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달라진 환경을 관광 자원으로…

입력 2013.12.28 (08:37) 수정 2013.12.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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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겨우 내내 얼어붙었던 빙하가 녹으면서 눈과 얼음이 바다로 떨어지는 광경은 정말 멋지다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모든 게 꽁꽁 얼어붙어 있어야 할 요즘 한 겨울에 눈이 조금씩 녹아내린다는 겁니다.

얼음도 상당히 약해졌고요, 겨울이면 영하 30~40도를 오가며,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동토의 땅이 변하고 있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서 걱정입니다. 대신 겨울나기 풍경은 달라졌습니다.

한 겨울에도 뛰어 놀 수 있고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만년설과 빙하의 땅, 지구의 뚜껑, 그린란드에 찾아온 변화를 이민우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겁의 세월을 머금은 순백의 빙하가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한반도의 10배, 그러나 인구는 5만 7천에 불과한 동토의 땅, 그린란드입니다.

수도 누크 항에서 배로 3시간.

웅장하게 펼쳐진 피요르드 사이로 백 킬로미터를 헤쳐 나가자, 수천 년 세월이 쌓이고 쌓인 나샵 세미아 빙하가 저 멀리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며, 영롱한 푸른빛의 신비스런 풍경.

하지만, 이 빙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직경 2킬로미터 넘는 면적이 사라졌습니다.

급격한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며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입니다.

<인터뷰> 야콥 마티어서(누크대 교수) : "기상 변화 때문입니다. 갈수록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크고 작은 빙산들, 모두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웬만한 화물선 크기의 빙산도 눈에 띕니다.

최근엔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제 뒤로 떠다니는 것이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입니다.

겨울이지만 해수면과 부딪히며 조금씩 녹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빙하가 녹아내리며 수십 미터 높이의 폭포수를 이룬다는 셰비착 폭포, 한겨울에도 빙하가 녹아내린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태양열을 반사하며 수온 상승을 막아주던 바다 얼음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겨울에도 배를 타고 빙산 사이를 다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아카타 이그니우스(어부) : "어렸을 때는 바다 위에 얼음이 무척 높게 쌓였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내륙 빙하에서 녹아내린 얼음은 4조 2천억 톤. 같은 기간 지구 해수면은 1.1 cm 상승했고, 녹는 속도도 10년 전보다 3배나 더 빨라졌습니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세계의 해수면이 63m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터뷰> 니콜라이 클림(덴마크 기상연구소 소장) : "엄청난 면적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고, 그 깊이 역시 얕아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구 5천 명 남짓한 그린란드 최대 도시 누크.

20여 년 전 만해도 겨울엔 영하 20~30도를 넘나들었던 혹한의 땅이었지만, 이제는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기온이 크게 올랐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온도계의 수은주는 영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이상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린란드의 평균 기온이 21세기 말까지 섭씨 7~8도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인터뷰> 토미 마뤼(그린란드 주민) : "어렸을 때 바다에 얼음이 꽁꽁 얼었었는데 지금은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 광경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린란드에도 밤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3시만 지나면 어둠이 밀려오는 이른 밤.

하지만 거리엔 여전히 인파가 가득하고, 아이들은 미끄럼을 타며 겨울밤을 즐깁니다.

혹한이 엄습했던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입니다.

<인터뷰> 클라우스 닐슨(관광객) : "그렇게 춥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매우 아름답습니다."

북적이는 공항과 호텔, 주로 여름철에만 이 곳을 찾던 관광객들의 발길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겨울이 선사하는 색다른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애니카 코크(그린란드 관광사무소) : "그린란드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 호주, 싱가폴, 홍콩 등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누크 유일의 공예품 제작소.

그린란드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이누이트 족의 전통을 담아 낸, 각종 기념품 제작이 한창입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아그히 마첸슨(공예품 제작자) : "사슴 뿔과 고래 이빨 등 작은 여자용 장신구가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사냥과 어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50년 넘게 물개를 잡아 생활해 온 요하네스 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온 상승으로 물개가 사라져, 허탕 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하네스 하일레만(어부) : "수온이 계속 오르면서 배를 타고 멀리 나가도, 물개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그린란드에 새로운 희망도 선사하고 있습니다.

녹아내린 빙하 사이로 육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궁무진한 지하자원 개발의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전 세계 개발되지 않은 자원의 22%,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희토류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한스 크리스챤(그린란드 석유 대표) : "그린란드 동북부 지역에서만 원유 3천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중국이 23억 달러 규모의 철광석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눈독을 들이는 등 전 세계가 그린란드의 자원을 선점하고자 앞 다퉈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이미 한국과도 에너지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우리에게도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옌스 에릭 키르케가드(그린란드 자치정부 산업자원부 장관) :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은 자원 개발의 마지막 개척지로서 아주 중요한 지역입니다."

지구의 가장 큰 섬.

그 거대한 땅의 80% 이상을 빙하가 뒤덮고 있어 온난화의 척도로 여겨지는 그린란드.

