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개혁·개방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3.10.26 (07:50)
수정 2013.11.02 (10: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개혁개방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중국과의 밀무역과 인력송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사회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혁개방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봅니다.
북한부 장한식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물살이 제법 빠른 국경의 강.
<녹취> "힘내! 힘내!"
두 남자가 강물을 헤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옵니다.
한 남자가 힘에 부쳤는지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녹취> "야야~ 저기 사람 죽어..."
잠시 후 몸을 추스리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강에 뛰어든 지 10분, 마침내 반대편 기슭에 도착해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묵직한 마대자루를 넘깁니다.
북중 국경에서 수없이 이뤄지는 밀무역입니다.
대낮에 버젓이 북한산 광석을 건네주고는 중국의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바꿔갑니다.
북한경제가 중국에 깊숙이 연결되면 1300킬로미터 국경에서 이같은 밀무역이 크게 번성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도 크게 늘었습니다.
해외 인력수출입니다.
두만강 인근의 도문경제개발구.
조선공업원으로 불리는 이곳의 주력은 북한 인력입니다.
한 봉제공장을 둘러보니 20대 북한여성들이 인형제작에 한창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여기서 만든 거예요?) 네. (일은 재미있어요) 네. (오신지 얼마나 됐나요?) 열 달."
이곳 도문개발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10월에만 600명이 늘어나면서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섬유와 식품, 기계, IT 등 업종도 다양합니다.
높은 노동강도에도 잘 적응하고 있어 중국인들보다 임금은 적지만 생산성은 더 높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옛날처럼 힘들고 애먹고(하지 않고)...많이 좋아졌다고요... 이제는 자본주의 들어왔으면 자본주의 습관을 따라야 된다. 그래야 돈 벌지 북한의 그런 정책 가지고는 중국에서는 안된다 그걸 알고 있어요..."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압록강 하류 단둥입니다.
이 전자부품회사만 해도 2백여 명의 북한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단둥과 인근 도시에 취업중인 북한인은 3,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의 월급은 보통 2천 위안...실제로는 6~700위안을 수령합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아직은 우리가궤도에 올리지 못해서 (월급을) 돈 많이 못 받는단 말입니다. 조국에 바치니까, 바치고 나머지니까...(실제 수령액은)한 600~700위안(한국돈 12~13만원) 된다고 지금..."
하지만 월 6~700위안도 북한 기준에선 적지 않은 돈입니다.
때문에 수백 달러의 뇌물을 바쳐서라도 해외로 나가고자 기를 씁니다.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사채를 빌리기도 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어디서 빌려요 주로?) 은행에서는 거의 없고 개인들...이잣돈이라고 하는데, 그런 거 해가지고 나와요... (이자가 쎄요?) 25% (1년에?) 한달에..."
요즘 북한에선 하루에도 수천 명이 외화를 벌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로 나가고 있습니다.
인력송출은 이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무역담당 : "해외 나오기가 수월해졌다, 바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이전에는 달가워 안했는데 지금은 벌 수 있으면 나가서 벌어라 그럽니다."
북한 내부에서 그나마 경제를 돌려주는 버팀목은 광산입니다.
농업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석탄과 철, 구리, 금 등 지하자원을 개발해 외화를 벌고 주민들의 생계도 해결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농사짓던 사람이 광산가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 말씀이죠?) 네, (광석)열 됫박을 날라주면 보통 한 댓박은 줘요... ((광석)한 됫박 가지면 쌀은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잘 나오면 열다섯킬로 사고 안나오면 일곱킬로 여덟킬로... (그러면 농사짓는 거 보다 훨씬 낫네?) 그러니까 그런 거를 다 택해서 하죠."
사실상의 개인 광산주도 등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지금은 몽땅 광산 뜯어먹으니까 사람들이...머리 좀 눈 좀 돌아가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광산 뜯어먹으니까...회사(명의) 걸어 넣고 개인이 투자해서 하는 게 많아요... (광산을 투자할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이 많습니까?) 그렇죠...돈 없는 사람이 어떻게 광산을 합니까?"
인력수출과 광산개발이 활성화 되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속속 생겨났고, 북한의 경제도 다소 생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한대에 수십, 수백달러짜리 휴대전화가 2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공무원과 상인 등 중상류층은 대부분 지니게 됐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중장년들은 기본적으로 갖췄어요..."
<녹취> 북한 주민 : "지방은 작년부터 씁니다. 웬만한 사람은 돈 꿔서라도 전화기 삽니다. 3분지 1...세 집에 하나..."
그러나 해외진출이나 광산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는 처지입니다.
오토바이를 세차하는 사람과 옆에서 떨고 있는 어린 꽃제비들.
요즘 북한의 빈부격차,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특구나 국경도시들은 다른 지역보다 앞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나진선봉특구와 연결되는 두만강변 훈춘의 권하세관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수백 대의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 세관 문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녹취> 중국 상인 : "(몇시에 (세관)문을 엽니까?) 처음 왔어요? 8시입니다. (북한에서 일하나요?) 장사해요...신발 팝니다."
특구를 오가는 중국상인도 크게 늘어 현재 3천여 명.
덕분에 나진선봉은 활기찬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외화를 더 벌자’ ‘무역을 발전시키자’는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조개와 대게 등을 가공해 수출하는 수산물 공장.
종업원들의 손놀림이 힘차 보입니다.
특구 내 호텔에선 ‘자본주의 도박’ 카지노도 허용돼 있습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라진이 상업중심, 관광중심 그렇게 되고 선봉이 공장중심이 되고... (선봉에 공장이 좀 있긴 있어요?) 장공장, 비료공장, 약공장, 이불공장, 피복공장 다 있어요......이전보다는 많이 낫죠..."
