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 마사회의 역질주

입력 2013.08.30 (23:01) 수정 2013.08.30 (23: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여자 중학교.

토론 수업 중인 학생들의 눈이 자꾸 창문 밖 한 건물로 향합니다.

우뚝 솟은 초 현대식 건물, 4년 여 만에 완공돼 이제 입주만 남은 화상 경마장입니다.

하지만 이 건물에 화상 경마장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지난 4월에서야 알려졌고, 그래서 반발도 더 거셉니다.

교실 벽에는 화상경마장 반대를 위한 학생들의 활동 계획들이 붙어 있습니다.

<인터뷰> "경마장 마사회 못 들어오게 하려고 반대운동 한거예요. (페이스 북에 올렸어요?) 네"

화상 경마장은 학교에서 직선 거리로 230여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인 200미터 밖에 위치해, 법적으로는 설치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럼 시간상으로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화상 경마장 앞쪽을 지나 버스를 타러 가는 하굣길 학생 3명을 따라가며 시간을 재 봤습니다.

학교를 나온 뒤 골목길을 지나, 큰 길을 건너자 바로 나타나는 화상경마장 건물.

시간은 6분 50여 초를 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맨 처음엔 안 믿었었죠. 학교 근처에 솔직히 누가 경마장을 세우겠어요. 그래서 좀...근데 9월, 10월에 들어온다고 하니까"

지상 18층, 지하 7층.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전체가 화상경마장으로 쓰여질 예정입니다.

국내 최대 규몹니다.

화상경마장은 옮길 경우 외곽으로 이전하는 게 정부 방침인데,

어찌된 일인지 관계 기관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도심 이전을 승인했고,

마사회는 화상경마장 건물을 짓는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4년동안 숨죽이며 건물을 지어 올렸습니다.

사행산업을 억제하겠다지만 말 뿐인 정부, 레저산업을 명분으로 야금야금 사행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마사회를 취재했습니다.

서울 용산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마사회의 마권장외발매소, 화상경마장입니다.

지금도 6층짜리 건물 전체를 쓰고 있는데, 이곳을 닫고 18층 짜리로 3배 넓혀 옮기겠다는 것이 마사회의 계획입니다.

입장권을 사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자리가 없어, 서거나, 아예 바닥에 앉아 경마 중계 화면을 지켜보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마권을 파는 발매소 앞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경마 정보지가 잔뜩 펼쳐져 있습니다.

<녹취> "얘가 한 석달 동안 바닥 쳤어. 최근에 올린거야 35%가"

화면에서 말이 출발하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고, 흥분해 의자 위로 뛰쳐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갔지만, 장내에서 돈을 땄다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요즘 왜 이러는 거야. 계속 잃네... 오면 50만 원 씩 잃고 있어."

오히려 돈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무허가 대부업, 이른바 꽁짓돈만 횡횡합니다.

<녹취> "돈 받았다니까. 근데 (은행에서) 안 찾아서 그래. 내일 5만 원 줄게. (빌려 줘) 없다 이제....10만 원 가져간 것도 줘야지."

돈이 떨어진 사람들도 쉽게 화상경마장을 뜨지 못하고 바로 앞 술 좌판으로 향합니다.

<녹취> "(막걸리 소주?...)난 소주 안 먹잖아 (어떤 거 먹어? 막걸리?)"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학생들의 하교 시간과 맞물리는 이 때, 밖에는 벌써 술자리가 한창입니다.

이런 화상 경마장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경마 관리감독권을 가진, 사감위, 즉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의 사전 협의입니다.

승인권을 가진 농식품부는 용산 화상경마장을 이전하는 사전 협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감위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뷰> 사감위 관계자(사감위) : "전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요.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자 농식품부의 말이 조금 바뀝니다.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 : "마사회에서 가서 설명을 한 것이죠. 자기들이 신청을 했고, 거기에 따라서... (농식품부의) 지침도 그럴 테고, 그걸 마사회에서 갔다고 하면 사전협의 (범위) 안에 드는 건지?"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 : "그래서 저희들이 사전 협의라는게 아니고, 설명을 분명히 했다라고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면서 전화 협의를 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 : "그 때 (담당자가) 전화로 몇 번을 했다고 그러고 있습니다."

