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외국계 기업, 기부금 살펴보니…

입력 2013.12.30 (08:38) 수정 2013.12.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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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가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시청자 여러분이 전화를 걸어주시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2000원의 돈을 기부할 수 있는 거죠.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기부에 돈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 준다면 더 좋을텐데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뉴스따라잡기에서 짚어봅니다.

김기흥 기자, 기부에 인색한 기업들을 취재하셨죠?

<기자 멘트>

네, 상대적으로 개인 기부는 늘고 있지만 기업들의 기부는 주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특히 기부에 인색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위축된 경기에도 사치성 해외 고가품과 수입자동차를 팔아 여전히 호황을 누르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인데요.

자신들이 파는 핸드백 두 세 개 정도의 금액인 매출액의 0.0038%를 기부하거나 아예 기부 항목조차 없는 경우까지 있었는데요.

국내에서 가져가는 엄청난 돈에 비해 너무나 알뜰한 기부를 하고 있는 실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명동의 자선냄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 자선냄비 모금액은 22일까지 물품 등을 합해 모두 41억여 원!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오히려 10%가량 더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박효근(서울시 서초동) : “우리가 받은 은혜가 크니까 덜 받은 분들하고 나눠야죠.”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개인 단위의 기부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2011년 기준으로 국내 기부 총액은 11조 6천억 원! 이 가운데 개인기부가 63.5%로, 2007년과 비교하면 총액이 30%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기부는 전체 기부의 36.5%! 2007년에 비해 22% 느는데 그쳤는데요.

그렇다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가품을 판매하는 외국계 기업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부를 할까요.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매장.

평일에도 손님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3천 백억 원 어치 매출을 올린 이탈리아 패션 업체 프라다는 2008년부터 4년 동안 기부금 내역이 전혀 없었고, 지난해 처음 천 5백만 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는데요.

<녹취> 프라다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안내를 해 드리는 부서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해서요.”

영국의 패션 업체 버버리는 2011년 2천여 만 원을 기부했지만 지난해 기부금은 887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매출액의 0.0038%! 이 회사의 여성 핸드백 두세 개 값인 셈입니다.

이렇게 기부 금액이 낮은 이유는 뭘까요. 버버리 코리아 본사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버버리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고?) 네. 연말이라서. 제가 (말할 수 있는) 원한이 없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면서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수입 자동차업체들도 기부는 5억 원 미만에 그쳤는데요.

이처럼 기부에 인색한 건 다른 외국계 기업들도 마찬가지!

오메가 시계로 유명한 스와치 그룹은 2011년 매출이 1538억 원에서 지난해 2156억 원으로 올랐지만 기부금 항목 자체가 아예 없었고, 지난해 984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탈리아 패션 업체 페라가모와 펜디는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합니다.

<녹취> 스와치 그룹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녹취> 페라가모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

<녹취> 펜디 매장 관계자 (음성변조) : “담당자에게 메모 남겨드리도록 할게요.”

<기자 멘트>

금감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기업별 공시 자료를 근거로 확인한 외국계 기업들의 기부 현황인데요.

국내에서 수백에서 수천 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보신 것처럼 기부 현실은 초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요?

<리포트>

이탈리아 패션 업체 펜디는 올해 초, 자국 로마의 명소인 트레비 분수의 보수공사비로 31억 3천여 만 원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 기부한 금액은 아예 없었습니다.

한 외국 국제 컨설팅 업체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적 책임 기업 순위, 59위에 오른 스와치 그룹 역시 국내에선 기부 내역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이처럼 정작 우리나라에선 매출을 올리는데 급급할 뿐, 기부에는 뒷전인 외국계 기업들!

도대체 그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오세조(교수/연세대 경영학과) : “(기부가) 브랜드 이미지라든지 사회적인 평판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매출액 증대하고 연결되지도 않고 (차라리) 기부를 하지 않고 조심하면서...”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기부에 소극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신발 한 켤레를 소비자가 살 때마다 제3세계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는 전달하는 미국의 한 신발 업체.

최근까지 전 세계 60여 개국에 천만 켤레를 기부했는데요.

