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는데…

입력 2013.12.20 (22:50) 수정 2013.12.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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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K입니다.

잔치가 끝나고 나면 밥그릇 반찬그릇이 쌓여서 설거지 거리도 많이 생기게 마련이겠죠.

이걸 그냥 ‘사람 사는데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돌려버리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이 바로 규모가 큰 국제 행사입니다.

당장 내년 대회 개최가 무산된 영암 F1 자동차 경주대회의 경기장 시설, 성황리에 끝나긴 했지만 여수 엑스포의 시설물들, 모두 잔치는 끝났는데 그 뒷처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형 국제행사 뒤에 남겨지는 애물단지들, 오늘 취재파일K 이슈입니다.

앞서 영상을 보신 것처럼 대회나 행사를 할 때, 그러니까 잔치를 할 때는 좋았습니다.

무대의 막이 내리고 그 여운이 개운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슈 취재를 한 서영민 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서기자, 영암 F1 경기장 문제부터 시작해볼까요?

내년 대회가 무산됐는데, 자동차 경주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죠?

<답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관람해본 사람들의 얘기로는 상당히 재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엄청난 굉음을 내는 F1 머신들의 폭발적인 질주를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스릴과 재미가 있다는 거죠.

<질문> 그런데 어쩌다가 대회가 중단된 거죠?

<답변>

결정적인 요인은 돈 문제입니다.

전라남도는 매년 F1 주최 측인 국제자동차연맹, 즉 FIA에 개최권료 명목으로 돈을 내야합니다.

이게 올해 286억 원 정도였는데요, 전라남도가 내년도 개최권료를 212억 원으로 74억 원 정도 깎아 달라, 아니면 내년 대회 못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된다고 해서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FIA 입장은 올해 이미 30퍼센트나 깎아줬는데 거기서 한 번 더 깎아주는 건 다른 개최지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어렵다는 거였구요, 그러면서 지난 5일에 나온 내년 전 세계 F1 대회 일정에서 우리나라 영암이 최종 제외됐습니다.

<질문> 전라남도나 영암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당연히 우울할 것 같긴한 데.

<답변>

네, 책임 공방에 빚더미 문제까지,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영암 경기장 현장을 박석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속 32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치열한 속도 경쟁.

5.6킬로미터의 경주장을 55바퀴 돌며 승부를 겨루는데 한번에 1시간 40여 분씩 모두 사흘씩 펼쳐집니다.

해마다 세계 20개 나라를 돌며 경기가 치러집니다.

그렇다면 1년에 사흘을 제외한 다른 날, 경기장은 어떤 모습일까?

취재진이 찾아간 지난 17일에는 신차 시승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성능 실험이나 동호회 행사, 국내 자동차 경주 대회 등에 경기장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녹취> 김신남(F1 조직위 기획공보부장) : "내년 경우에 에프원 대회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약 250일 정도 연간 에프원 경기장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건 뭐냐면 동절기를 제외하고 1년 내내 활용된다 이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는 임대 수입은 연간 30억 원 정도.

경기장 건설비용 4천 2백 억 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액수입니다.

F1 대회 자체의 수익성 역시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2006년에 작성된 보고서는 2010년 70억 원, 2011년 106억 원, 2012년 192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결과 2010년에는 725억 원 적자, 2011년 610억 원 적자, 그리고 지난해엔 396억 원 적자였습니다.

그나마 적자 폭이 줄어든 건 관람객이 늘어서가 아니라, F1 본사에 지급하는 개최권료를 깎아왔기 때문.

그러나, 올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내년 경기는 아예 취소됐습니다.

<녹취> 박준영(도지사/5일 기자회견) : "대회수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개최권료 협상 역시 우리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대회를 쉬어가면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아야할 때입니다."

F1으로 인한 빚도 1,530억 원에 이르는 상황.

이번 기회에 대회 개최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정민 도의원 인근 장흥의 물 축제가 15억 원 들여가지고 8일 동안에 약 80만 또는 90만 명이 옵니다.

그런데 1년 F1 대회를 개최하는 데 천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3일 동안 16만 명이 옵니다.

F1 한국 조직위 측은 대회 적자만 따질 게 아니라 경제적 파급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16만 명의 관람객이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으로 1인당 평균 30만 원 가까이 쓰고 갈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파생 효과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김신남 : "F1 대회 기간에 우리 지역에 직접적인 약 400억 원의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하고, 약 2천억 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가 F1 경주장 활용을 해서 저희들이 자동차 부품 브랜드화 사업이라든지 튜닝 산업과 같은 자동차 연관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 중에 있고요."

