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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두 바퀴의 도박판

입력 2013.10.11 (22:50) 수정 2013.10.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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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터뷰> 피의자 : "죄송합니다, 정말. 피해자 가족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인터뷰> 조광현(하남경찰서 수사과장) :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태로 돈을 빼앗을 생각도 있었고"

<앵커 멘트>

40대 남성이 한밤중 흉기를 휘둘러 여고생이 숨졌습니다.

경륜 도박으로 늘어난 빚에 허덕이다, 돈을 마련하러 흉기를 들고 집을 나섰고, 끔찍한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언뜻, 보통 스포츠 경기 같지만, 중독성 면에선 어떤 도박에 견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경륜.

그 어두운 늪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한 여고생이 흉기에 찔렸다며 경찰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신고 접수 받을 당시부터 순찰차가 도착한 시간까지 6분 정도 걸렸을 거예요"

10여 일 만에 잡힌 용의자는 40대 진모 씨.

아내와 아이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던 진씨는 경륜으로 생긴 2천 만원 빚 때문에 전세까지 빼 월세로 옮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경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부인이) 가지 마라고 이야기는 했죠. 근데 뭐 말을 듣나...말을 안들어서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돈을 날렸다고 합니다.

<녹취> 진 씨 지인 : "(토요일 일요일 갈 때마다) 네, 한번 할 때마다 50만 원 씩, 100만 원 씩 (50만 원 씩 했다...)"

한 화상 경륜장.

취재 사실을 알아챈 경륜장측. 대여섯 명이 순식간에 둘러싸더니 취재진을 쫓아냅니다.

<녹취> "이거 찍지 마시고...어, 어 이렇게 완력으로...."

취재진은 끌려나오면서도 촬영을 시도했지만 팔을 잡아 비틀며 완강히 막아섭니다.

<녹취> "뭘 책임져. 당신이 온 건데."

대체 이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올림픽 공원 한 켠에 자리잡은 화상 경륜장.

하남 여고생 사망 사건의 용의자 진씨가 주말마다 찾던 곳입니다.

평일인데도, 길에까지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습니다.

경륜장 안, 공원 곳곳에 화면을 설치해 놓았고, 사람들이 쭈그려 앉거나 서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실내로 들어가 봤습니다.

20여 대가 넘는 모니터가 벽면에 걸려 있고, 앉을 자리도 없을만큼 사람들이 들어찼습니다.

경주권 발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발걸음들이 빨라집니다.

<녹취> "(경주권) 안 나왔어요? 아 나왔어요?"

경기가 시작되고, 장내는 점점 끓어오릅니다.

<녹취> "옳지 왔구나. 그래... 4번...7이야..."

레이스가 끝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주권을 구겨쥐며 탄식을 토해냅니다.

<녹취> "어..어...어...아이 씨....아이고, 에라이 하고 많은 것 중에..아이 씨...사흘만에 한번 봤는데...000들...아이...아이 미치겠네..."

집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나 목욕탕에 있다." "오늘 나 누구 만나기로 했어" "알았어 끊어"

또 다른 화상 경륜장.

평일이지만 경주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입니다.

직원은 마감을 알리며 구매를 재촉합니다.

<녹취> "발매마감 60초 남았습니다."

돈을 잃은 사람들...

<녹취> "난 여기서 돈 백만원 깨졌다니까. 50만원 빌려서..."

<인터뷰> "(어제 얼마 땄냐?) 우수경기부터 특선까지 한번도 못 맞췄어요. 00 사가지고 다 죽었어요."

여기저기에 찢어진 채 버려진 경주권들.

많은 이들의 좌절된 대박의 꿈,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

박 모 씨는 경륜에 15년을 빠져 지냈습니다.

<인터뷰> "머릿속에 막 이게 (자전거가) 보여요. 보통 하루에 적어도 150~200만원(걸었죠)"

<인터뷰> "많이 할 때는 제가 사채 얻어가지고 하루에 1200 날린 적 있어요. 그게 (경륜에) 안빠지고 모았더라면 집 한 네다섯 채는 있었을 거예요."

