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녹취> 국민연금재정추계위 발표 : "2043년부터 적자,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 뒤에 2060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결과가,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60년이 되면 완전히 바닥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인터뷰> 시민 : "실질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잘 못 받는다고 내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저희까지는 뭐 탈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뭐, 그 시대에 가면 어려울 것 같아요."
지난 9일에는 적립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 발전위원회가 연금제도 시행 25년 만에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아유, 우리는 안되지. 지금 경기가 없어서 장사들도 안 되는데 거기다가 국민연금까지 또 올리면 어떡해?"
<인터뷰> 시민 : "아무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 한에서 연금이 올라간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적립금은 바닥이 난다는데, 보험료는 더 걷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입자들은 노후에 과연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일부의 우려처럼 연금을 못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걸까요?
너무도 중요하지만, 말도 많은 국민연금을 취재했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했던 68살 이태호 씨,
퇴직을 했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의 하루하루는 늘 바쁩니다.
은퇴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인터넷에서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공인중개사들에게 최신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신문에서 발췌를 해서 카페에 글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년의 도전과 열정은 매달 백만 원 남짓 나오는 국민연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병원비. 그 다음에 헬스 같은 운동비, 자동차 휘발유 값, 또 핸드폰 값 이런 거에 쓰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생활에 큰 불편을 느꼈을 거예요."
1988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이 씨는 벌써 8년째 꼬박꼬박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25일날 아침에 딱 찍혀요. 통장에. 그러면 그 통장에다가 글씨를 써놓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씨를 써놔요."
14년째, 조그마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영 씨 부부.
<녹취> "안녕히 가세요."
1999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김 씨는 매달 18만 원 정도씩 국민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2005년 5월 20일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14만 2천 얼마가 됐죠. 조금씩 올라서 지금은 18만 890원이네요. 현재 수령하는 게"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그래도 김 씨는 다달이 나오는 국민연금이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벌써 9년째 받는 건데, 내가 돈 내고 다시 다 받았을걸요? 더 받았지 지금. 많이 도움되죠."
1988년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주부들까지, 현재 2천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습니다.
<녹취> "평생 월급 국민연금"
매달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3백38만 명, 은퇴 뒤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우려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30년 뒤 2043년이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져 적자로 돌아서고, 그것도 얼마 못 가 바닥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녹취> 김용하(국민연금재정추계위 위원장) : "현재 상황, 상황으로 봤을 때는 기본적으로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으면 사실상 2060년에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현재 408조 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2043년 2천5백조 원 가까이 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60년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게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예측입니다.
이 발표 이후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9%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금 고갈 문제를 꼽았습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개선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위원회는 최근 보험료율 인상, 즉 가입자에게 돈을 더 걷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발전 위원회는 17차 회의 끝에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다수안으로 채택했습니다."
현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이를 13에서 14%까지 끌어올려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적립금 고갈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겁니다.
급속한 노령화와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2060년 기금이 소진되고 나서 지금 9%인 보험료를 한 해 갑작스럽게 22% 이상까지 올려야 됩니다. 지금보다 13%p를 올려야 되는 거죠."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현재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지지만, 그 시기를 놓고는 이견이 팽팽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2040년대 중후반 가서 우리의 다음 세대가 결정을 해도 늦지가 않습니다. 기금고갈시점이 2060년이라면 반대로 얘기하면 앞으로 47년 동안 안정적이란 얘긴데 이렇게 안정적인 기금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어요."
설사 언젠가 기금 고갈이 되더라도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많은 국가들이 기금을 많이 쌓아놓지 않고 최소한의 기금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방식이고 바로 보험료를 걷어서 노인들한테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잘 운영을 해오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제도가 무너진다라는 식의 우려는 사실 적절치 않은 우려고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걷은 보험료를 적립금으로 쌓아 놓고 그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적립금 방식.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그 해 필요한 연금액수만큼 보험료를 걷어서 곧바로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식으로 자연스레 전환하면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로 볼 때 노인 복지를 위해 그 정도의 지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성숙(국민연금연구원장) : "국민연금이나 이런 공적연금은 살아서 계속 가는 제도인 거지, 그 나라 국민이 있는 한은 죽지 않고 계속 가는 제도지 언제 딱 끝나는 제도가 아니에요. 사적 연금 관점에서 보면 안 되는 거죠."
