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한알·당근 ⅓개 파는 ‘희한한’ 채소가게

입력 2013.10.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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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야채가게' 유재인씨 "필요한 만큼만 낱개로"

감자 한 개, 마늘 한 알, 당근 ⅓개….

하나를 더 주는 게 아니라 하나를 잘게 쪼개 파는 채소가게가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서교예술실험센터 앞에 있는 '개인주의야채가게'에서는 감자 한 개를 200원, 마늘 한 알을 50원, 당근 ⅓개를 250원, 단호박 ¼개를 250원에 살 수 있다.

주인장은 실험예술작가 유재인(28·여)씨. 유씨는 지난 7월 말부터 이곳에서 매주 화·목·일요일 오후 3시간 혹은 5시간씩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다.

이곳 상품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바닥에 깔린 조그마한 좌판 위에는 1인 가구를 위한 먹을거리가 놓여 있다. 유씨가 주변 시장이나 가게에서 사다가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만큼 잘라 파는 것들이다.

판매 가격은 사온 가격을 N개로 나눠 100원을 더한다. 10개가 붙어 있는 2천500원짜리 바나나 한 송이를 10등분해 한 개에 350원에 파는 방식이다.

좌판 주변에 세워진 포스터엔 '우리는 혼자 먹지만 도무지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업 아이디어는 경험에서 나왔다. 작업실에 있다가 혼자 밥을 해 먹다 보면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는 일이 고역이기도 했지만,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꺼림칙했다.

"대형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1+1)'이라며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개당 가격으로 따지면 쌀지 몰라도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거든요.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파는 곳이 왜 없을까 생각해봤어요."

유씨는 6일 "우리 사회는 무조건 많이 사는 사람을 소비자로 대우하고 과소비를 강요하는 것 같다"며 "'1+1'보다는 '일 나누기 십(1÷10)'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매상은 변변치 않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고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고정 손님은 많지 않다. 팔다 남은 건 공짜로 주기도 한다.

유씨는 "재료비만 따졌을 때 지금까지 3만∼4만원 적자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이 가게의 영업 기간은 다음 달 3일까지다. 손님들은 "채소가게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거나 "집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며 반기지만, 이런 때일수록 애초 계획대로 '100일간의 프로젝트'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 사람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젠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겠죠. 그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는 100일간의 장사를 마친 뒤 경험담을 묶어 책으로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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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늘 한알·당근 ⅓개 파는 ‘희한한’ 채소가게
    • 입력 2013-10-06 13:05:54
    연합뉴스
'개인주의야채가게' 유재인씨 "필요한 만큼만 낱개로" 감자 한 개, 마늘 한 알, 당근 ⅓개…. 하나를 더 주는 게 아니라 하나를 잘게 쪼개 파는 채소가게가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서교예술실험센터 앞에 있는 '개인주의야채가게'에서는 감자 한 개를 200원, 마늘 한 알을 50원, 당근 ⅓개를 250원, 단호박 ¼개를 250원에 살 수 있다. 주인장은 실험예술작가 유재인(28·여)씨. 유씨는 지난 7월 말부터 이곳에서 매주 화·목·일요일 오후 3시간 혹은 5시간씩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다. 이곳 상품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바닥에 깔린 조그마한 좌판 위에는 1인 가구를 위한 먹을거리가 놓여 있다. 유씨가 주변 시장이나 가게에서 사다가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만큼 잘라 파는 것들이다. 판매 가격은 사온 가격을 N개로 나눠 100원을 더한다. 10개가 붙어 있는 2천500원짜리 바나나 한 송이를 10등분해 한 개에 350원에 파는 방식이다. 좌판 주변에 세워진 포스터엔 '우리는 혼자 먹지만 도무지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업 아이디어는 경험에서 나왔다. 작업실에 있다가 혼자 밥을 해 먹다 보면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는 일이 고역이기도 했지만,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꺼림칙했다. "대형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1+1)'이라며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개당 가격으로 따지면 쌀지 몰라도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거든요.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파는 곳이 왜 없을까 생각해봤어요." 유씨는 6일 "우리 사회는 무조건 많이 사는 사람을 소비자로 대우하고 과소비를 강요하는 것 같다"며 "'1+1'보다는 '일 나누기 십(1÷10)'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매상은 변변치 않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고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고정 손님은 많지 않다. 팔다 남은 건 공짜로 주기도 한다. 유씨는 "재료비만 따졌을 때 지금까지 3만∼4만원 적자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이 가게의 영업 기간은 다음 달 3일까지다. 손님들은 "채소가게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거나 "집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며 반기지만, 이런 때일수록 애초 계획대로 '100일간의 프로젝트'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유씨의 생각이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 사람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젠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겠죠. 그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는 100일간의 장사를 마친 뒤 경험담을 묶어 책으로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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