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간병 부담에 허리 ‘휘청’…대안 없나?

입력 2013.09.10 (21:28) 수정 2013.09.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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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긴 병에 효자 없다'란 말이 있죠?

중증 환자 가족들이 겪는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는 말인데요.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 보호자 가운데 간병하다 실직한 보호자가 10명 중 2명에 달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더라도 간병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나 급여 감소, 업무역량 감소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환자 보호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는 간병의 문제점과 실태를 남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상 사고로 목 신경을 다쳐 꼼짝 못하는 남편.

부인은 체력적 한계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만 빼고 계속 남성 간병인을 씁니다.

여기에만 한 달에 240만 원이 듭니다.

<인터뷰> 김진자(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당분간은 써야 되는데 그게 오히려 (치료비보다) 더 많이 들어가요. 간병비가 만만치 않아요..정말 만만치 않아요."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사실상 간병인을 쓰도록 유도합니다.

<녹취> 의료 관계자(음성 변조) : "차라리 간병인을 그냥 쓰는 게 어떻겠느냐, 이렇게 권유하죠. 이 부분을 병원에서 책임지지 않고 보호자에게 전가하는.."

일부 병원에선 간병인들이 환자를 돌보는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일부 의료 행위까지 간병인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녹취> 간병인(음성 변조) : "채용이 되면 할 수 밖에 없는 게, 뭐 (환자의) 가래 뽑기라든지, 소변 뽑기라든지, 콧줄로 영양식을 넣는 것.."

병원은 간병인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지만, 간병인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녹취> 간병인(음성 변조) : "그런 거를 다 할 줄 하는 간병사(간병인)를 채용하기를 (병원이) 원해요. 그렇지 않으면 (입원실로 못 가고) 중환자실에 계속 있을 수 밖에 없어요, 환자가."

불법의료 행위의 경계선까지 넘나드는 기형적 간병인 제도,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입니다.

<기자 멘트>

우리나라 병실엔 어디에나 환자 침대 옆에 침대 하나가 더 있죠?

바로 간병인 침대인데요.

간병인들을 환자 옆에서 먹고 자면서 모든 궂은 일을 도와줍니다.

간병인 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과 타이완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국내 병원의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 때문인데요,

종합병원 기준으로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할 환자 수는 12-19명 선, 일반 병원급에선 39명까지 이릅니다.

평균 15-20명으로 일본 7명, 미국 5명과 비교해 보면 간호사에게 간병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병인을 쓸 수 밖에 없는데요.

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의 14-15%가, 일반병원급에선 23.8%, 요양병원에서는 무려 88%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 간병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하루 평균 6-8만 원 선인걸 감안하면 나라전체론 연간 약 2조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가족들이 생계를 포기하고 간병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무려 4조원 이상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이처럼 국민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최근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실'을 만들어 시범 사업중인데요.

과연 잘 시행되고 있는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심장 수술을 받은 손복순 할머니, 간호해 줄 가족도, 간병인도 마땅치 않지만 걱정 없이 치료받고 있습니다.

전국 13개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덕분입니다.

병실 환경이 쾌적해졌고 환자들은 간호사의 간호를 받아 만족감이 높습니다.

<인터뷰> 손복순(보호자없는병원 입원환자) : "간호사들이 다해. 얘기해주면 번개같이 쫓아와서 다 해줘요. 물도 떠다주고 나 필요한 건 다 해줘요."

하지만 13개 시범 병원도 필요 인력 네명 중 세 명만 있을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더구나 간호인력 부족은 202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간병인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완전히 대체하려면 필요인력은 지금의 두 배가 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재정도 고민거리입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전면실시하는 데 최대 4조 원이 들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인터뷰> 안형식(고려대 의대 교수) : "건보에서 좀 부담을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 정도 여력은 사안의 중대성을 봤을 때는 필요할 정도 아닐까."

