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해체 가속화…계열사 ‘각자도생’으로

입력 2013.11.26 (06:21) 수정 2013.11.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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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의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나 채권단 자율협약, 매각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걷게 되면서 '그룹'의 울타리가 사실상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 대해 인가 결정을 받았다. 여기엔 사명을 '팬오션'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STX팬오션은 내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사명을 쓸 계획이다. 2004년 범양상선이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STX팬오션으로 간판을 바꾼 지 10년 만이다.

또 새 회생계획안에 따라 STX팬오션은 이달 29일 1차 감자, 다음 달 13일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 다음 달 27일 2차 감자를 잇따라 실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STX, STX조선해양, STX엔진, 강덕수 회장 등 관계회사와 임원의 주식은 10 대 1 비율로 감자를 하게 된다.

이를 거치면 STX팬오션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약 13%)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STX그룹의 지주회사였던 ㈜STX와 STX마린서비스의 지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

STX조선해양도 22일 최대주주가 ㈜STX 등에서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그 결과 산업은행 등의 지분은 25.51%가 된 반면 ㈜STX 등의 지분은 채 1%에도 못 미치게 됐다.

STX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였던 조선해양과 팬오션의 주인이 채권단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여기에 더해 서울 남산 STX그룹 본사에 있던 서울사무소도 대폭 축소해 진해조선소로 옮기기로 했다. 일부 기능만 남겨놓기로 해 사실상 서울사무소를 폐쇄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무소 인력은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지 않는 한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덕수 회장의 입지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STX 대표이사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정도다.

사실상 '그룹 회장'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이 두 회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주로 거래하며 영업해오던 회사들이다.

이런 와중에 ㈜STX는 사업구조를 ▲ 에너지 사업(석탄·석유) ▲ 원자재 수출입(철강·비철) ▲ 기계엔진(기계플랜트·엔진 영업) ▲ 해운물류 서비스(물류/판매·구매) 등 4대 축 중심으로 재편해 전문상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외부거래 비중을 65%에서 2017년까지 9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강덕수 회장이 재기를 노린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의 경영권 상실로 '차포'(車包)를 잃게 된 강 회장이 ㈜STX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STX는 소규모 비상장사인 STX마린서비스(선원·선박 관리), STX리조트(문경 리조트 운영)도 거느리고 있다.

㈜STX는 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의 전제조건인 27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있다. 채권 만기 연장, 이율 조정 등에 대해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자율협약으로 채권단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밖에 STX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TX, STX중공업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출자받았고,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STX중공업은 산업은행, 농협은행 등을 상대로 출자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STX엔진도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며, 일본 오릭스에 매각됐던 STX에너지는 몇 달 만에 다시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STX 홍보실 관계자는 "예전엔 ㈜STX가 계열사들의 홍보까지 담당했는데 이제는 그런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며 "직원들도 더 이상 한 그룹이란 소속감을 갖지 못해 물리적·화학적으로 그룹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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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X그룹 해체 가속화…계열사 ‘각자도생’으로
    • 입력 2013-11-26 06:21:51
    • 수정2013-11-26 07:18:28
    연합뉴스
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의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나 채권단 자율협약, 매각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걷게 되면서 '그룹'의 울타리가 사실상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 대해 인가 결정을 받았다. 여기엔 사명을 '팬오션'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STX팬오션은 내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사명을 쓸 계획이다. 2004년 범양상선이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STX팬오션으로 간판을 바꾼 지 10년 만이다.

또 새 회생계획안에 따라 STX팬오션은 이달 29일 1차 감자, 다음 달 13일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 다음 달 27일 2차 감자를 잇따라 실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STX, STX조선해양, STX엔진, 강덕수 회장 등 관계회사와 임원의 주식은 10 대 1 비율로 감자를 하게 된다.

이를 거치면 STX팬오션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약 13%)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STX그룹의 지주회사였던 ㈜STX와 STX마린서비스의 지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

STX조선해양도 22일 최대주주가 ㈜STX 등에서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그 결과 산업은행 등의 지분은 25.51%가 된 반면 ㈜STX 등의 지분은 채 1%에도 못 미치게 됐다.

STX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였던 조선해양과 팬오션의 주인이 채권단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여기에 더해 서울 남산 STX그룹 본사에 있던 서울사무소도 대폭 축소해 진해조선소로 옮기기로 했다. 일부 기능만 남겨놓기로 해 사실상 서울사무소를 폐쇄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무소 인력은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지 않는 한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덕수 회장의 입지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STX 대표이사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정도다.

사실상 '그룹 회장'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이 두 회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주로 거래하며 영업해오던 회사들이다.

이런 와중에 ㈜STX는 사업구조를 ▲ 에너지 사업(석탄·석유) ▲ 원자재 수출입(철강·비철) ▲ 기계엔진(기계플랜트·엔진 영업) ▲ 해운물류 서비스(물류/판매·구매) 등 4대 축 중심으로 재편해 전문상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외부거래 비중을 65%에서 2017년까지 9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강덕수 회장이 재기를 노린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의 경영권 상실로 '차포'(車包)를 잃게 된 강 회장이 ㈜STX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STX는 소규모 비상장사인 STX마린서비스(선원·선박 관리), STX리조트(문경 리조트 운영)도 거느리고 있다.

㈜STX는 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의 전제조건인 27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있다. 채권 만기 연장, 이율 조정 등에 대해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자율협약으로 채권단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밖에 STX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TX, STX중공업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출자받았고,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STX중공업은 산업은행, 농협은행 등을 상대로 출자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STX엔진도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며, 일본 오릭스에 매각됐던 STX에너지는 몇 달 만에 다시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STX 홍보실 관계자는 "예전엔 ㈜STX가 계열사들의 홍보까지 담당했는데 이제는 그런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며 "직원들도 더 이상 한 그룹이란 소속감을 갖지 못해 물리적·화학적으로 그룹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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