결국 3000만 원의 사채 빚까지 졌습니다.

고리에 시달렸지만, 이자 낼 돈까지 들고 또다시 경륜장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인터뷰> "이 돈 (이자) 가지고 또 불리자. 그래 가지고 그 돈 들고 또 가요. (이자로 마련했다가 그 돈을 들고 또 경륜장에?) 네 가면 또 다 잃고..."

한 두번 맞춘 적도 있지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빈 손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만약에 오백을 땄어. 그럼 오백이면 자본이 조금 있으니깐 내일 가서 또 베팅해야겠다... 그 주에 만약 오늘 금요일에 따고 내일 토.일요일이다 그러면 (그 주에) 다 잃어요."

하남에 위치한 미사리 경정장.

보트가 질주하는 이곳.

스포츠 경기장 같지만 역시 베팅이 한창인 곳입니다.

경륜이 자전거라면, 경정은 보트 경기에 돈을 건다는 것만 다릅니다.

문제는 요일.

경정은 수요일과 목요일 경기가 열립니다.

수 목 경정.

금 토 일 경륜 경기가 열려 월화만 빼놓고는 베팅이 가능한 구좁니다.

실제 경기장에서는 각각의 날짜에 경기가 열리지만, 화상으로 중계를 보는 장외발매소에서는 일주일 중 5일간 돈을 걸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가 경정도 해봤지만 대부분 보면 경륜에서 본 사람들이 거기 다 있더라고, 딱 가면 수요일부터 경정이 시작하거든요. 금토일은 경륜하고, 그럼 월.화요일만 쉬는 날이에요."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전국에 운영중인 장외발매소는 모두 22곳.

이 가운데 16곳에서 경륜과 경정을 요일만 바꿔 중계하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덕 도박피해자 모임 대표 : "마약 맞으면서는 자기가 범죄를 했다는 죄의식이라도 있는데, 이거는 국가가 합법화 시켜줌으로써 죄의식 자체가 없어졌어요."

국민체육진흥 공단 측은 건전한 레저로 유도한다며 1인 1경기 경주권 구매 상한액을 10만 원까지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인터뷰> 도박중독자 : "십만 원 씩 밖에 못사니깐 한 사람이..근데 거기서 뻔히 사는거 알면서도 창구 안내원 있잖아요. 사람 밀려 있으면 뒤에 눈치보이니깐 사고, 뒤로 뺐다가 사고 뒤로 빼고 그런 식으로..."

고액 베팅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동대문의 화상 경륜장.

다른 화상 경륜장에 비해 눈에 띄게 사람이 적습니다.

이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본인임을 인증 받은 '그린카드'로만 경주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카드로 사다보니 1회 베팅액이 10만 원을 넘으면 자동으로 구매가 거부됩니다.

그러나 그린 카드제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녹취> "카드로 하면 노출이 되잖아..(그래요?) 그럼요. 오토바이 부대들 엄청 왔었는데, 카드로 하면 노출되니까 그래서 그 사람들이 안오는 거야. 다른 데로 다가고"

실제 동대문 화상경륜장의 1인당 매출액은 16만 7천 원 수준으로 전국 최하위, 1인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시흥 매장의 38% 수준입니다.

도박성 베팅을 막을 수 있지만 이렇게 모른 척 하는 사이, 경륜과 경정의 지난해 매출액은 지난 2006년 보다 1조 2천 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경륜과 경정 같은 스포츠성 도박의 주된 위험성은 이를 경기의 일환으로 보지, 도박으로 여기지 않는 심리적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인터뷰> 최삼욱(강남을지병원 중독연구소장) : "스포츠를 즐긴다고 생각하지 도박을 한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실제는 도박임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만나게 된 그런 경륜이나 스포츠베팅 이런 것들이, 쉽게 노출됐을때 쉽게 문제로 진행되는 그런 경향들이 있습니다."

그럼 도박 중독에 빠졌을 때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베팅을 계속할 때의 뇌 단층 사진.