그렇지만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F1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장미(경실련 사무국장) : "공무원이 매표를 해야 하고요, 주민들은 그 표를 사줘야 되고요. 거기서 발생하는 피로감과 부담감, 행정력 낭비, 이런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파급 효과를 따지기 이전에 실제 재정 적자보다 훨씬 부담이 크다..."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녹취> 인근 주유소 : "평상시에 F1 경기장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경상도 쪽에서 요즘은 많이 와가지고 우리 기름을 많이 쓰죠."

<녹취> 인근 식당 : "첫 해는 희망에 부풀었지. 장사 잘 되겠다 하고, 그런데 한 해 보고 두 해 보고 세 해 보니까 아닌 걸, 뭐."

특히, 간척지 사용료를 내고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반감이 큽니다.

<녹취> "그 전에는 농토가 있어가지고 농토에서 우리가 먹고 살았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뺏어다가 저렇게 만들어 버렸는데 뭘. 전부 농사짓던 땅이었지..."

지금까지 경기장 건설과 대회 운영에 들어간 돈은 7천9백억 원, 대회 지속 여부를 놓고 지역 사회는 논란 속에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질문> 우리나라가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를 유치했다가 돈 문제로 못하게 된 적이 과거에도 있었습니까?

<답변>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대회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큰 대회 경우엔 아직 없습니다.

<질문> 적자 규모가 언급되긴 했습니다만, 대회를 무산시킬 만큼 감당하기 어려웠던 건가요?

<답변>

네, 사실 전라남도가 살림이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특히 2011년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보면,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매년 꼴지구요, 한해 예산에서 인건비나 법정 의무경비를 제외한 순수한 가용재원, 그러니까 쓸 수 있는 돈은 2006년을 기준으로 천억 원 이하라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라남도가 F1 경기장 건설이나 운영에 쓴 돈이 6천억원이 넘었거든요,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대회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사전에 전혀 예견이 안 됐었습니까?

사전 타당성 조사 같은 걸 했을텐데요.

<답변>

운영자체는 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예상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7년동안 천억원 이상 흑자가 날거라고 했습니다.

예측이 잘못된거죠.

역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요, 우선 해마다 수백억 원의 개최권료를 내야하는데다 영암의 경우 관중 동원도 쉽지않고, 그래서 수익이 안나니 외부 자본을 끌어올 수도 없었다고 돼있습니다.

구조적인 적자사업이다, 이렇게 판단한건데요, 동아대 정희준 교수 말씀 들어보시죠.

<녹취> 정희준(교수) : "실질적으로 얼마를 지출을 해야되는지 그게 우리 지역 지자체에 얼마나 압박요인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되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으니까 대회가 끝나고 폐막된 이후에는 그것이 그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떠안겨지는 빚으로 남게된다는 거죠."

<질문> 결국 장밋빛 청사진만 보고 진행했다가 지나고 나면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는 건데, 이런 결과를 빚은 국제 대회가 F1 뿐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F1이 열렸던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동안 열린 대회들을 살펴보면요, 2010년 F1과 상주 세계 대학생 승마대회,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까지 수익이 난 대회가 없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대회는 불가능하다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여기 경기장들이 대체로 국내 최대규모인데,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쓸 건지, 수익을 낼 방법은 있는지,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겁니다.

서울에 있는 잠실 주경기장도 매년 불어나는 운영 적자 때문에 골치거든요, 최근 3년만 봐도 적자가 2백억 원 가까이 됩니다.

지역에 있는 경기장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질문> 대회 자체를 개최하는 것보다 어쩌면 그 뒤에 남는 빚이나 경기장, 시설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계획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런 얘기겠군요?

<답변>

그렇죠.

<질문> 그런데 큰 국제 행사 뒤에 그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먹는 건 비단 스포츠 행사만이 아니죠?

<답변>

그렇습니다.

세계 박람회, 엑스포가 대표적인데요.

20년 전 행사를 치른 대전도, 지난해 행사를 치른 여수도, 그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최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수 바닷가 밤하늘에 화려한 빛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빅오 쇼로 상징되는 여수 세계 박람회.

지난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8백20만 명 넘게 다녀갈 정도로 성황이었습니다.

1년 뒤, 지금.

행사가 열렸던 박람회장은 찬바람만 맴돌고 있습니다.