거대시장 중국과의 연결이 깊어가면서 특구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들도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한 시장.
중국산 제품들로 매대가 빈틈이 없습니다.
거리는 인파로 넘쳐나고, 복장을 통일한 상인들이 촘촘히 늘어서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장사를 하며는 주로 음식장사를 해요?) 아니지, 공업품도 하고 신발도 하고 잡화도 하고 수산물도 하고 많지요.."
시장의 매대 하나를 확보하려면 50에서 70달러가 필요하지만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이젠 시장이 없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시장이 없으면 장마당이 없으면 북한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까, 지금? 못 없애죠...그건 죽어도 못 없애요...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뭘 먹고 삽니까?"
배급이 사라진 북한은 사회주의라고 불리기조차 민망할 정돕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말로는 사회주의 경제고 실제 행동은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거나 같애요..."
한의 시장이 커지고 대중무역이 늘어나자 중국은 물류망을 확충하기 시작했습니다.
훈춘-나진 간 고속도로를 계획 중인 가운데 중국 지안과 북한 만포 사이에도 새로운 교량을 건설했습니다.
단둥의 왕복4차선 다리 신압록강대교 역시 거의 완공단계로 내년 7월쯤 개통됩니다.
국내기업들도 북한의 개방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훈춘시 외곽.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한 물류단지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맞닿은 훈춘은 나진항과 가까워, 훗날 한,미,일 등지로 연결되는 물류요충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물류단지 조성공사는 내년 10월 1단계가 완료됩니다.
1년여 뒤면 이곳에 집결된 각종 물자들을 북한 나진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녹취> 이승덕(훈춘포스코현대물류단지 부장) :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저희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가 그 배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사회주의 북한돈은 천덕꾸러기가 됐고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달러와 위안화가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화폐개혁 하면서 늙은이들이 오금 못쓸 때 먹고 살겠다고 오금 더울 때 벌어놨던 돈 그게 몽땅 영되고(쓸모 없어지고) 말았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이제는 돈을 벌면 달러를 열(10) 달러 다섯(5) 달러, 요런 걸 바꾼단 말이에요...달러로 바꿔두면 아무 때고 쓰니까..."
이런데도 당국은 사회주의 간판을 손볼 생각이 없습니다.
북중 무역박람회를 열기도 하고, 각 도마다 경제개발구를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딱 여기까집니다.
장사만 해도 종목 제한이 많고 생계형은 허용되지만 대규모 상업은 숱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조선(북한) 나라에서야 ‘난 돈이 있기 때문에 네 말 안 듣고도 난 먹고 살아’ 이렇게 반박할까봐 돈을 못 벌게 한단 말이에요. 굶어죽지 않으리만큼 장사하라고 그러지 크게 장사를 못하게 한단 말이에요. 그게 통제수단이죠."
북한당국이 인력과 지하자원을 팔아 외화를 버는 데까지는 눈을 떴지만 시장경제의 공식화, 법제화라는 개혁에는 소극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열망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시장경제와 개인농 도입 같은 개혁개방이 이뤄진다면 북한도 중국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지금 가면서 점점 힘들잖아요? 사람들이 좀 이렇게 사는 것도 지겹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먹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서야 무슨 사는 맛이 나요? 한결같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남 못지않게 먹고 잘 살고...중국만큼 살고 싶다..."
개혁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의 반대와 저항 때문이란 겁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협동조합하니깐 일 나가서 부지런히 하는 놈도 요만큼, 안하고 빈들빈들 돌아가는 사람도 요만큼, 그러니깐 일을 착실히 안한단 말이에요. 백성들도 그런다고 개인농 빨리하면 돼 개인농. 먹는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걸 왜 안할까요?) 강짜 먹고 건달치는 놈이 많으니깐. 한 개 농장이면 관리위원장, 당비서, 계획지도원, 생산지도원, 기술(지도원) 그 사람들이 다 없어져야 된단 말이에요...개인농으로 들어가는데 그 사람들이 뭐 필요해요? (그 사람들이 (개인농 도입을)반대한단 말이죠?) 그 사람들이 반대하죠..."
이런 와중에도 주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고양되고 있습니다.
장사를 막거나 돈을 뜯어가는 보안원과 맞서기 일쑤고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우린 그럽니다. 안전원 보고 안전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받아 먹는다. 일본 놈들 보다 더하다..."
<녹취> 북한 주민 : "노골적으로 말하지요 뭐, 저 XX들 다 때려죽이면 좋겠다. 늙은 부모들은 그 말을 해요 왜정시대 보다 더 힘들다..."
개혁을 놓고 주민들과 당국 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녹취>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북한 주민들은 개혁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고 이미 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고 보니까 인민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혁을 늦추고 있는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개혁개방에 대한 열망이 커지자 북한 당국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관계자 : "북한정권이라고 해서, 북조선이라고 해 다 백성 눈치 안보고 하는 거는 없거든요. 사회흐름 자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도도한 민심의 변화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옵니다.
<녹취> 김강일(연변대 교수/한반도연구센터 주임) : "지금의 시장의 힘은 그런 힘을 갖췄어요. 위의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 이것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밑의 변화도 위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얘기죠...중국의 도경(경로)하고 거꾸로...중국은 위로부터 내리 개혁개방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변화는 밑으로부터 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얘깁니다."
동북아의 섬처럼 홀로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북한도 아래에서 불붙은 시장화에 어쩔 수 없이올라탔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획경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시장경제의 새 옷을 걸칠 날이 언제일지 주목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개혁개방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중국과의 밀무역과 인력송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사회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혁개방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봅니다.
