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산삼 훔쳤지?” 동료 심마니 살해

입력 2013.09.05 (08:36) 수정 2013.09.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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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냈던 두 남성이 살인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됐습니다.

이유는 바로 산삼 때문이었는데요.

가해자가 먼저 발견한 산삼 군락지의 산삼을 피해자가 가져갔다고 생각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취재하셨죠?

<기자 멘트>

산삼으로 맺어진 인연이 산삼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됐습니다.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목욕재개부터 한 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심마니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그만큼 충격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보다 막역했다는 두 심마니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을 주민들의 충격은 여전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일찍 와서 문을 열었는데 저기서 사람이 뛰어 넘어오더라고요."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119 구급차가 와서 왱왱 소리가 나더니 (집주인을) 싣고 가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달 28일 새벽 4시 쯤.

의문의 남성이 뛰어 나온 집 앞에 119 구급차가 도착했고, 얼마 뒤 집주인 69세 김 모 씨가 들것에 실려 나왔습니다.

<녹취> 논산소방서 관계자 : "의식이 완전히 명확하지 않았어요.계속 아프다 배 아프다 그렇게만 말씀하셨고 늑골 쪽에 열상하고 목 옆쪽에 열상이 있었어요."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몸 곳곳을 흉기에 찔린 상태, 경찰은 원한관계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그날 새벽 김 씨의 집 담장을 넘어 사라진 의문의 남성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명대식(논산경찰서 강력1팀) : "현장을 수색하던 중에 한 형사가 핏자국을 발견했어요. 상황을 들어 보니까 피해자의 피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피의자의 것으로 저희들이 판단을 하고 혈흔을 추적했어요."

사라진 남성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던 경찰은 인근 주차장에서 결정적인 단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명대식(논산경찰서 강력1팀) : "톨게이트 영수증을 발견하고 용의자의 것으로 판단을 하고 저희들이 고속도로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서 차량번호를 특정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그것이 피의자의 차량이었고요."

범행 이후 전주를 거쳐 서울까지 도주했던 남성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화로 자수의사를 밝혀왔고, 결국 범행 이틀만인 지난달 30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붙잡힌 남성은 49세 이 모 씨.

숨진 김 씨와는 형 동생으로 지내며 막역하게 지내오던 사이였습니다.

<인터뷰>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서로 다 심마니였는데 3년 전에 우연히 산에서 만나서 술 한 잔 먹으면서 형님 동생하면서 가까워진 사이입니다."

이렇게 좋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이 씨가 산삼군락지를 발견한 뒤부터였습니다.

<녹취>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가해자가 1년 전에 산삼 군락지를 발견한 거예요. 발견을 하고서 본인이 혼자만 알고 큰 산삼만 캐다가 팔고 했는데 그 사실을 피해자가 알게 된 것이죠."

강원도 화천의 한 야산에서 30~40년 된 산삼 백여 뿌리와 어린 산삼 수백 뿌리가 묻혀 있는 노다지를 발견한 이 씨.

김 씨는 심마니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이 씨가 수십 년 된 산삼을 계속 캐오는 게 이상해 이 씨에게 이유를 물어봤다고 하는데요.

이 씨는 평소 형처럼 따랐던 김 씨를 믿고 산삼군락지를 보여준 뒤 산삼 90여 뿌리를 함께 캐 왔습니다.

<녹취> 피의자의 동생 (음성변조) : "지인들한테 선물도 주고 300만 원 어치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원래 제값을 받으면 3천만 원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잘 모르니까 그 정도 받고 팔았나 보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안 캐고 놔뒀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더 자라면 팔겠다고요."

이 씨는 상품 가치가 없는 어린 산삼은 그대로 남겨 놓고 다음해를 기약했는데요.

하지만 올 봄 희망에 부풀어 산삼 군락지를 찾은 이 씨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인터뷰>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올해 봄에 가서 채취를 하려고 보니까 작년에 그 많던 산삼이 다 없어졌던 것이죠. 그러니까 분명히 피해자가 캐 갔을 것이다…."