붉은 색 부분. 뇌에서 행위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전대상이라는 부분이 활성화됩니다.

오른 쪽은 마약 사진을 본 마약 중독자의 뇌 단층 사진입니다.

도박을 할 때와 비슷한 부분이 활성화 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삼욱(강남을지병원 중독연구소장) : "뇌 기능 특히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다든지, 갈망상태에 있어서 보상회로가 활성이 증가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의 대표인 도박 중독의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나의 도박 중독성은 어느 정도일까?

다음 두 개의 질문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면, 병적 도박으로 의심해야한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녹취> Lie-Bet 검사 : "1. 도박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2. 점점 더 많은 돈을 도박에 걸고자 한 적이 있다. "

단 도박 모임.

도박을 단절하자, 끊어 버리자는 뜻의 모임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서로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모임은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됩니다.

<녹취> "(당신은 도박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나쁜일을 하였거나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네."

경륜 도박에 빠져 5~6억 원은 잃었다는 한 중독자는 본인의 과거를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 "집 사람을 약을 먹여서 재워놓고 카드를 빼간다던가 그런 일도 있었죠."

그리고 경륜의 덫, 그 중독성에서 빠져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합니다.

<인터뷰> "제가 치료하고 관계돼 있어서 (경륜장에) 갔었는데, 빈 경기장에서 그 위에서 내려다 보니까 그게 딱 그림같이 떠오르더라고요. 환청을 통해서 와 하는 함성하고, 페달 밟는 근육 그런 것 환상이 탁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좀 섬뜩한 것을 느꼈죠"

도박은 병이라 여기지도 않고, 또 의지만 있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륜 도박 중독 경험자들은 그 생각부터 틀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빨리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구하라고 충고합니다.

경륜경정 중독 치료 센터 한 켠에 걸려 있는 도박중독자들의 희망 메시지.

'그림으로 메시지 3개 연속으로 보여주기.'

도박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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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륜…두 바퀴의 도박판
    • 입력 2013-10-11 15:59:35
    • 수정2013-10-11 23:05:48
    취재파일K
<프롤로그>

<인터뷰> 피의자 : "죄송합니다, 정말. 피해자 가족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인터뷰> 조광현(하남경찰서 수사과장) :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태로 돈을 빼앗을 생각도 있었고"

<앵커 멘트>

40대 남성이 한밤중 흉기를 휘둘러 여고생이 숨졌습니다.

경륜 도박으로 늘어난 빚에 허덕이다, 돈을 마련하러 흉기를 들고 집을 나섰고, 끔찍한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언뜻, 보통 스포츠 경기 같지만, 중독성 면에선 어떤 도박에 견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경륜.

그 어두운 늪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한 여고생이 흉기에 찔렸다며 경찰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신고 접수 받을 당시부터 순찰차가 도착한 시간까지 6분 정도 걸렸을 거예요"

10여 일 만에 잡힌 용의자는 40대 진모 씨.

아내와 아이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던 진씨는 경륜으로 생긴 2천 만원 빚 때문에 전세까지 빼 월세로 옮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경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부인이) 가지 마라고 이야기는 했죠. 근데 뭐 말을 듣나...말을 안들어서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돈을 날렸다고 합니다.

<녹취> 진 씨 지인 : "(토요일 일요일 갈 때마다) 네, 한번 할 때마다 50만 원 씩, 100만 원 씩 (50만 원 씩 했다...)"

한 화상 경륜장.

취재 사실을 알아챈 경륜장측. 대여섯 명이 순식간에 둘러싸더니 취재진을 쫓아냅니다.

<녹취> "이거 찍지 마시고...어, 어 이렇게 완력으로...."

취재진은 끌려나오면서도 촬영을 시도했지만 팔을 잡아 비틀며 완강히 막아섭니다.

<녹취> "뭘 책임져. 당신이 온 건데."

대체 이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올림픽 공원 한 켠에 자리잡은 화상 경륜장.