오히려 지금의 적립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 남재우(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적립금이 GDP 대비 30% 정도 수준인데 그게 한 2040년을 넘어가면 50%를 넘어갈 걸로 그렇게 예상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대표적인 자산운용시장이 주식시장이랑 채권시장이 될 텐데 거기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라는 거죠."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주식, 채권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민연금의 안정과 정착을 보험료율 인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욱 씨.
박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전 식당을 운영하면서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욱(식당 운영) : "가게가 잘 안되니까 아무래도 낼 여력도 없고 그러니까 안 내고 있는 거죠. 자영업자니까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러니까 그거 하는 거죠. 못 내고 있는 거죠."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박 씨처럼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연체자와 납부예외자는 5백만 명이 넘습니다.
연금 가입자 2천여만 명 가운데 4분의 1 정돕니다.
당연히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노후 대책도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방치할 경우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저임금 노동자들, 그리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보험체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 그런 정책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해마다 적자가 쌓여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 군인연금은 놔둔 채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과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재정 건전상태도 훨씬 떨어지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재정 안정화 조치가 없었거든요. 더 이상 공무원, 사학연금이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걸림이 되지 않을 정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정도의 어떤 제도개혁 강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금을 못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불신을 없애기 위해 연금 지급을 국가가 약속하는 방안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급 보장 들어간다고 국가의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국가가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것을 명문화하지 않는 거는 저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국민연금 국가 보증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16년 차 직장인인 김민주 씨는 국민연금을 노후 설계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대로 쭉 보험료를 내면 은퇴 뒤 매달 백20만 원가량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민주(국민연금 가입자) : "이 상태로 적립을 계속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연금이 얼마씩 나오겠다는 것에 대한 안내를 받았거든요. 근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인 거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사회 구성원의 이런 신뢰를 통해 가능한 복지 제도입니다.
낸 돈 만큼 돌려받는 저축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공적 부조입니다.
보험료율을 언제 얼마나 올릴지, 사각지대를 어떻게 줄이고 연금 지급은 누가 어떻게 보장할지, 국민연금의 이 여러 과제를 국민의 공감과 합의 속에서 풀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녹취> 국민연금재정추계위 발표 : "2043년부터 적자,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 뒤에 2060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결과가,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60년이 되면 완전히 바닥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인터뷰> 시민 : "실질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잘 못 받는다고 내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저희까지는 뭐 탈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뭐, 그 시대에 가면 어려울 것 같아요."
지난 9일에는 적립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 발전위원회가 연금제도 시행 25년 만에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아유, 우리는 안되지. 지금 경기가 없어서 장사들도 안 되는데 거기다가 국민연금까지 또 올리면 어떡해?"
<인터뷰> 시민 : "아무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 한에서 연금이 올라간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적립금은 바닥이 난다는데, 보험료는 더 걷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입자들은 노후에 과연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일부의 우려처럼 연금을 못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걸까요?
너무도 중요하지만, 말도 많은 국민연금을 취재했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했던 68살 이태호 씨,
퇴직을 했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의 하루하루는 늘 바쁩니다.
은퇴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인터넷에서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공인중개사들에게 최신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신문에서 발췌를 해서 카페에 글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년의 도전과 열정은 매달 백만 원 남짓 나오는 국민연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병원비. 그 다음에 헬스 같은 운동비, 자동차 휘발유 값, 또 핸드폰 값 이런 거에 쓰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생활에 큰 불편을 느꼈을 거예요."
1988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이 씨는 벌써 8년째 꼬박꼬박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25일날 아침에 딱 찍혀요. 통장에. 그러면 그 통장에다가 글씨를 써놓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씨를 써놔요."
14년째, 조그마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영 씨 부부.
<녹취> "안녕히 가세요."
1999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김 씨는 매달 18만 원 정도씩 국민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2005년 5월 20일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14만 2천 얼마가 됐죠. 조금씩 올라서 지금은 18만 890원이네요. 현재 수령하는 게"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그래도 김 씨는 다달이 나오는 국민연금이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벌써 9년째 받는 건데, 내가 돈 내고 다시 다 받았을걸요? 더 받았지 지금. 많이 도움되죠."
1988년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주부들까지, 현재 2천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습니다.