둘만 아는 비밀의 장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산삼들!

이 씨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1년 전 함께 군락지를 찾았던 김 씨였습니다.

<인터뷰> 명대식(논산경찰서 강력1팀) : "어떻게 한 것이냐, 형님이 가져간 것이냐? 안 가져갔다. 원래 새끼 산삼은 장마 들고 또 가뭄 들고 그러면 삭아버린다고 변명을 했대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는 김 씨와 수차례 언쟁을 벌이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의 전 재산을 도둑맞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던 이 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내가 다 용서를 할 테니까 차라리 가져간 것을 시인해라 인정을 해라. 그런데 피해자가 끝까지 자기는 아니라고 하면서 더 미운 마음이 들었다고 죽여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대체 산삼이 뭐기에 살인극까지 일어난 것일까.

이 씨가 도둑맞았다고 생각한 산삼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인터뷰> 박형중(심마니 경력 26년/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장) : "30~40년 된 산삼이라면 최하 백만 원부터 최고 천만 원까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씨의 주장대로 수십 년 된 산삼 백여 뿌리가 묻혀 있었다면 1억 원이 넘는 산삼이 사라졌다는 얘긴데요.

<인터뷰> 박형중(심마니 경력 26년/ 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장) : "자기가 산삼을 봤던 자리를 구광자리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 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설령 간다고 해도 미리 선점한 사람이 허락을 한 후에 가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씨가 발견했다는 산삼 군락지의 존재 자체에 대해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박형중(심마니 경력 26년/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장) : "백여 뿌리가 한꺼번에 발견되기가 굉장히 어렵고 거의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최고 많이 나와야 20~30뿌리 정도."

산삼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결국 산삼 때문에 비극적으로 끝을 맺고 말았는데요.

경찰은 동료 심마니를 살해한 이 씨를 구속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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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산삼 훔쳤지?” 동료 심마니 살해
    • 입력 2013-09-05 08:39:14
    • 수정2013-09-05 09: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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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냈던 두 남성이 살인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됐습니다.

이유는 바로 산삼 때문이었는데요.

가해자가 먼저 발견한 산삼 군락지의 산삼을 피해자가 가져갔다고 생각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취재하셨죠?

<기자 멘트>

산삼으로 맺어진 인연이 산삼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됐습니다.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목욕재개부터 한 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심마니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그만큼 충격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보다 막역했다는 두 심마니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을 주민들의 충격은 여전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일찍 와서 문을 열었는데 저기서 사람이 뛰어 넘어오더라고요."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119 구급차가 와서 왱왱 소리가 나더니 (집주인을) 싣고 가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달 28일 새벽 4시 쯤.

의문의 남성이 뛰어 나온 집 앞에 119 구급차가 도착했고, 얼마 뒤 집주인 69세 김 모 씨가 들것에 실려 나왔습니다.

<녹취> 논산소방서 관계자 : "의식이 완전히 명확하지 않았어요.계속 아프다 배 아프다 그렇게만 말씀하셨고 늑골 쪽에 열상하고 목 옆쪽에 열상이 있었어요."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몸 곳곳을 흉기에 찔린 상태, 경찰은 원한관계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그날 새벽 김 씨의 집 담장을 넘어 사라진 의문의 남성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명대식(논산경찰서 강력1팀) : "현장을 수색하던 중에 한 형사가 핏자국을 발견했어요. 상황을 들어 보니까 피해자의 피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피의자의 것으로 저희들이 판단을 하고 혈흔을 추적했어요."

사라진 남성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던 경찰은 인근 주차장에서 결정적인 단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명대식(논산경찰서 강력1팀) : "톨게이트 영수증을 발견하고 용의자의 것으로 판단을 하고 저희들이 고속도로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서 차량번호를 특정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그것이 피의자의 차량이었고요."

