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스포츠 열풍’ 그 속내는?

입력 2013.11.16 (08:06) 수정 2013.11.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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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북한 전역이 스포츠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3일) : "온 나라에 체육열풍이 세차게 일어나고 있는 격동적인 시기에 우리나라의 윤원철 선수가 고전형 레슬링(그레코로만형) 55kg급 경기에서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을 쟁취함으로써 우리 조국의 존엄과 긍지를 다시 한 번 세계에 떨쳤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가 넘는 기록을 세웠다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또 ‘2013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 대회‘와 ’북중 자전거관광축전‘ 등 모두 6개의 국제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체육 강국’을 국가적 목표로 강조하며 체육 활동 비중을 높이고 있다.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김정은의 체육관련 공개 활동이 25차례로 지난해에 비해 4배이상 급증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한 것은 스포츠를 국정 중심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 11일)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서는 체육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고 체육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체육선수 후진양성과 체육 사업에 대한 물질적 보장사업을 더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

김정은 집권 2년 동안 만들어진 체육 시설들만 봐도 스포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인민 야외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을 시작으로 올해 5월 ‘능라 인민체육공원’, 9월엔 ‘평양체육관’을 건설했고, 10월엔 ‘미림승마구락부’를 여는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들을잇달아 완공했다.

그리고 ‘마식령 스키장’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은 체육 강국과 함께 ‘체육의 대중화’를 선전하며 일반 산책 공원에 각종 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체육시설이 ‘능라 인민체육공원’이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5일) : (기교할 줄 아나요?) 언니들하고 함께 손잡고 하면 할 수 있습니다. 난 혼자서 기교를 할 수 있습니다.(몇 살이나요?) 다섯 살입니다.(그럼 어디 한 번 기교동작 해볼까요? ) 네!"

능라인민체육공원에는 롤러스케이트장과 농구장, 배구장 등 각종 대중체육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일반 근로 현장에도 대중체육시설을 만들어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체육을 생활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난에도 김정은이 대대적인 ‘스포츠 정치’에 나서는 의도는 무엇일까?

<인터뷰> 손광주(데일리NK통일전략연구소장) : "그래서 이걸 정권을 담당하는 쪽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유리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마식령 스키장이라든지 또는 문수 물놀이장이라든지 이런 유희장들을 많이 건설하고, 그렇게 주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스포츠로 돌리려는 그런 어떤 여러 가지 분위기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집권초기에 체육으로 관심을 돌려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스포츠 정치‘를 통해 안으로는 ‘애민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밖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생동감 있는 스포츠는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도 적격이라는 평가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11월 7일) : "나이는 몇 살인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좋은가 등을 물어주시며 두 볼을 다정히 어루만져주시는 친어버이 사랑에 원수님 사진을 찍어주십시오 라고 응석을 부리는 아이들이 귀여우시어 호탕하게 웃으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그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기념사진을 찍으시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이제 좀 뭔가 역동적이다, 그 다음에 대외적으로 이미지 개선하기 위한 이런 차원에서 대내외적으로 체육을 적극적으로 지금 활용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스포츠 열풍 배경으로 김정은의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김정일이 영화를 비롯한 예술 광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정은은 어렸을 때부터 호화 스포츠를 즐기는 등 스포츠 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위스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김정은은 주로 스키와 농구를 즐겼고, 북한 최고 권력에 오른 요즘은 당 간부들과 골프와 승마도 즐긴다고 전해진다.

<인터뷰> 김흥광(NK 지식인연대 대표) : "김정은이 하고 있는 스포츠들을 보면 지난 스위스 베른에서 6년 간 이제 학교를 다니면서 그때 즐기고 많이 했던 그런 스포츠들 좀 호화형 스포츠랄까요. 스키도 그렇고. 북한에서는 사실 스키라고 하는 것들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겁니다. 호화형 골프, 승마 이런 것들은 전혀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렵죠. 이런 호화형 스포츠에 상당히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 아닌가..."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의 자서전을 보면 <김정은이 18살 때, “나는 매일 제트스키를 타고 롤러블레이드와 승마를 즐기는데 국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어렸을 때부터 고급 스포츠를 즐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대대적인 ‘체육강국’ 선전에 나서는 것만큼 운동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입상하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한 ‘김혁봉, 김정’ 선수는 공항에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당 고위 관계자들이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녹취> 김혁봉(선수 어머니/조선중앙TV/지난 5월) : "저는 혁봉이를 낳아서 어머니지, 키우는 거야 당에서 키워주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오늘 이렇게 온 나라 인민들이 혁봉이를 축복해주고 온 나라 인민들이 다 기뻐해주니 정말 어머니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더 느끼게 되고…… "

두 선수는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자동차에 올라 시가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체육 노력 영웅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들의 금메달 소식은 북한 주민들의 환호와 에너지를 이끌어냈다.

