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객 대행에서 부모·동업자까지

입력 2013.08.16 (08:34) 수정 2013.08.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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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결혼식 하객이 없거나 장례식 조문객이 없어서 사람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죠.

이럴 때 찾게 되는 곳이 역할대행업체라는 곳인데요.

최근에 이런 역할 대행업체들이 결혼 사기나 투자 사기에 이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역할대행업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는 겁니까?

<기자 멘트>

이 같은 업체를 찾는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요즘에는 그 역할이 다양해지고 그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는데요

역할을 대신해준다는 건 결국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좁니다.

그렇다보니 사기 결혼은 물론 이제는 투자 사기까지 잇따르고 있는데요.

절대 비밀, 신분 보장 등의 용어까지 써가면서 대놓고 사기를 부추기고 있는 일부 역할대행업체의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고발합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삼성그룹 전 부회장의 숨겨진 딸을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인 30대 이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22억 원에 달합니다.

<녹취> 김○○(피해 모면/음성변조) : "되게 황당했어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내가 그렇게 될 뻔 했구나..."

치밀하게 준비된 사기극.

그런데 이 사기극에서 경매전문가 역할을 한 공범 홍 모 씨는, 이 씨가 역할대행업체를 통해 고용한 직원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역할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작품이에요. 대행하신 분은 완전히 전문가예요. 경력이 오래 되신 분이에요. 그 여자(피의자 이 모 씨)가 딱 걸리는 바람에 저희 대행(업체)까지 연루가 됐는데..."

지난 3월에는 유부남 김 모 씨가 총각 행세를 해 결혼식을 올린 뒤, 여성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했는데요.

김 씨 역시 역할대행업체를 이용했습니다.

결혼식에 앞세울 가짜 부모가 필요했던 겁니다.

<녹취> 당시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부모가 반대해서 도저히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이고, 신부될 사람이 임신해서 4개월이 돼서, 결혼을 한 뒤에 아기를 낳아서 양가 부모님한테 가면 전부 다 해결이 될 것 같다고 (했어요.)"

지난해 상견례를 한 채 모 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성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난 뒤에야 사기를 당한 걸 알게 됐습니다.

상견례에 나온 남성 쪽 부모가 역시 역할대행업체에서 동원된 겁니다.

<녹취> 채○○(결혼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되게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서로가 ‘아들, 엄마’하고 친한 척하면서 저도 편했어요.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주로 결혼식 하객을 동원해주던 역할대행업체들.

요즘은 부모, 형제는 물론 투자자나 동업자 역할까지 대신해주면서 각종 사기사건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그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역할대행업체에 연락을 해봤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할 부모를 찾는다는 말에 직원은 먼저 원하는 조건을 묻습니다.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사업가처럼 보이는 사람, 공직자처럼 보이는 사람, 아니면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 저희가 다 맞춰드리죠. (실제로) 결혼식 하는 것을 와서 보셔도 괜찮은데요."

직접 와서 보라는 말에 결혼식이 열리는 한 호텔을 가봤습니다.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혼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는데요.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부모가) 사업을 하는 것으로 (가장을) 해서 어제 공항에서 상견례하고 오늘 결혼식 한 거예요."

결혼식이 끝난 후 부모를 대행했던 두 사람을 직접 만난 자리.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중국에 지인이 있어서 중국에 다니면서 몇 가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신다고, (아버님이) 지인이 마련해준 숙소에 계시는데 거기가 좋으신가보다, 이런 식으로 슬쩍..."

부모의 조건을 맞추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연출하는 과정.

충분히 사기에 이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내자 슬쩍 발을 뺍니다.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그런 것(사기) 같으면 안 해요, 우리가 하다가. 그걸 왜 해요. 안 하지."

자신들도 사기꾼에게 속아 ‘본의 아니게’ 사기에 가담하게 되는 거라며 핑계를 대는 업체도 있었는데요.

<녹취> B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안 한다, 이렇게 공지는 돼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업체에서도 (의뢰인에게) 속고 넘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기 행위를 부추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업체에 사업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요.

<녹취> C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우리 만나서 손해날 것은 없어요. 대행 관련해서 다방면으로 엘리트들이 많아요. 한마디로 고수들이에요."

베테랑만 있다고 자부하는 이 업체.

아예 대놓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갑니다.

<녹취> C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투자를 성공시키려고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것을 꾸며서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투자를 받는데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습니다.

<녹취> C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투자자를 만날 때) 코스 요리 같은 것 말고요. 간편하게 하는 게 좋아요. 되도록 짧게 할 말만 하고 나오는 게 좋거든요. (그게) 상대방한테 더 효과적입니다. 아시겠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기를 돕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발뺌하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삼성그룹 전 부회장의 딸 사칭 사건을 도운 홍 모 씨는 현재 불구속 입건된 상태.

벌금만 내면 될 거라는 게 문제가 된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해당 역할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걸리면 (역할)대행만 했다고 그렇게 하면 끝나는 것이고 거의 벌금으로 대신하고 일이 끝나요."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역할대행업체가) 어떤 행위를 할 때 실제로 불법적인 행위가 되는지에 대한 규정들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 규제와 관리 감독의 부재 속에서 현재 인터넷 등에서 성업 중인 역할대행업체는 백여 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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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하객 대행에서 부모·동업자까지
    • 입력 2013-08-16 08:37:05
    • 수정2013-08-16 10:27:1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결혼식 하객이 없거나 장례식 조문객이 없어서 사람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죠.