하남 여고생 사망 사건의 용의자 진씨가 주말마다 찾던 곳입니다.

평일인데도, 길에까지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습니다.

경륜장 안, 공원 곳곳에 화면을 설치해 놓았고, 사람들이 쭈그려 앉거나 서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실내로 들어가 봤습니다.

20여 대가 넘는 모니터가 벽면에 걸려 있고, 앉을 자리도 없을만큼 사람들이 들어찼습니다.

경주권 발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발걸음들이 빨라집니다.

<녹취> "(경주권) 안 나왔어요? 아 나왔어요?"

경기가 시작되고, 장내는 점점 끓어오릅니다.

<녹취> "옳지 왔구나. 그래... 4번...7이야..."

레이스가 끝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주권을 구겨쥐며 탄식을 토해냅니다.

<녹취> "어..어...어...아이 씨....아이고, 에라이 하고 많은 것 중에..아이 씨...사흘만에 한번 봤는데...000들...아이...아이 미치겠네..."

집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나 목욕탕에 있다." "오늘 나 누구 만나기로 했어" "알았어 끊어"

또 다른 화상 경륜장.

평일이지만 경주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입니다.

직원은 마감을 알리며 구매를 재촉합니다.

<녹취> "발매마감 60초 남았습니다."

돈을 잃은 사람들...

<녹취> "난 여기서 돈 백만원 깨졌다니까. 50만원 빌려서..."

<인터뷰> "(어제 얼마 땄냐?) 우수경기부터 특선까지 한번도 못 맞췄어요. 00 사가지고 다 죽었어요."

여기저기에 찢어진 채 버려진 경주권들.

많은 이들의 좌절된 대박의 꿈,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

박 모 씨는 경륜에 15년을 빠져 지냈습니다.

<인터뷰> "머릿속에 막 이게 (자전거가) 보여요. 보통 하루에 적어도 150~200만원(걸었죠)"

<인터뷰> "많이 할 때는 제가 사채 얻어가지고 하루에 1200 날린 적 있어요. 그게 (경륜에) 안빠지고 모았더라면 집 한 네다섯 채는 있었을 거예요."

결국 3000만 원의 사채 빚까지 졌습니다.

고리에 시달렸지만, 이자 낼 돈까지 들고 또다시 경륜장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인터뷰> "이 돈 (이자) 가지고 또 불리자. 그래 가지고 그 돈 들고 또 가요. (이자로 마련했다가 그 돈을 들고 또 경륜장에?) 네 가면 또 다 잃고..."

한 두번 맞춘 적도 있지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빈 손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만약에 오백을 땄어. 그럼 오백이면 자본이 조금 있으니깐 내일 가서 또 베팅해야겠다... 그 주에 만약 오늘 금요일에 따고 내일 토.일요일이다 그러면 (그 주에) 다 잃어요."

하남에 위치한 미사리 경정장.

보트가 질주하는 이곳.

스포츠 경기장 같지만 역시 베팅이 한창인 곳입니다.

경륜이 자전거라면, 경정은 보트 경기에 돈을 건다는 것만 다릅니다.

문제는 요일.

경정은 수요일과 목요일 경기가 열립니다.

수 목 경정.

금 토 일 경륜 경기가 열려 월화만 빼놓고는 베팅이 가능한 구좁니다.

실제 경기장에서는 각각의 날짜에 경기가 열리지만, 화상으로 중계를 보는 장외발매소에서는 일주일 중 5일간 돈을 걸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가 경정도 해봤지만 대부분 보면 경륜에서 본 사람들이 거기 다 있더라고, 딱 가면 수요일부터 경정이 시작하거든요. 금토일은 경륜하고, 그럼 월.화요일만 쉬는 날이에요."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전국에 운영중인 장외발매소는 모두 22곳.

이 가운데 16곳에서 경륜과 경정을 요일만 바꿔 중계하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덕 도박피해자 모임 대표 : "마약 맞으면서는 자기가 범죄를 했다는 죄의식이라도 있는데, 이거는 국가가 합법화 시켜줌으로써 죄의식 자체가 없어졌어요."