범행 이후 전주를 거쳐 서울까지 도주했던 남성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화로 자수의사를 밝혀왔고, 결국 범행 이틀만인 지난달 30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붙잡힌 남성은 49세 이 모 씨.

숨진 김 씨와는 형 동생으로 지내며 막역하게 지내오던 사이였습니다.

<인터뷰>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서로 다 심마니였는데 3년 전에 우연히 산에서 만나서 술 한 잔 먹으면서 형님 동생하면서 가까워진 사이입니다."

이렇게 좋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이 씨가 산삼군락지를 발견한 뒤부터였습니다.

<녹취>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가해자가 1년 전에 산삼 군락지를 발견한 거예요. 발견을 하고서 본인이 혼자만 알고 큰 산삼만 캐다가 팔고 했는데 그 사실을 피해자가 알게 된 것이죠."

강원도 화천의 한 야산에서 30~40년 된 산삼 백여 뿌리와 어린 산삼 수백 뿌리가 묻혀 있는 노다지를 발견한 이 씨.

김 씨는 심마니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이 씨가 수십 년 된 산삼을 계속 캐오는 게 이상해 이 씨에게 이유를 물어봤다고 하는데요.

이 씨는 평소 형처럼 따랐던 김 씨를 믿고 산삼군락지를 보여준 뒤 산삼 90여 뿌리를 함께 캐 왔습니다.

<녹취> 피의자의 동생 (음성변조) : "지인들한테 선물도 주고 300만 원 어치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원래 제값을 받으면 3천만 원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잘 모르니까 그 정도 받고 팔았나 보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안 캐고 놔뒀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더 자라면 팔겠다고요."

이 씨는 상품 가치가 없는 어린 산삼은 그대로 남겨 놓고 다음해를 기약했는데요.

하지만 올 봄 희망에 부풀어 산삼 군락지를 찾은 이 씨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인터뷰>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올해 봄에 가서 채취를 하려고 보니까 작년에 그 많던 산삼이 다 없어졌던 것이죠. 그러니까 분명히 피해자가 캐 갔을 것이다…."

둘만 아는 비밀의 장소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산삼들!

이 씨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1년 전 함께 군락지를 찾았던 김 씨였습니다.

<인터뷰> 명대식(논산경찰서 강력1팀) : "어떻게 한 것이냐, 형님이 가져간 것이냐? 안 가져갔다. 원래 새끼 산삼은 장마 들고 또 가뭄 들고 그러면 삭아버린다고 변명을 했대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는 김 씨와 수차례 언쟁을 벌이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의 전 재산을 도둑맞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던 이 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남기웅(팀장/논산경찰서 강력1팀) : "내가 다 용서를 할 테니까 차라리 가져간 것을 시인해라 인정을 해라. 그런데 피해자가 끝까지 자기는 아니라고 하면서 더 미운 마음이 들었다고 죽여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대체 산삼이 뭐기에 살인극까지 일어난 것일까.

이 씨가 도둑맞았다고 생각한 산삼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인터뷰> 박형중(심마니 경력 26년/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장) : "30~40년 된 산삼이라면 최하 백만 원부터 최고 천만 원까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씨의 주장대로 수십 년 된 산삼 백여 뿌리가 묻혀 있었다면 1억 원이 넘는 산삼이 사라졌다는 얘긴데요.

<인터뷰> 박형중(심마니 경력 26년/ 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장) : "자기가 산삼을 봤던 자리를 구광자리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 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설령 간다고 해도 미리 선점한 사람이 허락을 한 후에 가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씨가 발견했다는 산삼 군락지의 존재 자체에 대해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박형중(심마니 경력 26년/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장) : "백여 뿌리가 한꺼번에 발견되기가 굉장히 어렵고 거의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최고 많이 나와야 20~30뿌리 정도."

산삼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결국 산삼 때문에 비극적으로 끝을 맺고 말았는데요.

경찰은 동료 심마니를 살해한 이 씨를 구속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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