<녹취> "평생 월급 국민연금"
매달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3백38만 명, 은퇴 뒤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우려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30년 뒤 2043년이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져 적자로 돌아서고, 그것도 얼마 못 가 바닥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녹취> 김용하(국민연금재정추계위 위원장) : "현재 상황, 상황으로 봤을 때는 기본적으로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으면 사실상 2060년에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현재 408조 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2043년 2천5백조 원 가까이 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60년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게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예측입니다.
이 발표 이후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9%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금 고갈 문제를 꼽았습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개선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위원회는 최근 보험료율 인상, 즉 가입자에게 돈을 더 걷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발전 위원회는 17차 회의 끝에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다수안으로 채택했습니다."
현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이를 13에서 14%까지 끌어올려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적립금 고갈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겁니다.
급속한 노령화와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2060년 기금이 소진되고 나서 지금 9%인 보험료를 한 해 갑작스럽게 22% 이상까지 올려야 됩니다. 지금보다 13%p를 올려야 되는 거죠."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현재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지지만, 그 시기를 놓고는 이견이 팽팽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2040년대 중후반 가서 우리의 다음 세대가 결정을 해도 늦지가 않습니다. 기금고갈시점이 2060년이라면 반대로 얘기하면 앞으로 47년 동안 안정적이란 얘긴데 이렇게 안정적인 기금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어요."
설사 언젠가 기금 고갈이 되더라도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많은 국가들이 기금을 많이 쌓아놓지 않고 최소한의 기금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방식이고 바로 보험료를 걷어서 노인들한테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잘 운영을 해오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제도가 무너진다라는 식의 우려는 사실 적절치 않은 우려고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걷은 보험료를 적립금으로 쌓아 놓고 그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적립금 방식.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그 해 필요한 연금액수만큼 보험료를 걷어서 곧바로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식으로 자연스레 전환하면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로 볼 때 노인 복지를 위해 그 정도의 지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성숙(국민연금연구원장) : "국민연금이나 이런 공적연금은 살아서 계속 가는 제도인 거지, 그 나라 국민이 있는 한은 죽지 않고 계속 가는 제도지 언제 딱 끝나는 제도가 아니에요. 사적 연금 관점에서 보면 안 되는 거죠."
오히려 지금의 적립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 남재우(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적립금이 GDP 대비 30% 정도 수준인데 그게 한 2040년을 넘어가면 50%를 넘어갈 걸로 그렇게 예상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대표적인 자산운용시장이 주식시장이랑 채권시장이 될 텐데 거기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라는 거죠."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주식, 채권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민연금의 안정과 정착을 보험료율 인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욱 씨.
박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전 식당을 운영하면서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욱(식당 운영) : "가게가 잘 안되니까 아무래도 낼 여력도 없고 그러니까 안 내고 있는 거죠. 자영업자니까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러니까 그거 하는 거죠. 못 내고 있는 거죠."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박 씨처럼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연체자와 납부예외자는 5백만 명이 넘습니다.
연금 가입자 2천여만 명 가운데 4분의 1 정돕니다.
당연히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노후 대책도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방치할 경우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저임금 노동자들, 그리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보험체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 그런 정책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해마다 적자가 쌓여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 군인연금은 놔둔 채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과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재정 건전상태도 훨씬 떨어지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재정 안정화 조치가 없었거든요. 더 이상 공무원, 사학연금이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걸림이 되지 않을 정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정도의 어떤 제도개혁 강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금을 못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불신을 없애기 위해 연금 지급을 국가가 약속하는 방안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급 보장 들어간다고 국가의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국가가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것을 명문화하지 않는 거는 저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국민연금 국가 보증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16년 차 직장인인 김민주 씨는 국민연금을 노후 설계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대로 쭉 보험료를 내면 은퇴 뒤 매달 백20만 원가량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민주(국민연금 가입자) : "이 상태로 적립을 계속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연금이 얼마씩 나오겠다는 것에 대한 안내를 받았거든요. 근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인 거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사회 구성원의 이런 신뢰를 통해 가능한 복지 제도입니다.
낸 돈 만큼 돌려받는 저축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공적 부조입니다.
보험료율을 언제 얼마나 올릴지, 사각지대를 어떻게 줄이고 연금 지급은 누가 어떻게 보장할지, 국민연금의 이 여러 과제를 국민의 공감과 합의 속에서 풀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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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7-19 23:04:51
- 수정2013-07-19 23:38:05

<프롤로그>
<녹취> 국민연금재정추계위 발표 : "2043년부터 적자,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 뒤에 2060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결과가,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60년이 되면 완전히 바닥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인터뷰> 시민 : "실질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잘 못 받는다고 내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저희까지는 뭐 탈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뭐, 그 시대에 가면 어려울 것 같아요."
