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와 ‘등신’

입력 2013.07.19 (23:15) 수정 2013.07.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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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가 났던 지난 7일.

한 종편 채널 뉴스 앵커가 사고 속보를 전합니다.

<녹취>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2명이 사망자로 신원이 지금 파악이 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뭐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 발언이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는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중국 SNS에 올렸지만, 중국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조태영(외교부 대변인) : "중국 국민들이 이런 사과를 받아들여 주길 희망합니다. 한국 국민과 중국 국민은 서로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번 잘못 전달된 말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막말을 내뱉는다면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입니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런 막말이 잇따르면서 국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막말이 사그라지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리는 걸까요?

그 이유와 해결책을 알아봤습니다.

지난 11일,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 도중에 책에 나온 표현을 소개한다며 귀태라는 단어를 언급합니다.

<녹취> 홍익표(의원/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 : "귀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태어났다.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전 일본총리)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습니다."

청와대에선 강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녹취> 김행(청와대 대변인) : " 금도를 넘어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이는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입니다. "

여당인 새누리당도 강하게 반발하며 홍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습니다.

국회 일정도 중단시켰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예비 열람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 등이 줄줄이 파행됐습니다.

결국, 홍 의원이 원내 대변인직에서 물러났고...

<녹취> 홍익표(의원) :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 대변인직을 사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발언 이틀 뒤, 국회는 다시 정상화됐습니다.

<녹취> 윤상현(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 "(사과를) 수용하기엔 좀 이르다는 입장이고 그렇지만 여당으로서 짊어진 무거운 책무를 생각할 때 더이상 국회 정상화 문제를 끌어서는 안된다..."

취재진은 이른바 '귀태' 발언의 진의를 알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전화녹취>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 (음성변조) : "또 말을 하면 국회 정상화의 취지가 또 흔들리죠. 그래서 죄송합니다만..."

홍 의원이 사퇴한 바로 다음날.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가 다시 열렸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대해 김경협 의원이 발언합니다.

<녹취> 김경협(민주당 의원) : "이것은 마치 히틀러가 나치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유태인을 집단 학살한 것과 같은 비슷한 모양새를 띠어가고 있습니다. "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고 급기야 특위가 중단될 위기까지 갔습니다.

<녹취> 이완영(새누리당 의원) : " 김경협 의원께서 취소나 사과하지 않으면 이 위원회 정회를 하고 저는 그대로 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습니다.

<녹취> 김경협(민주당 의원) : " 히틀러가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 나치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듯이 홍준표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서 노동조합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이게 막말입니까?"

김 의원은 귀태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녹취> 김경협(민주당 의원) : " 막말이라고 그래서 그것도 그걸 핑계로 해서 또다시 국정조사를 모두 무산시키겠다, 국회 모든 일정을 중단시키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내부에 상당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위라는 거죠. "

막말 논란은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김태호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발언합니다.

<녹취> 김태호(새누리당 의원) : " 문, 안의 단일화야말로 대국민 사기극이다, 국민을 마치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이런 국민 사기 쇼는 즉각 중단돼야 된다."

곧바로 표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습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엔 이상배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노 전 대통령의 방일 외교에 대해 논평한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른바 '등신' 발언입니다.

<녹취> 이상배(前 의원/당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한국 외교사에 치욕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하며 반발했습니다.

<녹취> 이재정(당시 민주당 의원) :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아주 망언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때엔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도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김홍신(당시 한나라당 의원) : "김대중 대통령, 임창열 후보는 거짓말 하도 많이 하고 그래 왔기 때문에 아마 공업용 미싱을 박아야될 겁니다. "

김 전 의원은 이 발언으로 모욕죄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의 막말은 공식석상에서의 발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04년, 당시 총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환생 경제'라는 제목의 연극을 전남 곡성에서 선보였습니다.

<녹취> 박순자(당시 한나라당 의원) : "애가 아파도 돈이 있어야 병원에 데려가지. 아이구 00할 X."

:<녹취> " 인사를 해도 욕을 하는 이런 개00이 다 있어. "

이 욕설의 대상은 죽은 아들 경제의 아버지인 노가리.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빗댄 표현으로 들렸습니다.