사전협의 조항은 지난 2009년, 농식품부가 스스로 만든 지침입니다.

<인터뷰> 이헌욱(변호사) : "행정부 내부에서는 그 업무처리를 하기 위해서 꼭 지켜야 되는 내용이죠. 그래서 농식품부가 지침을 제정해 놓고 스스로 안 지킨다고 하면 행정부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당연히 징계사유가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울 마포의 한 건물.

건물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녹취> "이거요. 언제부터 철거하기 시작했어요? (철거요? 10일 경...) 이번달 10일부터요? (얼마 안됐어요.)"

이 주변 부지 역시 마사회가 화상 경마장 이전을 추진하는 곳입니다.

건물을 임차해 6개 층 정도 운영하던 마포 화상경마장을 20층 짜리 건물을 지어 확장 이전하겠다는 것입니다.

화상 경마장은 전국적으로 모두 32곳이 있고, 수도권에만 23곳이 몰려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게임 사태 이후 정부가 사감위를 만들어, 화장경마장 즉 마권장외발매소 신설 금지와 규모 축소, 도심 지역 발매소 외곽 이전 등의 방침을 밝혔지만, 어쩐 일인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화상경마장은 오히려 확장을 계속해 용산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2009년 이후 마사회가 추가 임차,이전 등을 통해 넓힌 장외발매소 면적만, 2만 9천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현재 용산에 위치하고 있는 6층 짜리 화상경마장의 면적이 7600 제곱미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용산 화상경마장을 4개 가까이 더 만들 규모의 확장을 한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외곽으로의 이전은 단 한 건도 없었고, 농식품부는, 확장안을 모두 승인해 줬습니다.

이같은 확장으로 마사회 매출도 지난 2005년 5조 2천 억 원에서 지난해 7조 8천 억 원으로 7년 새 2조 6천 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마사회는 이러한 확장이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종국(한국마사회 장외처장) : "환경 개선에 굉장히 큰 목적이 있습니다. 현재 있는 장소는 열악하니까 그것을 (넓게 옮겨서) 도시 복합 레저형이라고 해서, 지역민들한테 좋은 환경에서 이용을 하게 하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화상경마장.

마사회가 보다 넓은 곳, 쾌적한 환경에서 경마를 할 수 있도록 해, 건전한 레저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지난 2007년 확장 이전한 곳입니다.

화상 경마장 내부.

어지러이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녹취> "야야 237 안돼, 5번, 5번,...237"

한쪽에서는 경마로 돈을 잃었다며, 싸움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한 시간에 400만 원 (잃었어) 000아... (어 이 00봐라. 내가 따먹었냐? 하지 말라고 했지 너 보고?) 한 시간 만에 400을 잃었어. (데려와 놓고) 이제 하지 말래. 사장님 같으면 400만 원 날아 갔는데, 안하겠냐고?"

화상경마장이 들어오면 주변이 우범 지대화가 되지는 않을까 주민들은 걱정합니다.

<인터뷰> 이원영(용산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경마장이 들어서면, 경마장만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주변에 대부업체 생기고, 또 불법화상경마장 같은 것도 생긴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또 전당포 생기고 술집들 유흥업소들이 난립하게 되고, 그런 부분들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확인된 바 있고요."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화상경마장.

주변에 빼곡히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경마 정보지를 파는 좌판, 그리고 어김없이 건물 주변엔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저녁 7시 40분 마지막 경마가 끝나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들로, 길은 메워지고, 이들을 상대로 불법 경마 호객꾼들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취> "걸어서 5분 거리, 100% 현금 박치기..."

