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선진화’의 그림자

입력 2013.10.11 (23:15) 수정 2013.10.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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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게 앞 유리창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재고품도 원가에 내놓았습니다.

<인터뷰> 박세춘(식자재 도매상) : "이미 이제 뭐 저도 부채가 늘어나고 하다 보니까 자포자기하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린 거죠."

장사를 하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고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장사를 접을 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세춘(식자재 도매상) : "제가 도매상인지 소매상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지금 물건값이 그렇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이 지역 식자재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통구조가 요동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식자재 도매상(음성변조) : "쉽게 얘기해서 대기업에서 물건을 받아서 물건을 파는 건데, 대기업에서 물건을 직접 팔기 시작하면 우리 같은 경우는 설 자리가 없는 거죠."

<녹취> 식자재 중간상인(배달업자) : "흐름 자체는 저희 같은 사람은 향후 한 5년 정도면 없어질 것 같아요. 제 생각은."

<앵커 멘트>

식사시간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갑니다.

이런 식당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음식 재료의 가격과 품질일 텐데요.

대형마트에 이어 이 식자재 시장에도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중소 상인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한 식자재 유통 시장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지역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40%를 공급하는 엄궁동 도매시장.

농산물을 비롯해 다양한 식자재가 유통되면서 상인들로 붐비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대기업 식자재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 부산지점이 들어서면서 부텁니다.

<인터뷰> 박국언(식자재 도매상) : "대상 베스트코에서 문자를 보냅니다. 문자를 각 상인(식당 납품업)들한테 오전이 되면 뭐가 얼마, 뭐가 얼마 이렇게 보내는데 그 가격이 상상하지 못할 가격으로 보냅니다."

심지어 같은 제품이라도 도매상으로 들어오는 가격이 대상 베스트코의 직접 판매가보다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국언 : "자기네들(대상 대리점)이 3% 정도 마진을 붙여서 우리에게 주는데, 그것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상 베스트코에서 판매를 하고 있단 말입니다."

도매상들은 유통질서를 지켜달라고 요구합니다.

<인터뷰> 박국언 : "고추장을 생산하는 사람은 생산에 전력하고, 자기네들의 계통대로 유통과정을 통해서 공급을 하고 이렇게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다 보니까 유통질서도 엉망이 되고..."

대상 베스트코는 이곳 엄궁동을 비롯해 부산지역 4곳의 중소 식자재업체를 인수했고, 현재 2곳의 식자재 마트를 추가로 세울 계획입니다.

도매상 뿐 아니라 유통 단계의 마지막에서 식자재를 직접 식당에 납품하는 중간상인의 위기도 심각합니다.

대상 베스트코가 직접 식당에까지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거래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재문(식자재 중간상인) : "대상 베스트코가 지금 그쪽에 엄궁하고 여기(해운대)는 동서로 극과 극인데 부산으로 봤을 때는, 지금 해운대까지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주문이 별로 없다 보니 이재문 씨 트럭에 실린 물품은 고작 10여 개가 전붑니다.

<인터뷰> 이재문(식자재 중간상인) : "어떤 날은 하루에 기름값도 제대로 못 버는 날이 있습니다. 납품을 거래처를 갖고 책임감 있게 납품 공급해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하다 보니까. 올해 들어와서 평균을 따져서는 한 50만 원 정도 남는 것 같아요. (한 달에요?)네."

특히, 부산 지역에서는 2만여 개 음식점이 가입된 부산외식업중앙회가 대상 베스트코와 손을 잡으면서 거의 독주 양상입니다.

<인터뷰> 이경수(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식자재분과 위원장) : "외식업조합(외식업중앙회)이라는 게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교육과 위생 전반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조합인데 거기서 대상하고 손을 잡으면서 외식업조합에 있는 사람들이 외식업체에 다니면서 영업을 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표현을 해서 대상의 영업사원으로 전락해버렸죠."

대상 베스트코 측은 이른바 '골목상권 싹쓸이'는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

<인터뷰> 김순겸(대상 베스트코 사업본부장) : "저희는 지역별로 진출을 할 때 그 지역에 있는 분들하고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많은 좋은 상생 협력 모델들도 만들어 낸 바가 있고, 그걸 위해서 동반성장추진팀이라고 하는 전문조직도 만들어서 진행을 하고 있고..."