최근엔 트위터 등 SNS 상에서도 정치인들의 거친 표현이 늘었습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을 상스러운 말로 표현했고... 김광진 민주당 의원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심한 욕설이 담긴 표현을 리트윗, 즉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추천, 전달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막말을 국민은 어떻게 보고있을까?

<인터뷰> 류승진 (서울시 공덕동) :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주변국들에게 망언을 쏟아냄으로써 자국민들의 인기를 얻으려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의 대표인 만큼 염치와 품격을 갖고 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박보영(서울시 대학동) : "지금 현안이 되게 많은데 망자를 이용해서 자기들 정치 게임을 하는 거에 역량을 낭비할 시간이 있다는 게 국민의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네요. "

막말이 나올 때마다 비판이 터져나와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막말이 나오는 이유.

<녹취> 국회의원 비서관 (음성 변조) :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속시원한 부분들이 있죠. 정치인들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유혹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나아가 이른바 '진영논리' 또는 '패거리 문화'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훈(정치평론가) : " 어느 한쪽 편을 확실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열광하는 그런 현상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일종의 맹신주의자 집단이 되거든요. "

또, 최근 들어서는 SNS와 인터넷의 파급력에 기댄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 정보 분석 업체가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40퍼센트 정도가 SNS를 통해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 약 13퍼센트는 정치인의 SNS를 정기적으로 구독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SNS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표현도 빠르게 퍼져서 그 파급력도 배가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훈 (정치평론가) : "요즘에는 인터넷 환경을 늘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기왕이면 눈에 잘 띄는, 검색어 1위에 올라갈 수 있는, 일종의 키워드 정치를 하게 되는 겁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막말은 우리만의 일일까?

의회 역사가 깊은 영국에서도 거침없는 야유와 조롱은 자주 등장합니다.

수상과 야당 당수가 주고받는 말에서까지 거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녹취> 에드 밀리밴드(영국 노동당 당수) : " 그게 현실입니다. (수상이) 싸움을 걸고 싶어서 환장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 (노동당은) 무책임한 좌파이고 약해 빠졌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격해지자 의장이 일침을 놓습니다.

<녹취> 존 버커우(영국 하원의장) : " 진정하십시오. 서로 야유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데 어느 편에서 나오는 야유든 정말 재미없고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국민들도 듣기 싫어하고 의장인 나도 듣기 싫습니다."

이처럼 신랄한 공방으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야는 의회 중앙에 그어진 빨간 선을 넘을 수 없고, 상대에 대한 모든 공격은 의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집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 (노동당) 당수가 이 의회에서 발언한 내용은 완전히 틀렸다는 겁니다."

또 영국 의회 규정은 상대를 거론할 때 반드시 '존경한다'는 표현을 쓰도록 하고 모욕적이거나 무례하게 비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철(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 : " 영국 정치인들이 상당히 비유법, 풍자법 이런 것들을 잘 씁니다. 상대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다 간접적으로 풍자하면서 비유함으로 인해서 소통을 훨씬 더 부드럽게 하죠."

영국에선 정당 스스로 엄격한 잣대에 따라 소속 의원에게 징계를 내리기도 합니다.

영국의 나지르 아흐메드 상원의원은 테러범에게 현상금을 내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오바마에게 현상금을 걸겠다고 말했다가 당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막말 파문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정계를 떠난 정치인이 많습니다.

지난해 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섰던 공화당의 토드 아킨 미주리주 하원의원.

<인터뷰> 토드 아킨(공화당 미주리주 하원의원) : "의사들은 무엇보다 성폭행에 따른 임신은 드물다고 말합니다. 진짜 성폭행이라면 여성의 몸은 (임신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아킨 의원뿐 아니라 그를 두둔했던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줄줄이 낙선했습니다.

막말 등으로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돼 있는 의원 징계안은 19대 국회 들어 13건입니다.

하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막말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훈(정치평론가) : "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할 것이 아니고 외부 전문가들을 함께 참여를 시켜서 중립적으로 징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국회법에서는 국회의원은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서 발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무시한, 도를 넘는 정치인들의 막말.