북한부 장한식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물살이 제법 빠른 국경의 강.
<녹취> "힘내! 힘내!"
두 남자가 강물을 헤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옵니다.
한 남자가 힘에 부쳤는지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녹취> "야야~ 저기 사람 죽어..."
잠시 후 몸을 추스리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강에 뛰어든 지 10분, 마침내 반대편 기슭에 도착해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묵직한 마대자루를 넘깁니다.
북중 국경에서 수없이 이뤄지는 밀무역입니다.
대낮에 버젓이 북한산 광석을 건네주고는 중국의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바꿔갑니다.
북한경제가 중국에 깊숙이 연결되면 1300킬로미터 국경에서 이같은 밀무역이 크게 번성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도 크게 늘었습니다.
해외 인력수출입니다.
두만강 인근의 도문경제개발구.
조선공업원으로 불리는 이곳의 주력은 북한 인력입니다.
한 봉제공장을 둘러보니 20대 북한여성들이 인형제작에 한창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여기서 만든 거예요?) 네. (일은 재미있어요) 네. (오신지 얼마나 됐나요?) 열 달."
이곳 도문개발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10월에만 600명이 늘어나면서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섬유와 식품, 기계, IT 등 업종도 다양합니다.
높은 노동강도에도 잘 적응하고 있어 중국인들보다 임금은 적지만 생산성은 더 높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옛날처럼 힘들고 애먹고(하지 않고)...많이 좋아졌다고요... 이제는 자본주의 들어왔으면 자본주의 습관을 따라야 된다. 그래야 돈 벌지 북한의 그런 정책 가지고는 중국에서는 안된다 그걸 알고 있어요..."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압록강 하류 단둥입니다.
이 전자부품회사만 해도 2백여 명의 북한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단둥과 인근 도시에 취업중인 북한인은 3,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의 월급은 보통 2천 위안...실제로는 6~700위안을 수령합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아직은 우리가궤도에 올리지 못해서 (월급을) 돈 많이 못 받는단 말입니다. 조국에 바치니까, 바치고 나머지니까...(실제 수령액은)한 600~700위안(한국돈 12~13만원) 된다고 지금..."
하지만 월 6~700위안도 북한 기준에선 적지 않은 돈입니다.
때문에 수백 달러의 뇌물을 바쳐서라도 해외로 나가고자 기를 씁니다.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사채를 빌리기도 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어디서 빌려요 주로?) 은행에서는 거의 없고 개인들...이잣돈이라고 하는데, 그런 거 해가지고 나와요... (이자가 쎄요?) 25% (1년에?) 한달에..."
요즘 북한에선 하루에도 수천 명이 외화를 벌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로 나가고 있습니다.
인력송출은 이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무역담당 : "해외 나오기가 수월해졌다, 바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이전에는 달가워 안했는데 지금은 벌 수 있으면 나가서 벌어라 그럽니다."
북한 내부에서 그나마 경제를 돌려주는 버팀목은 광산입니다.
농업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석탄과 철, 구리, 금 등 지하자원을 개발해 외화를 벌고 주민들의 생계도 해결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농사짓던 사람이 광산가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 말씀이죠?) 네, (광석)열 됫박을 날라주면 보통 한 댓박은 줘요... ((광석)한 됫박 가지면 쌀은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잘 나오면 열다섯킬로 사고 안나오면 일곱킬로 여덟킬로... (그러면 농사짓는 거 보다 훨씬 낫네?) 그러니까 그런 거를 다 택해서 하죠."
사실상의 개인 광산주도 등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지금은 몽땅 광산 뜯어먹으니까 사람들이...머리 좀 눈 좀 돌아가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광산 뜯어먹으니까...회사(명의) 걸어 넣고 개인이 투자해서 하는 게 많아요... (광산을 투자할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이 많습니까?) 그렇죠...돈 없는 사람이 어떻게 광산을 합니까?"
인력수출과 광산개발이 활성화 되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속속 생겨났고, 북한의 경제도 다소 생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한대에 수십, 수백달러짜리 휴대전화가 2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공무원과 상인 등 중상류층은 대부분 지니게 됐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중장년들은 기본적으로 갖췄어요..."
<녹취> 북한 주민 : "지방은 작년부터 씁니다. 웬만한 사람은 돈 꿔서라도 전화기 삽니다. 3분지 1...세 집에 하나..."
그러나 해외진출이나 광산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는 처지입니다.
오토바이를 세차하는 사람과 옆에서 떨고 있는 어린 꽃제비들.
요즘 북한의 빈부격차,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특구나 국경도시들은 다른 지역보다 앞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나진선봉특구와 연결되는 두만강변 훈춘의 권하세관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수백 대의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 세관 문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녹취> 중국 상인 : "(몇시에 (세관)문을 엽니까?) 처음 왔어요? 8시입니다. (북한에서 일하나요?) 장사해요...신발 팝니다."
특구를 오가는 중국상인도 크게 늘어 현재 3천여 명.
덕분에 나진선봉은 활기찬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외화를 더 벌자’ ‘무역을 발전시키자’는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조개와 대게 등을 가공해 수출하는 수산물 공장.
종업원들의 손놀림이 힘차 보입니다.
특구 내 호텔에선 ‘자본주의 도박’ 카지노도 허용돼 있습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라진이 상업중심, 관광중심 그렇게 되고 선봉이 공장중심이 되고... (선봉에 공장이 좀 있긴 있어요?) 장공장, 비료공장, 약공장, 이불공장, 피복공장 다 있어요......이전보다는 많이 낫죠..."
거대시장 중국과의 연결이 깊어가면서 특구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들도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한 시장.
