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공무원에 몰리는 중장년들

입력 2013.10.09 (08:41) 수정 2013.10.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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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7월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엔 사상 최대 인원인 20만 명이 응시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공무원 시험에서 상한연령제한이 폐지된 후 수험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 속에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새로운 풍경이 있는데요.

바로 40~50대 중·장년 응시자가 부쩍 늘었다는 겁니다.

남들은 은퇴 준비할 나이에 초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건데, 노태영 기자가 만나봤거든요?

네, 얼마 동안 얼마가 늘었는지 통계가 있겠죠?

<기자 멘트>

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공무원에 도전한 40-50대는 무려 8천 명 가까이나 됩니다.

나이 제한이 없어진지 5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건데요.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가정주부나,,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건데요.

엄청난 경쟁률때문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중년들의 고군분투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각종 사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이웅태 씨.

올해 나이 54세, 늦깎이 공무원입니다.

<인터뷰> 이웅태(54살/대전광역시청 공무원) :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생겼던 거 같아요. 갖고 있는 능력이나 전문성을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환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시작은 거창하게 했습니다.“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중년에 신참공무원이 된 이 씨! 현재 공보실 업무를 보고 있는데요.

그 힘들다던 공무원 시험도 통과했지만 아직 컴퓨터 문서 작업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때마다 공무원 동기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데요.

<녹취> “할 때마다 부탁해서... 바쁜데 미안합니다.”

<녹취> “이제 잘하시겠죠”

<인터뷰> 이재호(대전광역시청 공무원) : “어머니랑 동갑이세요. 저의 부모뻘인데 새로 배우는 열정이 충만한 거 같아서 생각보다 세대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 않아요“

겉으로 보기엔 아버지와 자식뻘. 하지만 엄연한 직장동료입니다.

젊은 사람과 함께 소통하고 일하면서 한층 젊게 사는 기분을 느낀다는데요.

<인터뷰> 이웅태(대전광역시청 공무원) : “인생에서 짜인 하나의 틀은 지나왔고 새로운 시간표 속에 들어와 있는 건데요. 늦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나름의 모델이 돼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보약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학력과 연령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는데요.

올해 40대 이상 9급 공무원 응시자수를 보면 공무원 시험 나이 제한을 없앤 2009년 이천오백여 명에서 올해 칠천구백여 명으로 3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또, 응시자들 중 40대 이상 합격률을 보면 2009년 98명에서 작년에는 159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는데요.

<인터뷰> 서강호(경기도 인사과장) : “2009년부터 공무원 시험 응시 상한 연령 제도가 폐지되면서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고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이 주된 증가 사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올해 9급 공무원 응시자 수는 20만여 명으로 사상최대!

이렇게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40~50대 중장년층의 도전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경제적 시간적 제한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를 하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인터뷰> 이상민(온라인 강의 업체 직원) : “올해 가입된 전체 회원 가입자 중에서 40대 이상인 분들은 전체 27% 정도 차지하고 있고요 2012년과 비교했을 때는 35% 정도 증가한 상태입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경쟁률 속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올해 마흔 다섯 살 서미숙씨도 그 중 한명입니다.

젊은이들도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사회생활을 채 하기도 전에 결혼을 하게 됐어요. 항상 공무원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못하고 있다가 큰애가 대학교 들어가고...저는 아직 40대잖아요 50대가 되기 전에 한번 도전해보려고 공부 시작한 거예요“

늦은 저녁,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이제 다시 가정주부 서미숙씨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낮에는 내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저녁때는 주부잖아요. 집에 먹을 것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돼서...저녁에는 들어가서 학생에서 주부로 돌아가야죠.“

밀려있는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서 씨!

그런데 그녀의 눈길이 향하는 곳마다 메모지가 붙어 있는데요!

바로, 암기할 내용을 적어놓은 겁니다.

집에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 않게 뜨거운데요.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열 번 보고 열 번 외워도 잊어버리더라고요 만날 보고 지나다니면서 외우고 있어요”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만큼 '합격'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서 씨.

그녀의 꿈은 마음이 따뜻한 공무원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일단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죠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합격해서 항상 웃으면서 주민들 대하고 어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그런 공무원, 다들 원하는 공무원이겠지만 제가 그런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장기불황과 짧아진 정년 등의 이유로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건데요.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중년층이 다른 입장에서나 우리 사회 경험을 살려서 공직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직업의 안정성을 기대하고 공무원 사회에 들어오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공무원 사회가 경시되는 안 좋은 효과도 있을 수 있죠. 그런 점은 행정안정부나 담당 부처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인력 관리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늦깎이 공무원 응시자들!

