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경찰이야? 군인이야? 미국 경찰 ‘군대화’ 논란

입력 2013.08.15 (00:07) 수정 2013.08.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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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범죄 집단이 도시를 장악하자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첨단 사이보그 경찰, 로보캅입니다.

지금 미국의 경찰들은 특공대를 꾸리고, 군사용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영화에서나 보던 이런 장면이 미국에서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경찰의 잇단 과잉진압 사건에, 지나친 무장화까지 더해져 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국제부 박수현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짐머만 사건의 충격과 논란이 아직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경찰에 의해 청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네요?

<답변> 예 지난 4일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던 소년이 순찰 중이던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그의 나이는 겨우 14살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시각은 새벽 3시 쯤이었는데요.

경찰은 총을 든 채 누군가를 쫓는 사람을 발견하고 추적해.. 총을 버리라고 명령했지만 불응하자 발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레이 켈리(뉴욕시 경찰국장) : "검정색 스페인제 권총이 시체 옆에서 발견됐습니다."

총을 쏜 경찰은 경찰 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경찰으로 소년이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어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비디오 판독 결과 "소년이 경찰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피해자 고모 : "경찰이 소년들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겨우 14살이었습니다. 공평하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 5월엔 경찰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강도에게 여러 발의 총을 쏴 인질과 강도가 모두 그 자리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경찰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토마스 데일/나소 카운디(경찰 감독 위원) : "사망한 안드레아 레벨로의 부모에게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해 8월에는 경찰관을 칼로 찌른 남성을 경찰들이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서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살하는 등 최근 들어 미국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경찰의 총기 사용에 쉽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해 보이네요?

<답변> 예 그렇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경찰이 소형 범죄사건에도 최첨단 화기로 무장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추세하는 점입니다.

지난해 1월, 미국 유타주의 한 주택에 무장한 경찰들이 들이닥칩니다.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와 섬광탄을 터뜨리자 자신이 공격받는 것으로 오인한 용의자는 경찰을 향해 권총을 쌌고 경찰도 250발을 난사했습니다.

용의자는 총상을 입었고 경찰 한 명이 숨졌습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것 같다는 여자 친구의 제보를 듣고 이 같은 급습 작전을 펼친 것인데요.

이라크전 참전 후유증 치료를 위해 집에서 소량의 마리화나를 재배하던 용의자는 졸지에 경관 살해범이 돼버렸고 재판도 받기 전에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복면을 쓰고 무장한 경찰의 급습 때문에 공포에 떨었던 시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람보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들이닥쳤어요."

<녹취> "집에 누군가 침입한 줄 알았습니다."

경찰인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는 911 신고 전화가 걸려 올 정돕니다.

<녹취> "경찰같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는데 무서워 죽겠어요."

<질문> 영장도 없이,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다면, 정말 경찰인지 강도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언제부터 경찰이 이렇게 군인처럼 중무장을 하고 다녔나요?

<답변> 196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인종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 특공대가 설치되면서부텁니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마약과의 전쟁 때엔 경찰이 군인들과 함께 헬리콥터와 U2 정찰기를 타고 합동 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가 경찰의 군사무기 구매를 지원해주면서 특공대를 앞세운 경찰의 중무장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인구 5만 명 내외의 소도시 가운데 경찰 특공대를 설치한 곳은 1983년엔 13%에 불과했는데요.

현재는 8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공대가 출동하는 진압 작전은 1970년대 1년, 100여 건에서 80년대 3000여 건으로 증가했고,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5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발코(‘워리어 캅의 등장’ 저자) : “70년대에는 경찰 특공대가 폭동이나 은행 강도의 인질 사태 같은 긴급 상황에 투입됐습니다. 이미 발생한 폭력을 제압하기 위해서만 폭력을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 특공대가 폭력을 낳고 있습니다.”

<질문>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만 특공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소도시까지..특공대가 넘쳐나는군요?

예 특공대를 설치하고 무기를 구매하면 연방 정부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안보부는 2002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경찰의 군사무기 구매 예산으로 340억 달러, 우리 돈 38조 원을 지원했습니다.

2011년 국방부는 경찰 무기 지원 예산으로 5억 달러를 썼습니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경찰의 무기 목록에 유탄 발사기에 블랙 호크 헬리콥터까지 포함되고 있습니다.

<녹취> 피터 크래스카 : "큰 규모의 경찰서이든 소규모이든 누구가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고, 50명의 경관들을 중무장화할 수 있는 27만 5천 달러를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부 당국은 경찰의 중무장화에 대해 중화기를 갖춘 범죄자들에 맞서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중화기를 사용한 살인 사건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의 중무장화가 극단적인 범죄를 낳고, 또 무고한 시민들이 과잉 진압에 희생되는 등 부작용도 많아 미국은 지금 경찰 군대화에 대한 논란이 거셉니다.