또, 지금까지 대기업의 식자재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 유통 상인들의 피해는 실제로 크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순겸 : "2000년대 초부터 대기업 계열의 식품유통업체들이 식자재 유통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러면서 식당에 직거래도 해오고 있지만 중소상인들이 그로 인해서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거나 어렵게 됐다고 하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상 베스트코는 중소업체 인수와 사업확장으로, 2011년 81억 원이던 매출을 지난해엔 2700억 원으로 1년 새 무려 33배 늘렸습니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이 기간 식자재 시장의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기존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대상베스트코의 진출지는 부산을 비롯해 전주와 대전, 수원 등 전국 곳곳.

이들 지역에서 식자재 중소상인들은 이미 격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

지난해부터 대상 베스트코 시화지점이 영업망을 늘리면서 많은 중소 상인들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세춘(식자재 도매업) : "거의 말은 진짜로 이제 그걸 다 믿진 않지만 원가로 주겠다, 자기네 남기는 것 없이 원가로 주겠다. 처음에는 실질적으로 금액을 맞춰줬기 때문에 어디 가서도 제가 영업을 하기가 좀 수월했었죠."

그런데 최근엔 사업 초기와 달리 공급가를 올리면서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만 6천 원이던 고추장은 3만 5백 원까지 올랐고, 간장과 참깨값도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인터뷰> 박세춘 : "지금에 와서는 대상 입장이 거의 물건값이라는 게 진짜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입고가 되고 있고,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진을 남길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그냥 대상의 심부름꾼이란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일부 품목은 바로 옆 마트의 판매가보다도 더 비싸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세춘 : "마트에서는 16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게 16300원에 들어와도 10%만 받아도 18000원 정도 되는 것 아닙니까."

또 다른 도매상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인터뷰> 식자재 도매상(음성변조) : "(소매점보다 비싸게 들어오는 물건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많죠. 여러 개 있지. 대상에서 나오는 제품 중에 대상 식용유 있잖아요. 식용유 그것도 제가 받는 가격이 33000원이면 다른 데서는 소매로 32000원 이렇게 팔거든요. 그러면 내 입장에서는 물건 납품을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대상 베스트코 측은 일부 마트의 한시적인 할인행사 등으로 인한 특수한 사례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순겸 : "물론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근에 있는 특정업체에서 단 품을 한두 가지 품목들을 업체로부터 파격적으로 지원을 받던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 업체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제공을 하면서 유인을 할 수는 있겠죠."

식자재 납품가가 오르면서 식당들도 음식값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

매운 양념으로 유명한 경기도 안산의 한 낙지 요리 전문점.

갖은 양념을 넣고 낙지볶음 요리가 한창입니다.

이 식당도 야채와 해산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자재를 대상 베스트코로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광수(음식점 사장) : "대상에서 처음 왔을 때 좋은 물건 싸게 준다니까 업주 입장에선 최고 좋은 방법이었고, 좋은 제시였고요. 뭐 물건도 잘 넣어줬고요. 다 좋았는데, 이제 점점 단가가 올라간다는 거죠, 지금 이제."

기존에 식자재를 공급해주던 중소상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광수 : "좀 미안하죠. 많이 미안하죠. 사람이 사는 게 꼭 돈만 갖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정으로도 살아야 하고 그래야 하는데, 어떤 그런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부분이 내가 많이 결여된 것 같아서 항상 죄스럽죠. 그 사람들한테는."

대기업의 식자재 시장 본격 진출.

유통 선진화인가, 아니면 중소업체 죽이기인가.

<인터뷰> 김성진(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변호사) : "저는 기본적으로 유통의 선진화보다는 유통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유통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뭘 원하는지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과 같은 상인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성진 : "중소상인, 자영업자들도 먹고살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더 이상, 이 사업영역에 진출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상인들의 염원이고 국민의 바람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반면,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한상린(교수/한양대 경영대학장, 전 유통학회장) : "대기업들이 갖는 경쟁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분명히 시장에서 고객들은 그런 것을 원하고, 실제로 고객에게나 기업에나 소위 말하는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는 거죠."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상도의'를 지켜야 함을 물론입니다.

<인터뷰> 한상린 : "기업이 가져야 할, 특히 대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이라던지, 공정한 게임의 룰, 이런 것들을 지키도록 우선은 기업이 인식을 해야 합니다."

식자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중소 상인들과의 상생과 협력을 거듭 강조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조그마한 분식집에까지 식자재를 배달하는데, 상생의 파트너라는 중소 상인들은 할 말을 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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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 선진화’의 그림자
    • 입력 2013-10-11 15:59:35
    • 수정2013-10-11 23:30:11
    취재파일K
<프롤로그>

가게 앞 유리창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재고품도 원가에 내놓았습니다.