외부 업자가 운영하는 수족관 등을 제외하고 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임양례(인근 음식점 주인) : "(요새는 손님들 없어요?)) 한 사람도 없어요. 요새 며칠 공쳐요. 맨날. 그러니까 내가 집세를 두 달치 못 줘서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박람회장 시설물들은 내년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지만 예상되는 1년 운영 비용만 173억 원.

예상 수익은 35억 원에 불과해 적자가 불 보듯 뻔합니다.

박람회장을 남해안 해양 관광레저의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애초 계획은 이미 무색해졌습니다.

정부는 박람회장 시설을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기업들이 외면해 이미 두 차례나 유찰됐습니다.

<녹취> 이상훈(여수 YMCA 사무총장) : "현재 정부는 이것을 무조건 매각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어느 기업도 이것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고, 또 그러다 보니까 콘텐츠가 확보가 안 되는, 그래서 애물단지로 남아버리는 이런 결과로 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판다 해도 그 대금을 어디에 쓸 지도 혼선입니다.

정부는 정부가 먼저 투자한 3천8백억 원부터 회수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지역에서는, 민간에 매각하더라도 다시 박람회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고재익(여수시 박람회활용과장) : "무조건 회수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박람회를 유치하면서 전 세계에 약속했던 여수 프로젝트 기금 천억 원 마련과, 그 다음에 박람회장 내에 콘텐츠를 보강해서 이렇게 서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해줄 것을.."

20년 전, 1993년 엑스포를 치른 대전은 어떨까?

대덕연구단지 안의 엑스포 과학공원.

평일 오후, 공원 안에선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전시관 14곳 가운데 5곳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임광진(경북 울진군) : "거의 볼 것도 없고, 저 과학체험관도 그렇고, 폐업된 거 보니까 아쉽네요. 보는 것 자체가"

<녹취> 임영빈(서울시 봉천동) : "안타깝네요. 되게. 그래도 대전 랜드마크 같았는데, 없어진 것 같아서"

문을 연 전시관도 내부 전시물은 20년 전 거의 그대로입니다.

인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녹취> 엑스포 공원 관리 직원 :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서 (손님이 없어요?) 네 (하루에 얼마 정도 오나요?) 한, 글쎄요. 3~40명"

입장객은 해마다 줄고 적자는 쌓이고 있습니다.

1999년 986억 원이던 자산은 급기야 올해 바닥이 났고 결국 시 예산을 쏟아붓는 상황.

<녹취> 노용재(대전시 문화산업과) : "저희가 올해, (엑스포 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마케팅공사에 68억 원을 지원했고요. 내년도에는 80억 원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행사 뒤 20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대책을 못 찾던 대전시와 정부는 최근, 겨우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시설을 엑스포 공원으로 옮기고 첨단영상산업단지와 컨벤션 시설을 조성해 활로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녹취> 노용재(대전시 문화산업과) : "저희가 하는 사업들이 한 2017년 6월이면 완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공원 활성화에도 기여가 되고 지역 경제에도 조금은 기여가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반시설까지 2조 원가량이 투입된 여수 엑스포.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2005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시설물 사후 활용의 어려움을 이미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경고도, 대전 엑스포의 교훈도 소용없이, 행사 뒤 애물단지가 된 박람회장의 모습은 20년이 지났어도 고스란히 되풀이될 처집니다.

<질문> 당장 내년엔 인천 아시안게임이 있고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텐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사실 우려가 많습니다.

우선 인천을 보면요, 이미 재정난이 심각한 지경입니다.

2008년 말에 1조 5천억 원 수준이던 빚이 불과 5년 만에 3조원 가까이,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늘어난 빚의 80%, 1조 2천억 원이 아시안게임 준비 때문입니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국회 예산정책처 평가에 따르면 이 가운데 1조원 정도는 안 써도 될 돈이었다는 겁니다.

경기장 짓는데 실제로 든 돈은 1조 3천백 억원 정도인데, 기존 경기장을 고쳐서 썼다면 2천6백억 원이면 충분했단거죠.

그러면 낭비된 돈은 1조 5백억 원이나 됩니다.

특히 주경기장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라고 권고까지 했는데 새로 지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민자로 지을 수 있다고 강행했던거거든요, 하지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인천시가 수천억 원의 빚을 내서 지었습니다.

사후 활용방안이래봐야 대형마트와 복합 문화시설을 들여서 임대수익을 얻는다는 것 뿐인데, 최근 이마저도 주변 재래시장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은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평창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입니다.