<녹취> "3번 출구. 스크린 경마장. 라이터 하나씩 가져 가세요"

오늘도 돈을 잃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거의 다 패잔병이라고 보면 되요. 패잔병. 내가 아는 사람 100%. 빌딩 있는 사람들도 다 거지되고. 그런 사람 한 두명 보는 게 아니야"

<녹취> "백번 오면 한번 딸까 말까 해. 중독 때문에 하는 거지 중독. 딱 꽂히는 거 어쩔 수 없는 거야.그냥 마약 맞는 기분이야"

'정부는 화상 경마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마사회는 경마 1회당 걸 수 있는 돈을 10만 원으로 상한선을 정해놓고도, 불법으로 고액을 거는 행위에 눈을 감고 있다.'

경마장에 출근하다시피하는 이른바 '꾼'들이 하는 말입니다.

<녹취> "내가 햇수로 3년 짼데, 여기 와서 이거에 빠지게 되면 모든 생활 전체가 여기 자금 만드는데 투자하니까, 살림이 안돼. 그러니까 정부에서 못하게 줄이는 방법으로 해야지..."

<녹취> 음성변조 : "하루에 5천 만원 씩 가져와서 사람을 각층에 하나씩 박아 가지고 몇번 사 몇번 사 하는 사람들 있어요. 일당을 줘요. 12만 원 씩 줘 가지고"

높이 솟은 화상경마장 입주 예정 건물 앞, 촛불 미사가 열렸습니다.

하나씩 밝혀지는 촛불들, 하나같이 화상경마장 입주에 반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녹취> "지금 이 시대에 우리 삶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분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

<녹취> "어른들이 경마를 안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도박 많이 안 빠졌으면 좋겠어요."

불과 몇 년 만에 조 단위의 매출이 늘어나도, 마사회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화상경마장 확장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마사회의 말들은 어디를 종착지로 해서 달리는 걸까?

건강한 레저활동 진흥을 내걸었지만 정작 사행을 부추기며 역질주를 하는 것은 아닐까?

화상경마장 앞에서 한숨짓는 우리 이웃들이 이제 더 큰 빌딩 화상경마장 앞에서 더 많은 이들이 모여 한숨을 쉬게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포커스 인] 마사회의 역질주
    • 입력 2013-08-30 19:23:36
    • 수정2013-08-30 23:19:09
    취재파일K
서울 용산구의 한 여자 중학교.

토론 수업 중인 학생들의 눈이 자꾸 창문 밖 한 건물로 향합니다.

우뚝 솟은 초 현대식 건물, 4년 여 만에 완공돼 이제 입주만 남은 화상 경마장입니다.

하지만 이 건물에 화상 경마장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지난 4월에서야 알려졌고, 그래서 반발도 더 거셉니다.

교실 벽에는 화상경마장 반대를 위한 학생들의 활동 계획들이 붙어 있습니다.

<인터뷰> "경마장 마사회 못 들어오게 하려고 반대운동 한거예요. (페이스 북에 올렸어요?) 네"

화상 경마장은 학교에서 직선 거리로 230여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인 200미터 밖에 위치해, 법적으로는 설치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럼 시간상으로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화상 경마장 앞쪽을 지나 버스를 타러 가는 하굣길 학생 3명을 따라가며 시간을 재 봤습니다.

학교를 나온 뒤 골목길을 지나, 큰 길을 건너자 바로 나타나는 화상경마장 건물.

시간은 6분 50여 초를 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맨 처음엔 안 믿었었죠. 학교 근처에 솔직히 누가 경마장을 세우겠어요. 그래서 좀...근데 9월, 10월에 들어온다고 하니까"

지상 18층, 지하 7층.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전체가 화상경마장으로 쓰여질 예정입니다.

국내 최대 규몹니다.

화상경마장은 옮길 경우 외곽으로 이전하는 게 정부 방침인데,

어찌된 일인지 관계 기관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도심 이전을 승인했고,

마사회는 화상경마장 건물을 짓는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4년동안 숨죽이며 건물을 지어 올렸습니다.

사행산업을 억제하겠다지만 말 뿐인 정부, 레저산업을 명분으로 야금야금 사행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마사회를 취재했습니다.

서울 용산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마사회의 마권장외발매소, 화상경마장입니다.