정부는 일단 2015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간호사 인력난을 감안할 때,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기까지는 5, 6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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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간병 부담에 허리 ‘휘청’…대안 없나?
    • 입력 2013-09-10 21:30:19
    • 수정2013-09-10 22: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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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긴 병에 효자 없다'란 말이 있죠?

중증 환자 가족들이 겪는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는 말인데요.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 보호자 가운데 간병하다 실직한 보호자가 10명 중 2명에 달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더라도 간병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나 급여 감소, 업무역량 감소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환자 보호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는 간병의 문제점과 실태를 남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상 사고로 목 신경을 다쳐 꼼짝 못하는 남편.

부인은 체력적 한계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만 빼고 계속 남성 간병인을 씁니다.

여기에만 한 달에 240만 원이 듭니다.

<인터뷰> 김진자(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당분간은 써야 되는데 그게 오히려 (치료비보다) 더 많이 들어가요. 간병비가 만만치 않아요..정말 만만치 않아요."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사실상 간병인을 쓰도록 유도합니다.

<녹취> 의료 관계자(음성 변조) : "차라리 간병인을 그냥 쓰는 게 어떻겠느냐, 이렇게 권유하죠. 이 부분을 병원에서 책임지지 않고 보호자에게 전가하는.."

일부 병원에선 간병인들이 환자를 돌보는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일부 의료 행위까지 간병인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녹취> 간병인(음성 변조) : "채용이 되면 할 수 밖에 없는 게, 뭐 (환자의) 가래 뽑기라든지, 소변 뽑기라든지, 콧줄로 영양식을 넣는 것.."

병원은 간병인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지만, 간병인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녹취> 간병인(음성 변조) : "그런 거를 다 할 줄 하는 간병사(간병인)를 채용하기를 (병원이) 원해요. 그렇지 않으면 (입원실로 못 가고) 중환자실에 계속 있을 수 밖에 없어요, 환자가."

불법의료 행위의 경계선까지 넘나드는 기형적 간병인 제도,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입니다.

<기자 멘트>

우리나라 병실엔 어디에나 환자 침대 옆에 침대 하나가 더 있죠?

바로 간병인 침대인데요.

간병인들을 환자 옆에서 먹고 자면서 모든 궂은 일을 도와줍니다.

간병인 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과 타이완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국내 병원의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 때문인데요,

종합병원 기준으로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할 환자 수는 12-19명 선, 일반 병원급에선 39명까지 이릅니다.

평균 15-20명으로 일본 7명, 미국 5명과 비교해 보면 간호사에게 간병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병인을 쓸 수 밖에 없는데요.

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의 14-15%가, 일반병원급에선 23.8%, 요양병원에서는 무려 88%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 간병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하루 평균 6-8만 원 선인걸 감안하면 나라전체론 연간 약 2조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가족들이 생계를 포기하고 간병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무려 4조원 이상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이처럼 국민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최근 이른바 '보호자 없는 병실'을 만들어 시범 사업중인데요.

과연 잘 시행되고 있는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심장 수술을 받은 손복순 할머니, 간호해 줄 가족도, 간병인도 마땅치 않지만 걱정 없이 치료받고 있습니다.

전국 13개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덕분입니다.

병실 환경이 쾌적해졌고 환자들은 간호사의 간호를 받아 만족감이 높습니다.

<인터뷰> 손복순(보호자없는병원 입원환자) : "간호사들이 다해. 얘기해주면 번개같이 쫓아와서 다 해줘요. 물도 떠다주고 나 필요한 건 다 해줘요."

하지만 13개 시범 병원도 필요 인력 네명 중 세 명만 있을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더구나 간호인력 부족은 202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간병인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완전히 대체하려면 필요인력은 지금의 두 배가 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재정도 고민거리입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전면실시하는 데 최대 4조 원이 들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인터뷰> 안형식(고려대 의대 교수) : "건보에서 좀 부담을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 정도 여력은 사안의 중대성을 봤을 때는 필요할 정도 아닐까."

정부는 일단 2015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간호사 인력난을 감안할 때,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기까지는 5, 6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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