올림픽에 필요한 시설로, 지난 2004년부터 총 사업비 1조 6천8백억 원을 들여 지었습니다.

스키점프장 등 경기장은 물론 콘도, 골프장을 포함하는 종합리조트를 지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빚으로 지어서 지금 남아있는 부채만 9천백억 원이 넘는다는 점입니다.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만 해마다 4백30억 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콘도나 회원권을 민간에 분양해서 빚을 갚다는 게 사후 활용 방안이었는데, 분양율은 아직 36%에 머물고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지자체들에게 이런 행사 유치하지 말아라, 이렇게 해야 되는 겁니까?

<답변>

국제행사 자체를 외면해라,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경제성이 문제가 되는 지역들은 상당수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불균형발전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래도 유치하겠다, 이런 열망이 상당히 강합니다.

남해안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적으로 추진된 여수 엑스포나, 영암 F1, 그리고 평창 올림픽에 이런 맥락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 말씀 들어보시죠.

<녹취> 정희준(동아대 교수) : "지역들이 왜 이렇게 스포츠 메가이벤트들에 열광을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토의 불균형 발전 문제예요. 이러한 대회라도 유치를 해야 그나마 지역에 뭔가 건설경기도 만들어낼 수 있고 건물도 지을 수가 있다."

<질문> 그러면 애물단지 만들지 않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이는, 배울만한 해외 사례는 없을까요?

<답변>

엑스포 경험이 많은 일본을 보면요, 나중에 활용하기 어려운 건물은 아예 짓지 않거나 엑스포 뒤에 해체해버립니다.

아이치 박람회장이나 오키나와 박람회장은 지금 그냥 공원입니다.

사후 활용도가 낮아 관리비만 들어가는 애물단지 만드느니 아예 없애고 공원을 만든 거죠.

쓰쿠바 박람회장은 신기술 개발연구단지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감당못할 크고 화려한 시설을 짓는게 아니란 거죠.

지난해 열렸던 런던 올림픽 얘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주경기장의 좌석이나 기둥, 지붕을 폐 가스관 같은 재활용품으로 지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엔 관중석의 절반 이상을 뜯어다가 다음 올림픽, 그러니까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로 수출했습니다.

어차피 큰 경기장은 평상시 필요도 없고 관리비도 드니까 지을 때부터 내다 팔 계획을 세운거죠.

그 외에도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했고, 나중에 쓸모가 없을 것은 다 해체 가능하게 지었습니다.

당시 태권도 경기장 기억하시나요?

사실은 2009년에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런던 중앙전시회장이었구요, 승마, 트라이애슬론, 비치발리볼은 그냥 공원에 가설물을 설치해 경기장을 만들었습니다.

또 수구경기장은 끝나고 바로 해체했구요.

<질문> 가급적 새로 짓지 마라, 새로 짓거든 나중에 어떻게 쓸지 철저히 따져보아라, 정 필요없으면 그냥 철거하라, 어찌보면 간단한 해법인데 우리는 왜 잘 안될까요?

<답변>

먼저 지나치게 속전속결 식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단 국제대회를 유치하는게 최우선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치가 결정되면 마치 금메달을 딴것처럼 기뻐하고, 언론은 경제효과가 수천억 원, 수 조원, 수십 조라고 축제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지자체는 특별법으로 정부지원을 약속받는데 특별히 지원을 해주는데다 대회 개최까지는 시간도 얼마 없어서 꼼꼼히 경제성을 따지는 절차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중앙대 권형일 교수 말씀 들어보시죠.

<녹취> 권형일(중앙대 교수) : "유치를 하고 난 뒤에 경기장을 지어야하는데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대회를 유치하면 짧은 기간안에 경기장 부지 선정하고 경기장 건설해야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면 충분한 계획, 포트폴리오가 안나오는 경우가 많죠."

<질문> 제도적으로 좀 보완할 필요성도 있다, 이런 말이군요.

<답변>

네, 가이드라인이랄지, 중간중간 철저하게 검사를 한다든지요.

그리고 좀 천천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꼭 필요합니다.

지금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주도합니다.

시민의 의견을 듣거나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거죠.

반면 성공사례로 언급된 나라들은 이 의견수렴절차를 가장 중요시 합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 진행도 더디지만 그만큼 더 꼼꼼히 살펴보고 새로운 대안도 만들 수 있는 거죠.

<앵커 멘트>

잘못 갔던 길을 돈 들여서 다시 또 가서는 안 되겠죠, 서기자, 취재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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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치는 끝났는데…
    • 입력 2013-12-20 17:52:47
    • 수정2013-12-21 06:55:34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K입니다.

