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납치·성폭행 위기에서도 배우 뺨치는 연기로…

입력 2013.10.28 (08:35) 수정 2013.10.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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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 30대 여성이 한 남성에게 납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서울에서는 20대 여성이 피의자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었는데요.

두 피해 여성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큰 화를 면했습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여성들이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인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침착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죠?

<기자 멘트>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눈앞이 하얗게 된다고 하는데요.

맞더라도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대화라고 합니다.

자극을 주지 않는 차원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는 건데요.

이렇게 말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벌다 보면 상대방의 긴장감도 떨어지게 됩니다.

배우 뺨치는 연기와 기지로 납치와 성폭행 위기에서 벗어난 두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2일 저녁 8시 반쯤, 34살 김 모씨는 경남 창원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3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이 남성은 김 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시내에서 밥을 먹자며 어디론가 출발했는데요.

하지만 김 씨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량은 어느새 창원 시내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에 있는 경화역 앞에서 김해 상동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에...”

공포에 휩싸인 김 씨가 차에서 내리겠다고 소리치자 남성은 본색을 드러냈는데요.

다짜고짜 흉기로 위협하더니 김 씨의 손발을 묶고 돈을 달라고 협박한 겁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인적이 드문 곳에 차량을 정차하고 흉기로 위협해서 감금, 강취를 하려고 했습니다.”

납치된 김 씨는 차 안에 감금된 지 4시간 만에 극적으로 풀려났는데요, 과연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35살 이 모씨.

지난 4월, 이 씨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김 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이 씨는 최근 2천 5백만 원이 넘는 카드빚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이 씨.

김 씨가 행사 대행업을 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말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6개월 전에 만났을 때 피해자가 연봉이 6천만 원이고 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순간 김 씨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는 김 씨에게 연락을 해 일거리를 주겠다는 구실로 만날 약속을 정했는데요.

사건 당일, 계획한 대로 김 씨를 만난 이 씨는 저녁을 먹자며 김 씨를 차에 태운 뒤 때를 기다리다 강도로 돌변한 겁니다.

김 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테이프와 노끈으로 손발을 묶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까지 빼앗았다는데요.

당장 6천 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피의자가 이 칼로 위협하고 노끈으로 손과 발, 목을 묶고 현금 6천만 원을 강취하려고 한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이 납치된 사실을 알아챈 순간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추슬렀다는 김 씨.

당장 돈을 만들어 주겠다고 설득한 뒤 무서워 신고도 할 수 없다며 이 씨를 안심시켰는데요.

이 씨가 긴장감을 늦추자 기지가 빛을 발했습니다.

공황장애가 있는데 너무 놀라 죽을 것 같다며 아픈 연기를 하기 시작한 건데요.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숨을 쉬지 못하고 공황장애가 있으니까 몸이 너무 아프다고...”

김 씨의 실감나는 연기에 깜빡 속은 이 씨는 김 씨를 부산의 한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함께 응급실로 들어가 보호자를 자청해 접수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분은 진료를 보시고, 범인인지 보호자인지 하는 분은 밖에 계시고.”

진료를 마친 김 씨는 이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씨의 행적을 파악해 다음 날 아침, 울산의 여자친구 집에서 자고 있던 이 씨를 검거했는데요.

엿새 전, 서울에서도 20대 여성이 기지를 발휘해 성폭행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할 위험에 처했던 27살 안 모씨.

한 달 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33살 채 모씨를 알게 됐는데요.

지난 22일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다 새벽 4시 반쯤, 채 씨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터뷰> 김성동(경위/영등포경찰서 성폭력전담수사팀) : “술을 마시고 피의자가 집에 강아지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피해자도 강아지를 보고 싶다고...”

평소 애완견을 좋아하던 안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채 씨를 따라 나섰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애완견을 보여주겠다던 채 씨가 갑자기 돌변해 안 씨를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명철(경사/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 : “같이 놀다가 남자가 갑자기 마음을 달리해서 여자한테 달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안 씨는 배가 너무 아프다며 빨리 119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는데요.

<인터뷰> 황명철(경사/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 :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배가 아프다, 119 좀 불러 달라고 침착하게. 남자가 전화하는 순간 여자가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안 씨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습니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과 함께 채 씨의 집으로 다시 찾아가 놓고 간 지갑을 찾으러 왔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는데요.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었던 채 씨는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황명철(경사/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 : “방에 서 있더라고. 방문을 두드리니까 문을 열어주더라고요.”

이처럼 긴박한 순간에서 발휘된 여성들의 침착한 대응과 기지가 자칫 큰 범죄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납치, 성폭행 등 강력범죄의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인터뷰>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우리나라의 강력범죄 80%가 여성 피해자거든요.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된 다는 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런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하고 (범인을) 진정을 시키기 위해서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죠.”