국민체육진흥 공단 측은 건전한 레저로 유도한다며 1인 1경기 경주권 구매 상한액을 10만 원까지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한 실정입니다.

<인터뷰> 도박중독자 : "십만 원 씩 밖에 못사니깐 한 사람이..근데 거기서 뻔히 사는거 알면서도 창구 안내원 있잖아요. 사람 밀려 있으면 뒤에 눈치보이니깐 사고, 뒤로 뺐다가 사고 뒤로 빼고 그런 식으로..."

고액 베팅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동대문의 화상 경륜장.

다른 화상 경륜장에 비해 눈에 띄게 사람이 적습니다.

이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본인임을 인증 받은 '그린카드'로만 경주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카드로 사다보니 1회 베팅액이 10만 원을 넘으면 자동으로 구매가 거부됩니다.

그러나 그린 카드제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녹취> "카드로 하면 노출이 되잖아..(그래요?) 그럼요. 오토바이 부대들 엄청 왔었는데, 카드로 하면 노출되니까 그래서 그 사람들이 안오는 거야. 다른 데로 다가고"

실제 동대문 화상경륜장의 1인당 매출액은 16만 7천 원 수준으로 전국 최하위, 1인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시흥 매장의 38% 수준입니다.

도박성 베팅을 막을 수 있지만 이렇게 모른 척 하는 사이, 경륜과 경정의 지난해 매출액은 지난 2006년 보다 1조 2천 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경륜과 경정 같은 스포츠성 도박의 주된 위험성은 이를 경기의 일환으로 보지, 도박으로 여기지 않는 심리적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인터뷰> 최삼욱(강남을지병원 중독연구소장) : "스포츠를 즐긴다고 생각하지 도박을 한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실제는 도박임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만나게 된 그런 경륜이나 스포츠베팅 이런 것들이, 쉽게 노출됐을때 쉽게 문제로 진행되는 그런 경향들이 있습니다."

그럼 도박 중독에 빠졌을 때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베팅을 계속할 때의 뇌 단층 사진.

붉은 색 부분. 뇌에서 행위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전대상이라는 부분이 활성화됩니다.

오른 쪽은 마약 사진을 본 마약 중독자의 뇌 단층 사진입니다.

도박을 할 때와 비슷한 부분이 활성화 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삼욱(강남을지병원 중독연구소장) : "뇌 기능 특히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다든지, 갈망상태에 있어서 보상회로가 활성이 증가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의 대표인 도박 중독의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나의 도박 중독성은 어느 정도일까?

다음 두 개의 질문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면, 병적 도박으로 의심해야한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녹취> Lie-Bet 검사 : "1. 도박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2. 점점 더 많은 돈을 도박에 걸고자 한 적이 있다. "

단 도박 모임.

도박을 단절하자, 끊어 버리자는 뜻의 모임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서로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모임은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됩니다.

<녹취> "(당신은 도박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나쁜일을 하였거나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네."

경륜 도박에 빠져 5~6억 원은 잃었다는 한 중독자는 본인의 과거를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 "집 사람을 약을 먹여서 재워놓고 카드를 빼간다던가 그런 일도 있었죠."

그리고 경륜의 덫, 그 중독성에서 빠져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합니다.

<인터뷰> "제가 치료하고 관계돼 있어서 (경륜장에) 갔었는데, 빈 경기장에서 그 위에서 내려다 보니까 그게 딱 그림같이 떠오르더라고요. 환청을 통해서 와 하는 함성하고, 페달 밟는 근육 그런 것 환상이 탁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좀 섬뜩한 것을 느꼈죠"

도박은 병이라 여기지도 않고, 또 의지만 있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륜 도박 중독 경험자들은 그 생각부터 틀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빨리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구하라고 충고합니다.

경륜경정 중독 치료 센터 한 켠에 걸려 있는 도박중독자들의 희망 메시지.

'그림으로 메시지 3개 연속으로 보여주기.'

도박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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