범죄로부터 시민과 경찰 자신의 안전을 보호하고, 그러면서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적정 수준은 과연 어디일까요?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 경찰들의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박수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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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경찰이야? 군인이야? 미국 경찰 ‘군대화’ 논란
    • 입력 2013-08-15 11:50:34
    • 수정2013-08-15 13:48:00
    글로벌24
<앵커 멘트>

범죄 집단이 도시를 장악하자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첨단 사이보그 경찰, 로보캅입니다.

지금 미국의 경찰들은 특공대를 꾸리고, 군사용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영화에서나 보던 이런 장면이 미국에서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경찰의 잇단 과잉진압 사건에, 지나친 무장화까지 더해져 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국제부 박수현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짐머만 사건의 충격과 논란이 아직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경찰에 의해 청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네요?

<답변> 예 지난 4일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던 소년이 순찰 중이던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그의 나이는 겨우 14살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시각은 새벽 3시 쯤이었는데요.

경찰은 총을 든 채 누군가를 쫓는 사람을 발견하고 추적해.. 총을 버리라고 명령했지만 불응하자 발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레이 켈리(뉴욕시 경찰국장) : "검정색 스페인제 권총이 시체 옆에서 발견됐습니다."

총을 쏜 경찰은 경찰 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경찰으로 소년이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어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비디오 판독 결과 "소년이 경찰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피해자 고모 : "경찰이 소년들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겨우 14살이었습니다. 공평하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 5월엔 경찰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강도에게 여러 발의 총을 쏴 인질과 강도가 모두 그 자리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경찰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토마스 데일/나소 카운디(경찰 감독 위원) : "사망한 안드레아 레벨로의 부모에게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해 8월에는 경찰관을 칼로 찌른 남성을 경찰들이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서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살하는 등 최근 들어 미국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경찰의 총기 사용에 쉽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해 보이네요?

<답변> 예 그렇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경찰이 소형 범죄사건에도 최첨단 화기로 무장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추세하는 점입니다.

지난해 1월, 미국 유타주의 한 주택에 무장한 경찰들이 들이닥칩니다.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와 섬광탄을 터뜨리자 자신이 공격받는 것으로 오인한 용의자는 경찰을 향해 권총을 쌌고 경찰도 250발을 난사했습니다.

용의자는 총상을 입었고 경찰 한 명이 숨졌습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것 같다는 여자 친구의 제보를 듣고 이 같은 급습 작전을 펼친 것인데요.

이라크전 참전 후유증 치료를 위해 집에서 소량의 마리화나를 재배하던 용의자는 졸지에 경관 살해범이 돼버렸고 재판도 받기 전에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복면을 쓰고 무장한 경찰의 급습 때문에 공포에 떨었던 시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람보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들이닥쳤어요."

<녹취> "집에 누군가 침입한 줄 알았습니다."

경찰인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는 911 신고 전화가 걸려 올 정돕니다.

<녹취> "경찰같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는데 무서워 죽겠어요."

<질문> 영장도 없이,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다면, 정말 경찰인지 강도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언제부터 경찰이 이렇게 군인처럼 중무장을 하고 다녔나요?

<답변> 196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인종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 특공대가 설치되면서부텁니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마약과의 전쟁 때엔 경찰이 군인들과 함께 헬리콥터와 U2 정찰기를 타고 합동 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가 경찰의 군사무기 구매를 지원해주면서 특공대를 앞세운 경찰의 중무장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인구 5만 명 내외의 소도시 가운데 경찰 특공대를 설치한 곳은 1983년엔 13%에 불과했는데요.

현재는 8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공대가 출동하는 진압 작전은 1970년대 1년, 100여 건에서 80년대 3000여 건으로 증가했고,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5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발코(‘워리어 캅의 등장’ 저자) : “70년대에는 경찰 특공대가 폭동이나 은행 강도의 인질 사태 같은 긴급 상황에 투입됐습니다. 이미 발생한 폭력을 제압하기 위해서만 폭력을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 특공대가 폭력을 낳고 있습니다.”

<질문>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만 특공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소도시까지..특공대가 넘쳐나는군요?

예 특공대를 설치하고 무기를 구매하면 연방 정부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안보부는 2002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경찰의 군사무기 구매 예산으로 340억 달러, 우리 돈 38조 원을 지원했습니다.

2011년 국방부는 경찰 무기 지원 예산으로 5억 달러를 썼습니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경찰의 무기 목록에 유탄 발사기에 블랙 호크 헬리콥터까지 포함되고 있습니다.

<녹취> 피터 크래스카 : "큰 규모의 경찰서이든 소규모이든 누구가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고, 50명의 경관들을 중무장화할 수 있는 27만 5천 달러를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부 당국은 경찰의 중무장화에 대해 중화기를 갖춘 범죄자들에 맞서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중화기를 사용한 살인 사건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의 중무장화가 극단적인 범죄를 낳고, 또 무고한 시민들이 과잉 진압에 희생되는 등 부작용도 많아 미국은 지금 경찰 군대화에 대한 논란이 거셉니다.

범죄로부터 시민과 경찰 자신의 안전을 보호하고, 그러면서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적정 수준은 과연 어디일까요?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 경찰들의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박수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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