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 릴레이

입력 2013.12.30 (08:18) 수정 2013.12.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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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보신 것처럼 올해는 기부 액수가 많이 줄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 없는 천사들의 꾸준한 기부는 추운 겨울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1억 원이라는 큰돈을 기부한 이른바 '신월동 주민'분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을 기부한 노신사까지 어떤 분들인지 참 궁금한데요, 노태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분들 외에도 아기자기한 사례들도 많다면서요?

<기자 멘트>

전라북도 전주시 노송동 공무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돈이 가득 들어있는 저금통이 어디 있으니 이 돈을 찾아서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 이렇게만 얘기하고 끊어지는 전화인데요.

벌써 13년째 이어지는 훈훈한 풍경입니다.

이처럼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기꺼이 거액의 성금을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들이 누군지 어떤 사연인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연말연시 거리 곳곳에는 온정의 손길들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올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지난 11일, 명동 예술 극장 앞 자선냄비에 코트를 입은 한 노신사가 흰 봉투를 넣고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유영숙(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날 60~70세 정도로 보이는 노신사분이 흰 봉투를 기부하시고 명동 성당 방향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익명의 노신사가 넣고 간 봉투 안에는 놀랍게도 바로 출금 가능한 6800만 원 상당의 채권이 들어있었는데요.

<인터뷰> 유영숙(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제가‘고맙습니다. 좋은 일에 사용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급하게 가셨거든요. 급하게 가셨는데 제가 그분을 계속 바라본 이유가 거액을 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더 본 것 같습니다.”

이 채권은 유통과정이나 소유자 추적이 불가능한 무기명 채권!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선행을 실천한 겁니다.

<녹취> “익명의 한 후원자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원 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1억 1천만 원짜리 수표를 넣은 바로 그 후원자로 보인다는 게 구세군 측 설명입니다 ”

익명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년째 자선냄비에 수표를 기부한 익명의 후원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최수진(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하얀 봉투를 건네 주셨는데요. 거기에 신월동 주민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혹시 신월동 그분이세요? 하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50-60대로 추정되는 그 남성은 지난 22일, 또다시 수표를 기부하고 홀연히 사라졌는데요.

자신을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힌 그는 3년간 총 3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

수표와 함께 들어있던 편지에는 불우이웃을 도우며 봉사하는 구세군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정성스레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 최수진(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한동안 눈물을 계속 흘리시더라고요. 한참 그렇게 눈물을 흘리신 후에 말씀을 잘 못하시다가‘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라고 하셨어요 ”

3년간 선행을 하고 있는 이 익명의 기부자는 누구일까?

서울 신월동 주민이라는 단서만 들고 해당 주민센터를 찾아가봤는데요.

<인터뷰> 전용호(신월2동 주민센터 안전생활팀장) : “작년 같은 경우에는 (기부 수표가) 신월2동 00은행 발행으로 밝혀졌는데 금년에는 신월7동 (은행 발행 수표)를 기부했기 때문에 이분이 아마 좋은 일 하는 걸 밝히지 않으려고 이곳저곳 다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월1동부터 7동까지 주민센터마다 다 찾아가봤지만 꼭꼭 숨어있는 후원자의 신원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주민들은 이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서정하(서울시 신월동) :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영광스럽죠. 사람들이 바라는 마음이죠 어려운 세상에”

<인터뷰> 이수근(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 : “누군지 알고 싶어 하는 궁금한 마음은 다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궁금함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여운이 있고 좋은 것 같아요. 누군지 알고 싶은 분이 계시겠지만 아는 것보다는 이분의 선한 행동을 본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 마을.

이곳엔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을 유명인사가 있다는데요.

<녹취> “(이곳에 매년 찾아오는 천사가 있다는데 아세요?) 알죠. 잘 알죠 (어떤 분인가요?) 몰래몰래 좋은 일 하시나 봐요 돈을 많이 기부하면서도 자기 얼굴을 안 나타내니까 얼굴 없는 천사죠. 우리는 누군지 몰라요.”

모르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일명 얼굴 없는 천사!

이 마을에 처음 나타난 건 13년 전이라는데요.

<인터뷰> 김병룡(노송동 주민센터 시민생활지원과) : “2000년도에 처음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자치센터에 전화해서 성금 놓고 가시고 신원에 대해서 밝힌 것은 없습니다.”

13년 동안 매년 이 마을에 지폐부터 동전까지 1년 내내 모은 저금통을 기부하고 있다는 익명의 천사.

50-60대로 추정되는 그 남성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전화를 걸어 특정 장소만 말하고 끊는다는데요.

나가보면 돈이 든 상자만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세탁소 앞, 화단, 주차장 등 주민센터 근처에 몰래 놓고 간 금액은 약 3억 원.

천7백여 세대가 넘는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3년 전 주민센터 앞길을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로 지정하고, 감사의 글귀를 담은 기념비까지 세웠습니다.

<인터뷰> 김병룡(노송동 주민센터 시민생활지원과) : “저희가 그분에게 신원을 물어봤지만 그분이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분의 뜻을 받아서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이맘때면 얼굴 없는 천사의 소식이 궁금해진다는 마을 주민들.

올해엔 아직까지 기다리는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요.

<녹취> “(혹시 그분인가요?) 아니에요 (아직 전화가 안 왔는데 기다려지지 않나요?)”