<인터뷰> 박세춘(식자재 도매상) : "이미 이제 뭐 저도 부채가 늘어나고 하다 보니까 자포자기하게 되는 상황이 돼 버린 거죠."

장사를 하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고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장사를 접을 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세춘(식자재 도매상) : "제가 도매상인지 소매상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지금 물건값이 그렇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이 지역 식자재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통구조가 요동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식자재 도매상(음성변조) : "쉽게 얘기해서 대기업에서 물건을 받아서 물건을 파는 건데, 대기업에서 물건을 직접 팔기 시작하면 우리 같은 경우는 설 자리가 없는 거죠."

<녹취> 식자재 중간상인(배달업자) : "흐름 자체는 저희 같은 사람은 향후 한 5년 정도면 없어질 것 같아요. 제 생각은."

<앵커 멘트>

식사시간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갑니다.

이런 식당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음식 재료의 가격과 품질일 텐데요.

대형마트에 이어 이 식자재 시장에도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중소 상인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한 식자재 유통 시장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지역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40%를 공급하는 엄궁동 도매시장.

농산물을 비롯해 다양한 식자재가 유통되면서 상인들로 붐비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대기업 식자재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 부산지점이 들어서면서 부텁니다.

<인터뷰> 박국언(식자재 도매상) : "대상 베스트코에서 문자를 보냅니다. 문자를 각 상인(식당 납품업)들한테 오전이 되면 뭐가 얼마, 뭐가 얼마 이렇게 보내는데 그 가격이 상상하지 못할 가격으로 보냅니다."

심지어 같은 제품이라도 도매상으로 들어오는 가격이 대상 베스트코의 직접 판매가보다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국언 : "자기네들(대상 대리점)이 3% 정도 마진을 붙여서 우리에게 주는데, 그것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상 베스트코에서 판매를 하고 있단 말입니다."

도매상들은 유통질서를 지켜달라고 요구합니다.

<인터뷰> 박국언 : "고추장을 생산하는 사람은 생산에 전력하고, 자기네들의 계통대로 유통과정을 통해서 공급을 하고 이렇게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다 보니까 유통질서도 엉망이 되고..."

대상 베스트코는 이곳 엄궁동을 비롯해 부산지역 4곳의 중소 식자재업체를 인수했고, 현재 2곳의 식자재 마트를 추가로 세울 계획입니다.

도매상 뿐 아니라 유통 단계의 마지막에서 식자재를 직접 식당에 납품하는 중간상인의 위기도 심각합니다.

대상 베스트코가 직접 식당에까지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거래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재문(식자재 중간상인) : "대상 베스트코가 지금 그쪽에 엄궁하고 여기(해운대)는 동서로 극과 극인데 부산으로 봤을 때는, 지금 해운대까지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주문이 별로 없다 보니 이재문 씨 트럭에 실린 물품은 고작 10여 개가 전붑니다.

<인터뷰> 이재문(식자재 중간상인) : "어떤 날은 하루에 기름값도 제대로 못 버는 날이 있습니다. 납품을 거래처를 갖고 책임감 있게 납품 공급해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하다 보니까. 올해 들어와서 평균을 따져서는 한 50만 원 정도 남는 것 같아요. (한 달에요?)네."

특히, 부산 지역에서는 2만여 개 음식점이 가입된 부산외식업중앙회가 대상 베스트코와 손을 잡으면서 거의 독주 양상입니다.

<인터뷰> 이경수(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식자재분과 위원장) : "외식업조합(외식업중앙회)이라는 게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교육과 위생 전반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조합인데 거기서 대상하고 손을 잡으면서 외식업조합에 있는 사람들이 외식업체에 다니면서 영업을 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표현을 해서 대상의 영업사원으로 전락해버렸죠."

대상 베스트코 측은 이른바 '골목상권 싹쓸이'는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

<인터뷰> 김순겸(대상 베스트코 사업본부장) : "저희는 지역별로 진출을 할 때 그 지역에 있는 분들하고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많은 좋은 상생 협력 모델들도 만들어 낸 바가 있고, 그걸 위해서 동반성장추진팀이라고 하는 전문조직도 만들어서 진행을 하고 있고..."