이럴 때 찾게 되는 곳이 역할대행업체라는 곳인데요.

최근에 이런 역할 대행업체들이 결혼 사기나 투자 사기에 이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역할대행업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는 겁니까?

<기자 멘트>

이 같은 업체를 찾는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요즘에는 그 역할이 다양해지고 그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는데요

역할을 대신해준다는 건 결국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좁니다.

그렇다보니 사기 결혼은 물론 이제는 투자 사기까지 잇따르고 있는데요.

절대 비밀, 신분 보장 등의 용어까지 써가면서 대놓고 사기를 부추기고 있는 일부 역할대행업체의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고발합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삼성그룹 전 부회장의 숨겨진 딸을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인 30대 이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확인된 피해 금액만 22억 원에 달합니다.

<녹취> 김○○(피해 모면/음성변조) : "되게 황당했어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내가 그렇게 될 뻔 했구나..."

치밀하게 준비된 사기극.

그런데 이 사기극에서 경매전문가 역할을 한 공범 홍 모 씨는, 이 씨가 역할대행업체를 통해 고용한 직원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역할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작품이에요. 대행하신 분은 완전히 전문가예요. 경력이 오래 되신 분이에요. 그 여자(피의자 이 모 씨)가 딱 걸리는 바람에 저희 대행(업체)까지 연루가 됐는데..."

지난 3월에는 유부남 김 모 씨가 총각 행세를 해 결혼식을 올린 뒤, 여성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했는데요.

김 씨 역시 역할대행업체를 이용했습니다.

결혼식에 앞세울 가짜 부모가 필요했던 겁니다.

<녹취> 당시 가짜 아버지 역할 대행(음성변조) : "부모가 반대해서 도저히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이고, 신부될 사람이 임신해서 4개월이 돼서, 결혼을 한 뒤에 아기를 낳아서 양가 부모님한테 가면 전부 다 해결이 될 것 같다고 (했어요.)"

지난해 상견례를 한 채 모 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성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난 뒤에야 사기를 당한 걸 알게 됐습니다.

상견례에 나온 남성 쪽 부모가 역시 역할대행업체에서 동원된 겁니다.

<녹취> 채○○(결혼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되게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서로가 ‘아들, 엄마’하고 친한 척하면서 저도 편했어요.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주로 결혼식 하객을 동원해주던 역할대행업체들.

요즘은 부모, 형제는 물론 투자자나 동업자 역할까지 대신해주면서 각종 사기사건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그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역할대행업체에 연락을 해봤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할 부모를 찾는다는 말에 직원은 먼저 원하는 조건을 묻습니다.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사업가처럼 보이는 사람, 공직자처럼 보이는 사람, 아니면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 저희가 다 맞춰드리죠. (실제로) 결혼식 하는 것을 와서 보셔도 괜찮은데요."

직접 와서 보라는 말에 결혼식이 열리는 한 호텔을 가봤습니다.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혼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는데요.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부모가) 사업을 하는 것으로 (가장을) 해서 어제 공항에서 상견례하고 오늘 결혼식 한 거예요."

결혼식이 끝난 후 부모를 대행했던 두 사람을 직접 만난 자리.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중국에 지인이 있어서 중국에 다니면서 몇 가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신다고, (아버님이) 지인이 마련해준 숙소에 계시는데 거기가 좋으신가보다, 이런 식으로 슬쩍..."

부모의 조건을 맞추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연출하는 과정.

충분히 사기에 이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내자 슬쩍 발을 뺍니다.

<녹취> A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그런 것(사기) 같으면 안 해요, 우리가 하다가. 그걸 왜 해요. 안 하지."

자신들도 사기꾼에게 속아 ‘본의 아니게’ 사기에 가담하게 되는 거라며 핑계를 대는 업체도 있었는데요.

<녹취> B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안 한다, 이렇게 공지는 돼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업체에서도 (의뢰인에게) 속고 넘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기 행위를 부추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업체에 사업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요.

<녹취> C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우리 만나서 손해날 것은 없어요. 대행 관련해서 다방면으로 엘리트들이 많아요. 한마디로 고수들이에요."

베테랑만 있다고 자부하는 이 업체.

아예 대놓고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갑니다.

<녹취> C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투자를 성공시키려고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것을 꾸며서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투자를 받는데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습니다.

<녹취> C 역할대행업체 직원(음성변조) : "(투자자를 만날 때) 코스 요리 같은 것 말고요. 간편하게 하는 게 좋아요. 되도록 짧게 할 말만 하고 나오는 게 좋거든요. (그게) 상대방한테 더 효과적입니다. 아시겠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기를 돕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발뺌하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삼성그룹 전 부회장의 딸 사칭 사건을 도운 홍 모 씨는 현재 불구속 입건된 상태.

벌금만 내면 될 거라는 게 문제가 된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해당 역할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걸리면 (역할)대행만 했다고 그렇게 하면 끝나는 것이고 거의 벌금으로 대신하고 일이 끝나요."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역할대행업체가) 어떤 행위를 할 때 실제로 불법적인 행위가 되는지에 대한 규정들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 규제와 관리 감독의 부재 속에서 현재 인터넷 등에서 성업 중인 역할대행업체는 백여 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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