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어린이집 비리 고발했다고 ‘집요한 보복’

입력 2013.11.18 (08:16) 수정 2013.11.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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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 언제부턴가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는데요,

여기에 오르면 아이를 어느 어린이집에도 보내기가 힘들어지고, 교사의 경우는 협박과 해고를 당하기도 한답니다.

내부고발자 라는 이유라는데요.

공익을 위해서 용단을 내린 사람들이 이렇게 불이익을 받는 실태 알아봅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죠, 이렇게 시민의식을 발휘한 사람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누가 신고하려 하겠나 싶어요.

<기자 멘트>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요.

어린이집 내부 고발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려하자 얼굴이 알려지면 큰일난다며 모두들 강력히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어린이집 측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어린이집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해고를 당하거나 이사를 가야하는 등 거꾸로 피해를 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어린이집의 경우 내부고발자의 명단까지 공유하고 있었는데요.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집 내부 고발자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전, 어린이집 원장의 비리를 알게 돼 민원을 제기했다는 한 학부모. 9명의 학부모와 교사가 모여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요
<인터뷰> 장현정(가명/ 피해 학부모) : “제가 학부모 단체에서 저희 어린이집 상황에 대해서 사리 영리 목적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임금을 착취한 부분 그리고 어린이들을 간접적으로 학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게시판에 올리게 됐는데요. 역으로 어린이집 원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습니다.”

그 후 어린이집 측의 사과나 개선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당한 겁니다.

<인터뷰> 장현정(가명/피해 학부모) : “되게 작은 부분 있잖아요. 수치의 오류라든지 이런 부분이 치사하게 명예훼손 항목으로 들어가 있어요.”

소송이 있기 전부터 어린이집 원장은 작은 민원에도 예민해 했었다는데요

급기야 직접 전화를 걸어와 민원제기를 한 학부모에게 보복하겠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장현정(가명피해 학부모) : “ 어떤 학부모가 민원을 넣었는데 그 학부모 아이한테 보복하겠다고 저한테 얘기를 했어요. 그 아이가 당시에 6, 7개월밖에 안 돼서 이유식 정도만 먹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소화를 시킬 수 없는 성인 밥을 먹이면 아이가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하게 된대요. 그럼 그게 반복이 되면 그 아이의 엄마가 반성을 하게 될 거라고...”

또한 지난 6월,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어린이집 비리사건! 무려 7억 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곳도 있었는데요.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이었지만 내부 고발자들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냈습니다.

이후 경찰은 고발을 한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는데요

<인터뷰> 박혜숙(가명/피해 학부모) : “불법 수납대 명목이 ‘유기농비’라는 거였어요. 아이들한테 질 좋은 식단과 음식을 제공한다는 목적의 비용이었는데 나중에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보니까 아이들이 한 회 먹어야 할 제공량의 3분의 1만 먹였다는 게 포착이 되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 학부모는 어린이집을 고발한 후 되려 이사를 가야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혜숙 (가명/피해 학부모) : “ 블랙리스트가 있는 거죠. 어떤 어린이집에 전화 문의를 하고 상담을 가잖아요 상담까지는 잘 하고 온대요. 그러면 다음부터 등원을 시키겠습니다고 얘기가 있으면 그 저녁에 바로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안타깝게도 갑자기 정원이 다른 데서 충원이 됐으니 아이가 우리 어린이집에 올 수 없게 되었다고..."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는 블랙리스트! 내부 고발을 한 학부모와 교사의 명단이 적혀 있다고 하는데요

취재 중 실제 교사들의 명단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저희가 얼마 전에 제보를 받은 거고요.”

지방의 한 어린이집 연합회에서 만들어졌다는 문서.

얼마 전 한 어린이집을 단체로 고발한 교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습니다.

원장들끼리 정보를 공유해 채용에 불이익을 주자는 취지의 이 문서에는 교사들의 이름은 물론 생년월일과 이력까지 자세하게 공개했는데요.

