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 “이별 경험 녹인 단편 소설이죠”

입력 2013.12.03 (17:30) 수정 2013.12.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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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끔찍이 사랑한 남자가 배신을 경험한다. 자신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 자신의 조건을 탐탁지 않게 여긴 그녀의 어머니에 상처입은 이 남자는 복수심에 불탄다.

래퍼 산이(본명 정산·28)가 최근 발표한 새 앨범 수록곡 내용을 연결하면 마치 단편 소설처럼 내러티브가 흐른다. 노래 안에서 이 남자의 감정은 분노, 증오, 설득, 좌절, 우울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앨범 제목은 '낫 베이스트 온 더 트루 스토리'('Not' Based on the True Story). 실제 이야기에 근거하지 않았다며 '낫'을 강조했지만, 랩 가사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반어법처럼 느껴진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산이는 실제 경험담이냐고 묻자 "열린 결말처럼 음악을 듣는 청자들의 상상에 맡기기 위해 '실제다, 아니다'라고 확답은 하지 않겠다"며 "앞서 발표한 '아는 사람 얘기'도 사람들이 '너 얘기지?'라고 묻는데 여지를 남겨두겠다"고 웃었다.

그는 "나를 비롯해 누구나 이별의 경험이 있으니 연인과 헤어질 때 느끼는 여러 감정을 녹여내고 싶었다"며 "내 경험을 기반으로 한 픽션으로 한편의 단편 소설을 쓴 셈"이라고 덧붙였다.

첫 곡 '더 불행했음 좋겠다'는 과거 산이의 노래 중 '불행했음 좋겠다'의 2탄 격이다. '더'가 제목에 붙어 노랫말의 수위가 강해졌다. 영어 욕설이 반복되고 기름 붓는 소리, 여자의 비명이 들려 섬뜩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어진 '전 여자 친구에게'는 산이가 교통사고로 숨졌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에는 여자 친구에게 남긴 메시지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국 래퍼 에미넘의 히트곡 '스탠'(STAN)을 오마주한 곡으로 선우정아가 피처링했다.

마찬가지로 '지영이 어머니'도 미국 힙합듀오 아웃캐스트의 '미스 잭슨'(Ms. Jackson)을 오마주 했다.

"'미스 잭슨'은 딸과의 사랑을 허락해달라는 노래인데 전 같은 주제를 한국적으로 바꿨어요. 여자 친구의 어머니에게 '제가 왜 싫냐'며
유쾌하게 빠른 랩으로 풀어냈죠."

타이틀곡 '이별 식탁'은 남녀가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후렴구 멜로디가 감성적인 발라드 힙합이다.

이 곡은 음원 공개와 함께 각종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활동이 미비했던 산이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인 성적이다.

이처럼 산이는 올해 가수 인생에 새 전기를 맞았다.

2008년 JYP엔터테인먼트에 영입돼 2010년 '맛 좋은 산'으로 데뷔한 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

지난 6월 JYP에서 래퍼 라이머가 대표로 있는 버벌진트, 범키, 스윙스의 소속사 브랜뉴뮤직으로 옮기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그는 8월 '아는 사람 얘기'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가수 인생 첫 번째 히트곡을 냈다.

비슷한 시기 JYP 소속인 원더걸스 출신 선미가 컴백했지만 산이의 승리였다.

뒤이어 지난달 이번 앨범 선공개 곡인 '어디서 잤어'까지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JYP에서 나오자 유명세를 탄 데 대해 "며칠 전 읽은 책인데 '사람들은 코너에 몰린 약자가 싸워서 이기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글귀가 있었다"며 "내가 JYP에서 대형 가수들 틈에 있다가 나오니 짠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람에겐 모두 좋은 운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일부 댓글에는 '음원 사재기를 한 것 아니냐'던데 음원 살 돈이 없습니다. 하하."

산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14살에 미국 애틀랜타로 건너갔다. 2009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미국의 팝을 마음껏 흡수했다.

그는 "너바나, 에미넘, 아웃캐스트 등 미국에서 좋아한 뮤지션들이 많았다"며 "이번 앨범에도 그들의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창조한 곡들이 있다. 분명한 건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되 나만의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적인 스타일에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낼 수 있었던 건 JYP 시절 박진영에게 받은 영향 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애틀랜타 시절 제가 만든 음악은 한국적인 느낌이 없었어요. 하지만 진영이 형은 가사에 최대한 영어를 못 쓰게 했죠. 또 친구들이 제 멜로디가 동요나 광고 음악 같다고 할 때 '열심히 써보라'며 힘을 북돋워줘 대중적인 멜로디에 한발 다가섰고요. 제 지난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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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퍼 산이 “이별 경험 녹인 단편 소설이죠”
    • 입력 2013-12-03 17:30:41
    • 수정2013-12-03 17:48:04
    연합뉴스
한 여자를 끔찍이 사랑한 남자가 배신을 경험한다. 자신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 자신의 조건을 탐탁지 않게 여긴 그녀의 어머니에 상처입은 이 남자는 복수심에 불탄다.