김 씨를 납치, 감금한 이 씨는 강도 상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한편, 안 씨를 성폭행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채 씨는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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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납치·성폭행 위기에서도 배우 뺨치는 연기로…
    • 입력 2013-10-28 08:34:38
    • 수정2013-10-28 1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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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 30대 여성이 한 남성에게 납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서울에서는 20대 여성이 피의자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었는데요.

두 피해 여성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큰 화를 면했습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여성들이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해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인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 있습니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침착하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죠?

<기자 멘트>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눈앞이 하얗게 된다고 하는데요.

맞더라도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대화라고 합니다.

자극을 주지 않는 차원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는 건데요.

이렇게 말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벌다 보면 상대방의 긴장감도 떨어지게 됩니다.

배우 뺨치는 연기와 기지로 납치와 성폭행 위기에서 벗어난 두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2일 저녁 8시 반쯤, 34살 김 모씨는 경남 창원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3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이 남성은 김 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시내에서 밥을 먹자며 어디론가 출발했는데요.

하지만 김 씨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량은 어느새 창원 시내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에 있는 경화역 앞에서 김해 상동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에...”

공포에 휩싸인 김 씨가 차에서 내리겠다고 소리치자 남성은 본색을 드러냈는데요.

다짜고짜 흉기로 위협하더니 김 씨의 손발을 묶고 돈을 달라고 협박한 겁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인적이 드문 곳에 차량을 정차하고 흉기로 위협해서 감금, 강취를 하려고 했습니다.”

납치된 김 씨는 차 안에 감금된 지 4시간 만에 극적으로 풀려났는데요, 과연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35살 이 모씨.

지난 4월, 이 씨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김 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이 씨는 최근 2천 5백만 원이 넘는 카드빚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이 씨.

김 씨가 행사 대행업을 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말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6개월 전에 만났을 때 피해자가 연봉이 6천만 원이고 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순간 김 씨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는 김 씨에게 연락을 해 일거리를 주겠다는 구실로 만날 약속을 정했는데요.

사건 당일, 계획한 대로 김 씨를 만난 이 씨는 저녁을 먹자며 김 씨를 차에 태운 뒤 때를 기다리다 강도로 돌변한 겁니다.

김 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테이프와 노끈으로 손발을 묶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까지 빼앗았다는데요.

당장 6천 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피의자가 이 칼로 위협하고 노끈으로 손과 발, 목을 묶고 현금 6천만 원을 강취하려고 한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이 납치된 사실을 알아챈 순간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추슬렀다는 김 씨.

당장 돈을 만들어 주겠다고 설득한 뒤 무서워 신고도 할 수 없다며 이 씨를 안심시켰는데요.

이 씨가 긴장감을 늦추자 기지가 빛을 발했습니다.

공황장애가 있는데 너무 놀라 죽을 것 같다며 아픈 연기를 하기 시작한 건데요.

<인터뷰> 김정인(경사/해운대경찰서 강력1팀) : “숨을 쉬지 못하고 공황장애가 있으니까 몸이 너무 아프다고...”

김 씨의 실감나는 연기에 깜빡 속은 이 씨는 김 씨를 부산의 한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함께 응급실로 들어가 보호자를 자청해 접수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분은 진료를 보시고, 범인인지 보호자인지 하는 분은 밖에 계시고.”

진료를 마친 김 씨는 이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씨의 행적을 파악해 다음 날 아침, 울산의 여자친구 집에서 자고 있던 이 씨를 검거했는데요.

엿새 전, 서울에서도 20대 여성이 기지를 발휘해 성폭행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할 위험에 처했던 27살 안 모씨.

한 달 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33살 채 모씨를 알게 됐는데요.

지난 22일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다 새벽 4시 반쯤, 채 씨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터뷰> 김성동(경위/영등포경찰서 성폭력전담수사팀) : “술을 마시고 피의자가 집에 강아지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피해자도 강아지를 보고 싶다고...”

평소 애완견을 좋아하던 안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채 씨를 따라 나섰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애완견을 보여주겠다던 채 씨가 갑자기 돌변해 안 씨를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명철(경사/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 : “같이 놀다가 남자가 갑자기 마음을 달리해서 여자한테 달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안 씨는 배가 너무 아프다며 빨리 119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는데요.

<인터뷰> 황명철(경사/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 :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배가 아프다, 119 좀 불러 달라고 침착하게. 남자가 전화하는 순간 여자가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안 씨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습니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과 함께 채 씨의 집으로 다시 찾아가 놓고 간 지갑을 찾으러 왔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는데요.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었던 채 씨는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황명철(경사/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 : “방에 서 있더라고. 방문을 두드리니까 문을 열어주더라고요.”

이처럼 긴박한 순간에서 발휘된 여성들의 침착한 대응과 기지가 자칫 큰 범죄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납치, 성폭행 등 강력범죄의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인터뷰>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우리나라의 강력범죄 80%가 여성 피해자거든요.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된 다는 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런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하고 (범인을) 진정을 시키기 위해서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죠.”

김 씨를 납치, 감금한 이 씨는 강도 상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한편, 안 씨를 성폭행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채 씨는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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