엔 수갑이 채워졌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제게 경찰은 도망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저를 동물처럼 취급했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센트럴 파크 파이브' 입니다.

2002년 진범이 드러난 이후 정부를 상대로 시작한 다섯 청년의 소송은 1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계류 중인데요.

그런데 이 영화, 얼마 전 소개해 드렸던 미 짐머만 살인사건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비무장 흑인 소년을 총기로 살해한 자경단장 짐머만의 무죄 발표와 동시에 미국 내 항의의 움직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은 미국인들의 의식 속 흑인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고 평가했는데요.

미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박영환 특파원 !

<질문> 우선 어제 밤 일어난 떼 강도 사건부터 알아볼까요?

이 사건이 짐머만 판결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나요?

<답변>

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곳 시간으로 어제 밤 9시 반쯤입니다.

영화의 명소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50 여명의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며 강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녹취>고든 라슨 (피해자) : "처음엔 4명이 다가와 총을 대며 위협했어요. 10초 뒤 20명의 아이들이 더 몰려와 저를 폭행하고 제 전화와 시계를 빼앗았어요."

현장에는 이례적으로 경찰관 150여 명이 대거 투입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10대 12명을 강도 혐의 등으로 체포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흑인 청년이라는 점에서 짐머먼 항의시위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LA 경찰은 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연관성이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질문>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일어나는 짐머만 판결 항의 시위는 미국의 고질적인 갈등이랄 수 있는 인종갈등에 불을 붙이는 느낌인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번 짐머만 사건에서 처음 흑인 사회가 분노를 품은 대상은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였습니다.

당초 배심원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백인이라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은 언론을 통해 해묵은 흑백간의 갈등으로 비춰졌습니다만. 과거 로드니 킹 사건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흑인들과 히스패닉 계의 대립으로 번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짐머만 사건이 ‘제 2의 로드니 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먼저 대다수가 넘는 백인 배심원들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면서 두 사건 모두 미국 내 유색인종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는 부분이죠?

<답변>

네. 지난 1991년 LA경찰국의 경관 4명이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소년을 오토바이에서 끌어내려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했는데요.

이듬해 백인 배심원들에 의해 네 명의 경찰관들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은 미국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동을 촉발시켰습니다.

인종과 계급 간 갈등,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분노, 반 외국인 정서가 한데 뒤섞여 폭력사태로 격화된 겁니다.

<녹취> 재미 이민자(LA 폭동 당시) : "내 딸이 “엄마 우리 방 두 칸으로 가자.” 해서 내가 “빚 다 갚으면 두 칸으로 가마” 했는데 그러는 순간 이렇게 불이 났기 때문에 딸에게 정말 면목이 없어요.."

당초 백인사회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흑인들의 집단 움직임은 애꿎은 한인사회를 향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45만명의 한인들이 모여 살던 LA 서쪽의 코리아타운은 쑥대밭이 됐고 그 결과 52명이 사망했으며 2300여명이 다쳤고, 총 만 오천여명이 체포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질문> 미국 사회의 12.6%의 흑인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인데. 그때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당시와 같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릴 만큼 흑인들의 사정이 열악한가요?

<답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흑인에 밀려 있던 히스패닉과 라티노는 2013년 현재 미국에서 16%가 넘으며 최대 소수민족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히스패닉의 빠른 성장세와 다인종 집단의 등장은 미국 인종문제의 틀을 바꾸고 있는데요.

이번 짐머만의 무죄 평결 이후 지난 주말부터 미 전역에서는 각종 시위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말인 20일은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릴 예정인 만큼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도 앞다투어 의사를 개진하고 있습니다.

가수 스티비 원더의 말을 들어 보시죠.

<녹취> "오늘부터 나는 플로리다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폐지하기 전까지 다시는 플로리다에서 공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사회에서 흑인계층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 즉 실업률은 높고 저교육층이 다수라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유사사례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질문> 미국 정부는 그렇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철저히 금지하는 정책을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서 적극 실행해 오지 않았습니까?

<답변>

‘인종의 용광로’, ‘다인종 샐러드볼’ 등으로 묘사되는 미국은 흔히 개방적인 다민족 사회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미국 사회가 유색인종에 대해 대단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녹취> 브렌다 스티븐슨(교수/UCLA 아프리칸-아메리칸 스터디) : " 미디어는 사람들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나라에서 폭력이 어떻게 쓰여지는가에도 매우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지요. 예를 들면 흑인들은 미디어에서 매우 폭력적이고 범죄자이거나 가난하고, 게으르고 감정적이고 과격하며 성적인 것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미 인구통계국은 2050년 미국의 인구 구성이 백인이 47%까지 줄고 히스패닉이 약 30%까지 급증해 인종과 민족의 개념이 보다 흐릿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세분화되고 자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질문> 박영환 특파원, 앞으로의 상황 어떻게 전개될까요?

<답변>

미 전역에서 시위가 과열되면서 폭력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짐머만의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100여 개 도시에서 일제히 열릴 예정인데요.

특히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이곳 시각으로 20일 정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 등에 있는 연방법원 건물 앞에 모여 짐머만 기소를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평화적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흥분한 시민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미 당국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선을 넘는 과격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시위대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미, 뿌리 깊은 인종 갈등
    • 입력 2013-07-19 07:18:25
    • 수정2013-07-19 08:23:19
    글로벌24
<앵커 멘트>

1989년, 미국 센트럴 파크에서 일어난 백인 여성 강간 사건에 흑인을 비롯한 라틴계 유색인종 소년들이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범행을 극구 부인했지만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유색인종' 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년들은 결국 강요된 자백을 하고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녹취> 케빈 리차드슨 : "제 옷은 엉망이 됐고 헬멧으로 얻어맞았습니다. 그리고 제 손엔 수갑이 채워졌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제게 경찰은 도망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저를 동물처럼 취급했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센트럴 파크 파이브' 입니다.