인생 2막을 건 과감한 도전 앞에서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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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공무원에 몰리는 중장년들
    • 입력 2013-10-09 08:45:54
    • 수정2013-10-09 11: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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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7월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엔 사상 최대 인원인 20만 명이 응시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공무원 시험에서 상한연령제한이 폐지된 후 수험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 속에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새로운 풍경이 있는데요.

바로 40~50대 중·장년 응시자가 부쩍 늘었다는 겁니다.

남들은 은퇴 준비할 나이에 초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건데, 노태영 기자가 만나봤거든요?

네, 얼마 동안 얼마가 늘었는지 통계가 있겠죠?

<기자 멘트>

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공무원에 도전한 40-50대는 무려 8천 명 가까이나 됩니다.

나이 제한이 없어진지 5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건데요.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가정주부나,,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건데요.

엄청난 경쟁률때문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중년들의 고군분투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각종 사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이웅태 씨.

올해 나이 54세, 늦깎이 공무원입니다.

<인터뷰> 이웅태(54살/대전광역시청 공무원) :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생겼던 거 같아요. 갖고 있는 능력이나 전문성을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환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시작은 거창하게 했습니다.“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중년에 신참공무원이 된 이 씨! 현재 공보실 업무를 보고 있는데요.

그 힘들다던 공무원 시험도 통과했지만 아직 컴퓨터 문서 작업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때마다 공무원 동기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데요.

<녹취> “할 때마다 부탁해서... 바쁜데 미안합니다.”

<녹취> “이제 잘하시겠죠”

<인터뷰> 이재호(대전광역시청 공무원) : “어머니랑 동갑이세요. 저의 부모뻘인데 새로 배우는 열정이 충만한 거 같아서 생각보다 세대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 않아요“

겉으로 보기엔 아버지와 자식뻘. 하지만 엄연한 직장동료입니다.

젊은 사람과 함께 소통하고 일하면서 한층 젊게 사는 기분을 느낀다는데요.

<인터뷰> 이웅태(대전광역시청 공무원) : “인생에서 짜인 하나의 틀은 지나왔고 새로운 시간표 속에 들어와 있는 건데요. 늦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나름의 모델이 돼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보약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학력과 연령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는데요.

올해 40대 이상 9급 공무원 응시자수를 보면 공무원 시험 나이 제한을 없앤 2009년 이천오백여 명에서 올해 칠천구백여 명으로 3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또, 응시자들 중 40대 이상 합격률을 보면 2009년 98명에서 작년에는 159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는데요.

<인터뷰> 서강호(경기도 인사과장) : “2009년부터 공무원 시험 응시 상한 연령 제도가 폐지되면서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고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이 주된 증가 사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올해 9급 공무원 응시자 수는 20만여 명으로 사상최대!

이렇게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40~50대 중장년층의 도전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경제적 시간적 제한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를 하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인터뷰> 이상민(온라인 강의 업체 직원) : “올해 가입된 전체 회원 가입자 중에서 40대 이상인 분들은 전체 27% 정도 차지하고 있고요 2012년과 비교했을 때는 35% 정도 증가한 상태입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경쟁률 속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올해 마흔 다섯 살 서미숙씨도 그 중 한명입니다.

젊은이들도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사회생활을 채 하기도 전에 결혼을 하게 됐어요. 항상 공무원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못하고 있다가 큰애가 대학교 들어가고...저는 아직 40대잖아요 50대가 되기 전에 한번 도전해보려고 공부 시작한 거예요“

늦은 저녁,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이제 다시 가정주부 서미숙씨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낮에는 내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저녁때는 주부잖아요. 집에 먹을 것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돼서...저녁에는 들어가서 학생에서 주부로 돌아가야죠.“

밀려있는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서 씨!

그런데 그녀의 눈길이 향하는 곳마다 메모지가 붙어 있는데요!

바로, 암기할 내용을 적어놓은 겁니다.

집에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 않게 뜨거운데요.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열 번 보고 열 번 외워도 잊어버리더라고요 만날 보고 지나다니면서 외우고 있어요”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만큼 '합격'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서 씨.

그녀의 꿈은 마음이 따뜻한 공무원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서미숙(가명/45세) : “일단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죠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합격해서 항상 웃으면서 주민들 대하고 어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그런 공무원, 다들 원하는 공무원이겠지만 제가 그런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장기불황과 짧아진 정년 등의 이유로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건데요.

하지만 이런 현상이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중년층이 다른 입장에서나 우리 사회 경험을 살려서 공직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직업의 안정성을 기대하고 공무원 사회에 들어오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공무원 사회가 경시되는 안 좋은 효과도 있을 수 있죠. 그런 점은 행정안정부나 담당 부처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인력 관리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늦깎이 공무원 응시자들!

인생 2막을 건 과감한 도전 앞에서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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