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집행정지의 두 얼굴

입력 2013.10.20 (07:15) 수정 2013.10.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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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도소에서 형 집행정지가 제 때 안 이뤄져 숨진 사람은 최근 10년 간 8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형 집행정지가 일부 돈있는 사람들의 '합법적 탈옥'이라 불리데 반해 일반 수감자들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형 집행정지의 두 얼굴을 유호윤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임 모 씨.

교도소 수감 뒤 한 달이 지나자 손가락에 진물이 나면서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재판을 받으면서 통증은 더 심해졌지만, 구속집행 정지 신청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임 모 씨 : "나 같은 사람이 아프다고 그러면 '나이롱이지 뭘 아파' 이러고, 저 사람 돈 좀 있잖아요, 그럼 '회장님 어디 아프신 데 없어요?' 물어보고. 나오기도 힘들어요, 없는 놈은 아파도..."

결국 임 씨는 통증을 느낀 지 1년이 지나서야 받은 조직검사에서 피부암 3기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뒤늦게 형집행정지를 받고 왼손 손가락과 겨드랑이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기양(임 씨 수술 의사) : "조금 더 일찍 진단을 했다면 손톱 밑에 있는 피부암도 많이 진행이 안 된 상태에서 (치료해) 손가락을 살릴 수 있었고요."

최근 10년 동안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숨진 재소자는 모두 277명.

이 가운데 30%인 85명은 형 집행정지가 허가되지 않거나 늦어져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벌금을 못 내 일당 5만 원 짜리 노역을 하다 숨진 사람도 9명이나 됩니다.

형 집행 허가에 걸린 기간도 범죄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처음 수감돼서 형 집행이 정지돼 교도소를 나가기까지 걸린 기간은 폭력은 470일, 절도는 330일로 상대적으로 길었던 반면 횡령과 배임은 270일, 공직선거법은 130일에 불과했습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당뇨와 우울증으로 CJ 이재현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구속집행이 정지됐지만, 전국 교정시설에는 당뇨병 환자가 3천 6백 명, 신장투석 환자는 67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형집행정지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없애려면 심의 강화와 함께 교정시설 내 의료의 질도 높여야 합니다.

현재 정원 100명인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장기적으론 교정병원을 세워 위중한 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수감자가 부담해 외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대안으로 지적됩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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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집행정지의 두 얼굴
    • 입력 2013-10-20 07:17:49
    • 수정2013-10-20 07: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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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도소에서 형 집행정지가 제 때 안 이뤄져 숨진 사람은 최근 10년 간 8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형 집행정지가 일부 돈있는 사람들의 '합법적 탈옥'이라 불리데 반해 일반 수감자들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형 집행정지의 두 얼굴을 유호윤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임 모 씨.

교도소 수감 뒤 한 달이 지나자 손가락에 진물이 나면서 통증이 시작됐습니다.

재판을 받으면서 통증은 더 심해졌지만, 구속집행 정지 신청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임 모 씨 : "나 같은 사람이 아프다고 그러면 '나이롱이지 뭘 아파' 이러고, 저 사람 돈 좀 있잖아요, 그럼 '회장님 어디 아프신 데 없어요?' 물어보고. 나오기도 힘들어요, 없는 놈은 아파도..."

결국 임 씨는 통증을 느낀 지 1년이 지나서야 받은 조직검사에서 피부암 3기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뒤늦게 형집행정지를 받고 왼손 손가락과 겨드랑이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기양(임 씨 수술 의사) : "조금 더 일찍 진단을 했다면 손톱 밑에 있는 피부암도 많이 진행이 안 된 상태에서 (치료해) 손가락을 살릴 수 있었고요."

최근 10년 동안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숨진 재소자는 모두 277명.

이 가운데 30%인 85명은 형 집행정지가 허가되지 않거나 늦어져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벌금을 못 내 일당 5만 원 짜리 노역을 하다 숨진 사람도 9명이나 됩니다.

형 집행 허가에 걸린 기간도 범죄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처음 수감돼서 형 집행이 정지돼 교도소를 나가기까지 걸린 기간은 폭력은 470일, 절도는 330일로 상대적으로 길었던 반면 횡령과 배임은 270일, 공직선거법은 130일에 불과했습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당뇨와 우울증으로 CJ 이재현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구속집행이 정지됐지만, 전국 교정시설에는 당뇨병 환자가 3천 6백 명, 신장투석 환자는 67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형집행정지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없애려면 심의 강화와 함께 교정시설 내 의료의 질도 높여야 합니다.

현재 정원 100명인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장기적으론 교정병원을 세워 위중한 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수감자가 부담해 외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대안으로 지적됩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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