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 고소득자에게 세금 더 걷어 서민 지원

입력 2013.08.08 (14:00) 수정 2013.08.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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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법개정안의 골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 더 많이 나눠주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 있는 세제'라는 비전에서 보듯 그 어느 때보다 '과세형평성'이라는 가치가 중시됐다.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창조경제 기반 구축이나 중소기업 육성 등 분야에도 상당한 세제 지원이 투입된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측면에서 비과세·감면도 상당 부분 정비됐다. 종교인에 소득세를 매기는 등 세입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를 도입한 데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입기반 확충이 다소 미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상대적으로 많이 늘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이 개편안은 국회 통과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고소득자는 세부담, 서민은 환급액 늘어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의료비와 교육비, 기부금, 보장성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특별공제 항목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가운데 자녀장려세제(CTC)를 신설한 것이다.

근로자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서민·중산층에게는 공제금액을 늘려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률의 공제를 정액으로 변경하면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근로장려세제가 확대되고 자녀장려세제가 신설되면서 저소득층 대상의 지급금액은 늘어난다.

일례로 소득과 재산 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현재는 3자녀에 200만원이 지급되지만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360만원(맞벌이)까지 지원된다.

근로장려세제의 소득 요건이 맞벌이 기준 2천500만원, 자녀장려세제가 4천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셈이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등 소득세제 개편에 따라 세 부담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경계선은 총급여액 3천450만원이다. 즉 연간 3천450만원 이상을 받는 상위 28% 계층은 세 부담을 더 지게 된다.


◇ 대기업에서 더 걷어 중소기업·벤처로

기업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줄이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대기업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1조원의 세 부담을 더 지게 된다.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던 세제 투자 지원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의약품·환경보전시설·에너지절약시설·연구개발(R&D)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R&D 준비금 제도를 폐지하고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을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반적으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먼저 줄이겠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 경제의 차기 성장 동력인 벤처나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늘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등에 대한 R&D 세제 지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선 과세 요건을 완화해줬고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도 더 많은 중소·중견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확대했다.

중소기업 고용 증가에 대해선 세제 지원을 강화했다.


◇ 과세 기반 늘리되 농어민 지속 지원

세수 증대 차원에서 과세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일몰이 만료되는 비과세·감면 44개 중 17개는 폐지, 다른 17개는 축소를 결정했다. 확대되는 제도가 4개, 적용기한을 없애거나 연장하는 제도는 6개다.

폐지나 축소는 대개 대기업 지원제도나 정책 목표를 달성한 비과세·감면이고 중소기업 고용이나 사회적 기업 등과 관련된 비과세·감면은 확대되기도 했다.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수술에 양악수술, 점 제거 등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성형 또는 미용 수술이 추가되는 등 부가세 대상도 확대됐다.

종교인과 고소득 농민은 처음으로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됐다. 공무원의 직급보조비 및 재외근무수당에도 소득세가 과세된다.

이런 가운데 농어촌특별세는 적용기한이 10년 연장됐다.

택시부가가치세 납부세액 경감제도는 일몰 종료에도 지속 적용되며 전세시장 안정 차원에서 85㎡ 이하 3억원 이하의 소형주택에 대한 전세보증금은 항구적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의 제도는 유지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 2조5천억원 세수 증대…국회 통과 '변수'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 따라 2조4천900억원의 세금이 더 징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에 한도가 설정되는 등 세수 증대 효과가 4조4천800억원에 달하지만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와 자녀장려세제의 도입 등 추가 세출도 1조9천900억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로 보면 내년에 올해 대비 4천300억원, 2015년에는 2조1천200억원, 2016년에는 500억원이 더 징수된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수입이 1조2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고 부가가치세가 7천700억원, 소득세 5천200억원 순이다.

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자가 1조9천700억원, 대기업이 1조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서민과 중산층은 9천900억원의 세금을 덜 내고 중소기업은 3천700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즉 기업 부문에서 1조3천700억원을, 개인 부문에서 9천800억원을 각각 더 걷는 셈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서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는 1조3천억원이다. 여기에 4천억원을 보태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로 1조7천억원을 총소득 4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주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 두고 있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에서조차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 재원을 중고액 연봉자들로부터 마련하는 데 대해 반발 기류가 있다.