또, 지금까지 대기업의 식자재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 유통 상인들의 피해는 실제로 크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순겸 : "2000년대 초부터 대기업 계열의 식품유통업체들이 식자재 유통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러면서 식당에 직거래도 해오고 있지만 중소상인들이 그로 인해서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거나 어렵게 됐다고 하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상 베스트코는 중소업체 인수와 사업확장으로, 2011년 81억 원이던 매출을 지난해엔 2700억 원으로 1년 새 무려 33배 늘렸습니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이 기간 식자재 시장의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기존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대상베스트코의 진출지는 부산을 비롯해 전주와 대전, 수원 등 전국 곳곳.

이들 지역에서 식자재 중소상인들은 이미 격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

지난해부터 대상 베스트코 시화지점이 영업망을 늘리면서 많은 중소 상인들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세춘(식자재 도매업) : "거의 말은 진짜로 이제 그걸 다 믿진 않지만 원가로 주겠다, 자기네 남기는 것 없이 원가로 주겠다. 처음에는 실질적으로 금액을 맞춰줬기 때문에 어디 가서도 제가 영업을 하기가 좀 수월했었죠."

그런데 최근엔 사업 초기와 달리 공급가를 올리면서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만 6천 원이던 고추장은 3만 5백 원까지 올랐고, 간장과 참깨값도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인터뷰> 박세춘 : "지금에 와서는 대상 입장이 거의 물건값이라는 게 진짜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입고가 되고 있고,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진을 남길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그냥 대상의 심부름꾼이란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일부 품목은 바로 옆 마트의 판매가보다도 더 비싸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세춘 : "마트에서는 16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게 16300원에 들어와도 10%만 받아도 18000원 정도 되는 것 아닙니까."

또 다른 도매상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인터뷰> 식자재 도매상(음성변조) : "(소매점보다 비싸게 들어오는 물건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많죠. 여러 개 있지. 대상에서 나오는 제품 중에 대상 식용유 있잖아요. 식용유 그것도 제가 받는 가격이 33000원이면 다른 데서는 소매로 32000원 이렇게 팔거든요. 그러면 내 입장에서는 물건 납품을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대상 베스트코 측은 일부 마트의 한시적인 할인행사 등으로 인한 특수한 사례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순겸 : "물론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근에 있는 특정업체에서 단 품을 한두 가지 품목들을 업체로부터 파격적으로 지원을 받던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 업체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제공을 하면서 유인을 할 수는 있겠죠."

식자재 납품가가 오르면서 식당들도 음식값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

매운 양념으로 유명한 경기도 안산의 한 낙지 요리 전문점.

갖은 양념을 넣고 낙지볶음 요리가 한창입니다.

이 식당도 야채와 해산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자재를 대상 베스트코로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광수(음식점 사장) : "대상에서 처음 왔을 때 좋은 물건 싸게 준다니까 업주 입장에선 최고 좋은 방법이었고, 좋은 제시였고요. 뭐 물건도 잘 넣어줬고요. 다 좋았는데, 이제 점점 단가가 올라간다는 거죠, 지금 이제."

기존에 식자재를 공급해주던 중소상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광수 : "좀 미안하죠. 많이 미안하죠. 사람이 사는 게 꼭 돈만 갖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정으로도 살아야 하고 그래야 하는데, 어떤 그런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부분이 내가 많이 결여된 것 같아서 항상 죄스럽죠. 그 사람들한테는."

대기업의 식자재 시장 본격 진출.

유통 선진화인가, 아니면 중소업체 죽이기인가.

<인터뷰> 김성진(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변호사) : "저는 기본적으로 유통의 선진화보다는 유통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유통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뭘 원하는지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과 같은 상인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김성진 : "중소상인, 자영업자들도 먹고살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더 이상, 이 사업영역에 진출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상인들의 염원이고 국민의 바람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반면,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한상린(교수/한양대 경영대학장, 전 유통학회장) : "대기업들이 갖는 경쟁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분명히 시장에서 고객들은 그런 것을 원하고, 실제로 고객에게나 기업에나 소위 말하는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는 거죠."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상도의'를 지켜야 함을 물론입니다.

<인터뷰> 한상린 : "기업이 가져야 할, 특히 대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이라던지, 공정한 게임의 룰, 이런 것들을 지키도록 우선은 기업이 인식을 해야 합니다."

식자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중소 상인들과의 상생과 협력을 거듭 강조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조그마한 분식집에까지 식자재를 배달하는데, 상생의 파트너라는 중소 상인들은 할 말을 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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