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 성취평가제 대입 미반영…입시·교육과정 ‘충돌’

입력 2013.08.27 (11:43) 수정 2013.08.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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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내신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지만 정작 대입 반영은 미뤄져 학교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7일 내놓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서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을 2019학년도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이후 대입 반영 여부는 2014∼2016년 일선 고교의 성취평가제 운영 결과와 정착 정도를 평가해 2016년 하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

이 기간 대학에는 현행처럼 상대평가 자료인 석차 9등급과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가 제공된다.

당장 내년부터 고교에서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데도 가장 중요한 대입 반영은 5년이나 미룬 것은 성취평가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집힌다는 비난을 받을게 뻔한데도 성취평가제를 무력화하는 것은 '일반고 위기' 속에서 성취평가제가 특목고·자사고에 유리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성취평가제는 내신성적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 대신 성취도에 따라 A-B-C-D-E-(F) 등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한다.

2011년 12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도부터 교과목별 성취기준·평가기준에 따라 성취수준을 절대평가하는 성취평가제를 고교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모든 과목이 선택형이고 소수학생만 선택하는 과목도 개설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이 2014학년도부터 고교에 적용돼 상대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성취평가제를 해야한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성취평가제는 친(親) 특목고·자사고 정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성적우수 학생이 모인 특목고와 자사고로서는 등수별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보다는 학생 성취도에 따라 점수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1995∼2004년 운영된 절대평가제 당시 불거진 '성적 부풀리기'의 폐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 31일∼8월 5일 전국 고교 교원 74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성취평가제가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80.0%에 달했다.

또 85.0%는 '성취평가제를 1년 이상 유보하거나 현 9등급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교육부는 2∼3년 전부터 예고된 성취평가제 도입 자체를 철회할 수는 없지만 대입 반영을 유예함으로써 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우리 고교 교육과정이 대입에 종속된 만큼 대학들이 그대로 현행 석차 9등급제를 활용한다면 성취평가제는 무의미하다.

대전 대성고 김동춘 교사는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내신이기 때문에 성취평가제가 유예되면 일반고로 오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교 평가에는 도입되면서 대입에만 반영 안 되는 '반쪽' 제도인 탓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현행 석차 9등급제와 성취평가제가 병행되는 것이냐"며 "입시와 교육과정의 평가방식이 충돌하기 때문에 교사·학생·학부모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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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 개편] 성취평가제 대입 미반영…입시·교육과정 ‘충돌’
    • 입력 2013-08-27 11:43:56
    • 수정2013-08-27 15:32:05
    연합뉴스
내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내신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성취평가제'가 도입되지만 정작 대입 반영은 미뤄져 학교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7일 내놓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서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을 2019학년도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이후 대입 반영 여부는 2014∼2016년 일선 고교의 성취평가제 운영 결과와 정착 정도를 평가해 2016년 하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

이 기간 대학에는 현행처럼 상대평가 자료인 석차 9등급과 원점수, 과목 평균, 표준편차가 제공된다.

당장 내년부터 고교에서 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데도 가장 중요한 대입 반영은 5년이나 미룬 것은 성취평가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집힌다는 비난을 받을게 뻔한데도 성취평가제를 무력화하는 것은 '일반고 위기' 속에서 성취평가제가 특목고·자사고에 유리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성취평가제는 내신성적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 대신 성취도에 따라 A-B-C-D-E-(F) 등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한다.

2011년 12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도부터 교과목별 성취기준·평가기준에 따라 성취수준을 절대평가하는 성취평가제를 고교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모든 과목이 선택형이고 소수학생만 선택하는 과목도 개설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이 2014학년도부터 고교에 적용돼 상대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성취평가제를 해야한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성취평가제는 친(親) 특목고·자사고 정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성적우수 학생이 모인 특목고와 자사고로서는 등수별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보다는 학생 성취도에 따라 점수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1995∼2004년 운영된 절대평가제 당시 불거진 '성적 부풀리기'의 폐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 31일∼8월 5일 전국 고교 교원 74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성취평가제가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이 80.0%에 달했다.

또 85.0%는 '성취평가제를 1년 이상 유보하거나 현 9등급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교육부는 2∼3년 전부터 예고된 성취평가제 도입 자체를 철회할 수는 없지만 대입 반영을 유예함으로써 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우리 고교 교육과정이 대입에 종속된 만큼 대학들이 그대로 현행 석차 9등급제를 활용한다면 성취평가제는 무의미하다.

대전 대성고 김동춘 교사는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내신이기 때문에 성취평가제가 유예되면 일반고로 오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교 평가에는 도입되면서 대입에만 반영 안 되는 '반쪽' 제도인 탓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현행 석차 9등급제와 성취평가제가 병행되는 것이냐"며 "입시와 교육과정의 평가방식이 충돌하기 때문에 교사·학생·학부모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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