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4시간씩 20개월 걸려 ‘태백산맥’ 필사했죠”

입력 2013.11.26 (06:21) 수정 2013.11.2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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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의 10권짜리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읽는 것으로도 모자라 전권을 필사한 독자들이 있다. 원고지 분량만 1만 6천500매. 웬만한 의지로는 완주하기 어려운 마라톤 작업이다.

회사원 노재영(43·서울) 씨는 2010년 3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20개월을 저녁 약속도 잡지 않고 필사에 매달렸다. 앞서 두 차례 '태백산맥'을 독파하고 감명을 받아 시작한 필사였다.

하루에 네 시간, 매일 10쪽씩 꾸준히 써내려가다 보니 두 달에 한 권꼴로 마칠 수 있었다. 하루에 네 시간 이상은 손이 아파 쓸 수 없었고 도중에 한 달 정도는 너무 힘들어 쉬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품을 필사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아빠가 저녁마다 책을 붙잡고 씨름하는 걸 본 초등학생 자녀들이 달라진 게 큰 보람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이었던 두 아이가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펼쳤다.

전화로 만난 노 씨는 "나는 책을 늦게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읽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아빠가 책을 붙잡고 있으니까 아이들도 서서히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책을 보기 시작하더라"며 웃었다.

'한다면 하는 성격'으로 두꺼운 노트 10권에 '태백산맥'을 전부 담고 나서 노 씨는 독자 여럿이 추진한 '아리랑' 릴레이 필사에도 참여했다. "필사하면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글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알게 됐다"는 게 노 씨 얘기다.

또다시 대하소설 전권 필사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 씨는 웃음을 지으며 "10권짜리를 또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한 또 다른 독자는 주부 홍혜순(50·충남 천안) 씨다. 홍 씨는 조정래 작가의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을 읽다가 필사를 결심했다.

'태백산맥'은 직장생활을 하던 1990년대에 읽은 적이 있었다. 2010년 8월 시작된 필사는 2012년 6월에 끝나 노 씨와 비슷한 기간이 걸렸다.

홍 씨는 원고지에 필사했다. 얼마나 걸렸느냐는 질문에 홍 씨는 "원고지 10장에 해당하는 책 본문 2쪽을 필사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고 하루 평균 세 시간씩 썼다"면서 "원고지 1만 6천641매를 573일 동안 쓴 것"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필사를 하면서 하루에 얼마나 썼는지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잘 써지는 날은 9-10시간도 썼지만 노 씨처럼 홍 씨도 중간에 팔이 아파 두 달은 쉬어야 했다.

남편을 포함해 주변에서 '대단하다'며 격려해 준 게 힘이 됐다. 대장정을 마치고 난 홍 씨는 "기쁘고 뿌듯하다"며 즐거워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사를 권하고는 싶은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며 힘들었던 작업을 돌아봤다.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한 독자는 20대 남성 독자와 50대 여성 독자까지 두 명이 더 있다. 이들 모두가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에 필사본을 기증했으며 27일 문학관에서 작가가 감사패를 전달한다.

현재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작가의 아들과 며느리의 필사본 한 부씩과 독자 119명이 릴레이로 필사한 한 부까지 모두 세 부의 필사본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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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3-4시간씩 20개월 걸려 ‘태백산맥’ 필사했죠”
    • 입력 2013-11-26 06:21:51
    • 수정2013-11-26 06:53:19
    연합뉴스
소설가 조정래의 10권짜리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읽는 것으로도 모자라 전권을 필사한 독자들이 있다. 원고지 분량만 1만 6천500매. 웬만한 의지로는 완주하기 어려운 마라톤 작업이다.

회사원 노재영(43·서울) 씨는 2010년 3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20개월을 저녁 약속도 잡지 않고 필사에 매달렸다. 앞서 두 차례 '태백산맥'을 독파하고 감명을 받아 시작한 필사였다.

하루에 네 시간, 매일 10쪽씩 꾸준히 써내려가다 보니 두 달에 한 권꼴로 마칠 수 있었다. 하루에 네 시간 이상은 손이 아파 쓸 수 없었고 도중에 한 달 정도는 너무 힘들어 쉬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품을 필사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아빠가 저녁마다 책을 붙잡고 씨름하는 걸 본 초등학생 자녀들이 달라진 게 큰 보람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이었던 두 아이가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펼쳤다.

전화로 만난 노 씨는 "나는 책을 늦게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읽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아빠가 책을 붙잡고 있으니까 아이들도 서서히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책을 보기 시작하더라"며 웃었다.

'한다면 하는 성격'으로 두꺼운 노트 10권에 '태백산맥'을 전부 담고 나서 노 씨는 독자 여럿이 추진한 '아리랑' 릴레이 필사에도 참여했다. "필사하면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글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알게 됐다"는 게 노 씨 얘기다.

또다시 대하소설 전권 필사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 씨는 웃음을 지으며 "10권짜리를 또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한 또 다른 독자는 주부 홍혜순(50·충남 천안) 씨다. 홍 씨는 조정래 작가의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을 읽다가 필사를 결심했다.

'태백산맥'은 직장생활을 하던 1990년대에 읽은 적이 있었다. 2010년 8월 시작된 필사는 2012년 6월에 끝나 노 씨와 비슷한 기간이 걸렸다.

홍 씨는 원고지에 필사했다. 얼마나 걸렸느냐는 질문에 홍 씨는 "원고지 10장에 해당하는 책 본문 2쪽을 필사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고 하루 평균 세 시간씩 썼다"면서 "원고지 1만 6천641매를 573일 동안 쓴 것"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필사를 하면서 하루에 얼마나 썼는지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잘 써지는 날은 9-10시간도 썼지만 노 씨처럼 홍 씨도 중간에 팔이 아파 두 달은 쉬어야 했다.

남편을 포함해 주변에서 '대단하다'며 격려해 준 게 힘이 됐다. 대장정을 마치고 난 홍 씨는 "기쁘고 뿌듯하다"며 즐거워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사를 권하고는 싶은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며 힘들었던 작업을 돌아봤다.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한 독자는 20대 남성 독자와 50대 여성 독자까지 두 명이 더 있다. 이들 모두가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에 필사본을 기증했으며 27일 문학관에서 작가가 감사패를 전달한다.

현재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작가의 아들과 며느리의 필사본 한 부씩과 독자 119명이 릴레이로 필사한 한 부까지 모두 세 부의 필사본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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