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불법 스포츠 도박 확산…고등학생까지 ‘중독’

입력 2013.11.08 (21:27) 수정 2013.11.09 (12: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인터넷을 통한 불법 스포츠 도박이 10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충북 청주에서 한 10대 고등학생이 친구들의 수능 원서 접수비까지 스포츠도박에 탕진하는가 하면,

조폭까지 개입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고교생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기까지 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이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주변 PC방.

고등학생들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 스포츠 도박입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첼시 이긴다니까. 맨유랑 첼시랑, 바르셀로나. 무조건 따야해."

스마트폰을 가진 청소년이 늘면서 도박은 길거리에서 이뤄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길가다가 휴대전화 만져요. 그러면 애들한테 물어봐요. 내가 여기에 (돈을) 걸텐테 너희는 어떻게 생각 하냐?"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도 있습니다.

<인터뷰>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 청소년 : "학교 끝나고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도박 사이트 하는 거예요."

더 심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 청소년 : "엄마 금도 훔쳐가서 팔고, 노트북도 훔쳐가서 팔고."

이런 식으로 마련한 도박 자금은 쉬 없어지기 십상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거액을 날리는 일도 있습니다.

<인터뷰> 고교 중퇴 청소년 : "제가 이번에 농협에서 한 번 (입출금 내역) 봤는데, 2년 동안 4천5백만 원 (잃었어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조직폭력배까지 운영에 개입하면서 무차별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관련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 19명이 무더기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최익수(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 : "얼굴 없이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잖아요. 조폭들이..."

이 사이트 회원들 가운데는 고등학생이 15명이나 들어 있었습니다.

스포츠 경기가 열리기 전에 이렇게 미리 승패나 점수를 예상해서 돈을 거는 게임을 '스포츠 토토'라고 합니다.

토토는 '내기'란 뜻의 이탈리아말인데 한 사람이 걸 수 있는 돈은 최대 10만 원으로 제한됩니다.

이런 정식 스포츠 토토를 흉내 낸 것들이 바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입니다.

축구와 야구뿐 아니라 경마와 경륜, 심지어 해외 스포츠까지 거의 모든 종목으로 퍼져 있습니다.

사이트 운영자의 속칭 '대포 통장'으로 회원들이 돈을 입금하면 운영자는 사이버머니를 나눠주고 경기가 끝나면 수수료를 떼고 배당액을 지급합니다.

이런 불법 사이트는 회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아 청소년들도 가입할 수 있고 거는 돈도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하는 정부의 사행성 감독위원회에는 전담 인력이 고작 11명입니다.

이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발견하면 방통위에 차단을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까지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치는 동안 눈치 빠른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새 도박 사이트를 만들고 회원들까지 옮겨가며 단속을 비웃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재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360여 개로 추정되고 지난 해 매출 규모는 무려 7조6천 억 원이나 됐습니다.

이런 불법 스포츠 도박을 어떻게 뿌리뽑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들어 인터넷 스포츠 도박 조직은 운영과 자금 담당자를 따로 두는 등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때문에 사이트 감시와 차단, 계좌 추적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조직을 적발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행산업 감독위와 방통위, 경찰이 단계별로 단속을 한다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행성 위원회가 같이 함께 합동 단속을 하고 서로간에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처벌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 사이트 수익금은 수백억 원에 이르지만,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5천 만 원 이하로 처벌하다보니 운영자들이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제 지난 2011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발견된 현금 110억원은 이 모 씨 형제가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7백억 원 가운데 일부였는데, 나머지 돈을 찾지 못했는데도 동생 이 씨는 1년 6개월 형을 마치고 지난해 석방됐습니다.