이렇게 작성된 문서들은 전국적으로 공유가 된다고 합니다.

<녹취> 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음성 변조) : “아는 사람들끼리 우리 어린이집 교사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교사가 부족했겠거니 하고 원장들끼리 서로 구두로 오고가지 않았을까요? “ (“ 문서가 없다고요? ”) “저는 문서가 없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 저희가 문서를 확보했는데요?”

취재진이 블랙리스트를 확보했다고 하자 갑자기 말이 달라집니다.

<녹취> 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음성 변조) : "아무리 잘하고 있다 할지라도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잖아요? 어떤 시각으로 봐서 나를 고발할까 하는 게 있을 것 아니에요 "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부고발을 한 교사들이 보복성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피해자들이 근무했던 직장인만큼 신상정보 보호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문종기(송파경찰서 수사과 지능1팀장) : " 밤 10시인가 11시에 제보자 보육교사 집으로 찾아와서 문을 발로 차고 그런 행패도 부리고... 또 그 이후에도 휴대전화 문자로 발송해서 내가 네 인적 사항을 다 알고 있다, 주민 등록 번호를 다 알고 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도 하고... 상당히 안타깝죠. ”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한번 내부고발자로 찍히면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인데요

자신이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을 고발한 후 1년이 넘도록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교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효민 (가명/피해 교사) : “오죽했으면 원장 선생님한테 그랬을까 이런 생각은 안 하세요? 그 원장 선생님이 저 같은 교사를 만나서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 이렇게 소문이 나더라고요. 원장들끼리는...”

설사 운 좋게 재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내부고발을 했었던 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해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효민 (가명/피해 교사) : “ 재취업하는 게 당연히 힘들고... 같이 한 선생님 중에 한 선생님도 아예 재취업하셨다가 대놓고 그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대요. 나는 더 걸릴 게 많은데 무서워서 같이 일 못하겠다고”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데요.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파악은 물론 공익신고자들의 보호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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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어린이집 비리 고발했다고 ‘집요한 보복’
    • 입력 2013-11-18 08:18:35
    • 수정2013-11-18 09: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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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 언제부턴가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는데요,

여기에 오르면 아이를 어느 어린이집에도 보내기가 힘들어지고, 교사의 경우는 협박과 해고를 당하기도 한답니다.

내부고발자 라는 이유라는데요.

공익을 위해서 용단을 내린 사람들이 이렇게 불이익을 받는 실태 알아봅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죠, 이렇게 시민의식을 발휘한 사람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누가 신고하려 하겠나 싶어요.

<기자 멘트>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요.

어린이집 내부 고발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기념 사진을 찍으려하자 얼굴이 알려지면 큰일난다며 모두들 강력히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어린이집 측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어린이집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해고를 당하거나 이사를 가야하는 등 거꾸로 피해를 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어린이집의 경우 내부고발자의 명단까지 공유하고 있었는데요.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집 내부 고발자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전, 어린이집 원장의 비리를 알게 돼 민원을 제기했다는 한 학부모. 9명의 학부모와 교사가 모여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요
<인터뷰> 장현정(가명/ 피해 학부모) : “제가 학부모 단체에서 저희 어린이집 상황에 대해서 사리 영리 목적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임금을 착취한 부분 그리고 어린이들을 간접적으로 학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게시판에 올리게 됐는데요. 역으로 어린이집 원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습니다.”

그 후 어린이집 측의 사과나 개선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당한 겁니다.

<인터뷰> 장현정(가명/피해 학부모) : “되게 작은 부분 있잖아요. 수치의 오류라든지 이런 부분이 치사하게 명예훼손 항목으로 들어가 있어요.”