중국산 제품들로 매대가 빈틈이 없습니다.
거리는 인파로 넘쳐나고, 복장을 통일한 상인들이 촘촘히 늘어서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장사를 하며는 주로 음식장사를 해요?) 아니지, 공업품도 하고 신발도 하고 잡화도 하고 수산물도 하고 많지요.."
시장의 매대 하나를 확보하려면 50에서 70달러가 필요하지만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이젠 시장이 없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시장이 없으면 장마당이 없으면 북한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까, 지금? 못 없애죠...그건 죽어도 못 없애요...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뭘 먹고 삽니까?"
배급이 사라진 북한은 사회주의라고 불리기조차 민망할 정돕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말로는 사회주의 경제고 실제 행동은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거나 같애요..."
한의 시장이 커지고 대중무역이 늘어나자 중국은 물류망을 확충하기 시작했습니다.
훈춘-나진 간 고속도로를 계획 중인 가운데 중국 지안과 북한 만포 사이에도 새로운 교량을 건설했습니다.
단둥의 왕복4차선 다리 신압록강대교 역시 거의 완공단계로 내년 7월쯤 개통됩니다.
국내기업들도 북한의 개방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훈춘시 외곽.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한 물류단지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맞닿은 훈춘은 나진항과 가까워, 훗날 한,미,일 등지로 연결되는 물류요충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물류단지 조성공사는 내년 10월 1단계가 완료됩니다.
1년여 뒤면 이곳에 집결된 각종 물자들을 북한 나진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녹취> 이승덕(훈춘포스코현대물류단지 부장) :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저희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가 그 배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사회주의 북한돈은 천덕꾸러기가 됐고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달러와 위안화가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화폐개혁 하면서 늙은이들이 오금 못쓸 때 먹고 살겠다고 오금 더울 때 벌어놨던 돈 그게 몽땅 영되고(쓸모 없어지고) 말았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이제는 돈을 벌면 달러를 열(10) 달러 다섯(5) 달러, 요런 걸 바꾼단 말이에요...달러로 바꿔두면 아무 때고 쓰니까..."
이런데도 당국은 사회주의 간판을 손볼 생각이 없습니다.
북중 무역박람회를 열기도 하고, 각 도마다 경제개발구를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딱 여기까집니다.
장사만 해도 종목 제한이 많고 생계형은 허용되지만 대규모 상업은 숱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조선(북한) 나라에서야 ‘난 돈이 있기 때문에 네 말 안 듣고도 난 먹고 살아’ 이렇게 반박할까봐 돈을 못 벌게 한단 말이에요. 굶어죽지 않으리만큼 장사하라고 그러지 크게 장사를 못하게 한단 말이에요. 그게 통제수단이죠."
북한당국이 인력과 지하자원을 팔아 외화를 버는 데까지는 눈을 떴지만 시장경제의 공식화, 법제화라는 개혁에는 소극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열망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시장경제와 개인농 도입 같은 개혁개방이 이뤄진다면 북한도 중국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지금 가면서 점점 힘들잖아요? 사람들이 좀 이렇게 사는 것도 지겹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먹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서야 무슨 사는 맛이 나요? 한결같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남 못지않게 먹고 잘 살고...중국만큼 살고 싶다..."
개혁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의 반대와 저항 때문이란 겁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협동조합하니깐 일 나가서 부지런히 하는 놈도 요만큼, 안하고 빈들빈들 돌아가는 사람도 요만큼, 그러니깐 일을 착실히 안한단 말이에요. 백성들도 그런다고 개인농 빨리하면 돼 개인농. 먹는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걸 왜 안할까요?) 강짜 먹고 건달치는 놈이 많으니깐. 한 개 농장이면 관리위원장, 당비서, 계획지도원, 생산지도원, 기술(지도원) 그 사람들이 다 없어져야 된단 말이에요...개인농으로 들어가는데 그 사람들이 뭐 필요해요? (그 사람들이 (개인농 도입을)반대한단 말이죠?) 그 사람들이 반대하죠..."
이런 와중에도 주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고양되고 있습니다.
장사를 막거나 돈을 뜯어가는 보안원과 맞서기 일쑤고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우린 그럽니다. 안전원 보고 안전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받아 먹는다. 일본 놈들 보다 더하다..."
<녹취> 북한 주민 : "노골적으로 말하지요 뭐, 저 XX들 다 때려죽이면 좋겠다. 늙은 부모들은 그 말을 해요 왜정시대 보다 더 힘들다..."
개혁을 놓고 주민들과 당국 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녹취>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북한 주민들은 개혁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고 이미 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고 보니까 인민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혁을 늦추고 있는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개혁개방에 대한 열망이 커지자 북한 당국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관계자 : "북한정권이라고 해서, 북조선이라고 해 다 백성 눈치 안보고 하는 거는 없거든요. 사회흐름 자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도도한 민심의 변화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옵니다.
<녹취> 김강일(연변대 교수/한반도연구센터 주임) : "지금의 시장의 힘은 그런 힘을 갖췄어요. 위의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 이것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밑의 변화도 위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얘기죠...중국의 도경(경로)하고 거꾸로...중국은 위로부터 내리 개혁개방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변화는 밑으로부터 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얘깁니다."
동북아의 섬처럼 홀로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북한도 아래에서 불붙은 시장화에 어쩔 수 없이올라탔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획경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시장경제의 새 옷을 걸칠 날이 언제일지 주목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北 개혁·개방 어디까지 왔나?
-
- 입력 2013-10-26 06:57:18
- 수정2013-11-02 10:25:55
<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개혁개방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중국과의 밀무역과 인력송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사회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혁개방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봅니다.