올해 11월부터는 국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한 잡지사와 함께하는 신발 6백 켤레를 출시해 특별한 기부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동준(이사/탐스 코리아) : “추운 겨울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분이 누가 있을까 노숙인 분들이 아닐까. 빅이슈 잡지에서 노숙인 자활사업을 오랫동안 정말 멋지게 해오셨고 이분들과 같이 고민을 하면서...”

재능 기부자들이 만드는 이 잡지는 지하철역 앞에서 노숙인이 직접 판매하는 격주간지!

잡지 수익금은 모두 노숙인 판매원에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신발업체는 진행 중인 기부 행사가 끝나는 대로 수익금 전부를 이 잡지사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진무두(대회협력 본부장/빅이슈 코리아) : “수익금은 이분들의 자립 지원 비용으로 쓰일 예정인데요. 판매원들의 첫 달 고시원비 지원 및 임대주택 입주할 때 지원 비용으로...”

독일의 한 주방용품 업체는 지난 10년 동안 구세군에 자선냄비를 직접 제작해 기부를 해왔는데요.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기증한 냄비 수만 무려 만6천 8백여 개!

올해는 자선냄비 기증 10주년을 맞아 미혼모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홍보 카페를 열었습니다.

<인터뷰> 이시영(총괄수석 셰프/휘슬러 코리아) : “구세군 두리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카페를 꾸밀 것이고요. 인원을 배치해서 운영해 갈 예정입니다.”

또 미국의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는 3년째 재능 기부 카페라는 이름으로, 시설이 낙후된 소규모 카페를 새로 단장해주고 카페 직원들에게는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해주고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3대의 카페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노정열(바리스타/스타벅스 재능기부 카페 1호점) : “카페 리모델링에 필요한 장비들을 전부 지원해 주셨어요. 정말 최고의 바리스타들이 와서 (교육)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저희는 감사하죠.”

전문가들은 기업 브랜드의 영향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고려하고 존중하는 소비가 자리 잡아야 기업들의 인색한 기부 행태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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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외국계 기업, 기부금 살펴보니…
    • 입력 2013-12-30 08:24:00
    • 수정2013-12-30 09: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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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가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시청자 여러분이 전화를 걸어주시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2000원의 돈을 기부할 수 있는 거죠.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기부에 돈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 준다면 더 좋을텐데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뉴스따라잡기에서 짚어봅니다.

김기흥 기자, 기부에 인색한 기업들을 취재하셨죠?

<기자 멘트>

네, 상대적으로 개인 기부는 늘고 있지만 기업들의 기부는 주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특히 기부에 인색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위축된 경기에도 사치성 해외 고가품과 수입자동차를 팔아 여전히 호황을 누르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인데요.

자신들이 파는 핸드백 두 세 개 정도의 금액인 매출액의 0.0038%를 기부하거나 아예 기부 항목조차 없는 경우까지 있었는데요.

국내에서 가져가는 엄청난 돈에 비해 너무나 알뜰한 기부를 하고 있는 실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명동의 자선냄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 자선냄비 모금액은 22일까지 물품 등을 합해 모두 41억여 원!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오히려 10%가량 더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박효근(서울시 서초동) : “우리가 받은 은혜가 크니까 덜 받은 분들하고 나눠야죠.”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개인 단위의 기부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2011년 기준으로 국내 기부 총액은 11조 6천억 원! 이 가운데 개인기부가 63.5%로, 2007년과 비교하면 총액이 30%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기부는 전체 기부의 36.5%! 2007년에 비해 22% 느는데 그쳤는데요.

그렇다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가품을 판매하는 외국계 기업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부를 할까요.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매장.

평일에도 손님들이 적지 않은데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3천 백억 원 어치 매출을 올린 이탈리아 패션 업체 프라다는 2008년부터 4년 동안 기부금 내역이 전혀 없었고, 지난해 처음 천 5백만 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는데요.

<녹취> 프라다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안내를 해 드리는 부서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해서요.”

영국의 패션 업체 버버리는 2011년 2천여 만 원을 기부했지만 지난해 기부금은 887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매출액의 0.0038%! 이 회사의 여성 핸드백 두세 개 값인 셈입니다.