소송이 있기 전부터 어린이집 원장은 작은 민원에도 예민해 했었다는데요

급기야 직접 전화를 걸어와 민원제기를 한 학부모에게 보복하겠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장현정(가명피해 학부모) : “ 어떤 학부모가 민원을 넣었는데 그 학부모 아이한테 보복하겠다고 저한테 얘기를 했어요. 그 아이가 당시에 6, 7개월밖에 안 돼서 이유식 정도만 먹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소화를 시킬 수 없는 성인 밥을 먹이면 아이가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하게 된대요. 그럼 그게 반복이 되면 그 아이의 엄마가 반성을 하게 될 거라고...”

또한 지난 6월,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어린이집 비리사건! 무려 7억 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곳도 있었는데요.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이었지만 내부 고발자들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냈습니다.

이후 경찰은 고발을 한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는데요

<인터뷰> 박혜숙(가명/피해 학부모) : “불법 수납대 명목이 ‘유기농비’라는 거였어요. 아이들한테 질 좋은 식단과 음식을 제공한다는 목적의 비용이었는데 나중에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보니까 아이들이 한 회 먹어야 할 제공량의 3분의 1만 먹였다는 게 포착이 되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 학부모는 어린이집을 고발한 후 되려 이사를 가야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혜숙 (가명/피해 학부모) : “ 블랙리스트가 있는 거죠. 어떤 어린이집에 전화 문의를 하고 상담을 가잖아요 상담까지는 잘 하고 온대요. 그러면 다음부터 등원을 시키겠습니다고 얘기가 있으면 그 저녁에 바로 전화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안타깝게도 갑자기 정원이 다른 데서 충원이 됐으니 아이가 우리 어린이집에 올 수 없게 되었다고..."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는 블랙리스트! 내부 고발을 한 학부모와 교사의 명단이 적혀 있다고 하는데요

취재 중 실제 교사들의 명단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저희가 얼마 전에 제보를 받은 거고요.”

지방의 한 어린이집 연합회에서 만들어졌다는 문서.

얼마 전 한 어린이집을 단체로 고발한 교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습니다.

원장들끼리 정보를 공유해 채용에 불이익을 주자는 취지의 이 문서에는 교사들의 이름은 물론 생년월일과 이력까지 자세하게 공개했는데요.

이렇게 작성된 문서들은 전국적으로 공유가 된다고 합니다.

<녹취> 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음성 변조) : “아는 사람들끼리 우리 어린이집 교사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교사가 부족했겠거니 하고 원장들끼리 서로 구두로 오고가지 않았을까요? “ (“ 문서가 없다고요? ”) “저는 문서가 없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 저희가 문서를 확보했는데요?”

취재진이 블랙리스트를 확보했다고 하자 갑자기 말이 달라집니다.

<녹취> 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음성 변조) : "아무리 잘하고 있다 할지라도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잖아요? 어떤 시각으로 봐서 나를 고발할까 하는 게 있을 것 아니에요 "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부고발을 한 교사들이 보복성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피해자들이 근무했던 직장인만큼 신상정보 보호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문종기(송파경찰서 수사과 지능1팀장) : " 밤 10시인가 11시에 제보자 보육교사 집으로 찾아와서 문을 발로 차고 그런 행패도 부리고... 또 그 이후에도 휴대전화 문자로 발송해서 내가 네 인적 사항을 다 알고 있다, 주민 등록 번호를 다 알고 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협박도 하고... 상당히 안타깝죠. ”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한번 내부고발자로 찍히면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인데요

자신이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을 고발한 후 1년이 넘도록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교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효민 (가명/피해 교사) : “오죽했으면 원장 선생님한테 그랬을까 이런 생각은 안 하세요? 그 원장 선생님이 저 같은 교사를 만나서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 이렇게 소문이 나더라고요. 원장들끼리는...”

설사 운 좋게 재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내부고발을 했었던 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해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인터뷰> 강효민 (가명/피해 교사) : “ 재취업하는 게 당연히 힘들고... 같이 한 선생님 중에 한 선생님도 아예 재취업하셨다가 대놓고 그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대요. 나는 더 걸릴 게 많은데 무서워서 같이 일 못하겠다고”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데요.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파악은 물론 공익신고자들의 보호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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