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사] “원전 납품비리 추적”

입력 2013.08.18 (17:22) 수정 2013.08.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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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게 있죠.

바로 전력난을 가중시킨 원전 비리입니다.

불량 부품 납품에 시험성적서 조작과 금품수수,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원전에 비리가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목 이 기사, 오늘은 원전 부품 비리사건을 집중 보도한 KBS 부산방송총국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리포트>

지난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안전설비의 하나인 제어케이블이 불량 부품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를 계기로 KBS 부산방송총국은 원전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 결과 열교환기 부품도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불량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녹취> KBS 05.28 공웅조 리포트 : “KBS가 입수한 KIF의 시험성적서 원본과 위조본입니다. 원본과는 달리, KIF가 제출한 성적서에는 화학성분 함유량 표기가 다르고 부품 원료를 가져온 원소재업체의 전화번호는 지워져 있으며 원소재업체 직인은 날조됐습니다.”

이처럼 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횟수는 확인된 것만 모두 26번, 이는 업체 자체검사만으로도 부품 납품이 가능한 허점 때문이다.

<녹취>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 : “전혀 죄의식을 못 느끼는...주문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된 지 모르겠는데, 이건 시정해야 되겠네요.”

납품업체와 성능 검증업체, 한국전력기술 간부들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기 위해 사전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불량 부품 납품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90여 명, 이 가운데 구속자만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26명.

이 사건은 현재 이명박 정부 당시 고위 관리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앵커 멘트>

비리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하고 있는 KBS 부산방송총국 공웅조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공웅조 기자, 부산은 특히 주변에 원전이 많은 지역인데, 기자들도 그만큼 원전 비리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답변>

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기의 원전이 운영 중입니다.

그 중에서 5기가 부산 기장군에 설치돼 있고요.

앞으로 3기가 기장군과 인접한 울산시 울주군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부산 기장군 일대를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고리원전 주변 주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원전 사고소식에다 최근 들어서는 점점 대범해지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부패, 비리 소식 때문인데요.

자칫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주민들의 어장, 논밭, 가축은 물론이고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에 주민들은 원전 주변에 사는 것 자체가 조마조마하다고 합니다.

특히, KBS는 국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입니다.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 비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열 교환기 부품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는데, 그 근거로 제시한 시험성적서 원본과 위조본은 어디서 찾아낸 겁니까?

<답변>

네, 특종은 결국 좋은 제보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하죠.

거기다가 취재진의 발품이 보태져서 열 교환기 성적서 위조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의 제보 내용은 원전에 부품을 납품하는 단조업체·자재 가공업체가 부산 화전산업단지에 10여 곳 가량 몰려있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는 단순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원체 관계자들을 만나서 소문을 듣고 또,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 10여 개를 확보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한수원에 공식으로 요청해 입수한 성적서와 비교, 대조작업을 벌였는데요.

결국 원전에 들어가는 '열 교환기' 성적서가 위조됐고, 20여 차례에 걸쳐 불량 부품이 납품된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질문>

전에도 부품 고장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춘 적이 여러 번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동안 불량 부품 납품이 계속돼 온 건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기소된 사람들의 소속을 보면 이번 원전비리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이뤄져왔고 또 그동안 없어지지 않았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요.

JS전선 등 원전 부품업체는 시험성적서 검증기관인 새한티이피 등과 짜고 성적서를 위조합니다.

위조된 성적서는 한국전력기술에서 마지막 검증작업을 거치는데요. 그 과정을 통과하면 한수원에서 불량 부품을 쓰는 겁니다.

이렇게 부품 납품 과정을 거치면서 담당자들은 줄줄이 뇌물을 주고받았습니다.

원자력발전이 고도의 전문화된 영역이고 수만 개의 부품이 원전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사자들 말고는 부품이 불량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날 경우 불량 부품 문제인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불량 부품 납품이 적발됐지만 없어지지 않았던 겁니다.

<질문>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원전 부품을 불량으로 만들어 납품했다는 것은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건데, 취재과정에서 만나본 그들의 태도는 어땠나요?

<답번>

네. 대부분 특정학교 특정학과라는 학연으로 연결된 원전업계 종사자들을 원전 마피아라고 부릅니다.

마피아는 똘똘 뭉쳐서 범죄를 저질러도 스스로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원전업계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재수가 없어서 우리가 걸린 거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요.

관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런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성적서 조작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 말고 불량 부품이 더 있을 가능성은 없나요?

<답변>

네, 이번 원전비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입니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에 수사력이 집중되는 큰 사건은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이번 사건이 바로 첫 번째 TF팀이 구성돼 수사하는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 관계자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고 또,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실상 자체적으로 해오던 시험 성적서 검증 업무를 공인된 제3의 기관에 맡깉다는 정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번과 같은 대대적인 성적서 위조사건은 앞으로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전에 납품하는 사람들과 한수원 직원들이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성적서 위조가 관행이 되고 이번처럼 밖으로 알려져서 국제적인 망신을 살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네, 오늘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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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18 18:02:46
    • 수정2013-08-18 18: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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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무더운 여름,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게 있죠.