잔치가 끝나고 나면 밥그릇 반찬그릇이 쌓여서 설거지 거리도 많이 생기게 마련이겠죠.

이걸 그냥 ‘사람 사는데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돌려버리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이 바로 규모가 큰 국제 행사입니다.

당장 내년 대회 개최가 무산된 영암 F1 자동차 경주대회의 경기장 시설, 성황리에 끝나긴 했지만 여수 엑스포의 시설물들, 모두 잔치는 끝났는데 그 뒷처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형 국제행사 뒤에 남겨지는 애물단지들, 오늘 취재파일K 이슈입니다.

앞서 영상을 보신 것처럼 대회나 행사를 할 때, 그러니까 잔치를 할 때는 좋았습니다.

무대의 막이 내리고 그 여운이 개운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슈 취재를 한 서영민 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서기자, 영암 F1 경기장 문제부터 시작해볼까요?

내년 대회가 무산됐는데, 자동차 경주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죠?

<답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관람해본 사람들의 얘기로는 상당히 재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엄청난 굉음을 내는 F1 머신들의 폭발적인 질주를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스릴과 재미가 있다는 거죠.

<질문> 그런데 어쩌다가 대회가 중단된 거죠?

<답변>

결정적인 요인은 돈 문제입니다.

전라남도는 매년 F1 주최 측인 국제자동차연맹, 즉 FIA에 개최권료 명목으로 돈을 내야합니다.

이게 올해 286억 원 정도였는데요, 전라남도가 내년도 개최권료를 212억 원으로 74억 원 정도 깎아 달라, 아니면 내년 대회 못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된다고 해서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FIA 입장은 올해 이미 30퍼센트나 깎아줬는데 거기서 한 번 더 깎아주는 건 다른 개최지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어렵다는 거였구요, 그러면서 지난 5일에 나온 내년 전 세계 F1 대회 일정에서 우리나라 영암이 최종 제외됐습니다.

<질문> 전라남도나 영암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당연히 우울할 것 같긴한 데.

<답변>

네, 책임 공방에 빚더미 문제까지,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영암 경기장 현장을 박석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속 32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치열한 속도 경쟁.

5.6킬로미터의 경주장을 55바퀴 돌며 승부를 겨루는데 한번에 1시간 40여 분씩 모두 사흘씩 펼쳐집니다.

해마다 세계 20개 나라를 돌며 경기가 치러집니다.

그렇다면 1년에 사흘을 제외한 다른 날, 경기장은 어떤 모습일까?

취재진이 찾아간 지난 17일에는 신차 시승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성능 실험이나 동호회 행사, 국내 자동차 경주 대회 등에 경기장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녹취> 김신남(F1 조직위 기획공보부장) : "내년 경우에 에프원 대회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약 250일 정도 연간 에프원 경기장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건 뭐냐면 동절기를 제외하고 1년 내내 활용된다 이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는 임대 수입은 연간 30억 원 정도.

경기장 건설비용 4천 2백 억 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액수입니다.

F1 대회 자체의 수익성 역시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2006년에 작성된 보고서는 2010년 70억 원, 2011년 106억 원, 2012년 192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결과 2010년에는 725억 원 적자, 2011년 610억 원 적자, 그리고 지난해엔 396억 원 적자였습니다.

그나마 적자 폭이 줄어든 건 관람객이 늘어서가 아니라, F1 본사에 지급하는 개최권료를 깎아왔기 때문.

그러나, 올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내년 경기는 아예 취소됐습니다.

<녹취> 박준영(도지사/5일 기자회견) : "대회수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개최권료 협상 역시 우리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대회를 쉬어가면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아야할 때입니다."

F1으로 인한 빚도 1,530억 원에 이르는 상황.

이번 기회에 대회 개최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정민 도의원 인근 장흥의 물 축제가 15억 원 들여가지고 8일 동안에 약 80만 또는 90만 명이 옵니다.

그런데 1년 F1 대회를 개최하는 데 천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3일 동안 16만 명이 옵니다.

F1 한국 조직위 측은 대회 적자만 따질 게 아니라 경제적 파급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16만 명의 관람객이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으로 1인당 평균 30만 원 가까이 쓰고 갈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파생 효과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김신남 : "F1 대회 기간에 우리 지역에 직접적인 약 400억 원의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하고, 약 2천억 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가 F1 경주장 활용을 해서 저희들이 자동차 부품 브랜드화 사업이라든지 튜닝 산업과 같은 자동차 연관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 중에 있고요."

