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日 정치인 ‘잇단 망언’ 실언? 신념?

입력 2013.08.01 (00:01) 수정 2013.08.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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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 아베 정권의 2인자, 아소 다로 부총리가 지난 29일 독일 나치 정권의 헌법 무력화 수법을 배워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번엔 일본 문부상이 한국의 '민도', 즉 국민 수준까지 거론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녹취> 시모무라 하쿠분(문부과학상) : "(한국이) 앞으로 공정한 응원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졌고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 정권이 탈출구를 나치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계속되는 일본의 망언, 실언일까요. 아니면 신념일까요.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박재우 특파원!

<질문> 먼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일본도 "독일 나치식 개헌을 해야 한다" 고 발언해 논란이 뜨거운데요...

일본 현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먼저 교도통신과 같은 일본 언론들은 아소의 발언에 대해 나치 정권을 거론한 대목은 논쟁을 야기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소 부총리가 굳이 나치를 인용하며 일본의 개헌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 노림수가 결국, 히틀러식 전체주의와 군국주의를 내심 지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데요.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지인 넬슨 리포트는 아소 부총리의 망언이 한.미.일 동맹 유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미.일 동맹관계 유지와 협력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우려를 정곡으로 찌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질문> 일본 우파 세력의 상징적인 아소 다로 부총리, 일본에선 어떤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까?

<답변>

일본 자민당의 대표적인 극우파인 아소 다로 부총리의 별명은 이른바 `망언제조기'일 만큼 우리나라와는 악연이 깊은데요.

이번 나치 발언 뿐 아니라 그동안 거침없는 망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창씨개명이 한국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발언부터 시작해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미국의 남북전쟁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아소 부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노인 복지 문제와 관련해 노인들이 정부 예산으로 고액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잠자리가 뒤숭숭하다며 `노인이 어서 죽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인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에 아소 부총리가 말한 '나치식 개헌'의 의미를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나치 독일 역시, 히틀러의 수권법을 통해 기존의 헌법을 무력화시키지 않았습니까?

평화헌법 개정을 노리는 일본에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한 이유가 뭘까요?

<답변>

'가장 이상적인 헌법'이라고 불리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1919년 독일의 군주제가 붕괴하고 구성된 국민의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1933년 총리가 된 히틀러는 입법권 등 의회의 고유권한을 포괄적으로 행정부로 넘기는 이른바 '수권법'을 통과시키며 한순간에 기존 헌법 체계를 무너뜨렸는데요.

일본 자민당도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의회를 장악하긴 했지만 개헌 발의선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일본유신회 등 개헌에 적극적인 당들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이마르 헌법 폐기 당시의 독일과 현재의 일본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소 부총리 발언의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질문> 이뿐만이 아니죠.

아소에 이어 이번엔 일본의 장관 격인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지난 동아시아 축구 한일전 현수막과 관련해 도를 넘는 발언을 했다면서요?

계속되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답변>

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지난 28일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붉은악마가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건 데 한국민의 '민도', 다시 말해 국민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을 한 건데요. 시모무라 과학상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일본 축구협회와 긴밀하게 연계를 취하면서 대회 관계자들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일본 측에서 전범기를 건 일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현직 정부 각료가 특정 국가 국민의 수준을 운운하며 비판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예의를 어긴 게 아니냐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모무라 문부상은 지난 2007년에도 1기 아베 내각의 관방 부장관을 지낼 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질문>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아베 정권의 망언이 계속되고 있는데, 일본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에 제동을 걸 목소리가 없는 것 아닙니까?