지난 9일에는 적립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 발전위원회가 연금제도 시행 25년 만에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아유, 우리는 안되지. 지금 경기가 없어서 장사들도 안 되는데 거기다가 국민연금까지 또 올리면 어떡해?"
<인터뷰> 시민 : "아무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 한에서 연금이 올라간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적립금은 바닥이 난다는데, 보험료는 더 걷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입자들은 노후에 과연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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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중요하지만, 말도 많은 국민연금을 취재했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했던 68살 이태호 씨,
퇴직을 했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의 하루하루는 늘 바쁩니다.
은퇴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인터넷에서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공인중개사들에게 최신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신문에서 발췌를 해서 카페에 글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년의 도전과 열정은 매달 백만 원 남짓 나오는 국민연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병원비. 그 다음에 헬스 같은 운동비, 자동차 휘발유 값, 또 핸드폰 값 이런 거에 쓰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생활에 큰 불편을 느꼈을 거예요."
1988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이 씨는 벌써 8년째 꼬박꼬박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25일날 아침에 딱 찍혀요. 통장에. 그러면 그 통장에다가 글씨를 써놓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씨를 써놔요."
14년째, 조그마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영 씨 부부.
<녹취> "안녕히 가세요."
1999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김 씨는 매달 18만 원 정도씩 국민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2005년 5월 20일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14만 2천 얼마가 됐죠. 조금씩 올라서 지금은 18만 890원이네요. 현재 수령하는 게"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그래도 김 씨는 다달이 나오는 국민연금이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벌써 9년째 받는 건데, 내가 돈 내고 다시 다 받았을걸요? 더 받았지 지금. 많이 도움되죠."
1988년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주부들까지, 현재 2천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습니다.
<녹취> "평생 월급 국민연금"
매달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3백38만 명, 은퇴 뒤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우려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30년 뒤 2043년이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져 적자로 돌아서고, 그것도 얼마 못 가 바닥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녹취> 김용하(국민연금재정추계위 위원장) : "현재 상황, 상황으로 봤을 때는 기본적으로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으면 사실상 2060년에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현재 408조 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2043년 2천5백조 원 가까이 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60년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게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예측입니다.
이 발표 이후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9%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금 고갈 문제를 꼽았습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개선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위원회는 최근 보험료율 인상, 즉 가입자에게 돈을 더 걷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발전 위원회는 17차 회의 끝에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다수안으로 채택했습니다."
현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이를 13에서 14%까지 끌어올려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적립금 고갈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겁니다.
급속한 노령화와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2060년 기금이 소진되고 나서 지금 9%인 보험료를 한 해 갑작스럽게 22% 이상까지 올려야 됩니다. 지금보다 13%p를 올려야 되는 거죠."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현재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지지만, 그 시기를 놓고는 이견이 팽팽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2040년대 중후반 가서 우리의 다음 세대가 결정을 해도 늦지가 않습니다. 기금고갈시점이 2060년이라면 반대로 얘기하면 앞으로 47년 동안 안정적이란 얘긴데 이렇게 안정적인 기금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어요."
설사 언젠가 기금 고갈이 되더라도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많은 국가들이 기금을 많이 쌓아놓지 않고 최소한의 기금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방식이고 바로 보험료를 걷어서 노인들한테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잘 운영을 해오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제도가 무너진다라는 식의 우려는 사실 적절치 않은 우려고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걷은 보험료를 적립금으로 쌓아 놓고 그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적립금 방식.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그 해 필요한 연금액수만큼 보험료를 걷어서 곧바로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식으로 자연스레 전환하면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로 볼 때 노인 복지를 위해 그 정도의 지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성숙(국민연금연구원장) : "국민연금이나 이런 공적연금은 살아서 계속 가는 제도인 거지, 그 나라 국민이 있는 한은 죽지 않고 계속 가는 제도지 언제 딱 끝나는 제도가 아니에요. 사적 연금 관점에서 보면 안 되는 거죠."