김정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과 감독들에게 포상으로 ‘체육인 살림집’을 지원했다.

평양에 건설된 ‘체육인 살림집’에는 고급스러운 가정용품과 가구를 갖췄고, 진료소와 식당, 그리고 세탁소와 같은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올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자 김정 선수와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 설경 선수를 비롯해, 김광민 축구감독과 김철웅 탁구감독 등이 입주했다.

<녹취> 설경(세계유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조선중앙TV/지난달 4일) : "정말 우리 체육인들은 정말 행복합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제경기들마다에서 금메달로 더욱 빛내는 선수들은 참다운 애국자 영웅 그런 멋쟁이라고 뜨겁게 불러주시었습니다. 정말 과분한 평가입니다."

90년대 탈북 한 전 북한 유도 국가대표 선수 이창수씨는 입상한 선수들에 대한 혜택을 과시용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인터뷰> 이창수(전 북한 유도 국가대표) : "그 나라 자체는 기분이에요 그냥. 그때 당시 기분에 따라서 다 주고받고 하는 것이지 어떠한 규칙이 없어요. 지금도 아마 그럴 거예요. 김정은이 새로 (지도자가) 돼가지고 행세하려니까 그런 것이지, 그 어떤 명분이 있어서 주는 게 아니에요. 무슨 특별한 사람이고, 남한테 좀 과시하려니까.."

북한은 각 부처와 기관, 무역회사마다 체육 종목별 협회를 관리하도록 하고 선수들을 후원하는 등 한국식 엘리트체육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축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축구의 본고장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30여 명의 유소년 축구 유학생을 보낼 예정이다. 한 해에 선수 한 명당 비용은 1만 6천유로 정도로, 우리 돈으로 2300만원에 달하는데, 북한이 5년 동안 전액 부담한다고 한다.

<인터뷰> 김흥광(NK 지식인연대 대표) : "북한이 전 주민들의 배급을 못주고, 평균부터 식생활 수준 한심하죠. 그러면서도 체육인들에 대해서는 북한이 나름대로 어떤 역량이라든지, 그리고 필요한 어떤 생활 보장을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스포츠 산업과 교육에 집중 투자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화벌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나선지역의 ‘북-중 자전거관광축전’ 2일 관광 상품을 1500위안, 우리 돈 약 26만 원에 판매했고, 3박 4일 코스의 ‘평양 마라톤 관광’ 상품을 999유로, 약 140만원에 내놓았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최근에 와가지고 북한이 단순한 스포츠로만 외화를 버는 게 아니고 스포츠와 관광을 접목한 상품을 내놓아가지고 대규모 외화 벌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와 관광의 연계산업까지 합산해봤을 때, 북한 내 스포츠 열풍으로 인한 경제적인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의 환경을 고려할 때, 스포츠 활성화가 북한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터뷰> 손광주(데일리NK통일전략연구소장) : "그러니까 통치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그러한 귀족 스포츠 산업이 북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최근 들어 스포츠를 외교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일본의 유명 프로레슬링 선수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의 방북은 경색국면인 북미, 북일 관계와는 다른 행보로 경색국면의
실마리를 풀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리에게도 마식령 스키장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태권도 남북단일팀을 거론하기도 했다.