결국, 이런 분위기가 평화헌법 개정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현재 일본은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내각이 총선에서 대승하면서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를 견제할 야권 세력이 크게 축소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동안 잠잠하던 망언이 터져나오는 것은 결국 개헌 발의 조건을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2/3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 96조를 과반 찬성으로 먼저 완화해보자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미노루(일본 정치평론가)

가장 핵심인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대와 교전권이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려는 아베 일본, 앞으로 최소 3년간 안정적인 정권 확보에 성공하면서 아베 내각의 망언과 극우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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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日 정치인 ‘잇단 망언’ 실언? 신념?
    • 입력 2013-08-01 07:30:00
    • 수정2013-08-01 08:20:26
    글로벌24
<앵커 멘트>

일본 아베 정권의 2인자, 아소 다로 부총리가 지난 29일 독일 나치 정권의 헌법 무력화 수법을 배워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번엔 일본 문부상이 한국의 '민도', 즉 국민 수준까지 거론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녹취> 시모무라 하쿠분(문부과학상) : "(한국이) 앞으로 공정한 응원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졌고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 정권이 탈출구를 나치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계속되는 일본의 망언, 실언일까요. 아니면 신념일까요.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박재우 특파원!

<질문> 먼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일본도 "독일 나치식 개헌을 해야 한다" 고 발언해 논란이 뜨거운데요...

일본 현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먼저 교도통신과 같은 일본 언론들은 아소의 발언에 대해 나치 정권을 거론한 대목은 논쟁을 야기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소 부총리가 굳이 나치를 인용하며 일본의 개헌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 노림수가 결국, 히틀러식 전체주의와 군국주의를 내심 지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데요.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지인 넬슨 리포트는 아소 부총리의 망언이 한.미.일 동맹 유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미.일 동맹관계 유지와 협력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우려를 정곡으로 찌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질문> 일본 우파 세력의 상징적인 아소 다로 부총리, 일본에선 어떤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까?

<답변>

일본 자민당의 대표적인 극우파인 아소 다로 부총리의 별명은 이른바 `망언제조기'일 만큼 우리나라와는 악연이 깊은데요.

이번 나치 발언 뿐 아니라 그동안 거침없는 망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창씨개명이 한국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발언부터 시작해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미국의 남북전쟁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아소 부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노인 복지 문제와 관련해 노인들이 정부 예산으로 고액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잠자리가 뒤숭숭하다며 `노인이 어서 죽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인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에 아소 부총리가 말한 '나치식 개헌'의 의미를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나치 독일 역시, 히틀러의 수권법을 통해 기존의 헌법을 무력화시키지 않았습니까?

평화헌법 개정을 노리는 일본에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한 이유가 뭘까요?

<답변>

'가장 이상적인 헌법'이라고 불리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1919년 독일의 군주제가 붕괴하고 구성된 국민의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1933년 총리가 된 히틀러는 입법권 등 의회의 고유권한을 포괄적으로 행정부로 넘기는 이른바 '수권법'을 통과시키며 한순간에 기존 헌법 체계를 무너뜨렸는데요.

일본 자민당도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의회를 장악하긴 했지만 개헌 발의선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일본유신회 등 개헌에 적극적인 당들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이마르 헌법 폐기 당시의 독일과 현재의 일본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소 부총리 발언의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질문> 이뿐만이 아니죠.

아소에 이어 이번엔 일본의 장관 격인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지난 동아시아 축구 한일전 현수막과 관련해 도를 넘는 발언을 했다면서요?

계속되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답변>

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지난 28일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붉은악마가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건 데 한국민의 '민도', 다시 말해 국민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을 한 건데요. 시모무라 과학상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일본 축구협회와 긴밀하게 연계를 취하면서 대회 관계자들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일본 측에서 전범기를 건 일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현직 정부 각료가 특정 국가 국민의 수준을 운운하며 비판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예의를 어긴 게 아니냐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모무라 문부상은 지난 2007년에도 1기 아베 내각의 관방 부장관을 지낼 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질문>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아베 정권의 망언이 계속되고 있는데, 일본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에 제동을 걸 목소리가 없는 것 아닙니까?

결국, 이런 분위기가 평화헌법 개정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현재 일본은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내각이 총선에서 대승하면서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를 견제할 야권 세력이 크게 축소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동안 잠잠하던 망언이 터져나오는 것은 결국 개헌 발의 조건을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2/3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 96조를 과반 찬성으로 먼저 완화해보자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미노루(일본 정치평론가)

가장 핵심인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이른바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대와 교전권이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려는 아베 일본, 앞으로 최소 3년간 안정적인 정권 확보에 성공하면서 아베 내각의 망언과 극우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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