<인터뷰> 장선경(노송동 주민센터 사회복지과) :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아직 안 오실까요?) 이제 곧 오시겠죠? 지금 다 알고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곧 오실 것 같아요”

각박한 시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푸면서도 자신을 철저히 숨기는 그들의 선행은 우리 모두에게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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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 릴레이
    • 입력 2013-12-30 08:24:00
    • 수정2013-12-30 0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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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보신 것처럼 올해는 기부 액수가 많이 줄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 없는 천사들의 꾸준한 기부는 추운 겨울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1억 원이라는 큰돈을 기부한 이른바 '신월동 주민'분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을 기부한 노신사까지 어떤 분들인지 참 궁금한데요, 노태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분들 외에도 아기자기한 사례들도 많다면서요?

<기자 멘트>

전라북도 전주시 노송동 공무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돈이 가득 들어있는 저금통이 어디 있으니 이 돈을 찾아서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 이렇게만 얘기하고 끊어지는 전화인데요.

벌써 13년째 이어지는 훈훈한 풍경입니다.

이처럼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기꺼이 거액의 성금을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들이 누군지 어떤 사연인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연말연시 거리 곳곳에는 온정의 손길들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올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지난 11일, 명동 예술 극장 앞 자선냄비에 코트를 입은 한 노신사가 흰 봉투를 넣고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유영숙(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날 60~70세 정도로 보이는 노신사분이 흰 봉투를 기부하시고 명동 성당 방향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익명의 노신사가 넣고 간 봉투 안에는 놀랍게도 바로 출금 가능한 6800만 원 상당의 채권이 들어있었는데요.

<인터뷰> 유영숙(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제가‘고맙습니다. 좋은 일에 사용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급하게 가셨거든요. 급하게 가셨는데 제가 그분을 계속 바라본 이유가 거액을 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더 본 것 같습니다.”

이 채권은 유통과정이나 소유자 추적이 불가능한 무기명 채권!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선행을 실천한 겁니다.

<녹취> “익명의 한 후원자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원 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1억 1천만 원짜리 수표를 넣은 바로 그 후원자로 보인다는 게 구세군 측 설명입니다 ”

익명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년째 자선냄비에 수표를 기부한 익명의 후원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최수진(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하얀 봉투를 건네 주셨는데요. 거기에 신월동 주민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혹시 신월동 그분이세요? 하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50-60대로 추정되는 그 남성은 지난 22일, 또다시 수표를 기부하고 홀연히 사라졌는데요.

자신을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힌 그는 3년간 총 3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

수표와 함께 들어있던 편지에는 불우이웃을 도우며 봉사하는 구세군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정성스레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 최수진(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 “한동안 눈물을 계속 흘리시더라고요. 한참 그렇게 눈물을 흘리신 후에 말씀을 잘 못하시다가‘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라고 하셨어요 ”

3년간 선행을 하고 있는 이 익명의 기부자는 누구일까?

서울 신월동 주민이라는 단서만 들고 해당 주민센터를 찾아가봤는데요.

<인터뷰> 전용호(신월2동 주민센터 안전생활팀장) : “작년 같은 경우에는 (기부 수표가) 신월2동 00은행 발행으로 밝혀졌는데 금년에는 신월7동 (은행 발행 수표)를 기부했기 때문에 이분이 아마 좋은 일 하는 걸 밝히지 않으려고 이곳저곳 다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월1동부터 7동까지 주민센터마다 다 찾아가봤지만 꼭꼭 숨어있는 후원자의 신원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주민들은 이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서정하(서울시 신월동) :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영광스럽죠. 사람들이 바라는 마음이죠 어려운 세상에”

<인터뷰> 이수근(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 : “누군지 알고 싶어 하는 궁금한 마음은 다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궁금함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여운이 있고 좋은 것 같아요. 누군지 알고 싶은 분이 계시겠지만 아는 것보다는 이분의 선한 행동을 본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 마을.

이곳엔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을 유명인사가 있다는데요.

<녹취> “(이곳에 매년 찾아오는 천사가 있다는데 아세요?) 알죠. 잘 알죠 (어떤 분인가요?) 몰래몰래 좋은 일 하시나 봐요 돈을 많이 기부하면서도 자기 얼굴을 안 나타내니까 얼굴 없는 천사죠. 우리는 누군지 몰라요.”

모르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일명 얼굴 없는 천사!

이 마을에 처음 나타난 건 13년 전이라는데요.

<인터뷰> 김병룡(노송동 주민센터 시민생활지원과) : “2000년도에 처음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자치센터에 전화해서 성금 놓고 가시고 신원에 대해서 밝힌 것은 없습니다.”

13년 동안 매년 이 마을에 지폐부터 동전까지 1년 내내 모은 저금통을 기부하고 있다는 익명의 천사.

50-60대로 추정되는 그 남성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전화를 걸어 특정 장소만 말하고 끊는다는데요.

나가보면 돈이 든 상자만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세탁소 앞, 화단, 주차장 등 주민센터 근처에 몰래 놓고 간 금액은 약 3억 원.

천7백여 세대가 넘는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3년 전 주민센터 앞길을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로 지정하고, 감사의 글귀를 담은 기념비까지 세웠습니다.

<인터뷰> 김병룡(노송동 주민센터 시민생활지원과) : “저희가 그분에게 신원을 물어봤지만 그분이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분의 뜻을 받아서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이맘때면 얼굴 없는 천사의 소식이 궁금해진다는 마을 주민들.

올해엔 아직까지 기다리는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요.

<녹취> “(혹시 그분인가요?) 아니에요 (아직 전화가 안 왔는데 기다려지지 않나요?)”

<인터뷰> 장선경(노송동 주민센터 사회복지과) :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아직 안 오실까요?) 이제 곧 오시겠죠? 지금 다 알고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곧 오실 것 같아요”

각박한 시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푸면서도 자신을 철저히 숨기는 그들의 선행은 우리 모두에게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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