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은 비룡…SK, 7년 만의 위기

입력 2013.09.26 (10:46) 수정 2013.09.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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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더 힘차게 펄럭이던 '비룡군단'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날개가 올 시즌에는 일찍 꺾였다.

SK는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SK가 '야구 없는 가을'을 보낸 것은 정규리그 6위에 그친 2006년 이후 7년 만이다.

많은 야구팬에게 어색한 장면이다.

SK는 사상 최초로 지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하며 '왕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아성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2011년 정규리그 3위, 2012년 2위에 올라 연달아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해 우승을 놓친 SK는 올 시즌 강한 '위기론' 속에서 시작했다.

2년째 정상을 정복하지 못하면서 최강자의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데다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다시피 했다.

오히려 지난해 마무리를 맡은 좌완 정우람이 군입대하는 등 핵심 전력의 이탈만 더해졌다.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 두 시즌째를 맞은 이만수 감독은 과감한 개혁 통해 난국을 헤쳐나가려 했다.

스프링캠프 당시 박희수, 김광현, 송은범 등 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체성분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자 귀국시켜 단호한 기준을 세우려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미국인인 맥스 베네블 타격코치를 영입, 깎아치기 위주인 타자들의 스윙 궤도에도 변화를 주려 했다.

개막전부터 한동민, 이명기, 조성우, 문승원 등 신인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을 중용한 것은 이 감독의 의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박정권, 김강민, 김광현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시즌 초반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 부분도 작용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너무 급격한 '개혁 드라이브'는 오히려 엇박자를 내고 말았다.

상대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점수를 뽑아내고, 끊임없이 압박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던 특유의 끈적끈적함을 올 시즌에는 SK 야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중평이다.

국내 최고를 다투는 거포로 성장한 최정이 시즌 내내 맹타를 휘둘렀지만 이를 받쳐줄 주변의 도움이 없어 외로웠다.

모처럼 좋은 용병투수를 데려와 희망을 안겼으나 예전과 같은 타선·수비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특유의 '벌떼 계투 작전'도 나오지 못했다.

초반에 엇박자를 낸 선수단의 화음을 되찾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8월 들어 그나마 SK다운 집중력을 보이며 추격전을 벌일 때에야 정근우, 조동화, 김강민, 박정권 등 기존의 주축들이 힘을 내 '화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7년 만에 조용한 가을을 보내며 SK는 팀의 전력을 돌아보고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SK가 물러난 사이 LG와 넥센 등이 끈끈한 전력을 과시하며 신흥 강호로 떠오른 터라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존 주축들이 건재함을 확인하면서 신예들의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힘겨웠던 올 시즌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구슬'들을 어떻게 꿰어낼 것이냐가 SK의 다음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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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개 접은 비룡…SK, 7년 만의 위기
    • 입력 2013-09-26 10:46:23
    • 수정2013-09-26 10:47:58
    연합뉴스
매년 가을이면 더 힘차게 펄럭이던 '비룡군단'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날개가 올 시즌에는 일찍 꺾였다. SK는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SK가 '야구 없는 가을'을 보낸 것은 정규리그 6위에 그친 2006년 이후 7년 만이다. 많은 야구팬에게 어색한 장면이다. SK는 사상 최초로 지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하며 '왕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아성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2011년 정규리그 3위, 2012년 2위에 올라 연달아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해 우승을 놓친 SK는 올 시즌 강한 '위기론' 속에서 시작했다. 2년째 정상을 정복하지 못하면서 최강자의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데다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다시피 했다. 오히려 지난해 마무리를 맡은 좌완 정우람이 군입대하는 등 핵심 전력의 이탈만 더해졌다.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 두 시즌째를 맞은 이만수 감독은 과감한 개혁 통해 난국을 헤쳐나가려 했다. 스프링캠프 당시 박희수, 김광현, 송은범 등 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체성분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자 귀국시켜 단호한 기준을 세우려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미국인인 맥스 베네블 타격코치를 영입, 깎아치기 위주인 타자들의 스윙 궤도에도 변화를 주려 했다. 개막전부터 한동민, 이명기, 조성우, 문승원 등 신인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을 중용한 것은 이 감독의 의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박정권, 김강민, 김광현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시즌 초반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 부분도 작용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너무 급격한 '개혁 드라이브'는 오히려 엇박자를 내고 말았다. 상대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점수를 뽑아내고, 끊임없이 압박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던 특유의 끈적끈적함을 올 시즌에는 SK 야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중평이다. 국내 최고를 다투는 거포로 성장한 최정이 시즌 내내 맹타를 휘둘렀지만 이를 받쳐줄 주변의 도움이 없어 외로웠다. 모처럼 좋은 용병투수를 데려와 희망을 안겼으나 예전과 같은 타선·수비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특유의 '벌떼 계투 작전'도 나오지 못했다. 초반에 엇박자를 낸 선수단의 화음을 되찾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8월 들어 그나마 SK다운 집중력을 보이며 추격전을 벌일 때에야 정근우, 조동화, 김강민, 박정권 등 기존의 주축들이 힘을 내 '화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7년 만에 조용한 가을을 보내며 SK는 팀의 전력을 돌아보고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SK가 물러난 사이 LG와 넥센 등이 끈끈한 전력을 과시하며 신흥 강호로 떠오른 터라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존 주축들이 건재함을 확인하면서 신예들의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힘겨웠던 올 시즌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구슬'들을 어떻게 꿰어낼 것이냐가 SK의 다음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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