오히려 지금의 적립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 남재우(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적립금이 GDP 대비 30% 정도 수준인데 그게 한 2040년을 넘어가면 50%를 넘어갈 걸로 그렇게 예상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대표적인 자산운용시장이 주식시장이랑 채권시장이 될 텐데 거기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라는 거죠."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주식, 채권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민연금의 안정과 정착을 보험료율 인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욱 씨.
박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전 식당을 운영하면서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욱(식당 운영) : "가게가 잘 안되니까 아무래도 낼 여력도 없고 그러니까 안 내고 있는 거죠. 자영업자니까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러니까 그거 하는 거죠. 못 내고 있는 거죠."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박 씨처럼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연체자와 납부예외자는 5백만 명이 넘습니다.
연금 가입자 2천여만 명 가운데 4분의 1 정돕니다.
당연히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노후 대책도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방치할 경우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저임금 노동자들, 그리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보험체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 그런 정책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해마다 적자가 쌓여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 군인연금은 놔둔 채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과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재정 건전상태도 훨씬 떨어지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재정 안정화 조치가 없었거든요. 더 이상 공무원, 사학연금이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걸림이 되지 않을 정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정도의 어떤 제도개혁 강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금을 못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불신을 없애기 위해 연금 지급을 국가가 약속하는 방안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급 보장 들어간다고 국가의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국가가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것을 명문화하지 않는 거는 저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국민연금 국가 보증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16년 차 직장인인 김민주 씨는 국민연금을 노후 설계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대로 쭉 보험료를 내면 은퇴 뒤 매달 백20만 원가량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민주(국민연금 가입자) : "이 상태로 적립을 계속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연금이 얼마씩 나오겠다는 것에 대한 안내를 받았거든요. 근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인 거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사회 구성원의 이런 신뢰를 통해 가능한 복지 제도입니다.
낸 돈 만큼 돌려받는 저축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공적 부조입니다.
보험료율을 언제 얼마나 올릴지, 사각지대를 어떻게 줄이고 연금 지급은 누가 어떻게 보장할지, 국민연금의 이 여러 과제를 국민의 공감과 합의 속에서 풀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녹취> 국민연금재정추계위 발표 : "2043년부터 적자,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 뒤에 2060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결과가,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60년이 되면 완전히 바닥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인터뷰> 시민 : "실질적으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잘 못 받는다고 내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저희까지는 뭐 탈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국민연금 뭐, 그 시대에 가면 어려울 것 같아요."
지난 9일에는 적립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 발전위원회가 연금제도 시행 25년 만에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아유, 우리는 안되지. 지금 경기가 없어서 장사들도 안 되는데 거기다가 국민연금까지 또 올리면 어떡해?"
<인터뷰> 시민 : "아무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 한에서 연금이 올라간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적립금은 바닥이 난다는데, 보험료는 더 걷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입자들은 노후에 과연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일부의 우려처럼 연금을 못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걸까요?
너무도 중요하지만, 말도 많은 국민연금을 취재했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했던 68살 이태호 씨,
퇴직을 했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의 하루하루는 늘 바쁩니다.
은퇴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인터넷에서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공인중개사들에게 최신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신문에서 발췌를 해서 카페에 글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년의 도전과 열정은 매달 백만 원 남짓 나오는 국민연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병원비. 그 다음에 헬스 같은 운동비, 자동차 휘발유 값, 또 핸드폰 값 이런 거에 쓰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생활에 큰 불편을 느꼈을 거예요."
1988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이 씨는 벌써 8년째 꼬박꼬박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태호(국민연금 수급자) : "25일날 아침에 딱 찍혀요. 통장에. 그러면 그 통장에다가 글씨를 써놓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씨를 써놔요."
14년째, 조그마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영 씨 부부.
<녹취> "안녕히 가세요."
1999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김 씨는 매달 18만 원 정도씩 국민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2005년 5월 20일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14만 2천 얼마가 됐죠. 조금씩 올라서 지금은 18만 890원이네요. 현재 수령하는 게"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그래도 김 씨는 다달이 나오는 국민연금이 고맙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재영(국민연금 수급자) : "벌써 9년째 받는 건데, 내가 돈 내고 다시 다 받았을걸요? 더 받았지 지금. 많이 도움되죠."
1988년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주부들까지, 현재 2천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습니다.
