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기준 제시했지만 소급청구 혼란 키웠다

입력 2013.12.18 (19:09) 수정 2013.12.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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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8일 전원합의체 선고를 통해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로 올 한해 노동계와 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통상임금 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160여건에 달하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곧바로 적용된다.

다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기존에 노사가 합의했고, 추가 임금 청구가 개별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줄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근로자와 사측 간 법정 공방의 불씨는 남게 됐다는 평가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모두 갖추면 통상임금 해당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근로의 대가로서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이 되고(정기성), 모든 근로자 또는 근로와 관련된 일정 조건·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이 되며(일률성), 업적이나 성과에 관계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돼 있는 것(고정성) 등의 요
건을 갖추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1개월(1임금 산정기간)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월급과 달리 2개월 내지 분기, 반기, 1년마다 지급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 외에 여름 휴가비와 김장보너스, 개인연금지원금, 선물비, 생일자 지원금 등 각종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이같은 복리후생비가 지급일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될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미 퇴직했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한 금액을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대법원은 "근로와 무관하게 재직만이 지급조건이면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고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는 이같은 복리후생비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정성도 없다"면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해
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짝수 달마다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지만 이와 별도로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장철에 김장보너스를 지급하며 지급금액은 노사가 협의한다'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초과근로 제공 시점에서는 김장보너스 지급액수를 알 수 없으므로 역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 상여금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는 점에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여금 통상임금서 제외' 노사합의는 무효…추가 청구는 제한

대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만큼 무효라는 기존 판례도 재확인했다.

이같은 노사 합의를 인정한다면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하고 시간외 근무나 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의 산정근거로 삼기 위해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상의 취지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사 단체협상 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합의는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노사 합의는 무효지만 이를 근거로 근로자가 추가로 과거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제한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단체협상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노조측도 별다른 이의제기없이 이를 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금협상 시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정한 뒤 기본금과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초과근로수당 등 세부항목의 지급기준과 액수를 총액에 맞게 배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가 무효라는 점을 인식했다면 사측에서 기본급의 인상률을 낮추거나 상여금과 수당의 지급형태나 조건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전체 노사합의 중 기본급 인상률, 각종 수당의 액수 및 지급조건 등은 그대로 놔둔채 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 합의만을 무효로 보고 근로자들이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근로자는 추가 수익을 얻게 되지만 기업은 예상치 못한 과도
한 지출을 하게 된다"면서 "이는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에 한정해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었던 기업에서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를 받아들이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경우에만 해당 기업은 추가수당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런 여러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아 기업은 추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노사 합의가 없었던 사업장의 근로자는 당연히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정기상여금이 아닌 다른 복리후생비나 수당은 적
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160여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이날 제시된 대법원 기준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신의칙 적용과 관련해 대법원이 '기업에 중대상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라는 모호한 단서를 달면서 오히려 기업과 근로자 간 추가 법정 공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느 정도가 경영상 어려움인지에 대한 사측과 근로자 간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서도 판단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추가임금 청구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소송 과정에서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소송이 제기되면 개별 기업 상황에 대해 법원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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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기준 제시했지만 소급청구 혼란 키웠다
    • 입력 2013-12-18 19:09:07
    • 수정2013-12-18 19:20:00
    연합뉴스
대법원이 18일 전원합의체 선고를 통해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로 올 한해 노동계와 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통상임금 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160여건에 달하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곧바로 적용된다. 다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기존에 노사가 합의했고, 추가 임금 청구가 개별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줄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근로자와 사측 간 법정 공방의 불씨는 남게 됐다는 평가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모두 갖추면 통상임금 해당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근로의 대가로서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이 되고(정기성), 모든 근로자 또는 근로와 관련된 일정 조건·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이 되며(일률성), 업적이나 성과에 관계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돼 있는 것(고정성) 등의 요 건을 갖추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1개월(1임금 산정기간)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월급과 달리 2개월 내지 분기, 반기, 1년마다 지급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 외에 여름 휴가비와 김장보너스, 개인연금지원금, 선물비, 생일자 지원금 등 각종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이같은 복리후생비가 지급일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될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미 퇴직했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한 금액을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대법원은 "근로와 무관하게 재직만이 지급조건이면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고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는 이같은 복리후생비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정성도 없다"면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해 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짝수 달마다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지만 이와 별도로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장철에 김장보너스를 지급하며 지급금액은 노사가 협의한다'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초과근로 제공 시점에서는 김장보너스 지급액수를 알 수 없으므로 역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 상여금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는 점에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여금 통상임금서 제외' 노사합의는 무효…추가 청구는 제한 대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만큼 무효라는 기존 판례도 재확인했다. 이같은 노사 합의를 인정한다면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하고 시간외 근무나 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의 산정근거로 삼기 위해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상의 취지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사 단체협상 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합의는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노사 합의는 무효지만 이를 근거로 근로자가 추가로 과거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제한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단체협상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노조측도 별다른 이의제기없이 이를 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금협상 시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정한 뒤 기본금과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초과근로수당 등 세부항목의 지급기준과 액수를 총액에 맞게 배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가 무효라는 점을 인식했다면 사측에서 기본급의 인상률을 낮추거나 상여금과 수당의 지급형태나 조건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전체 노사합의 중 기본급 인상률, 각종 수당의 액수 및 지급조건 등은 그대로 놔둔채 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 합의만을 무효로 보고 근로자들이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근로자는 추가 수익을 얻게 되지만 기업은 예상치 못한 과도 한 지출을 하게 된다"면서 "이는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에 한정해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었던 기업에서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를 받아들이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경우에만 해당 기업은 추가수당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런 여러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아 기업은 추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노사 합의가 없었던 사업장의 근로자는 당연히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정기상여금이 아닌 다른 복리후생비나 수당은 적 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160여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이날 제시된 대법원 기준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신의칙 적용과 관련해 대법원이 '기업에 중대상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라는 모호한 단서를 달면서 오히려 기업과 근로자 간 추가 법정 공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느 정도가 경영상 어려움인지에 대한 사측과 근로자 간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서도 판단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추가임금 청구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소송 과정에서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소송이 제기되면 개별 기업 상황에 대해 법원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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