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골칫거리’ 도시개발공사 어쩌나?

입력 2013.12.24 (09:32) 수정 2013.12.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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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하우스텐보스 <사진출처: 하우스텐보스 공식 홈페이지> 입니다. 150여 헥타르의 대지에 3조 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일본 최대 규모의 테마 파크입니다. ‘일본 속 유럽’이란 별칭처럼 유럽 현지 풍경을 충실하게 옮겨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주요 방문 코스가 된 곳이죠. 우리나라로 치자면 ‘에버랜드’ 쯤 될까요? 재밌는 건, 이 시설이 민간 기업의 시설이 아니라 공공 기관들이 만든 일종의 ‘공공시설’이라는 점입니다. 설립주체는 민간 기업이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조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대 테마파크를 정부, 지자체가 운영한다는 게 낯설게 들릴 만도 합니다. 설립 추진 당시 일본 경기가 워낙 활황이어서, 공공 영역에서도 이런 ‘수익사업’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게 작용했던게 그 배경입니다. 하지만 시설 개장 몇 년만에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두 차례 부도까지 가는 신세가 됩니다. 이른바 ‘버블경제’ 붕괴가 원인이 됐죠. 수익을 기대하고 돈을 투자했던 정부 단체와 지자체들도 함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비슷한 일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진행중입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던 시절, 지자체들이 앞다퉈 출범시켰던 ‘도시개발공사’들 얘깁니다. 도시개발공사들의 표면적인 설립 목적은 지극히 정당했습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 저소득층에게 주거공간을 마련해주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명목이었죠. 하지만 재개발로 인한 부수적인 수익을 지자체들이 기대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이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민간기업들이 대대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를 실시하던 지난 2008년에도 도시개발공사들의 ‘개발 드라이브’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개발 지구의 미분양 자산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 자체가 팔리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도 곳곳에서 시작된 사업을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모두 부채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견제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젭니다.



지난 12월 11일, 용인시의회는 용인도시공사가 제출한 공사채 채무보증 발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발행했던 공사채의 만료 시한을 불과 4시간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공기업 최초 부도’ 위기는 넘겼지만, 시의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도시공사가 채권 만료 시한을 알린 건 불과 3일 전. 시의원들은 금요일 오후 늦게에서야 이 내용을 통보받고, 부랴부랴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했습니다.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상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공기업 최초 부도’의 불명예를 용인에서 떠안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의원들은 ‘앉아서 당했다’며 탄식했습니다.

이건 용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16개 도시개발공사들의 부채는 43조 5천 억원에 달합니다. 부채비율도 3백%를 넘어섰습니다. 전체 지방공기업 부채의 60%가, 이 ‘도시개발공사’들 차집니다. ‘부실 폭주기관차’라는 오명까지 얻었습니다. 문제는 수차례 지적돼 왔지만, 각 지자체는 발행된 채권 시한을 연장해주는 등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책만 내놓을 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지자체들이 채권 연장이나 새 지방채 발행에 주민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방재정의 블루칩으로 기대됐지만, 이제 시한폭탄의 신세가 돼 버린 도시개발공사. ‘부동산 불황’ 탓으로만 돌리고 놔두기엔, 너무 큰 위협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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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골칫거리’ 도시개발공사 어쩌나?
    • 입력 2013-12-24 09:32:15
    • 수정2013-12-24 09:35:28
    취재후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하우스텐보스 <사진출처: 하우스텐보스 공식 홈페이지> 입니다. 150여 헥타르의 대지에 3조 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일본 최대 규모의 테마 파크입니다. ‘일본 속 유럽’이란 별칭처럼 유럽 현지 풍경을 충실하게 옮겨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주요 방문 코스가 된 곳이죠. 우리나라로 치자면 ‘에버랜드’ 쯤 될까요? 재밌는 건, 이 시설이 민간 기업의 시설이 아니라 공공 기관들이 만든 일종의 ‘공공시설’이라는 점입니다. 설립주체는 민간 기업이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조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대 테마파크를 정부, 지자체가 운영한다는 게 낯설게 들릴 만도 합니다. 설립 추진 당시 일본 경기가 워낙 활황이어서, 공공 영역에서도 이런 ‘수익사업’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게 작용했던게 그 배경입니다. 하지만 시설 개장 몇 년만에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두 차례 부도까지 가는 신세가 됩니다. 이른바 ‘버블경제’ 붕괴가 원인이 됐죠. 수익을 기대하고 돈을 투자했던 정부 단체와 지자체들도 함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비슷한 일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진행중입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던 시절, 지자체들이 앞다퉈 출범시켰던 ‘도시개발공사’들 얘깁니다. 도시개발공사들의 표면적인 설립 목적은 지극히 정당했습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 저소득층에게 주거공간을 마련해주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명목이었죠. 하지만 재개발로 인한 부수적인 수익을 지자체들이 기대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이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민간기업들이 대대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를 실시하던 지난 2008년에도 도시개발공사들의 ‘개발 드라이브’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개발 지구의 미분양 자산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 자체가 팔리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도 곳곳에서 시작된 사업을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모두 부채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견제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젭니다.



지난 12월 11일, 용인시의회는 용인도시공사가 제출한 공사채 채무보증 발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발행했던 공사채의 만료 시한을 불과 4시간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공기업 최초 부도’ 위기는 넘겼지만, 시의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도시공사가 채권 만료 시한을 알린 건 불과 3일 전. 시의원들은 금요일 오후 늦게에서야 이 내용을 통보받고, 부랴부랴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했습니다.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상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공기업 최초 부도’의 불명예를 용인에서 떠안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의원들은 ‘앉아서 당했다’며 탄식했습니다.

이건 용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16개 도시개발공사들의 부채는 43조 5천 억원에 달합니다. 부채비율도 3백%를 넘어섰습니다. 전체 지방공기업 부채의 60%가, 이 ‘도시개발공사’들 차집니다. ‘부실 폭주기관차’라는 오명까지 얻었습니다. 문제는 수차례 지적돼 왔지만, 각 지자체는 발행된 채권 시한을 연장해주는 등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책만 내놓을 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지자체들이 채권 연장이나 새 지방채 발행에 주민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방재정의 블루칩으로 기대됐지만, 이제 시한폭탄의 신세가 돼 버린 도시개발공사. ‘부동산 불황’ 탓으로만 돌리고 놔두기엔, 너무 큰 위협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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