제발 좀 품격을 지켜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더 커야 국회에 들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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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태’와 ‘등신’
    • 입력 2013-07-19 23:29:07
    • 수정2013-07-19 23:38:07
    취재파일K
<프롤로그>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가 났던 지난 7일.

한 종편 채널 뉴스 앵커가 사고 속보를 전합니다.

<녹취>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2명이 사망자로 신원이 지금 파악이 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뭐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 발언이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는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중국 SNS에 올렸지만, 중국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조태영(외교부 대변인) : "중국 국민들이 이런 사과를 받아들여 주길 희망합니다. 한국 국민과 중국 국민은 서로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번 잘못 전달된 말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막말을 내뱉는다면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입니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런 막말이 잇따르면서 국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막말이 사그라지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리는 걸까요?

그 이유와 해결책을 알아봤습니다.

지난 11일,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 도중에 책에 나온 표현을 소개한다며 귀태라는 단어를 언급합니다.

<녹취> 홍익표(의원/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 : "귀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태어났다.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전 일본총리)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습니다."

청와대에선 강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녹취> 김행(청와대 대변인) : " 금도를 넘어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이는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입니다. "

여당인 새누리당도 강하게 반발하며 홍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습니다.

국회 일정도 중단시켰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예비 열람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 등이 줄줄이 파행됐습니다.

결국, 홍 의원이 원내 대변인직에서 물러났고...

<녹취> 홍익표(의원) :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 대변인직을 사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발언 이틀 뒤, 국회는 다시 정상화됐습니다.

<녹취> 윤상현(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 "(사과를) 수용하기엔 좀 이르다는 입장이고 그렇지만 여당으로서 짊어진 무거운 책무를 생각할 때 더이상 국회 정상화 문제를 끌어서는 안된다..."

취재진은 이른바 '귀태' 발언의 진의를 알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전화녹취>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 (음성변조) : "또 말을 하면 국회 정상화의 취지가 또 흔들리죠. 그래서 죄송합니다만..."

홍 의원이 사퇴한 바로 다음날.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가 다시 열렸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대해 김경협 의원이 발언합니다.

<녹취> 김경협(민주당 의원) : "이것은 마치 히틀러가 나치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유태인을 집단 학살한 것과 같은 비슷한 모양새를 띠어가고 있습니다. "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고 급기야 특위가 중단될 위기까지 갔습니다.

<녹취> 이완영(새누리당 의원) : " 김경협 의원께서 취소나 사과하지 않으면 이 위원회 정회를 하고 저는 그대로 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습니다.

<녹취> 김경협(민주당 의원) : " 히틀러가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 나치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듯이 홍준표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서 노동조합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이게 막말입니까?"

김 의원은 귀태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녹취> 김경협(민주당 의원) : " 막말이라고 그래서 그것도 그걸 핑계로 해서 또다시 국정조사를 모두 무산시키겠다, 국회 모든 일정을 중단시키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내부에 상당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위라는 거죠. "

막말 논란은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김태호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발언합니다.

<녹취> 김태호(새누리당 의원) : " 문, 안의 단일화야말로 대국민 사기극이다, 국민을 마치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이런 국민 사기 쇼는 즉각 중단돼야 된다."

곧바로 표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습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엔 이상배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노 전 대통령의 방일 외교에 대해 논평한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른바 '등신' 발언입니다.

<녹취> 이상배(前 의원/당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한국 외교사에 치욕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하며 반발했습니다.

<녹취> 이재정(당시 민주당 의원) :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아주 망언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때엔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도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김홍신(당시 한나라당 의원) : "김대중 대통령, 임창열 후보는 거짓말 하도 많이 하고 그래 왔기 때문에 아마 공업용 미싱을 박아야될 겁니다. "

김 전 의원은 이 발언으로 모욕죄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의 막말은 공식석상에서의 발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04년, 당시 총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환생 경제'라는 제목의 연극을 전남 곡성에서 선보였습니다.

<녹취> 박순자(당시 한나라당 의원) : "애가 아파도 돈이 있어야 병원에 데려가지. 아이구 00할 X."

:<녹취> " 인사를 해도 욕을 하는 이런 개00이 다 있어. "

이 욕설의 대상은 죽은 아들 경제의 아버지인 노가리.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빗댄 표현으로 들렸습니다.