이렇게 기부 금액이 낮은 이유는 뭘까요. 버버리 코리아 본사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버버리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고?) 네. 연말이라서. 제가 (말할 수 있는) 원한이 없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면서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수입 자동차업체들도 기부는 5억 원 미만에 그쳤는데요.

이처럼 기부에 인색한 건 다른 외국계 기업들도 마찬가지!

오메가 시계로 유명한 스와치 그룹은 2011년 매출이 1538억 원에서 지난해 2156억 원으로 올랐지만 기부금 항목 자체가 아예 없었고, 지난해 984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탈리아 패션 업체 페라가모와 펜디는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합니다.

<녹취> 스와치 그룹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녹취> 페라가모 코리아 관계자(음성변조) :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

<녹취> 펜디 매장 관계자 (음성변조) : “담당자에게 메모 남겨드리도록 할게요.”

<기자 멘트>

금감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기업별 공시 자료를 근거로 확인한 외국계 기업들의 기부 현황인데요.

국내에서 수백에서 수천 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보신 것처럼 기부 현실은 초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요?

<리포트>

이탈리아 패션 업체 펜디는 올해 초, 자국 로마의 명소인 트레비 분수의 보수공사비로 31억 3천여 만 원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 기부한 금액은 아예 없었습니다.

한 외국 국제 컨설팅 업체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적 책임 기업 순위, 59위에 오른 스와치 그룹 역시 국내에선 기부 내역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이처럼 정작 우리나라에선 매출을 올리는데 급급할 뿐, 기부에는 뒷전인 외국계 기업들!

도대체 그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오세조(교수/연세대 경영학과) : “(기부가) 브랜드 이미지라든지 사회적인 평판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매출액 증대하고 연결되지도 않고 (차라리) 기부를 하지 않고 조심하면서...”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기부에 소극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신발 한 켤레를 소비자가 살 때마다 제3세계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는 전달하는 미국의 한 신발 업체.

최근까지 전 세계 60여 개국에 천만 켤레를 기부했는데요.

올해 11월부터는 국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한 잡지사와 함께하는 신발 6백 켤레를 출시해 특별한 기부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동준(이사/탐스 코리아) : “추운 겨울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분이 누가 있을까 노숙인 분들이 아닐까. 빅이슈 잡지에서 노숙인 자활사업을 오랫동안 정말 멋지게 해오셨고 이분들과 같이 고민을 하면서...”

재능 기부자들이 만드는 이 잡지는 지하철역 앞에서 노숙인이 직접 판매하는 격주간지!

잡지 수익금은 모두 노숙인 판매원에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신발업체는 진행 중인 기부 행사가 끝나는 대로 수익금 전부를 이 잡지사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진무두(대회협력 본부장/빅이슈 코리아) : “수익금은 이분들의 자립 지원 비용으로 쓰일 예정인데요. 판매원들의 첫 달 고시원비 지원 및 임대주택 입주할 때 지원 비용으로...”

독일의 한 주방용품 업체는 지난 10년 동안 구세군에 자선냄비를 직접 제작해 기부를 해왔는데요.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기증한 냄비 수만 무려 만6천 8백여 개!

올해는 자선냄비 기증 10주년을 맞아 미혼모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홍보 카페를 열었습니다.

<인터뷰> 이시영(총괄수석 셰프/휘슬러 코리아) : “구세군 두리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카페를 꾸밀 것이고요. 인원을 배치해서 운영해 갈 예정입니다.”

또 미국의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는 3년째 재능 기부 카페라는 이름으로, 시설이 낙후된 소규모 카페를 새로 단장해주고 카페 직원들에게는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해주고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3대의 카페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노정열(바리스타/스타벅스 재능기부 카페 1호점) : “카페 리모델링에 필요한 장비들을 전부 지원해 주셨어요. 정말 최고의 바리스타들이 와서 (교육)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저희는 감사하죠.”

전문가들은 기업 브랜드의 영향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고려하고 존중하는 소비가 자리 잡아야 기업들의 인색한 기부 행태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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