북한부 장한식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물살이 제법 빠른 국경의 강.
<녹취> "힘내! 힘내!"
두 남자가 강물을 헤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옵니다.
한 남자가 힘에 부쳤는지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녹취> "야야~ 저기 사람 죽어..."
잠시 후 몸을 추스리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강에 뛰어든 지 10분, 마침내 반대편 기슭에 도착해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묵직한 마대자루를 넘깁니다.
북중 국경에서 수없이 이뤄지는 밀무역입니다.
대낮에 버젓이 북한산 광석을 건네주고는 중국의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바꿔갑니다.
북한경제가 중국에 깊숙이 연결되면 1300킬로미터 국경에서 이같은 밀무역이 크게 번성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도 크게 늘었습니다.
해외 인력수출입니다.
두만강 인근의 도문경제개발구.
조선공업원으로 불리는 이곳의 주력은 북한 인력입니다.
한 봉제공장을 둘러보니 20대 북한여성들이 인형제작에 한창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여기서 만든 거예요?) 네. (일은 재미있어요) 네. (오신지 얼마나 됐나요?) 열 달."
이곳 도문개발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10월에만 600명이 늘어나면서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섬유와 식품, 기계, IT 등 업종도 다양합니다.
높은 노동강도에도 잘 적응하고 있어 중국인들보다 임금은 적지만 생산성은 더 높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옛날처럼 힘들고 애먹고(하지 않고)...많이 좋아졌다고요... 이제는 자본주의 들어왔으면 자본주의 습관을 따라야 된다. 그래야 돈 벌지 북한의 그런 정책 가지고는 중국에서는 안된다 그걸 알고 있어요..."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압록강 하류 단둥입니다.
이 전자부품회사만 해도 2백여 명의 북한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단둥과 인근 도시에 취업중인 북한인은 3,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의 월급은 보통 2천 위안...실제로는 6~700위안을 수령합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아직은 우리가궤도에 올리지 못해서 (월급을) 돈 많이 못 받는단 말입니다. 조국에 바치니까, 바치고 나머지니까...(실제 수령액은)한 600~700위안(한국돈 12~13만원) 된다고 지금..."
하지만 월 6~700위안도 북한 기준에선 적지 않은 돈입니다.
때문에 수백 달러의 뇌물을 바쳐서라도 해외로 나가고자 기를 씁니다.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사채를 빌리기도 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어디서 빌려요 주로?) 은행에서는 거의 없고 개인들...이잣돈이라고 하는데, 그런 거 해가지고 나와요... (이자가 쎄요?) 25% (1년에?) 한달에..."
요즘 북한에선 하루에도 수천 명이 외화를 벌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로 나가고 있습니다.
인력송출은 이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무역담당 : "해외 나오기가 수월해졌다, 바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이전에는 달가워 안했는데 지금은 벌 수 있으면 나가서 벌어라 그럽니다."
북한 내부에서 그나마 경제를 돌려주는 버팀목은 광산입니다.
농업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석탄과 철, 구리, 금 등 지하자원을 개발해 외화를 벌고 주민들의 생계도 해결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농사짓던 사람이 광산가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 말씀이죠?) 네, (광석)열 됫박을 날라주면 보통 한 댓박은 줘요... ((광석)한 됫박 가지면 쌀은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잘 나오면 열다섯킬로 사고 안나오면 일곱킬로 여덟킬로... (그러면 농사짓는 거 보다 훨씬 낫네?) 그러니까 그런 거를 다 택해서 하죠."
사실상의 개인 광산주도 등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지금은 몽땅 광산 뜯어먹으니까 사람들이...머리 좀 눈 좀 돌아가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광산 뜯어먹으니까...회사(명의) 걸어 넣고 개인이 투자해서 하는 게 많아요... (광산을 투자할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이 많습니까?) 그렇죠...돈 없는 사람이 어떻게 광산을 합니까?"
인력수출과 광산개발이 활성화 되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속속 생겨났고, 북한의 경제도 다소 생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한대에 수십, 수백달러짜리 휴대전화가 2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공무원과 상인 등 중상류층은 대부분 지니게 됐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중장년들은 기본적으로 갖췄어요..."
<녹취> 북한 주민 : "지방은 작년부터 씁니다. 웬만한 사람은 돈 꿔서라도 전화기 삽니다. 3분지 1...세 집에 하나..."
그러나 해외진출이나 광산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는 처지입니다.
오토바이를 세차하는 사람과 옆에서 떨고 있는 어린 꽃제비들.
요즘 북한의 빈부격차,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특구나 국경도시들은 다른 지역보다 앞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나진선봉특구와 연결되는 두만강변 훈춘의 권하세관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수백 대의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 세관 문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녹취> 중국 상인 : "(몇시에 (세관)문을 엽니까?) 처음 왔어요? 8시입니다. (북한에서 일하나요?) 장사해요...신발 팝니다."
특구를 오가는 중국상인도 크게 늘어 현재 3천여 명.
덕분에 나진선봉은 활기찬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외화를 더 벌자’ ‘무역을 발전시키자’는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조개와 대게 등을 가공해 수출하는 수산물 공장.
종업원들의 손놀림이 힘차 보입니다.
특구 내 호텔에선 ‘자본주의 도박’ 카지노도 허용돼 있습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라진이 상업중심, 관광중심 그렇게 되고 선봉이 공장중심이 되고... (선봉에 공장이 좀 있긴 있어요?) 장공장, 비료공장, 약공장, 이불공장, 피복공장 다 있어요......이전보다는 많이 낫죠..."
거대시장 중국과의 연결이 깊어가면서 특구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들도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한 시장.