래퍼 산이(본명 정산·28)가 최근 발표한 새 앨범 수록곡 내용을 연결하면 마치 단편 소설처럼 내러티브가 흐른다. 노래 안에서 이 남자의 감정은 분노, 증오, 설득, 좌절, 우울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앨범 제목은 '낫 베이스트 온 더 트루 스토리'('Not' Based on the True Story). 실제 이야기에 근거하지 않았다며 '낫'을 강조했지만, 랩 가사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반어법처럼 느껴진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산이는 실제 경험담이냐고 묻자 "열린 결말처럼 음악을 듣는 청자들의 상상에 맡기기 위해 '실제다, 아니다'라고 확답은 하지 않겠다"며 "앞서 발표한 '아는 사람 얘기'도 사람들이 '너 얘기지?'라고 묻는데 여지를 남겨두겠다"고 웃었다.

그는 "나를 비롯해 누구나 이별의 경험이 있으니 연인과 헤어질 때 느끼는 여러 감정을 녹여내고 싶었다"며 "내 경험을 기반으로 한 픽션으로 한편의 단편 소설을 쓴 셈"이라고 덧붙였다.

첫 곡 '더 불행했음 좋겠다'는 과거 산이의 노래 중 '불행했음 좋겠다'의 2탄 격이다. '더'가 제목에 붙어 노랫말의 수위가 강해졌다. 영어 욕설이 반복되고 기름 붓는 소리, 여자의 비명이 들려 섬뜩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어진 '전 여자 친구에게'는 산이가 교통사고로 숨졌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에는 여자 친구에게 남긴 메시지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국 래퍼 에미넘의 히트곡 '스탠'(STAN)을 오마주한 곡으로 선우정아가 피처링했다.

마찬가지로 '지영이 어머니'도 미국 힙합듀오 아웃캐스트의 '미스 잭슨'(Ms. Jackson)을 오마주 했다.

"'미스 잭슨'은 딸과의 사랑을 허락해달라는 노래인데 전 같은 주제를 한국적으로 바꿨어요. 여자 친구의 어머니에게 '제가 왜 싫냐'며
유쾌하게 빠른 랩으로 풀어냈죠."

타이틀곡 '이별 식탁'은 남녀가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후렴구 멜로디가 감성적인 발라드 힙합이다.

이 곡은 음원 공개와 함께 각종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활동이 미비했던 산이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인 성적이다.

이처럼 산이는 올해 가수 인생에 새 전기를 맞았다.

2008년 JYP엔터테인먼트에 영입돼 2010년 '맛 좋은 산'으로 데뷔한 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

지난 6월 JYP에서 래퍼 라이머가 대표로 있는 버벌진트, 범키, 스윙스의 소속사 브랜뉴뮤직으로 옮기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그는 8월 '아는 사람 얘기'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가수 인생 첫 번째 히트곡을 냈다.

비슷한 시기 JYP 소속인 원더걸스 출신 선미가 컴백했지만 산이의 승리였다.

뒤이어 지난달 이번 앨범 선공개 곡인 '어디서 잤어'까지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JYP에서 나오자 유명세를 탄 데 대해 "며칠 전 읽은 책인데 '사람들은 코너에 몰린 약자가 싸워서 이기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글귀가 있었다"며 "내가 JYP에서 대형 가수들 틈에 있다가 나오니 짠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람에겐 모두 좋은 운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일부 댓글에는 '음원 사재기를 한 것 아니냐'던데 음원 살 돈이 없습니다. 하하."

산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14살에 미국 애틀랜타로 건너갔다. 2009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미국의 팝을 마음껏 흡수했다.

그는 "너바나, 에미넘, 아웃캐스트 등 미국에서 좋아한 뮤지션들이 많았다"며 "이번 앨범에도 그들의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창조한 곡들이 있다. 분명한 건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되 나만의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적인 스타일에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낼 수 있었던 건 JYP 시절 박진영에게 받은 영향 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애틀랜타 시절 제가 만든 음악은 한국적인 느낌이 없었어요. 하지만 진영이 형은 가사에 최대한 영어를 못 쓰게 했죠. 또 친구들이 제 멜로디가 동요나 광고 음악 같다고 할 때 '열심히 써보라'며 힘을 북돋워줘 대중적인 멜로디에 한발 다가섰고요. 제 지난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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