그렇지만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F1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장미(경실련 사무국장) : "공무원이 매표를 해야 하고요, 주민들은 그 표를 사줘야 되고요. 거기서 발생하는 피로감과 부담감, 행정력 낭비, 이런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파급 효과를 따지기 이전에 실제 재정 적자보다 훨씬 부담이 크다..."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녹취> 인근 주유소 : "평상시에 F1 경기장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경상도 쪽에서 요즘은 많이 와가지고 우리 기름을 많이 쓰죠."

<녹취> 인근 식당 : "첫 해는 희망에 부풀었지. 장사 잘 되겠다 하고, 그런데 한 해 보고 두 해 보고 세 해 보니까 아닌 걸, 뭐."

특히, 간척지 사용료를 내고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반감이 큽니다.

<녹취> "그 전에는 농토가 있어가지고 농토에서 우리가 먹고 살았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뺏어다가 저렇게 만들어 버렸는데 뭘. 전부 농사짓던 땅이었지..."

지금까지 경기장 건설과 대회 운영에 들어간 돈은 7천9백억 원, 대회 지속 여부를 놓고 지역 사회는 논란 속에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질문> 우리나라가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를 유치했다가 돈 문제로 못하게 된 적이 과거에도 있었습니까?

<답변>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대회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큰 대회 경우엔 아직 없습니다.

<질문> 적자 규모가 언급되긴 했습니다만, 대회를 무산시킬 만큼 감당하기 어려웠던 건가요?

<답변>

네, 사실 전라남도가 살림이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특히 2011년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보면,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매년 꼴지구요, 한해 예산에서 인건비나 법정 의무경비를 제외한 순수한 가용재원, 그러니까 쓸 수 있는 돈은 2006년을 기준으로 천억 원 이하라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라남도가 F1 경기장 건설이나 운영에 쓴 돈이 6천억원이 넘었거든요,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대회였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사전에 전혀 예견이 안 됐었습니까?

사전 타당성 조사 같은 걸 했을텐데요.

<답변>

운영자체는 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예상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7년동안 천억원 이상 흑자가 날거라고 했습니다.

예측이 잘못된거죠.

역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요, 우선 해마다 수백억 원의 개최권료를 내야하는데다 영암의 경우 관중 동원도 쉽지않고, 그래서 수익이 안나니 외부 자본을 끌어올 수도 없었다고 돼있습니다.

구조적인 적자사업이다, 이렇게 판단한건데요, 동아대 정희준 교수 말씀 들어보시죠.

<녹취> 정희준(교수) : "실질적으로 얼마를 지출을 해야되는지 그게 우리 지역 지자체에 얼마나 압박요인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되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으니까 대회가 끝나고 폐막된 이후에는 그것이 그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떠안겨지는 빚으로 남게된다는 거죠."

<질문> 결국 장밋빛 청사진만 보고 진행했다가 지나고 나면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는 건데, 이런 결과를 빚은 국제 대회가 F1 뿐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F1이 열렸던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동안 열린 대회들을 살펴보면요, 2010년 F1과 상주 세계 대학생 승마대회,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까지 수익이 난 대회가 없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대회는 불가능하다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여기 경기장들이 대체로 국내 최대규모인데,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쓸 건지, 수익을 낼 방법은 있는지,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겁니다.

서울에 있는 잠실 주경기장도 매년 불어나는 운영 적자 때문에 골치거든요, 최근 3년만 봐도 적자가 2백억 원 가까이 됩니다.

지역에 있는 경기장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질문> 대회 자체를 개최하는 것보다 어쩌면 그 뒤에 남는 빚이나 경기장, 시설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계획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런 얘기겠군요?

<답변>

그렇죠.

<질문> 그런데 큰 국제 행사 뒤에 그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먹는 건 비단 스포츠 행사만이 아니죠?

<답변>

그렇습니다.

세계 박람회, 엑스포가 대표적인데요.

20년 전 행사를 치른 대전도, 지난해 행사를 치른 여수도, 그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최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수 바닷가 밤하늘에 화려한 빛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빅오 쇼로 상징되는 여수 세계 박람회.

지난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8백20만 명 넘게 다녀갈 정도로 성황이었습니다.

1년 뒤, 지금.

행사가 열렸던 박람회장은 찬바람만 맴돌고 있습니다.