중국산 제품들로 매대가 빈틈이 없습니다.
거리는 인파로 넘쳐나고, 복장을 통일한 상인들이 촘촘히 늘어서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장사를 하며는 주로 음식장사를 해요?) 아니지, 공업품도 하고 신발도 하고 잡화도 하고 수산물도 하고 많지요.."
시장의 매대 하나를 확보하려면 50에서 70달러가 필요하지만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이젠 시장이 없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시장이 없으면 장마당이 없으면 북한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까, 지금? 못 없애죠...그건 죽어도 못 없애요...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뭘 먹고 삽니까?"
배급이 사라진 북한은 사회주의라고 불리기조차 민망할 정돕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말로는 사회주의 경제고 실제 행동은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거나 같애요..."
한의 시장이 커지고 대중무역이 늘어나자 중국은 물류망을 확충하기 시작했습니다.
훈춘-나진 간 고속도로를 계획 중인 가운데 중국 지안과 북한 만포 사이에도 새로운 교량을 건설했습니다.
단둥의 왕복4차선 다리 신압록강대교 역시 거의 완공단계로 내년 7월쯤 개통됩니다.
국내기업들도 북한의 개방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훈춘시 외곽.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한 물류단지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맞닿은 훈춘은 나진항과 가까워, 훗날 한,미,일 등지로 연결되는 물류요충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물류단지 조성공사는 내년 10월 1단계가 완료됩니다.
1년여 뒤면 이곳에 집결된 각종 물자들을 북한 나진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녹취> 이승덕(훈춘포스코현대물류단지 부장) :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저희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가 그 배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사회주의 북한돈은 천덕꾸러기가 됐고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달러와 위안화가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화폐개혁 하면서 늙은이들이 오금 못쓸 때 먹고 살겠다고 오금 더울 때 벌어놨던 돈 그게 몽땅 영되고(쓸모 없어지고) 말았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이제는 돈을 벌면 달러를 열(10) 달러 다섯(5) 달러, 요런 걸 바꾼단 말이에요...달러로 바꿔두면 아무 때고 쓰니까..."
이런데도 당국은 사회주의 간판을 손볼 생각이 없습니다.
북중 무역박람회를 열기도 하고, 각 도마다 경제개발구를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딱 여기까집니다.
장사만 해도 종목 제한이 많고 생계형은 허용되지만 대규모 상업은 숱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조선(북한) 나라에서야 ‘난 돈이 있기 때문에 네 말 안 듣고도 난 먹고 살아’ 이렇게 반박할까봐 돈을 못 벌게 한단 말이에요. 굶어죽지 않으리만큼 장사하라고 그러지 크게 장사를 못하게 한단 말이에요. 그게 통제수단이죠."
북한당국이 인력과 지하자원을 팔아 외화를 버는 데까지는 눈을 떴지만 시장경제의 공식화, 법제화라는 개혁에는 소극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열망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시장경제와 개인농 도입 같은 개혁개방이 이뤄진다면 북한도 중국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지금 가면서 점점 힘들잖아요? 사람들이 좀 이렇게 사는 것도 지겹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먹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서야 무슨 사는 맛이 나요? 한결같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남 못지않게 먹고 잘 살고...중국만큼 살고 싶다..."
개혁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의 반대와 저항 때문이란 겁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협동조합하니깐 일 나가서 부지런히 하는 놈도 요만큼, 안하고 빈들빈들 돌아가는 사람도 요만큼, 그러니깐 일을 착실히 안한단 말이에요. 백성들도 그런다고 개인농 빨리하면 돼 개인농. 먹는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걸 왜 안할까요?) 강짜 먹고 건달치는 놈이 많으니깐. 한 개 농장이면 관리위원장, 당비서, 계획지도원, 생산지도원, 기술(지도원) 그 사람들이 다 없어져야 된단 말이에요...개인농으로 들어가는데 그 사람들이 뭐 필요해요? (그 사람들이 (개인농 도입을)반대한단 말이죠?) 그 사람들이 반대하죠..."
이런 와중에도 주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고양되고 있습니다.
장사를 막거나 돈을 뜯어가는 보안원과 맞서기 일쑤고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우린 그럽니다. 안전원 보고 안전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받아 먹는다. 일본 놈들 보다 더하다..."
<녹취> 북한 주민 : "노골적으로 말하지요 뭐, 저 XX들 다 때려죽이면 좋겠다. 늙은 부모들은 그 말을 해요 왜정시대 보다 더 힘들다..."
개혁을 놓고 주민들과 당국 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녹취>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북한 주민들은 개혁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고 이미 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고 보니까 인민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혁을 늦추고 있는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개혁개방에 대한 열망이 커지자 북한 당국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관계자 : "북한정권이라고 해서, 북조선이라고 해 다 백성 눈치 안보고 하는 거는 없거든요. 사회흐름 자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도도한 민심의 변화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옵니다.
<녹취> 김강일(연변대 교수/한반도연구센터 주임) : "지금의 시장의 힘은 그런 힘을 갖췄어요. 위의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 이것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밑의 변화도 위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얘기죠...중국의 도경(경로)하고 거꾸로...중국은 위로부터 내리 개혁개방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변화는 밑으로부터 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얘깁니다."
동북아의 섬처럼 홀로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북한도 아래에서 불붙은 시장화에 어쩔 수 없이올라탔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획경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시장경제의 새 옷을 걸칠 날이 언제일지 주목됩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개혁개방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중국과의 밀무역과 인력송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사회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혁개방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봅니다.
북한부 장한식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물살이 제법 빠른 국경의 강.
<녹취> "힘내! 힘내!"
두 남자가 강물을 헤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옵니다.