최근엔 트위터 등 SNS 상에서도 정치인들의 거친 표현이 늘었습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을 상스러운 말로 표현했고... 김광진 민주당 의원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심한 욕설이 담긴 표현을 리트윗, 즉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추천, 전달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막말을 국민은 어떻게 보고있을까?

<인터뷰> 류승진 (서울시 공덕동) :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주변국들에게 망언을 쏟아냄으로써 자국민들의 인기를 얻으려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의 대표인 만큼 염치와 품격을 갖고 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박보영(서울시 대학동) : "지금 현안이 되게 많은데 망자를 이용해서 자기들 정치 게임을 하는 거에 역량을 낭비할 시간이 있다는 게 국민의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네요. "

막말이 나올 때마다 비판이 터져나와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막말이 나오는 이유.

<녹취> 국회의원 비서관 (음성 변조) :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속시원한 부분들이 있죠. 정치인들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유혹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나아가 이른바 '진영논리' 또는 '패거리 문화'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훈(정치평론가) : " 어느 한쪽 편을 확실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열광하는 그런 현상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일종의 맹신주의자 집단이 되거든요. "

또, 최근 들어서는 SNS와 인터넷의 파급력에 기댄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 정보 분석 업체가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40퍼센트 정도가 SNS를 통해 정치 활동에 참여했다, 약 13퍼센트는 정치인의 SNS를 정기적으로 구독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SNS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표현도 빠르게 퍼져서 그 파급력도 배가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훈 (정치평론가) : "요즘에는 인터넷 환경을 늘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기왕이면 눈에 잘 띄는, 검색어 1위에 올라갈 수 있는, 일종의 키워드 정치를 하게 되는 겁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막말은 우리만의 일일까?

의회 역사가 깊은 영국에서도 거침없는 야유와 조롱은 자주 등장합니다.

수상과 야당 당수가 주고받는 말에서까지 거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녹취> 에드 밀리밴드(영국 노동당 당수) : " 그게 현실입니다. (수상이) 싸움을 걸고 싶어서 환장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 (노동당은) 무책임한 좌파이고 약해 빠졌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격해지자 의장이 일침을 놓습니다.

<녹취> 존 버커우(영국 하원의장) : " 진정하십시오. 서로 야유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데 어느 편에서 나오는 야유든 정말 재미없고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국민들도 듣기 싫어하고 의장인 나도 듣기 싫습니다."

이처럼 신랄한 공방으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야는 의회 중앙에 그어진 빨간 선을 넘을 수 없고, 상대에 대한 모든 공격은 의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집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 (노동당) 당수가 이 의회에서 발언한 내용은 완전히 틀렸다는 겁니다."

또 영국 의회 규정은 상대를 거론할 때 반드시 '존경한다'는 표현을 쓰도록 하고 모욕적이거나 무례하게 비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철(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 : " 영국 정치인들이 상당히 비유법, 풍자법 이런 것들을 잘 씁니다. 상대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다 간접적으로 풍자하면서 비유함으로 인해서 소통을 훨씬 더 부드럽게 하죠."

영국에선 정당 스스로 엄격한 잣대에 따라 소속 의원에게 징계를 내리기도 합니다.

영국의 나지르 아흐메드 상원의원은 테러범에게 현상금을 내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오바마에게 현상금을 걸겠다고 말했다가 당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막말 파문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정계를 떠난 정치인이 많습니다.

지난해 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섰던 공화당의 토드 아킨 미주리주 하원의원.

<인터뷰> 토드 아킨(공화당 미주리주 하원의원) : "의사들은 무엇보다 성폭행에 따른 임신은 드물다고 말합니다. 진짜 성폭행이라면 여성의 몸은 (임신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아킨 의원뿐 아니라 그를 두둔했던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줄줄이 낙선했습니다.

막말 등으로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돼 있는 의원 징계안은 19대 국회 들어 13건입니다.

하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막말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훈(정치평론가) : "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할 것이 아니고 외부 전문가들을 함께 참여를 시켜서 중립적으로 징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국회법에서는 국회의원은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서 발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무시한, 도를 넘는 정치인들의 막말.

제발 좀 품격을 지켜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더 커야 국회에 들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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