<인터뷰> 김흥광(NK 지식인연대 대표) : "정말로 제대로 되어 있는, 실력 있는 정치가라면 중국에 핑퐁 외교를 아마 직시할 것입니다. 그렇게 꽉 막혀 있고 완전히 적대국으로 대결되어 있던 중국과 미국이 결국 탁구 스포츠 외교를 통해서 화해의 문을 열었죠. 남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풀 수 없는 그런 어떤 대결 관계도 체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과연 김정은의 스포츠 정치가 북한의 민심을 달래고 경제적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지, 나아가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성과와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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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스포츠 열풍’ 그 속내는?
    • 입력 2013-11-16 08:07:46
    • 수정2013-11-16 22: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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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북한 전역이 스포츠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23일) : "온 나라에 체육열풍이 세차게 일어나고 있는 격동적인 시기에 우리나라의 윤원철 선수가 고전형 레슬링(그레코로만형) 55kg급 경기에서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을 쟁취함으로써 우리 조국의 존엄과 긍지를 다시 한 번 세계에 떨쳤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가 넘는 기록을 세웠다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또 ‘2013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 대회‘와 ’북중 자전거관광축전‘ 등 모두 6개의 국제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체육 강국’을 국가적 목표로 강조하며 체육 활동 비중을 높이고 있다.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김정은의 체육관련 공개 활동이 25차례로 지난해에 비해 4배이상 급증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한 것은 스포츠를 국정 중심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 11일)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서는 체육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고 체육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체육선수 후진양성과 체육 사업에 대한 물질적 보장사업을 더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

김정은 집권 2년 동안 만들어진 체육 시설들만 봐도 스포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인민 야외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을 시작으로 올해 5월 ‘능라 인민체육공원’, 9월엔 ‘평양체육관’을 건설했고, 10월엔 ‘미림승마구락부’를 여는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들을잇달아 완공했다.

그리고 ‘마식령 스키장’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은 체육 강국과 함께 ‘체육의 대중화’를 선전하며 일반 산책 공원에 각종 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체육시설이 ‘능라 인민체육공원’이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5일) : (기교할 줄 아나요?) 언니들하고 함께 손잡고 하면 할 수 있습니다. 난 혼자서 기교를 할 수 있습니다.(몇 살이나요?) 다섯 살입니다.(그럼 어디 한 번 기교동작 해볼까요? ) 네!"

능라인민체육공원에는 롤러스케이트장과 농구장, 배구장 등 각종 대중체육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일반 근로 현장에도 대중체육시설을 만들어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체육을 생활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난에도 김정은이 대대적인 ‘스포츠 정치’에 나서는 의도는 무엇일까?

<인터뷰> 손광주(데일리NK통일전략연구소장) : "그래서 이걸 정권을 담당하는 쪽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유리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마식령 스키장이라든지 또는 문수 물놀이장이라든지 이런 유희장들을 많이 건설하고, 그렇게 주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스포츠로 돌리려는 그런 어떤 여러 가지 분위기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집권초기에 체육으로 관심을 돌려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스포츠 정치‘를 통해 안으로는 ‘애민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밖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생동감 있는 스포츠는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도 적격이라는 평가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11월 7일) : "나이는 몇 살인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좋은가 등을 물어주시며 두 볼을 다정히 어루만져주시는 친어버이 사랑에 원수님 사진을 찍어주십시오 라고 응석을 부리는 아이들이 귀여우시어 호탕하게 웃으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그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기념사진을 찍으시었습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이제 좀 뭔가 역동적이다, 그 다음에 대외적으로 이미지 개선하기 위한 이런 차원에서 대내외적으로 체육을 적극적으로 지금 활용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스포츠 열풍 배경으로 김정은의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김정일이 영화를 비롯한 예술 광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정은은 어렸을 때부터 호화 스포츠를 즐기는 등 스포츠 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위스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김정은은 주로 스키와 농구를 즐겼고, 북한 최고 권력에 오른 요즘은 당 간부들과 골프와 승마도 즐긴다고 전해진다.

<인터뷰> 김흥광(NK 지식인연대 대표) : "김정은이 하고 있는 스포츠들을 보면 지난 스위스 베른에서 6년 간 이제 학교를 다니면서 그때 즐기고 많이 했던 그런 스포츠들 좀 호화형 스포츠랄까요. 스키도 그렇고. 북한에서는 사실 스키라고 하는 것들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겁니다. 호화형 골프, 승마 이런 것들은 전혀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렵죠. 이런 호화형 스포츠에 상당히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 아닌가..."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의 자서전을 보면 <김정은이 18살 때, “나는 매일 제트스키를 타고 롤러블레이드와 승마를 즐기는데 국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어렸을 때부터 고급 스포츠를 즐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대대적인 ‘체육강국’ 선전에 나서는 것만큼 운동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입상하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한 ‘김혁봉, 김정’ 선수는 공항에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당 고위 관계자들이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녹취> 김혁봉(선수 어머니/조선중앙TV/지난 5월) : "저는 혁봉이를 낳아서 어머니지, 키우는 거야 당에서 키워주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오늘 이렇게 온 나라 인민들이 혁봉이를 축복해주고 온 나라 인민들이 다 기뻐해주니 정말 어머니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더 느끼게 되고…… "

두 선수는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자동차에 올라 시가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체육 노력 영웅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들의 금메달 소식은 북한 주민들의 환호와 에너지를 이끌어냈다.