한 남자가 힘에 부쳤는지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녹취> "야야~ 저기 사람 죽어..."
잠시 후 몸을 추스리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강에 뛰어든 지 10분, 마침내 반대편 기슭에 도착해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묵직한 마대자루를 넘깁니다.
북중 국경에서 수없이 이뤄지는 밀무역입니다.
대낮에 버젓이 북한산 광석을 건네주고는 중국의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바꿔갑니다.
북한경제가 중국에 깊숙이 연결되면 1300킬로미터 국경에서 이같은 밀무역이 크게 번성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도 크게 늘었습니다.
해외 인력수출입니다.
두만강 인근의 도문경제개발구.
조선공업원으로 불리는 이곳의 주력은 북한 인력입니다.
한 봉제공장을 둘러보니 20대 북한여성들이 인형제작에 한창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여기서 만든 거예요?) 네. (일은 재미있어요) 네. (오신지 얼마나 됐나요?) 열 달."
이곳 도문개발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10월에만 600명이 늘어나면서 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섬유와 식품, 기계, IT 등 업종도 다양합니다.
높은 노동강도에도 잘 적응하고 있어 중국인들보다 임금은 적지만 생산성은 더 높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옛날처럼 힘들고 애먹고(하지 않고)...많이 좋아졌다고요... 이제는 자본주의 들어왔으면 자본주의 습관을 따라야 된다. 그래야 돈 벌지 북한의 그런 정책 가지고는 중국에서는 안된다 그걸 알고 있어요..."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압록강 하류 단둥입니다.
이 전자부품회사만 해도 2백여 명의 북한 여성이 일하고 있습니다.
단둥과 인근 도시에 취업중인 북한인은 3,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의 월급은 보통 2천 위안...실제로는 6~700위안을 수령합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 "아직은 우리가궤도에 올리지 못해서 (월급을) 돈 많이 못 받는단 말입니다. 조국에 바치니까, 바치고 나머지니까...(실제 수령액은)한 600~700위안(한국돈 12~13만원) 된다고 지금..."
하지만 월 6~700위안도 북한 기준에선 적지 않은 돈입니다.
때문에 수백 달러의 뇌물을 바쳐서라도 해외로 나가고자 기를 씁니다.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사채를 빌리기도 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어디서 빌려요 주로?) 은행에서는 거의 없고 개인들...이잣돈이라고 하는데, 그런 거 해가지고 나와요... (이자가 쎄요?) 25% (1년에?) 한달에..."
요즘 북한에선 하루에도 수천 명이 외화를 벌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로 나가고 있습니다.
인력송출은 이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무역담당 : "해외 나오기가 수월해졌다, 바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이전에는 달가워 안했는데 지금은 벌 수 있으면 나가서 벌어라 그럽니다."
북한 내부에서 그나마 경제를 돌려주는 버팀목은 광산입니다.
농업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석탄과 철, 구리, 금 등 지하자원을 개발해 외화를 벌고 주민들의 생계도 해결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농사짓던 사람이 광산가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 말씀이죠?) 네, (광석)열 됫박을 날라주면 보통 한 댓박은 줘요... ((광석)한 됫박 가지면 쌀은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잘 나오면 열다섯킬로 사고 안나오면 일곱킬로 여덟킬로... (그러면 농사짓는 거 보다 훨씬 낫네?) 그러니까 그런 거를 다 택해서 하죠."
사실상의 개인 광산주도 등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지금은 몽땅 광산 뜯어먹으니까 사람들이...머리 좀 눈 좀 돌아가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광산 뜯어먹으니까...회사(명의) 걸어 넣고 개인이 투자해서 하는 게 많아요... (광산을 투자할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이 많습니까?) 그렇죠...돈 없는 사람이 어떻게 광산을 합니까?"
인력수출과 광산개발이 활성화 되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속속 생겨났고, 북한의 경제도 다소 생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한대에 수십, 수백달러짜리 휴대전화가 2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공무원과 상인 등 중상류층은 대부분 지니게 됐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중장년들은 기본적으로 갖췄어요..."
<녹취> 북한 주민 : "지방은 작년부터 씁니다. 웬만한 사람은 돈 꿔서라도 전화기 삽니다. 3분지 1...세 집에 하나..."
그러나 해외진출이나 광산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는 처지입니다.
오토바이를 세차하는 사람과 옆에서 떨고 있는 어린 꽃제비들.
요즘 북한의 빈부격차,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특구나 국경도시들은 다른 지역보다 앞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나진선봉특구와 연결되는 두만강변 훈춘의 권하세관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수백 대의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어 세관 문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녹취> 중국 상인 : "(몇시에 (세관)문을 엽니까?) 처음 왔어요? 8시입니다. (북한에서 일하나요?) 장사해요...신발 팝니다."
특구를 오가는 중국상인도 크게 늘어 현재 3천여 명.
덕분에 나진선봉은 활기찬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고 ‘외화를 더 벌자’ ‘무역을 발전시키자’는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조개와 대게 등을 가공해 수출하는 수산물 공장.
종업원들의 손놀림이 힘차 보입니다.
특구 내 호텔에선 ‘자본주의 도박’ 카지노도 허용돼 있습니다.
<녹취> 중국동포 사업가 : "라진이 상업중심, 관광중심 그렇게 되고 선봉이 공장중심이 되고... (선봉에 공장이 좀 있긴 있어요?) 장공장, 비료공장, 약공장, 이불공장, 피복공장 다 있어요......이전보다는 많이 낫죠..."
거대시장 중국과의 연결이 깊어가면서 특구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들도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한 시장.
중국산 제품들로 매대가 빈틈이 없습니다.