지금도 6층짜리 건물 전체를 쓰고 있는데, 이곳을 닫고 18층 짜리로 3배 넓혀 옮기겠다는 것이 마사회의 계획입니다.

입장권을 사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자리가 없어, 서거나, 아예 바닥에 앉아 경마 중계 화면을 지켜보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마권을 파는 발매소 앞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경마 정보지가 잔뜩 펼쳐져 있습니다.

<녹취> "얘가 한 석달 동안 바닥 쳤어. 최근에 올린거야 35%가"

화면에서 말이 출발하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고, 흥분해 의자 위로 뛰쳐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갔지만, 장내에서 돈을 땄다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녹취> "요즘 왜 이러는 거야. 계속 잃네... 오면 50만 원 씩 잃고 있어."

오히려 돈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무허가 대부업, 이른바 꽁짓돈만 횡횡합니다.

<녹취> "돈 받았다니까. 근데 (은행에서) 안 찾아서 그래. 내일 5만 원 줄게. (빌려 줘) 없다 이제....10만 원 가져간 것도 줘야지."

돈이 떨어진 사람들도 쉽게 화상경마장을 뜨지 못하고 바로 앞 술 좌판으로 향합니다.

<녹취> "(막걸리 소주?...)난 소주 안 먹잖아 (어떤 거 먹어? 막걸리?)"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학생들의 하교 시간과 맞물리는 이 때, 밖에는 벌써 술자리가 한창입니다.

이런 화상 경마장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경마 관리감독권을 가진, 사감위, 즉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의 사전 협의입니다.

승인권을 가진 농식품부는 용산 화상경마장을 이전하는 사전 협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감위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뷰> 사감위 관계자(사감위) : "전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요.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자 농식품부의 말이 조금 바뀝니다.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 : "마사회에서 가서 설명을 한 것이죠. 자기들이 신청을 했고, 거기에 따라서... (농식품부의) 지침도 그럴 테고, 그걸 마사회에서 갔다고 하면 사전협의 (범위) 안에 드는 건지?"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 : "그래서 저희들이 사전 협의라는게 아니고, 설명을 분명히 했다라고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면서 전화 협의를 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 : "그 때 (담당자가) 전화로 몇 번을 했다고 그러고 있습니다."

사전협의 조항은 지난 2009년, 농식품부가 스스로 만든 지침입니다.

<인터뷰> 이헌욱(변호사) : "행정부 내부에서는 그 업무처리를 하기 위해서 꼭 지켜야 되는 내용이죠. 그래서 농식품부가 지침을 제정해 놓고 스스로 안 지킨다고 하면 행정부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당연히 징계사유가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울 마포의 한 건물.

건물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녹취> "이거요. 언제부터 철거하기 시작했어요? (철거요? 10일 경...) 이번달 10일부터요? (얼마 안됐어요.)"

이 주변 부지 역시 마사회가 화상 경마장 이전을 추진하는 곳입니다.

건물을 임차해 6개 층 정도 운영하던 마포 화상경마장을 20층 짜리 건물을 지어 확장 이전하겠다는 것입니다.

화상 경마장은 전국적으로 모두 32곳이 있고, 수도권에만 23곳이 몰려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게임 사태 이후 정부가 사감위를 만들어, 화장경마장 즉 마권장외발매소 신설 금지와 규모 축소, 도심 지역 발매소 외곽 이전 등의 방침을 밝혔지만, 어쩐 일인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화상경마장은 오히려 확장을 계속해 용산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2009년 이후 마사회가 추가 임차,이전 등을 통해 넓힌 장외발매소 면적만, 2만 9천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현재 용산에 위치하고 있는 6층 짜리 화상경마장의 면적이 7600 제곱미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용산 화상경마장을 4개 가까이 더 만들 규모의 확장을 한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외곽으로의 이전은 단 한 건도 없었고, 농식품부는, 확장안을 모두 승인해 줬습니다.

