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합격, 재수·삼수…은행권 취업 양극화

입력 2013.10.20 (08:16) 수정 2013.10.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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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대학 4학년생인 정모(26)씨는 집이 같은 서울인데도 올해 초부터 학교 앞에서 자취생활을 한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정씨는 "통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요즘 강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종일 학교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한다. 그가 올해 하반기 들어 지원한 은행만 5곳이다.

정씨처럼 은행원을 꿈꾸는 수험생은 전국적으로 수만명에 달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기업은행 공개채용 지원자는 2만1천명이다. 국민은행은 1만6천500명, 산업은행은 5천200명, 신한은행은 1만5천명, 우리은행은 1만8천명, 하나은행은 1만3천400명이다.

중복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은행 입시철이면 대학가가 들썩일 만한 수준이다.

◇평균연봉 1억여원, '철발통'…"은행은 좋은 직장"

이처럼 많은 수험생이 은행 취업에 매달리는 것은 은행이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들어가려고 재수, 삼수하는 사례도 있다.

정씨는 '은행 만한 직장 없다'는 집안 어른들 설득에 마음을 굳혔다.

현직 은행원들의 직장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4년차 은행원은 "급여도 괜찮고 업무 강도도 견딜만 하다"며 "직장 상사에 더해 고객까지 상대해야 하는 점이 때로는 힘들지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원 수가 150만명이 넘는 취업준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은행원은 예비 후배들에게 "영업이 성격에 맞지 않는 사람만 아니라면 은행은 분명히 좋은 직장"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에 달할 만큼 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실적의 압박을 받지만 어지간해서는 잘리지 않는 '철밥통'에 속한다.

이처럼 구직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많은 만큼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하반기 100명을 선발할 예정인 하나은행 공개채용에는 1만3천400명이 지원해 1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도 100대 1에 육박한다.

정씨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이처럼 높은 경쟁률 때문에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그는 "만약 올해 줄줄이 떨어지면 내년에는 은행 외의 직종에도 지원하게 될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수험생들 은행 정보 '빠삭'…"중복합격자는 골라가"

구직자들에게 은행은 다 같은 은행이 아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학생들은 은행에 대한 모든 객관적인 정보를 취득한 상태에서 취업 문을 두드린다"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은행별 특징이 불문율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시중은행의 경우 A은행은 연봉이 높고, B은행은 영업 강도가 약하고, C은행은 근무 분위기가 가족적이라는 식이다.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업무를 한다는 금융공기업의 특성상 은행 중에서도 특히 수험생들의 선망 대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여신 등 은행 생활을 하며 다루는 업무가 다양하다는 점이 수험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률이 100대 1을 웃돌 만큼 입사 경쟁이 치열하지만, 최종합격해도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 합격하는 실력 좋은 수험생들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수한 수험생들의 경우 은행이 이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은행을 골라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 인사부장은 "최종합격을 발표한 뒤 소집한 연수에 나타나야 비로소 입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며 "연수에 나타나지 않는 합격자에 대해선 '다른 곳으로 갔구나'하고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애초에 이런 중복 합격자들까지 고려해 채용 규모를 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 순으로 '예비 합격자' 번호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불합격 수험생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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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복 합격, 재수·삼수…은행권 취업 양극화
    • 입력 2013-10-20 08:16:11
    • 수정2013-10-20 15:27:06
    연합뉴스
서울에 있는 대학 4학년생인 정모(26)씨는 집이 같은 서울인데도 올해 초부터 학교 앞에서 자취생활을 한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정씨는 "통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요즘 강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종일 학교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한다. 그가 올해 하반기 들어 지원한 은행만 5곳이다.

정씨처럼 은행원을 꿈꾸는 수험생은 전국적으로 수만명에 달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기업은행 공개채용 지원자는 2만1천명이다. 국민은행은 1만6천500명, 산업은행은 5천200명, 신한은행은 1만5천명, 우리은행은 1만8천명, 하나은행은 1만3천400명이다.

중복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은행 입시철이면 대학가가 들썩일 만한 수준이다.

◇평균연봉 1억여원, '철발통'…"은행은 좋은 직장"

이처럼 많은 수험생이 은행 취업에 매달리는 것은 은행이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들어가려고 재수, 삼수하는 사례도 있다.

정씨는 '은행 만한 직장 없다'는 집안 어른들 설득에 마음을 굳혔다.

현직 은행원들의 직장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4년차 은행원은 "급여도 괜찮고 업무 강도도 견딜만 하다"며 "직장 상사에 더해 고객까지 상대해야 하는 점이 때로는 힘들지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원 수가 150만명이 넘는 취업준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은행원은 예비 후배들에게 "영업이 성격에 맞지 않는 사람만 아니라면 은행은 분명히 좋은 직장"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에 달할 만큼 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실적의 압박을 받지만 어지간해서는 잘리지 않는 '철밥통'에 속한다.

이처럼 구직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많은 만큼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하반기 100명을 선발할 예정인 하나은행 공개채용에는 1만3천400명이 지원해 1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도 100대 1에 육박한다.

정씨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이처럼 높은 경쟁률 때문에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그는 "만약 올해 줄줄이 떨어지면 내년에는 은행 외의 직종에도 지원하게 될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수험생들 은행 정보 '빠삭'…"중복합격자는 골라가"

구직자들에게 은행은 다 같은 은행이 아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학생들은 은행에 대한 모든 객관적인 정보를 취득한 상태에서 취업 문을 두드린다"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은행별 특징이 불문율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시중은행의 경우 A은행은 연봉이 높고, B은행은 영업 강도가 약하고, C은행은 근무 분위기가 가족적이라는 식이다.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업무를 한다는 금융공기업의 특성상 은행 중에서도 특히 수험생들의 선망 대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여신 등 은행 생활을 하며 다루는 업무가 다양하다는 점이 수험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률이 100대 1을 웃돌 만큼 입사 경쟁이 치열하지만, 최종합격해도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 합격하는 실력 좋은 수험생들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수한 수험생들의 경우 은행이 이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은행을 골라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 인사부장은 "최종합격을 발표한 뒤 소집한 연수에 나타나야 비로소 입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며 "연수에 나타나지 않는 합격자에 대해선 '다른 곳으로 갔구나'하고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애초에 이런 중복 합격자들까지 고려해 채용 규모를 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 순으로 '예비 합격자' 번호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불합격 수험생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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