<인터뷰> 조현섭(중독전문가협회장) : "불법도박을 통해서 얻는 수익 내용에 따라서 그 처벌 조항이 좀 세분화 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인터넷 도박 중독자들을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치료하는 전문 기관 설립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불법 스포츠 도박 확산…고등학생까지 ‘중독’
    • 입력 2013-11-08 21:27:24
    • 수정2013-11-09 12:29:34
    뉴스 9
<앵커 멘트>

인터넷을 통한 불법 스포츠 도박이 10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충북 청주에서 한 10대 고등학생이 친구들의 수능 원서 접수비까지 스포츠도박에 탕진하는가 하면,

조폭까지 개입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고교생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기까지 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이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주변 PC방.

고등학생들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 스포츠 도박입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첼시 이긴다니까. 맨유랑 첼시랑, 바르셀로나. 무조건 따야해."

스마트폰을 가진 청소년이 늘면서 도박은 길거리에서 이뤄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길가다가 휴대전화 만져요. 그러면 애들한테 물어봐요. 내가 여기에 (돈을) 걸텐테 너희는 어떻게 생각 하냐?"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도 있습니다.

<인터뷰>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 청소년 : "학교 끝나고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도박 사이트 하는 거예요."

더 심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스포츠 도박 사이트 이용 청소년 : "엄마 금도 훔쳐가서 팔고, 노트북도 훔쳐가서 팔고."

이런 식으로 마련한 도박 자금은 쉬 없어지기 십상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거액을 날리는 일도 있습니다.

<인터뷰> 고교 중퇴 청소년 : "제가 이번에 농협에서 한 번 (입출금 내역) 봤는데, 2년 동안 4천5백만 원 (잃었어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조직폭력배까지 운영에 개입하면서 무차별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관련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 19명이 무더기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최익수(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 : "얼굴 없이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잖아요. 조폭들이..."

이 사이트 회원들 가운데는 고등학생이 15명이나 들어 있었습니다.

스포츠 경기가 열리기 전에 이렇게 미리 승패나 점수를 예상해서 돈을 거는 게임을 '스포츠 토토'라고 합니다.

토토는 '내기'란 뜻의 이탈리아말인데 한 사람이 걸 수 있는 돈은 최대 10만 원으로 제한됩니다.

이런 정식 스포츠 토토를 흉내 낸 것들이 바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입니다.

축구와 야구뿐 아니라 경마와 경륜, 심지어 해외 스포츠까지 거의 모든 종목으로 퍼져 있습니다.

사이트 운영자의 속칭 '대포 통장'으로 회원들이 돈을 입금하면 운영자는 사이버머니를 나눠주고 경기가 끝나면 수수료를 떼고 배당액을 지급합니다.

이런 불법 사이트는 회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아 청소년들도 가입할 수 있고 거는 돈도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하는 정부의 사행성 감독위원회에는 전담 인력이 고작 11명입니다.

이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발견하면 방통위에 차단을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까지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치는 동안 눈치 빠른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새 도박 사이트를 만들고 회원들까지 옮겨가며 단속을 비웃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재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360여 개로 추정되고 지난 해 매출 규모는 무려 7조6천 억 원이나 됐습니다.

이런 불법 스포츠 도박을 어떻게 뿌리뽑을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들어 인터넷 스포츠 도박 조직은 운영과 자금 담당자를 따로 두는 등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때문에 사이트 감시와 차단, 계좌 추적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조직을 적발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행산업 감독위와 방통위, 경찰이 단계별로 단속을 한다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행성 위원회가 같이 함께 합동 단속을 하고 서로간에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처벌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 사이트 수익금은 수백억 원에 이르지만,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5천 만 원 이하로 처벌하다보니 운영자들이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제 지난 2011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발견된 현금 110억원은 이 모 씨 형제가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7백억 원 가운데 일부였는데, 나머지 돈을 찾지 못했는데도 동생 이 씨는 1년 6개월 형을 마치고 지난해 석방됐습니다.

<인터뷰> 조현섭(중독전문가협회장) : "불법도박을 통해서 얻는 수익 내용에 따라서 그 처벌 조항이 좀 세분화 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인터넷 도박 중독자들을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치료하는 전문 기관 설립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