외부 업자가 운영하는 수족관 등을 제외하고 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임양례(인근 음식점 주인) : "(요새는 손님들 없어요?)) 한 사람도 없어요. 요새 며칠 공쳐요. 맨날. 그러니까 내가 집세를 두 달치 못 줘서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박람회장 시설물들은 내년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지만 예상되는 1년 운영 비용만 173억 원.

예상 수익은 35억 원에 불과해 적자가 불 보듯 뻔합니다.

박람회장을 남해안 해양 관광레저의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애초 계획은 이미 무색해졌습니다.

정부는 박람회장 시설을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기업들이 외면해 이미 두 차례나 유찰됐습니다.

<녹취> 이상훈(여수 YMCA 사무총장) : "현재 정부는 이것을 무조건 매각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어느 기업도 이것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고, 또 그러다 보니까 콘텐츠가 확보가 안 되는, 그래서 애물단지로 남아버리는 이런 결과로 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판다 해도 그 대금을 어디에 쓸 지도 혼선입니다.

정부는 정부가 먼저 투자한 3천8백억 원부터 회수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지역에서는, 민간에 매각하더라도 다시 박람회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취> 고재익(여수시 박람회활용과장) : "무조건 회수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박람회를 유치하면서 전 세계에 약속했던 여수 프로젝트 기금 천억 원 마련과, 그 다음에 박람회장 내에 콘텐츠를 보강해서 이렇게 서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해줄 것을.."

20년 전, 1993년 엑스포를 치른 대전은 어떨까?

대덕연구단지 안의 엑스포 과학공원.

평일 오후, 공원 안에선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전시관 14곳 가운데 5곳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임광진(경북 울진군) : "거의 볼 것도 없고, 저 과학체험관도 그렇고, 폐업된 거 보니까 아쉽네요. 보는 것 자체가"

<녹취> 임영빈(서울시 봉천동) : "안타깝네요. 되게. 그래도 대전 랜드마크 같았는데, 없어진 것 같아서"

문을 연 전시관도 내부 전시물은 20년 전 거의 그대로입니다.

인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녹취> 엑스포 공원 관리 직원 :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서 (손님이 없어요?) 네 (하루에 얼마 정도 오나요?) 한, 글쎄요. 3~40명"

입장객은 해마다 줄고 적자는 쌓이고 있습니다.

1999년 986억 원이던 자산은 급기야 올해 바닥이 났고 결국 시 예산을 쏟아붓는 상황.

<녹취> 노용재(대전시 문화산업과) : "저희가 올해, (엑스포 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마케팅공사에 68억 원을 지원했고요. 내년도에는 80억 원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행사 뒤 20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대책을 못 찾던 대전시와 정부는 최근, 겨우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시설을 엑스포 공원으로 옮기고 첨단영상산업단지와 컨벤션 시설을 조성해 활로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녹취> 노용재(대전시 문화산업과) : "저희가 하는 사업들이 한 2017년 6월이면 완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공원 활성화에도 기여가 되고 지역 경제에도 조금은 기여가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반시설까지 2조 원가량이 투입된 여수 엑스포.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2005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시설물 사후 활용의 어려움을 이미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경고도, 대전 엑스포의 교훈도 소용없이, 행사 뒤 애물단지가 된 박람회장의 모습은 20년이 지났어도 고스란히 되풀이될 처집니다.

<질문> 당장 내년엔 인천 아시안게임이 있고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텐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사실 우려가 많습니다.

우선 인천을 보면요, 이미 재정난이 심각한 지경입니다.

2008년 말에 1조 5천억 원 수준이던 빚이 불과 5년 만에 3조원 가까이,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늘어난 빚의 80%, 1조 2천억 원이 아시안게임 준비 때문입니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국회 예산정책처 평가에 따르면 이 가운데 1조원 정도는 안 써도 될 돈이었다는 겁니다.

경기장 짓는데 실제로 든 돈은 1조 3천백 억원 정도인데, 기존 경기장을 고쳐서 썼다면 2천6백억 원이면 충분했단거죠.

그러면 낭비된 돈은 1조 5백억 원이나 됩니다.

특히 주경기장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라고 권고까지 했는데 새로 지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민자로 지을 수 있다고 강행했던거거든요, 하지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인천시가 수천억 원의 빚을 내서 지었습니다.

사후 활용방안이래봐야 대형마트와 복합 문화시설을 들여서 임대수익을 얻는다는 것 뿐인데, 최근 이마저도 주변 재래시장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은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평창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입니다.