김정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과 감독들에게 포상으로 ‘체육인 살림집’을 지원했다.

평양에 건설된 ‘체육인 살림집’에는 고급스러운 가정용품과 가구를 갖췄고, 진료소와 식당, 그리고 세탁소와 같은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올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자 김정 선수와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 설경 선수를 비롯해, 김광민 축구감독과 김철웅 탁구감독 등이 입주했다.

<녹취> 설경(세계유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조선중앙TV/지난달 4일) : "정말 우리 체육인들은 정말 행복합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제경기들마다에서 금메달로 더욱 빛내는 선수들은 참다운 애국자 영웅 그런 멋쟁이라고 뜨겁게 불러주시었습니다. 정말 과분한 평가입니다."

90년대 탈북 한 전 북한 유도 국가대표 선수 이창수씨는 입상한 선수들에 대한 혜택을 과시용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인터뷰> 이창수(전 북한 유도 국가대표) : "그 나라 자체는 기분이에요 그냥. 그때 당시 기분에 따라서 다 주고받고 하는 것이지 어떠한 규칙이 없어요. 지금도 아마 그럴 거예요. 김정은이 새로 (지도자가) 돼가지고 행세하려니까 그런 것이지, 그 어떤 명분이 있어서 주는 게 아니에요. 무슨 특별한 사람이고, 남한테 좀 과시하려니까.."

북한은 각 부처와 기관, 무역회사마다 체육 종목별 협회를 관리하도록 하고 선수들을 후원하는 등 한국식 엘리트체육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축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축구의 본고장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30여 명의 유소년 축구 유학생을 보낼 예정이다. 한 해에 선수 한 명당 비용은 1만 6천유로 정도로, 우리 돈으로 2300만원에 달하는데, 북한이 5년 동안 전액 부담한다고 한다.

<인터뷰> 김흥광(NK 지식인연대 대표) : "북한이 전 주민들의 배급을 못주고, 평균부터 식생활 수준 한심하죠. 그러면서도 체육인들에 대해서는 북한이 나름대로 어떤 역량이라든지, 그리고 필요한 어떤 생활 보장을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스포츠 산업과 교육에 집중 투자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화벌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나선지역의 ‘북-중 자전거관광축전’ 2일 관광 상품을 1500위안, 우리 돈 약 26만 원에 판매했고, 3박 4일 코스의 ‘평양 마라톤 관광’ 상품을 999유로, 약 140만원에 내놓았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최근에 와가지고 북한이 단순한 스포츠로만 외화를 버는 게 아니고 스포츠와 관광을 접목한 상품을 내놓아가지고 대규모 외화 벌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와 관광의 연계산업까지 합산해봤을 때, 북한 내 스포츠 열풍으로 인한 경제적인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의 환경을 고려할 때, 스포츠 활성화가 북한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터뷰> 손광주(데일리NK통일전략연구소장) : "그러니까 통치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그러한 귀족 스포츠 산업이 북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최근 들어 스포츠를 외교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의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일본의 유명 프로레슬링 선수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의 방북은 경색국면인 북미, 북일 관계와는 다른 행보로 경색국면의
실마리를 풀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리에게도 마식령 스키장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태권도 남북단일팀을 거론하기도 했다.

<인터뷰> 김흥광(NK 지식인연대 대표) : "정말로 제대로 되어 있는, 실력 있는 정치가라면 중국에 핑퐁 외교를 아마 직시할 것입니다. 그렇게 꽉 막혀 있고 완전히 적대국으로 대결되어 있던 중국과 미국이 결국 탁구 스포츠 외교를 통해서 화해의 문을 열었죠. 남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풀 수 없는 그런 어떤 대결 관계도 체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과연 김정은의 스포츠 정치가 북한의 민심을 달래고 경제적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지, 나아가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성과와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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