신용카드 공제율 인하나 종교인 과세, 농수산물의제매입공제 등 쟁점에 대해서도 탐탁하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법 개정안 대상 법률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조세특례제한법 등 12개 내국세와 관세 관련법 3개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이석준 2차관은 "이번 세제 개편은 전반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배려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들에게 더 걷는 것을 골자로 한다"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운영된 비과세·감면도 적정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근로소득자는 안 그래도 유리지갑인데 지나치게 부담이 늘어난다"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세입 확충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저조한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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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법개정] 고소득자에게 세금 더 걷어 서민 지원
    • 입력 2013-08-08 14:00:44
    • 수정2013-08-08 14:03:09
    연합뉴스
2013년 세법개정안의 골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 더 많이 나눠주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 있는 세제'라는 비전에서 보듯 그 어느 때보다 '과세형평성'이라는 가치가 중시됐다.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창조경제 기반 구축이나 중소기업 육성 등 분야에도 상당한 세제 지원이 투입된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측면에서 비과세·감면도 상당 부분 정비됐다. 종교인에 소득세를 매기는 등 세입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를 도입한 데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입기반 확충이 다소 미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상대적으로 많이 늘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이 개편안은 국회 통과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고소득자는 세부담, 서민은 환급액 늘어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의료비와 교육비, 기부금, 보장성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특별공제 항목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가운데 자녀장려세제(CTC)를 신설한 것이다. 근로자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서민·중산층에게는 공제금액을 늘려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률의 공제를 정액으로 변경하면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근로장려세제가 확대되고 자녀장려세제가 신설되면서 저소득층 대상의 지급금액은 늘어난다. 일례로 소득과 재산 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현재는 3자녀에 200만원이 지급되지만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360만원(맞벌이)까지 지원된다. 근로장려세제의 소득 요건이 맞벌이 기준 2천500만원, 자녀장려세제가 4천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셈이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등 소득세제 개편에 따라 세 부담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경계선은 총급여액 3천450만원이다. 즉 연간 3천450만원 이상을 받는 상위 28% 계층은 세 부담을 더 지게 된다. ◇ 대기업에서 더 걷어 중소기업·벤처로 기업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줄이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대기업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1조원의 세 부담을 더 지게 된다.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던 세제 투자 지원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의약품·환경보전시설·에너지절약시설·연구개발(R&D)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R&D 준비금 제도를 폐지하고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을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반적으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먼저 줄이겠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 경제의 차기 성장 동력인 벤처나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늘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등에 대한 R&D 세제 지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선 과세 요건을 완화해줬고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도 더 많은 중소·중견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확대했다. 중소기업 고용 증가에 대해선 세제 지원을 강화했다. ◇ 과세 기반 늘리되 농어민 지속 지원 세수 증대 차원에서 과세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일몰이 만료되는 비과세·감면 44개 중 17개는 폐지, 다른 17개는 축소를 결정했다. 확대되는 제도가 4개, 적용기한을 없애거나 연장하는 제도는 6개다. 폐지나 축소는 대개 대기업 지원제도나 정책 목표를 달성한 비과세·감면이고 중소기업 고용이나 사회적 기업 등과 관련된 비과세·감면은 확대되기도 했다.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수술에 양악수술, 점 제거 등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성형 또는 미용 수술이 추가되는 등 부가세 대상도 확대됐다. 종교인과 고소득 농민은 처음으로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됐다. 공무원의 직급보조비 및 재외근무수당에도 소득세가 과세된다. 이런 가운데 농어촌특별세는 적용기한이 10년 연장됐다. 택시부가가치세 납부세액 경감제도는 일몰 종료에도 지속 적용되며 전세시장 안정 차원에서 85㎡ 이하 3억원 이하의 소형주택에 대한 전세보증금은 항구적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의 제도는 유지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 2조5천억원 세수 증대…국회 통과 '변수'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 따라 2조4천900억원의 세금이 더 징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에 한도가 설정되는 등 세수 증대 효과가 4조4천800억원에 달하지만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와 자녀장려세제의 도입 등 추가 세출도 1조9천900억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로 보면 내년에 올해 대비 4천300억원, 2015년에는 2조1천200억원, 2016년에는 500억원이 더 징수된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수입이 1조2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고 부가가치세가 7천700억원, 소득세 5천200억원 순이다. 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자가 1조9천700억원, 대기업이 1조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서민과 중산층은 9천900억원의 세금을 덜 내고 중소기업은 3천700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즉 기업 부문에서 1조3천700억원을, 개인 부문에서 9천800억원을 각각 더 걷는 셈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서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는 1조3천억원이다. 여기에 4천억원을 보태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로 1조7천억원을 총소득 4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주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 두고 있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에서조차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 재원을 중고액 연봉자들로부터 마련하는 데 대해 반발 기류가 있다. 신용카드 공제율 인하나 종교인 과세, 농수산물의제매입공제 등 쟁점에 대해서도 탐탁하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법 개정안 대상 법률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조세특례제한법 등 12개 내국세와 관세 관련법 3개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이석준 2차관은 "이번 세제 개편은 전반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배려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들에게 더 걷는 것을 골자로 한다"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운영된 비과세·감면도 적정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근로소득자는 안 그래도 유리지갑인데 지나치게 부담이 늘어난다"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세입 확충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저조한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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