<녹취> "평생 월급 국민연금"
매달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3백38만 명, 은퇴 뒤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우려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30년 뒤 2043년이면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져 적자로 돌아서고, 그것도 얼마 못 가 바닥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녹취> 김용하(국민연금재정추계위 위원장) : "현재 상황, 상황으로 봤을 때는 기본적으로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으면 사실상 2060년에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현재 408조 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2043년 2천5백조 원 가까이 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60년이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게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예측입니다.
이 발표 이후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9%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국민연금의 문제점으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기금 고갈 문제를 꼽았습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개선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위원회는 최근 보험료율 인상, 즉 가입자에게 돈을 더 걷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녹취> KBS 뉴스9 (7/9) : "국민연금 제도발전 위원회는 17차 회의 끝에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다수안으로 채택했습니다."
현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이를 13에서 14%까지 끌어올려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적립금 고갈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겁니다.
급속한 노령화와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2060년 기금이 소진되고 나서 지금 9%인 보험료를 한 해 갑작스럽게 22% 이상까지 올려야 됩니다. 지금보다 13%p를 올려야 되는 거죠."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현재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 의견이 모아지지만, 그 시기를 놓고는 이견이 팽팽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2040년대 중후반 가서 우리의 다음 세대가 결정을 해도 늦지가 않습니다. 기금고갈시점이 2060년이라면 반대로 얘기하면 앞으로 47년 동안 안정적이란 얘긴데 이렇게 안정적인 기금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어요."
설사 언젠가 기금 고갈이 되더라도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많은 국가들이 기금을 많이 쌓아놓지 않고 최소한의 기금을 가지고 운영을 하는 방식이고 바로 보험료를 걷어서 노인들한테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잘 운영을 해오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제도가 무너진다라는 식의 우려는 사실 적절치 않은 우려고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걷은 보험료를 적립금으로 쌓아 놓고 그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적립금 방식.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그 해 필요한 연금액수만큼 보험료를 걷어서 곧바로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식으로 자연스레 전환하면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로 볼 때 노인 복지를 위해 그 정도의 지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성숙(국민연금연구원장) : "국민연금이나 이런 공적연금은 살아서 계속 가는 제도인 거지, 그 나라 국민이 있는 한은 죽지 않고 계속 가는 제도지 언제 딱 끝나는 제도가 아니에요. 사적 연금 관점에서 보면 안 되는 거죠."
오히려 지금의 적립금 규모가 너무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 남재우(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적립금이 GDP 대비 30% 정도 수준인데 그게 한 2040년을 넘어가면 50%를 넘어갈 걸로 그렇게 예상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대표적인 자산운용시장이 주식시장이랑 채권시장이 될 텐데 거기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라는 거죠."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주식, 채권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민연금의 안정과 정착을 보험료율 인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욱 씨.
박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전 식당을 운영하면서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욱(식당 운영) : "가게가 잘 안되니까 아무래도 낼 여력도 없고 그러니까 안 내고 있는 거죠. 자영업자니까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러니까 그거 하는 거죠. 못 내고 있는 거죠."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박 씨처럼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연체자와 납부예외자는 5백만 명이 넘습니다.
연금 가입자 2천여만 명 가운데 4분의 1 정돕니다.
당연히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노후 대책도 없는 저소득층이어서 방치할 경우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저임금 노동자들, 그리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보험체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 그런 정책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해마다 적자가 쌓여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 군인연금은 놔둔 채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과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재정 건전상태도 훨씬 떨어지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재정 안정화 조치가 없었거든요. 더 이상 공무원, 사학연금이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걸림이 되지 않을 정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정도의 어떤 제도개혁 강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금을 못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불신을 없애기 위해 연금 지급을 국가가 약속하는 방안도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급 보장 들어간다고 국가의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국가가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것을 명문화하지 않는 거는 저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국민연금 국가 보증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16년 차 직장인인 김민주 씨는 국민연금을 노후 설계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대로 쭉 보험료를 내면 은퇴 뒤 매달 백20만 원가량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민주(국민연금 가입자) : "이 상태로 적립을 계속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연금이 얼마씩 나오겠다는 것에 대한 안내를 받았거든요. 근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인 거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사회 구성원의 이런 신뢰를 통해 가능한 복지 제도입니다.
낸 돈 만큼 돌려받는 저축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공적 부조입니다.
보험료율을 언제 얼마나 올릴지, 사각지대를 어떻게 줄이고 연금 지급은 누가 어떻게 보장할지, 국민연금의 이 여러 과제를 국민의 공감과 합의 속에서 풀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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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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