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책상에서 식사하는 직장인

입력 2013.10.17 (00:08) 수정 2013.10.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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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기업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직원들이 대개 옆 사람과 얘기할 새도 없이 일하고 있죠.

심지어는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면서 전화도 받고 컴퓨터까지 다루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은 더 치열한데요, 미국에서는 점심 시간에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는 직장인이 다섯 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겠다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기꺼이 일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국제부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혜송 기자.

<질문> 미국 기업에서는 근무 강도가 높다고는 합니다만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오기도 어렵다는 건 뜻밖이네요.

<답변>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러 사무실을 벗어나는 직장인들을 일컬어서 흔히 '넥타이 부대'라고 하죠.

이렇게 밥을 먹으로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미국에서는 생각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 인력컨설팅 업체가 미국과 캐나다 직장인 천 2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직장인의 80% 이상 절대 다수가 점심 시간에 좀처럼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를 보면서 말씀드리죠.

별도의 점심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다는 직장인이 28%나 됐습니다.

종종 점심시간을 내지 못한다는 응답도 14%였습니다.

또 39%는 점심을 먹기는 하지만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해결한다고 답했습니다.

별도의 점심 휴식 시간을 갖는다는 사람은 19%에 불과했습니다.

이러다보니 LA나 뉴욕 등 대도시 사무실이 밀집한 거리에서 점심 때 식당을 찾아 이동하는 무리를 볼 수가 없죠.

업무상 약속 외에는 푸트 트럭이라고 불리우는 음식 판매대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녹취> 에이힝거(LA 시민) : "집 앞이나 회사 바깥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직장인들이 여유를 가지고 점심을 먹기가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답변> 외관상 우리나라보다 점심시간이 훨씬 더 인색해 보이는데요.

미국의 직장 문화와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죠.

정해진 근로 시간 안에 그날의 일과를 마쳐야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회사는 높은 근무 강도를 요구하고 근로자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밖에 휴게 시간 없이 일하기로 근로 계약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즉 모든 시간을 유급으로 계산하면 점심 시간은 없어지게 되겠죠.

2년 전에도 직장인의 점심 시간을 주제로 한 비슷한 조사가 있었는데요, 조사 기관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만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대답이 그 때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높게 나왔습니다.

<질문> 직장인이 가지는 유일한 낙이 점심 때 짧은 휴식 아닐까 싶은데요.

이마저도 없다면 너무 삭막할 것 같군요.

<답변> 점심 시간, 또 점심 식사의 패턴은 나라별로, 혹은 대륙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직장인 가운데 점심 식사를 위해 일정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이전의 조사를 보면 일과중에 따로 점심시간을 갖는 근로자의 비율은 세계적으로 평균 40%라고 합니다.

유럽은 49%, 아시아는 46%로 비교적 높았는데요.

프랑스는 58%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프랑스 인들은 또 사무실 책상에서 식사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따로 점심식사 시간을 갖는 비율이 29%에 불과했고, 캐나다와 벨기에도 26%에 그쳤습니다.

<질문> 그래도 유럽은 미국보다는 좀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요.

<답변> 상대적으로 점심 시간에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프랑스도 과거 90분에 이르던 점심시간이 최근에는 22분까지 줄어드는 등 예전처럼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도 샌드위치와 차의 판매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패스트푸드점들이 전통적인 레스토랑과 카페의 매출을 뛰어넘었습니다.

<녹취> 패스트푸드 점장 : "닭고기를 오븐에 구워 프랑스인들의 입맛에 맞춰 버거를 만듭니다."

<질문> 이렇게 직장인들이 점심을 거르다시피 열심히 일하면 일은 많이 하겠지만 근로자의 건강 면에서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결국 길게 보면 생산성도 오히려 떨어질테구요.

<답변> 미국에서도 바른 식생활을 위한 안내는 많이 있습니다.

식생활 지침 가운데 하나를 볼까요.

먼저 "식사는 식탁에서 해야 한다. 서지 말고 앉아서 먹는다."

그리고 "동료나 가족과 많은 식사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또 햄버거나 피자같은 "고열량 또는 고지방 식품은 피하라"는 내용인데요.

미국 직장인들은 정말 지키기 어려워 보입니다.

패스트푸드 위주로 사무공간에서 급하게 식사하면 소화 기능 면에서도 좋지 않을 뿐더러 재충전 없이 일만 계속하면 스트레스가 높아져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우려해서 점심 식사를 직원 복지의 일부로 간주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습니다.

<녹취> 제니퍼 크로코스키(기업 분석가) : "회사는 직원들이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를 고민하고 그들이 건강한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질문>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와는 좀 다르죠?

<답변> 우리나라에서는 점심시간은 비교적 서구에 비해 관대합니다만, 대신 업무 시간을 초과해 저녁에 오래 일하는 관행이 있구요.

퇴근이 늦을수록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제시간에 일을 못 끝내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즉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유럽도 외부에서 식사한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덜 하지만 업무의 질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습니다.

취업정보 사이트 '몬스터 닷컴'이 각국의 접속자 약 5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온전히 한 시간의 점심 시간을 갖는다는 응답자는 17%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로 시간 단축이 주요 화두가 되는 가운데 머지 않은 미래에 정시 출퇴근을 전제로 지금보다 밀도 높게 근무하는 곳이 많아지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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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책상에서 식사하는 직장인
    • 입력 2013-10-17 06:57:54
    • 수정2013-10-17 07:21:00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 기업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직원들이 대개 옆 사람과 얘기할 새도 없이 일하고 있죠.