바로 전력난을 가중시킨 원전 비리입니다.

불량 부품 납품에 시험성적서 조작과 금품수수,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원전에 비리가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목 이 기사, 오늘은 원전 부품 비리사건을 집중 보도한 KBS 부산방송총국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리포트>

지난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안전설비의 하나인 제어케이블이 불량 부품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이를 계기로 KBS 부산방송총국은 원전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 결과 열교환기 부품도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불량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녹취> KBS 05.28 공웅조 리포트 : “KBS가 입수한 KIF의 시험성적서 원본과 위조본입니다. 원본과는 달리, KIF가 제출한 성적서에는 화학성분 함유량 표기가 다르고 부품 원료를 가져온 원소재업체의 전화번호는 지워져 있으며 원소재업체 직인은 날조됐습니다.”

이처럼 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횟수는 확인된 것만 모두 26번, 이는 업체 자체검사만으로도 부품 납품이 가능한 허점 때문이다.

<녹취>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 : “전혀 죄의식을 못 느끼는...주문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된 지 모르겠는데, 이건 시정해야 되겠네요.”

납품업체와 성능 검증업체, 한국전력기술 간부들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기 위해 사전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불량 부품 납품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90여 명, 이 가운데 구속자만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26명.

이 사건은 현재 이명박 정부 당시 고위 관리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앵커 멘트>

비리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하고 있는 KBS 부산방송총국 공웅조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공웅조 기자, 부산은 특히 주변에 원전이 많은 지역인데, 기자들도 그만큼 원전 비리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답변>

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기의 원전이 운영 중입니다.

그 중에서 5기가 부산 기장군에 설치돼 있고요.

앞으로 3기가 기장군과 인접한 울산시 울주군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부산 기장군 일대를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고리원전 주변 주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원전 사고소식에다 최근 들어서는 점점 대범해지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부패, 비리 소식 때문인데요.

자칫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주민들의 어장, 논밭, 가축은 물론이고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에 주민들은 원전 주변에 사는 것 자체가 조마조마하다고 합니다.

특히, KBS는 국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입니다.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 비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열 교환기 부품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는데, 그 근거로 제시한 시험성적서 원본과 위조본은 어디서 찾아낸 겁니까?

<답변>

네, 특종은 결국 좋은 제보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다고 하죠.

거기다가 취재진의 발품이 보태져서 열 교환기 성적서 위조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의 제보 내용은 원전에 부품을 납품하는 단조업체·자재 가공업체가 부산 화전산업단지에 10여 곳 가량 몰려있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는 단순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원체 관계자들을 만나서 소문을 듣고 또, 원전 부품의 시험 성적서 10여 개를 확보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한수원에 공식으로 요청해 입수한 성적서와 비교, 대조작업을 벌였는데요.

결국 원전에 들어가는 '열 교환기' 성적서가 위조됐고, 20여 차례에 걸쳐 불량 부품이 납품된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질문>

전에도 부품 고장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춘 적이 여러 번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동안 불량 부품 납품이 계속돼 온 건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기소된 사람들의 소속을 보면 이번 원전비리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이뤄져왔고 또 그동안 없어지지 않았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요.

JS전선 등 원전 부품업체는 시험성적서 검증기관인 새한티이피 등과 짜고 성적서를 위조합니다.

위조된 성적서는 한국전력기술에서 마지막 검증작업을 거치는데요. 그 과정을 통과하면 한수원에서 불량 부품을 쓰는 겁니다.

이렇게 부품 납품 과정을 거치면서 담당자들은 줄줄이 뇌물을 주고받았습니다.

원자력발전이 고도의 전문화된 영역이고 수만 개의 부품이 원전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사자들 말고는 부품이 불량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날 경우 불량 부품 문제인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불량 부품 납품이 적발됐지만 없어지지 않았던 겁니다.

<질문>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원전 부품을 불량으로 만들어 납품했다는 것은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건데, 취재과정에서 만나본 그들의 태도는 어땠나요?

<답번>

네. 대부분 특정학교 특정학과라는 학연으로 연결된 원전업계 종사자들을 원전 마피아라고 부릅니다.

마피아는 똘똘 뭉쳐서 범죄를 저질러도 스스로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원전업계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재수가 없어서 우리가 걸린 거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요.

관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런 안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성적서 조작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 말고 불량 부품이 더 있을 가능성은 없나요?

<답변>

네, 이번 원전비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입니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이후에 수사력이 집중되는 큰 사건은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이번 사건이 바로 첫 번째 TF팀이 구성돼 수사하는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 관계자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고 또,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실상 자체적으로 해오던 시험 성적서 검증 업무를 공인된 제3의 기관에 맡깉다는 정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번과 같은 대대적인 성적서 위조사건은 앞으로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전에 납품하는 사람들과 한수원 직원들이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성적서 위조가 관행이 되고 이번처럼 밖으로 알려져서 국제적인 망신을 살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네, 오늘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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