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스위스 대학의 ‘창조교육’

입력 2013.09.07 (08:21) 수정 2013.09.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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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스위스 대학들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6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도 그중 한명인데요.

과학 분야에서 대부분의 수상자가 나왔을만큼, 스위스는 과학기술 강국이기도 합니다.

창의성을 강조해온 특유의 교육시스템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인데요.

오늘날엔 대학의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기업과의 벽을 허물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산-학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 스위스 로잔공과대학교를 송영석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위스 호반의 도시, 로잔.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지만, 대학과 글로벌 기업 연구소 60여 곳이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대표 혁신 도시라는 명성의 중심엔 로잔 공과 대학교가 있습니다.

로잔 공대의 랜드마크인 '롤렉스센터'.

안을 보면 도서관이라고 믿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학생들은 바닥에 누워서, 엎드려서 공부하고...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책과 씨름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르 메리히(로잔공대 1학년) : "토론을 하든 무엇을 하든 일을 즐겁게 한다면 동기부여가 더 잘되고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칸막이로 막힌 책상에 앉아서 조용히 책만 들여다봐야 하는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개방된 학습 분위기 속엔 무엇보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로잔공대 '사이언스파크'.

백 개 넘는 벤처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산-학 협력단지입니다.

입주 업체 대부분 학생과 교수로 구성된 학내 연구팀에서 출발했습니다.

학교가 거대한 벤처 타운인 셈입니다.

컴퓨터 안의 가상 얼굴이 실제 사람 얼굴과 연결돼 움직이는 이 기술도 한 학내 연구팀이 개발했습니다.

연구팀들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팔거나 직접 창업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르 E 이힘(박사과정) :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여러 에니메이션 회사들에게 이 기술을 팔고 있습니다. 연구 외 목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 다른 연구팀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쥐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약물을 주입하고 뇌에 전기 요법을 가하는 이 기술은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멉니다.

당장 빛을 발하지는 못 해도, 미래를 내다 본 연구들입니다.

<인터뷰> 그리고리에 코르티나(로잔공대 교수) : "이 기술이 부상 척추를 치료하는데 적합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부상이 덜 심각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같은 학내 연구팀은 3백 개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매년 10개 이상이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합니다.

남다른 창업 열기는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학교 차원은 물론, 가능성만 있으면 정부까지 투자에 나섭니다.

사이언스파크 입주업체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천억 원이 넘는 외부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콜린 생츄애리(입주업체 대표) : "학교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충분한 돈을 지원해줍니다. 또, 민간 투자자들도 있지만 스위스가 매우 독특한 것은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겁니다."

학교 안팎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이언스 파크 내 벤처기업 중 일부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90년대 마우스의 대중화를 이끈 컴퓨터 기기 생산업체인 로지텍은 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로잔공대 출신입니다.

로지텍 경영진은 최근 모교에 연구소를 세워 후배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로잔공대엔 로지텍 말고도 네슬레와 노바티스, 시스코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곳이 또 다른 산학협력 단지인 이노베이션 스퀘어입니다.

이곳엔 로잔공대 졸업생 천여 명이 고용돼있습니다.

<인터뷰> 예안 미셸 카둠(로지텍 기술경영팀장) : "4천명의 학생은 물론 교수와 과학자, 다른 연구소의 기술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들게도 큰 자산이 됩니다."

로잔공대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해외에서 온 인재들이 많다는 겁니다.

학생 절반이 유학생들이고, 교수진 가운데 70%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이렇게 해외 인력이 몰려드는 건 스위스가 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잔공대 교수 초임 연봉은 1억 8천만 원에 육박하고,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원들도 매달 9백만 원씩 받습니다.

반면 학부생과 석사 과정 학생들의 학비는 연간 백만 원 수준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대부분 장학금으로 충당됩니다.

스위스는 2차대전 뒤부터 국가 차원에서 해외인재 영입을 장려해왔고, 이를 통해 확보한 인적 자원은 오늘날 기술강국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스위스 전체 연구인력의 반 이상이 외국인이고, 노동 인구 천명 당 과학 분야 박사 수는 20명이 넘어 세명 수준인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 많습니다.

<인터뷰> 패트릭 애비셰(총장) : "저희는 스위스가 충분한 두뇌 인력을 얻기엔 작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고,
이런 정책이 오랫동안 지속돼왔습니다. "

로잔에 본사를 둔 한 중소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의약품을 개발하지만, 직접 만들어 팔진 않습니다.

대학 연구소 등에서 가능성 있는 제약기술을 사들인 뒤 임상실험 등을 통해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개발합니다.

이를 통해 특허를 따낸 뒤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라이센스를 행사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항암제들은 지난 30년 동안 28조 원어치나 팔렸습니다.

미완의 제약기술을 발굴해 팔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직접 의약품을 생산해 팔지 않고도 전세계 제약업계의 강자가 됐습니다.

이처럼 작지만 알차게 성장한 기업들은 스위스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입니다.

스위스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며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테이리 모그나리(디비오팜 대표) : "스위스는 작은나라지만 창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나라입니다."

스위스는 관광만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잘먹고 잘살 수 있는 축복받은 나랍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문 교육과 창업 시스템.

인재 확보를 위해 일찌감치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린 안목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알짜기업들까지...