올림픽에 필요한 시설로, 지난 2004년부터 총 사업비 1조 6천8백억 원을 들여 지었습니다.

스키점프장 등 경기장은 물론 콘도, 골프장을 포함하는 종합리조트를 지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빚으로 지어서 지금 남아있는 부채만 9천백억 원이 넘는다는 점입니다.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만 해마다 4백30억 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콘도나 회원권을 민간에 분양해서 빚을 갚다는 게 사후 활용 방안이었는데, 분양율은 아직 36%에 머물고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지자체들에게 이런 행사 유치하지 말아라, 이렇게 해야 되는 겁니까?

<답변>

국제행사 자체를 외면해라,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경제성이 문제가 되는 지역들은 상당수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불균형발전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래도 유치하겠다, 이런 열망이 상당히 강합니다.

남해안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적으로 추진된 여수 엑스포나, 영암 F1, 그리고 평창 올림픽에 이런 맥락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 말씀 들어보시죠.

<녹취> 정희준(동아대 교수) : "지역들이 왜 이렇게 스포츠 메가이벤트들에 열광을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토의 불균형 발전 문제예요. 이러한 대회라도 유치를 해야 그나마 지역에 뭔가 건설경기도 만들어낼 수 있고 건물도 지을 수가 있다."

<질문> 그러면 애물단지 만들지 않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이는, 배울만한 해외 사례는 없을까요?

<답변>

엑스포 경험이 많은 일본을 보면요, 나중에 활용하기 어려운 건물은 아예 짓지 않거나 엑스포 뒤에 해체해버립니다.

아이치 박람회장이나 오키나와 박람회장은 지금 그냥 공원입니다.

사후 활용도가 낮아 관리비만 들어가는 애물단지 만드느니 아예 없애고 공원을 만든 거죠.

쓰쿠바 박람회장은 신기술 개발연구단지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감당못할 크고 화려한 시설을 짓는게 아니란 거죠.

지난해 열렸던 런던 올림픽 얘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주경기장의 좌석이나 기둥, 지붕을 폐 가스관 같은 재활용품으로 지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엔 관중석의 절반 이상을 뜯어다가 다음 올림픽, 그러니까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로 수출했습니다.

어차피 큰 경기장은 평상시 필요도 없고 관리비도 드니까 지을 때부터 내다 팔 계획을 세운거죠.

그 외에도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했고, 나중에 쓸모가 없을 것은 다 해체 가능하게 지었습니다.

당시 태권도 경기장 기억하시나요?

사실은 2009년에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런던 중앙전시회장이었구요, 승마, 트라이애슬론, 비치발리볼은 그냥 공원에 가설물을 설치해 경기장을 만들었습니다.

또 수구경기장은 끝나고 바로 해체했구요.

<질문> 가급적 새로 짓지 마라, 새로 짓거든 나중에 어떻게 쓸지 철저히 따져보아라, 정 필요없으면 그냥 철거하라, 어찌보면 간단한 해법인데 우리는 왜 잘 안될까요?

<답변>

먼저 지나치게 속전속결 식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단 국제대회를 유치하는게 최우선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치가 결정되면 마치 금메달을 딴것처럼 기뻐하고, 언론은 경제효과가 수천억 원, 수 조원, 수십 조라고 축제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지자체는 특별법으로 정부지원을 약속받는데 특별히 지원을 해주는데다 대회 개최까지는 시간도 얼마 없어서 꼼꼼히 경제성을 따지는 절차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중앙대 권형일 교수 말씀 들어보시죠.

<녹취> 권형일(중앙대 교수) : "유치를 하고 난 뒤에 경기장을 지어야하는데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대회를 유치하면 짧은 기간안에 경기장 부지 선정하고 경기장 건설해야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면 충분한 계획, 포트폴리오가 안나오는 경우가 많죠."

<질문> 제도적으로 좀 보완할 필요성도 있다, 이런 말이군요.

<답변>

네, 가이드라인이랄지, 중간중간 철저하게 검사를 한다든지요.

그리고 좀 천천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꼭 필요합니다.

지금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주도합니다.

시민의 의견을 듣거나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거죠.

반면 성공사례로 언급된 나라들은 이 의견수렴절차를 가장 중요시 합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 진행도 더디지만 그만큼 더 꼼꼼히 살펴보고 새로운 대안도 만들 수 있는 거죠.

<앵커 멘트>

잘못 갔던 길을 돈 들여서 다시 또 가서는 안 되겠죠, 서기자, 취재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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