이같은 확장으로 마사회 매출도 지난 2005년 5조 2천 억 원에서 지난해 7조 8천 억 원으로 7년 새 2조 6천 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마사회는 이러한 확장이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종국(한국마사회 장외처장) : "환경 개선에 굉장히 큰 목적이 있습니다. 현재 있는 장소는 열악하니까 그것을 (넓게 옮겨서) 도시 복합 레저형이라고 해서, 지역민들한테 좋은 환경에서 이용을 하게 하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화상경마장.

마사회가 보다 넓은 곳, 쾌적한 환경에서 경마를 할 수 있도록 해, 건전한 레저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지난 2007년 확장 이전한 곳입니다.

화상 경마장 내부.

어지러이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녹취> "야야 237 안돼, 5번, 5번,...237"

한쪽에서는 경마로 돈을 잃었다며, 싸움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한 시간에 400만 원 (잃었어) 000아... (어 이 00봐라. 내가 따먹었냐? 하지 말라고 했지 너 보고?) 한 시간 만에 400을 잃었어. (데려와 놓고) 이제 하지 말래. 사장님 같으면 400만 원 날아 갔는데, 안하겠냐고?"

화상경마장이 들어오면 주변이 우범 지대화가 되지는 않을까 주민들은 걱정합니다.

<인터뷰> 이원영(용산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경마장이 들어서면, 경마장만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주변에 대부업체 생기고, 또 불법화상경마장 같은 것도 생긴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또 전당포 생기고 술집들 유흥업소들이 난립하게 되고, 그런 부분들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확인된 바 있고요."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화상경마장.

주변에 빼곡히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경마 정보지를 파는 좌판, 그리고 어김없이 건물 주변엔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저녁 7시 40분 마지막 경마가 끝나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들로, 길은 메워지고, 이들을 상대로 불법 경마 호객꾼들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취> "걸어서 5분 거리, 100% 현금 박치기..."

<녹취> "3번 출구. 스크린 경마장. 라이터 하나씩 가져 가세요"

오늘도 돈을 잃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거의 다 패잔병이라고 보면 되요. 패잔병. 내가 아는 사람 100%. 빌딩 있는 사람들도 다 거지되고. 그런 사람 한 두명 보는 게 아니야"

<녹취> "백번 오면 한번 딸까 말까 해. 중독 때문에 하는 거지 중독. 딱 꽂히는 거 어쩔 수 없는 거야.그냥 마약 맞는 기분이야"

'정부는 화상 경마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마사회는 경마 1회당 걸 수 있는 돈을 10만 원으로 상한선을 정해놓고도, 불법으로 고액을 거는 행위에 눈을 감고 있다.'

경마장에 출근하다시피하는 이른바 '꾼'들이 하는 말입니다.

<녹취> "내가 햇수로 3년 짼데, 여기 와서 이거에 빠지게 되면 모든 생활 전체가 여기 자금 만드는데 투자하니까, 살림이 안돼. 그러니까 정부에서 못하게 줄이는 방법으로 해야지..."

<녹취> 음성변조 : "하루에 5천 만원 씩 가져와서 사람을 각층에 하나씩 박아 가지고 몇번 사 몇번 사 하는 사람들 있어요. 일당을 줘요. 12만 원 씩 줘 가지고"

높이 솟은 화상경마장 입주 예정 건물 앞, 촛불 미사가 열렸습니다.

하나씩 밝혀지는 촛불들, 하나같이 화상경마장 입주에 반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녹취> "지금 이 시대에 우리 삶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분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

<녹취> "어른들이 경마를 안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도박 많이 안 빠졌으면 좋겠어요."

불과 몇 년 만에 조 단위의 매출이 늘어나도, 마사회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화상경마장 확장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마사회의 말들은 어디를 종착지로 해서 달리는 걸까?

건강한 레저활동 진흥을 내걸었지만 정작 사행을 부추기며 역질주를 하는 것은 아닐까?

화상경마장 앞에서 한숨짓는 우리 이웃들이 이제 더 큰 빌딩 화상경마장 앞에서 더 많은 이들이 모여 한숨을 쉬게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