거리는 인파로 넘쳐나고, 복장을 통일한 상인들이 촘촘히 늘어서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장사를 하며는 주로 음식장사를 해요?) 아니지, 공업품도 하고 신발도 하고 잡화도 하고 수산물도 하고 많지요.."
시장의 매대 하나를 확보하려면 50에서 70달러가 필요하지만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이젠 시장이 없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시장이 없으면 장마당이 없으면 북한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까, 지금? 못 없애죠...그건 죽어도 못 없애요...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뭘 먹고 삽니까?"
배급이 사라진 북한은 사회주의라고 불리기조차 민망할 정돕니다.
<녹취> 북한 주민 : "말로는 사회주의 경제고 실제 행동은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거나 같애요..."
한의 시장이 커지고 대중무역이 늘어나자 중국은 물류망을 확충하기 시작했습니다.
훈춘-나진 간 고속도로를 계획 중인 가운데 중국 지안과 북한 만포 사이에도 새로운 교량을 건설했습니다.
단둥의 왕복4차선 다리 신압록강대교 역시 거의 완공단계로 내년 7월쯤 개통됩니다.
국내기업들도 북한의 개방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훈춘시 외곽.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한 물류단지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맞닿은 훈춘은 나진항과 가까워, 훗날 한,미,일 등지로 연결되는 물류요충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물류단지 조성공사는 내년 10월 1단계가 완료됩니다.
1년여 뒤면 이곳에 집결된 각종 물자들을 북한 나진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녹취> 이승덕(훈춘포스코현대물류단지 부장) : "북한 나진항이 수출입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저희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가 그 배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사회주의 북한돈은 천덕꾸러기가 됐고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달러와 위안화가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화폐개혁 하면서 늙은이들이 오금 못쓸 때 먹고 살겠다고 오금 더울 때 벌어놨던 돈 그게 몽땅 영되고(쓸모 없어지고) 말았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이제는 돈을 벌면 달러를 열(10) 달러 다섯(5) 달러, 요런 걸 바꾼단 말이에요...달러로 바꿔두면 아무 때고 쓰니까..."
이런데도 당국은 사회주의 간판을 손볼 생각이 없습니다.
북중 무역박람회를 열기도 하고, 각 도마다 경제개발구를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딱 여기까집니다.
장사만 해도 종목 제한이 많고 생계형은 허용되지만 대규모 상업은 숱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조선(북한) 나라에서야 ‘난 돈이 있기 때문에 네 말 안 듣고도 난 먹고 살아’ 이렇게 반박할까봐 돈을 못 벌게 한단 말이에요. 굶어죽지 않으리만큼 장사하라고 그러지 크게 장사를 못하게 한단 말이에요. 그게 통제수단이죠."
북한당국이 인력과 지하자원을 팔아 외화를 버는 데까지는 눈을 떴지만 시장경제의 공식화, 법제화라는 개혁에는 소극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열망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시장경제와 개인농 도입 같은 개혁개방이 이뤄진다면 북한도 중국처럼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녹취> 북한 주민 "지금 가면서 점점 힘들잖아요? 사람들이 좀 이렇게 사는 것도 지겹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먹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서야 무슨 사는 맛이 나요? 한결같은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남 못지않게 먹고 잘 살고...중국만큼 살고 싶다..."
개혁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의 반대와 저항 때문이란 겁니다.
<녹취> 북한 주민 : "협동조합하니깐 일 나가서 부지런히 하는 놈도 요만큼, 안하고 빈들빈들 돌아가는 사람도 요만큼, 그러니깐 일을 착실히 안한단 말이에요. 백성들도 그런다고 개인농 빨리하면 돼 개인농. 먹는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걸 왜 안할까요?) 강짜 먹고 건달치는 놈이 많으니깐. 한 개 농장이면 관리위원장, 당비서, 계획지도원, 생산지도원, 기술(지도원) 그 사람들이 다 없어져야 된단 말이에요...개인농으로 들어가는데 그 사람들이 뭐 필요해요? (그 사람들이 (개인농 도입을)반대한단 말이죠?) 그 사람들이 반대하죠..."
이런 와중에도 주민들의 의식은 나날이 고양되고 있습니다.
장사를 막거나 돈을 뜯어가는 보안원과 맞서기 일쑤고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우린 그럽니다. 안전원 보고 안전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받아 먹는다. 일본 놈들 보다 더하다..."
<녹취> 북한 주민 : "노골적으로 말하지요 뭐, 저 XX들 다 때려죽이면 좋겠다. 늙은 부모들은 그 말을 해요 왜정시대 보다 더 힘들다..."
개혁을 놓고 주민들과 당국 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녹취>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북한 주민들은 개혁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고 이미 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고 보니까 인민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혁을 늦추고 있는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개혁개방에 대한 열망이 커지자 북한 당국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녹취> 북한군부 관계자 : "북한정권이라고 해서, 북조선이라고 해 다 백성 눈치 안보고 하는 거는 없거든요. 사회흐름 자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도도한 민심의 변화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옵니다.
<녹취> 김강일(연변대 교수/한반도연구센터 주임) : "지금의 시장의 힘은 그런 힘을 갖췄어요. 위의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 이것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밑의 변화도 위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얘기죠...중국의 도경(경로)하고 거꾸로...중국은 위로부터 내리 개혁개방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변화는 밑으로부터 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얘깁니다."
동북아의 섬처럼 홀로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북한도 아래에서 불붙은 시장화에 어쩔 수 없이올라탔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획경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시장경제의 새 옷을 걸칠 날이 언제일지 주목됩니다.
-
-
장한식 기자 hansik@kbs.co.kr
장한식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