심지어는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면서 전화도 받고 컴퓨터까지 다루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은 더 치열한데요, 미국에서는 점심 시간에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는 직장인이 다섯 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겠다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기꺼이 일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국제부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혜송 기자.

<질문> 미국 기업에서는 근무 강도가 높다고는 합니다만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오기도 어렵다는 건 뜻밖이네요.

<답변>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러 사무실을 벗어나는 직장인들을 일컬어서 흔히 '넥타이 부대'라고 하죠.

이렇게 밥을 먹으로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미국에서는 생각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 인력컨설팅 업체가 미국과 캐나다 직장인 천 2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직장인의 80% 이상 절대 다수가 점심 시간에 좀처럼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를 보면서 말씀드리죠.

별도의 점심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다는 직장인이 28%나 됐습니다.

종종 점심시간을 내지 못한다는 응답도 14%였습니다.

또 39%는 점심을 먹기는 하지만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해결한다고 답했습니다.

별도의 점심 휴식 시간을 갖는다는 사람은 19%에 불과했습니다.

이러다보니 LA나 뉴욕 등 대도시 사무실이 밀집한 거리에서 점심 때 식당을 찾아 이동하는 무리를 볼 수가 없죠.

업무상 약속 외에는 푸트 트럭이라고 불리우는 음식 판매대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녹취> 에이힝거(LA 시민) : "집 앞이나 회사 바깥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직장인들이 여유를 가지고 점심을 먹기가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답변> 외관상 우리나라보다 점심시간이 훨씬 더 인색해 보이는데요.

미국의 직장 문화와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죠.

정해진 근로 시간 안에 그날의 일과를 마쳐야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회사는 높은 근무 강도를 요구하고 근로자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밖에 휴게 시간 없이 일하기로 근로 계약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즉 모든 시간을 유급으로 계산하면 점심 시간은 없어지게 되겠죠.

2년 전에도 직장인의 점심 시간을 주제로 한 비슷한 조사가 있었는데요, 조사 기관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만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대답이 그 때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높게 나왔습니다.

<질문> 직장인이 가지는 유일한 낙이 점심 때 짧은 휴식 아닐까 싶은데요.

이마저도 없다면 너무 삭막할 것 같군요.

<답변> 점심 시간, 또 점심 식사의 패턴은 나라별로, 혹은 대륙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직장인 가운데 점심 식사를 위해 일정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이전의 조사를 보면 일과중에 따로 점심시간을 갖는 근로자의 비율은 세계적으로 평균 40%라고 합니다.

유럽은 49%, 아시아는 46%로 비교적 높았는데요.

프랑스는 58%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프랑스 인들은 또 사무실 책상에서 식사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따로 점심식사 시간을 갖는 비율이 29%에 불과했고, 캐나다와 벨기에도 26%에 그쳤습니다.

<질문> 그래도 유럽은 미국보다는 좀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요.

<답변> 상대적으로 점심 시간에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프랑스도 과거 90분에 이르던 점심시간이 최근에는 22분까지 줄어드는 등 예전처럼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도 샌드위치와 차의 판매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패스트푸드점들이 전통적인 레스토랑과 카페의 매출을 뛰어넘었습니다.

<녹취> 패스트푸드 점장 : "닭고기를 오븐에 구워 프랑스인들의 입맛에 맞춰 버거를 만듭니다."

<질문> 이렇게 직장인들이 점심을 거르다시피 열심히 일하면 일은 많이 하겠지만 근로자의 건강 면에서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결국 길게 보면 생산성도 오히려 떨어질테구요.

<답변> 미국에서도 바른 식생활을 위한 안내는 많이 있습니다.

식생활 지침 가운데 하나를 볼까요.

먼저 "식사는 식탁에서 해야 한다. 서지 말고 앉아서 먹는다."

그리고 "동료나 가족과 많은 식사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또 햄버거나 피자같은 "고열량 또는 고지방 식품은 피하라"는 내용인데요.

미국 직장인들은 정말 지키기 어려워 보입니다.

패스트푸드 위주로 사무공간에서 급하게 식사하면 소화 기능 면에서도 좋지 않을 뿐더러 재충전 없이 일만 계속하면 스트레스가 높아져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우려해서 점심 식사를 직원 복지의 일부로 간주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습니다.

<녹취> 제니퍼 크로코스키(기업 분석가) : "회사는 직원들이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를 고민하고 그들이 건강한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질문>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와는 좀 다르죠?

<답변> 우리나라에서는 점심시간은 비교적 서구에 비해 관대합니다만, 대신 업무 시간을 초과해 저녁에 오래 일하는 관행이 있구요.

퇴근이 늦을수록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제시간에 일을 못 끝내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즉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유럽도 외부에서 식사한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덜 하지만 업무의 질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습니다.

취업정보 사이트 '몬스터 닷컴'이 각국의 접속자 약 5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온전히 한 시간의 점심 시간을 갖는다는 응답자는 17%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로 시간 단축이 주요 화두가 되는 가운데 머지 않은 미래에 정시 출퇴근을 전제로 지금보다 밀도 높게 근무하는 곳이 많아지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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