관광과 은행업으로 번 돈을 교육과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좁은 국토와 자원부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강소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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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스위스 대학의 ‘창조교육’
    • 입력 2013-09-07 10:04:50
    • 수정2013-09-07 15:53:4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스위스 대학들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6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도 그중 한명인데요.

과학 분야에서 대부분의 수상자가 나왔을만큼, 스위스는 과학기술 강국이기도 합니다.

창의성을 강조해온 특유의 교육시스템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인데요.

오늘날엔 대학의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기업과의 벽을 허물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산-학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 스위스 로잔공과대학교를 송영석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위스 호반의 도시, 로잔.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지만, 대학과 글로벌 기업 연구소 60여 곳이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대표 혁신 도시라는 명성의 중심엔 로잔 공과 대학교가 있습니다.

로잔 공대의 랜드마크인 '롤렉스센터'.

안을 보면 도서관이라고 믿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학생들은 바닥에 누워서, 엎드려서 공부하고...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책과 씨름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르 메리히(로잔공대 1학년) : "토론을 하든 무엇을 하든 일을 즐겁게 한다면 동기부여가 더 잘되고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칸막이로 막힌 책상에 앉아서 조용히 책만 들여다봐야 하는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이렇게 자유롭고 개방된 학습 분위기 속엔 무엇보다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로잔공대 '사이언스파크'.

백 개 넘는 벤처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산-학 협력단지입니다.

입주 업체 대부분 학생과 교수로 구성된 학내 연구팀에서 출발했습니다.

학교가 거대한 벤처 타운인 셈입니다.

컴퓨터 안의 가상 얼굴이 실제 사람 얼굴과 연결돼 움직이는 이 기술도 한 학내 연구팀이 개발했습니다.

연구팀들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팔거나 직접 창업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르 E 이힘(박사과정) :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여러 에니메이션 회사들에게 이 기술을 팔고 있습니다. 연구 외 목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 다른 연구팀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쥐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약물을 주입하고 뇌에 전기 요법을 가하는 이 기술은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멉니다.

당장 빛을 발하지는 못 해도, 미래를 내다 본 연구들입니다.

<인터뷰> 그리고리에 코르티나(로잔공대 교수) : "이 기술이 부상 척추를 치료하는데 적합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부상이 덜 심각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같은 학내 연구팀은 3백 개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매년 10개 이상이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합니다.

남다른 창업 열기는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학교 차원은 물론, 가능성만 있으면 정부까지 투자에 나섭니다.

사이언스파크 입주업체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천억 원이 넘는 외부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콜린 생츄애리(입주업체 대표) : "학교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충분한 돈을 지원해줍니다. 또, 민간 투자자들도 있지만 스위스가 매우 독특한 것은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겁니다."

학교 안팎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이언스 파크 내 벤처기업 중 일부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90년대 마우스의 대중화를 이끈 컴퓨터 기기 생산업체인 로지텍은 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로잔공대 출신입니다.

로지텍 경영진은 최근 모교에 연구소를 세워 후배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로잔공대엔 로지텍 말고도 네슬레와 노바티스, 시스코 같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곳이 또 다른 산학협력 단지인 이노베이션 스퀘어입니다.

이곳엔 로잔공대 졸업생 천여 명이 고용돼있습니다.

<인터뷰> 예안 미셸 카둠(로지텍 기술경영팀장) : "4천명의 학생은 물론 교수와 과학자, 다른 연구소의 기술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들게도 큰 자산이 됩니다."

로잔공대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해외에서 온 인재들이 많다는 겁니다.

학생 절반이 유학생들이고, 교수진 가운데 70%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이렇게 해외 인력이 몰려드는 건 스위스가 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잔공대 교수 초임 연봉은 1억 8천만 원에 육박하고,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원들도 매달 9백만 원씩 받습니다.

반면 학부생과 석사 과정 학생들의 학비는 연간 백만 원 수준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대부분 장학금으로 충당됩니다.

스위스는 2차대전 뒤부터 국가 차원에서 해외인재 영입을 장려해왔고, 이를 통해 확보한 인적 자원은 오늘날 기술강국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스위스 전체 연구인력의 반 이상이 외국인이고, 노동 인구 천명 당 과학 분야 박사 수는 20명이 넘어 세명 수준인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 많습니다.

<인터뷰> 패트릭 애비셰(총장) : "저희는 스위스가 충분한 두뇌 인력을 얻기엔 작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고,
이런 정책이 오랫동안 지속돼왔습니다. "

로잔에 본사를 둔 한 중소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의약품을 개발하지만, 직접 만들어 팔진 않습니다.

대학 연구소 등에서 가능성 있는 제약기술을 사들인 뒤 임상실험 등을 통해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개발합니다.

이를 통해 특허를 따낸 뒤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라이센스를 행사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항암제들은 지난 30년 동안 28조 원어치나 팔렸습니다.

미완의 제약기술을 발굴해 팔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직접 의약품을 생산해 팔지 않고도 전세계 제약업계의 강자가 됐습니다.

이처럼 작지만 알차게 성장한 기업들은 스위스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입니다.

스위스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며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테이리 모그나리(디비오팜 대표) : "스위스는 작은나라지만 창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나라입니다."

스위스는 관광만으로도 남부럽지 않게 잘먹고 잘살 수 있는 축복받은 나랍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문 교육과 창업 시스템.

인재 확보를 위해 일찌감치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린 안목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알짜기업들까지...

관광과 은행업으로 번 돈을 교육과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좁은 국토와 자원부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강소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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