기상 이변과 해수면 상승이라는 재앙을 몰고 온 온난화가, 적어도 그린란드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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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달라진 환경을 관광 자원으로…
    • 입력 2013-12-28 08:23:53
    • 수정2013-12-28 13:58:5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겨우 내내 얼어붙었던 빙하가 녹으면서 눈과 얼음이 바다로 떨어지는 광경은 정말 멋지다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모든 게 꽁꽁 얼어붙어 있어야 할 요즘 한 겨울에 눈이 조금씩 녹아내린다는 겁니다.

얼음도 상당히 약해졌고요, 겨울이면 영하 30~40도를 오가며,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동토의 땅이 변하고 있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서 걱정입니다. 대신 겨울나기 풍경은 달라졌습니다.

한 겨울에도 뛰어 놀 수 있고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만년설과 빙하의 땅, 지구의 뚜껑, 그린란드에 찾아온 변화를 이민우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겁의 세월을 머금은 순백의 빙하가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한반도의 10배, 그러나 인구는 5만 7천에 불과한 동토의 땅, 그린란드입니다.

수도 누크 항에서 배로 3시간.

웅장하게 펼쳐진 피요르드 사이로 백 킬로미터를 헤쳐 나가자, 수천 년 세월이 쌓이고 쌓인 나샵 세미아 빙하가 저 멀리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며, 영롱한 푸른빛의 신비스런 풍경.

하지만, 이 빙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직경 2킬로미터 넘는 면적이 사라졌습니다.

급격한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며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입니다.

<인터뷰> 야콥 마티어서(누크대 교수) : "기상 변화 때문입니다. 갈수록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크고 작은 빙산들, 모두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웬만한 화물선 크기의 빙산도 눈에 띕니다.

최근엔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제 뒤로 떠다니는 것이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입니다.

겨울이지만 해수면과 부딪히며 조금씩 녹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빙하가 녹아내리며 수십 미터 높이의 폭포수를 이룬다는 셰비착 폭포, 한겨울에도 빙하가 녹아내린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태양열을 반사하며 수온 상승을 막아주던 바다 얼음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겨울에도 배를 타고 빙산 사이를 다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아카타 이그니우스(어부) : "어렸을 때는 바다 위에 얼음이 무척 높게 쌓였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내륙 빙하에서 녹아내린 얼음은 4조 2천억 톤. 같은 기간 지구 해수면은 1.1 cm 상승했고, 녹는 속도도 10년 전보다 3배나 더 빨라졌습니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세계의 해수면이 63m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터뷰> 니콜라이 클림(덴마크 기상연구소 소장) : "엄청난 면적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고, 그 깊이 역시 얕아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구 5천 명 남짓한 그린란드 최대 도시 누크.

20여 년 전 만해도 겨울엔 영하 20~30도를 넘나들었던 혹한의 땅이었지만, 이제는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기온이 크게 올랐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온도계의 수은주는 영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이상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린란드의 평균 기온이 21세기 말까지 섭씨 7~8도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인터뷰> 토미 마뤼(그린란드 주민) : "어렸을 때 바다에 얼음이 꽁꽁 얼었었는데 지금은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 광경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린란드에도 밤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3시만 지나면 어둠이 밀려오는 이른 밤.

하지만 거리엔 여전히 인파가 가득하고, 아이들은 미끄럼을 타며 겨울밤을 즐깁니다.

혹한이 엄습했던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입니다.

<인터뷰> 클라우스 닐슨(관광객) : "그렇게 춥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매우 아름답습니다."

북적이는 공항과 호텔, 주로 여름철에만 이 곳을 찾던 관광객들의 발길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겨울이 선사하는 색다른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애니카 코크(그린란드 관광사무소) : "그린란드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 호주, 싱가폴, 홍콩 등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누크 유일의 공예품 제작소.

그린란드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이누이트 족의 전통을 담아 낸, 각종 기념품 제작이 한창입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아그히 마첸슨(공예품 제작자) : "사슴 뿔과 고래 이빨 등 작은 여자용 장신구가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사냥과 어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50년 넘게 물개를 잡아 생활해 온 요하네스 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온 상승으로 물개가 사라져, 허탕 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하네스 하일레만(어부) : "수온이 계속 오르면서 배를 타고 멀리 나가도, 물개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그린란드에 새로운 희망도 선사하고 있습니다.

녹아내린 빙하 사이로 육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궁무진한 지하자원 개발의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전 세계 개발되지 않은 자원의 22%,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희토류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한스 크리스챤(그린란드 석유 대표) : "그린란드 동북부 지역에서만 원유 3천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중국이 23억 달러 규모의 철광석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눈독을 들이는 등 전 세계가 그린란드의 자원을 선점하고자 앞 다퉈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이미 한국과도 에너지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우리에게도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옌스 에릭 키르케가드(그린란드 자치정부 산업자원부 장관) :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은 자원 개발의 마지막 개척지로서 아주 중요한 지역입니다."

지구의 가장 큰 섬.

그 거대한 땅의 80% 이상을 빙하가 뒤덮고 있어 온난화의 척도로 여겨지는 그린란드.

기상 이변과 해수면 상승이라는 재앙을 몰고 온 온난화가, 적어도 그린란드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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