2002년 진범이 드러난 이후 정부를 상대로 시작한 다섯 청년의 소송은 1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계류 중인데요.

그런데 이 영화, 얼마 전 소개해 드렸던 미 짐머만 살인사건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비무장 흑인 소년을 총기로 살해한 자경단장 짐머만의 무죄 발표와 동시에 미국 내 항의의 움직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은 미국인들의 의식 속 흑인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고 평가했는데요.

미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박영환 특파원 !

<질문> 우선 어제 밤 일어난 떼 강도 사건부터 알아볼까요?

이 사건이 짐머만 판결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나요?

<답변>

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곳 시간으로 어제 밤 9시 반쯤입니다.

영화의 명소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50 여명의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뛰어다니며 강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녹취>고든 라슨 (피해자) : "처음엔 4명이 다가와 총을 대며 위협했어요. 10초 뒤 20명의 아이들이 더 몰려와 저를 폭행하고 제 전화와 시계를 빼앗았어요."

현장에는 이례적으로 경찰관 150여 명이 대거 투입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10대 12명을 강도 혐의 등으로 체포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흑인 청년이라는 점에서 짐머먼 항의시위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LA 경찰은 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연관성이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질문>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일어나는 짐머만 판결 항의 시위는 미국의 고질적인 갈등이랄 수 있는 인종갈등에 불을 붙이는 느낌인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번 짐머만 사건에서 처음 흑인 사회가 분노를 품은 대상은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였습니다.

당초 배심원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백인이라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은 언론을 통해 해묵은 흑백간의 갈등으로 비춰졌습니다만. 과거 로드니 킹 사건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흑인들과 히스패닉 계의 대립으로 번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짐머만 사건이 ‘제 2의 로드니 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먼저 대다수가 넘는 백인 배심원들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면서 두 사건 모두 미국 내 유색인종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는 부분이죠?

<답변>

네. 지난 1991년 LA경찰국의 경관 4명이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소년을 오토바이에서 끌어내려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했는데요.

이듬해 백인 배심원들에 의해 네 명의 경찰관들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은 미국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동을 촉발시켰습니다.

인종과 계급 간 갈등,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분노, 반 외국인 정서가 한데 뒤섞여 폭력사태로 격화된 겁니다.

<녹취> 재미 이민자(LA 폭동 당시) : "내 딸이 “엄마 우리 방 두 칸으로 가자.” 해서 내가 “빚 다 갚으면 두 칸으로 가마” 했는데 그러는 순간 이렇게 불이 났기 때문에 딸에게 정말 면목이 없어요.."

당초 백인사회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흑인들의 집단 움직임은 애꿎은 한인사회를 향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45만명의 한인들이 모여 살던 LA 서쪽의 코리아타운은 쑥대밭이 됐고 그 결과 52명이 사망했으며 2300여명이 다쳤고, 총 만 오천여명이 체포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질문> 미국 사회의 12.6%의 흑인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인데. 그때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당시와 같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릴 만큼 흑인들의 사정이 열악한가요?

<답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흑인에 밀려 있던 히스패닉과 라티노는 2013년 현재 미국에서 16%가 넘으며 최대 소수민족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히스패닉의 빠른 성장세와 다인종 집단의 등장은 미국 인종문제의 틀을 바꾸고 있는데요.

이번 짐머만의 무죄 평결 이후 지난 주말부터 미 전역에서는 각종 시위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말인 20일은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릴 예정인 만큼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도 앞다투어 의사를 개진하고 있습니다.

가수 스티비 원더의 말을 들어 보시죠.

<녹취> "오늘부터 나는 플로리다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폐지하기 전까지 다시는 플로리다에서 공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사회에서 흑인계층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 즉 실업률은 높고 저교육층이 다수라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유사사례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질문> 미국 정부는 그렇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철저히 금지하는 정책을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서 적극 실행해 오지 않았습니까?

<답변>

‘인종의 용광로’, ‘다인종 샐러드볼’ 등으로 묘사되는 미국은 흔히 개방적인 다민족 사회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미국 사회가 유색인종에 대해 대단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녹취> 브렌다 스티븐슨(교수/UCLA 아프리칸-아메리칸 스터디) : " 미디어는 사람들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나라에서 폭력이 어떻게 쓰여지는가에도 매우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지요. 예를 들면 흑인들은 미디어에서 매우 폭력적이고 범죄자이거나 가난하고, 게으르고 감정적이고 과격하며 성적인 것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미 인구통계국은 2050년 미국의 인구 구성이 백인이 47%까지 줄고 히스패닉이 약 30%까지 급증해 인종과 민족의 개념이 보다 흐릿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세분화되고 자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질문> 박영환 특파원, 앞으로의 상황 어떻게 전개될까요?

<답변>

미 전역에서 시위가 과열되면서 폭력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짐머만의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100여 개 도시에서 일제히 열릴 예정인데요.

특히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이곳 시각으로 20일 정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 등에 있는 연방법원 건물 앞에 모여 짐머만 기소를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평화적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흥분한 시민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미 당국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선을 넘는 과격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시위대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