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맹장수술 의료수가 미국의 1/7 프랑스의 1/2

입력 2014.01.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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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3월3일 집단 진료거부'를 예고한 가운데 원격의료·의료법인 영리자법인 허용 문제보다 더 근본적 파업 배경으로 '낮은 의료 수가'가 지목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이 제공한 의료 서비스에 비해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대가, 즉 수가가 너무 싸다는 게 의사들의 불만이다. 과연 이들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는 것일까.


◇ 맹장수술 1건에 한국 의사 212만원, 프랑스 의사 396만원 받아

15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 의뢰로 이해종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등이 진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요 의료수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충수절제술(맹장수술)·제왕절개·수정체소절개(백내장)수술의 국내 의료수가는 다른 8개 나라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비교 대상 국가는 미국·독일·아르헨티나·스페인·프랑스·캐나다·칠레·호주 등이고, 이들 나라의 의료 수가는 건강보험국제연합의 2011년 발간 자료에서 인용됐다. 세 가지 수술은 정의·범위가 비슷해 국가간 비교가 수월한 종류로, 우리나라 수가는 2012년 현재 건강보험제도상 '포괄수가제' 적용 가격이 사용됐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국가별 의료제도를 감안, 국가별로 공적 또는 사적보험이 지급하는 수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우선 우리나라 맹장수술 수가는 약 2천달러로, 가장 비싼 미국(1만4천10달러)의 7분의 1 정도였다. 호주(5천622달러)·스위스(5천840달러)·캐나다(6천7달러)·칠레(6천972달러)도 우리의 2.7~3.4배에 달했다. 두 배를 넘지는 않았지만 스페인(2천854달러)·독일(3천351달러)·프랑스(3천741달러) 역시 1.39~1.82배 비쌌다.

1천329달러 정도인 국내 백내장 수가도 1위 스위스(5천310달러)에 비교하면 약 4분의 1에 불과했고, 캐나다(3천46달러)·독일(3천123달러)·칠레(4천563달러)·호주(4천743달러)는 우리의 2.35~3.62배 수준이었다. 그나마 스페인(2천280달러)과 프랑스(1천690달러)와의 격차가 1.2~1.7배로 작은 편이었다.

재왕절개 수가 역시 우리나라가 1천769달러로 가장 쌌다. 미국(1만8천460달러)의 10분의 1, 호주(1만1천425달러)·스위스(1만2천318달러) 등과 비교해서는 약 6분의 1 정도였다.

시술 뿐 아니라 영상기기 사용 수가 수준도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다. 한국의 복부 CT 수가(78달러)는 가장 비싼 미국(584달러)의 13%였고, 캐나다·스페인·프랑스·독일·스위스도 모두 우리와 비교해 최저 1.5배를 넘는 122~425달러의 분포를 보였다.

뇌 MRI 수가에서도 미국(1천80달러)은 우리나라(197달러)의 5배였고, 스위스(903달러)·독일(599달러)·칠레(478달러)·프랑스(281달러)·스페인(245달러) 등도 1.5~4.5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0년 OECD의 질병별 14개국 국제 수가 비교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인공심박조율기 삽입·조절·교체·제거, 경피적관동맥형성술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에서 하위권에 머문 사실도 소개했다.

아울러 이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나라별 입원서비스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절대가격 기준으로 가장 낮고, 일반 상품가격 등과 비교한 상대 가격을 따져도 이스라엘 등과 함께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 "한국의사 보수 세계 중하위권" vs 정부 "비급여로 보충되는만큼 함께 개선"

연구진은 또 2008년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문의 소득이 다른 직업 평균 소득의 2.9배인데, 다른 나라들의 배율과 비교해 '중하위권'이라고 소개했다.

2003~2008년 OECD 통계상 네덜란드(7.5배)·미국(5,5배)·오스트리아(5.2배)·룩셈부르크(4.9배)·캐나다(4.8배)·프랑스(4.4배)·영국(3.9배)·아이슬란드(3.3배)·스위스(3배) 등은 모두 한국보다 평균 소득대비 전문의 소득 배율이 높았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핀란드(2.5배)·덴마크(2.5배)·체코(1.9배)·헝가리(1.4배) 등 뿐이었다.

다만 연구진도 보고서에서 인정했듯이,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의료보험 제도와 질병·시술 분류 등을 정밀하게 보정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가별 수가의 직접 비교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정부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문형표 장관까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직접 "과거 제가 공부한 바로도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수가 부족분이 비급여를 통해 보전되고 있는 만큼, 수가 인상만을 논의할 수는 없고, 비급여 부분을 건강보험 급여로 편입해 보장성을 늘리는 방안 등과 함께 얘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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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맹장수술 의료수가 미국의 1/7 프랑스의 1/2
    • 입력 2014-01-15 07:15:56
    연합뉴스
의사들이 '3월3일 집단 진료거부'를 예고한 가운데 원격의료·의료법인 영리자법인 허용 문제보다 더 근본적 파업 배경으로 '낮은 의료 수가'가 지목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이 제공한 의료 서비스에 비해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대가, 즉 수가가 너무 싸다는 게 의사들의 불만이다. 과연 이들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는 것일까. ◇ 맹장수술 1건에 한국 의사 212만원, 프랑스 의사 396만원 받아 15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 의뢰로 이해종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등이 진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요 의료수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충수절제술(맹장수술)·제왕절개·수정체소절개(백내장)수술의 국내 의료수가는 다른 8개 나라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비교 대상 국가는 미국·독일·아르헨티나·스페인·프랑스·캐나다·칠레·호주 등이고, 이들 나라의 의료 수가는 건강보험국제연합의 2011년 발간 자료에서 인용됐다. 세 가지 수술은 정의·범위가 비슷해 국가간 비교가 수월한 종류로, 우리나라 수가는 2012년 현재 건강보험제도상 '포괄수가제' 적용 가격이 사용됐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국가별 의료제도를 감안, 국가별로 공적 또는 사적보험이 지급하는 수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우선 우리나라 맹장수술 수가는 약 2천달러로, 가장 비싼 미국(1만4천10달러)의 7분의 1 정도였다. 호주(5천622달러)·스위스(5천840달러)·캐나다(6천7달러)·칠레(6천972달러)도 우리의 2.7~3.4배에 달했다. 두 배를 넘지는 않았지만 스페인(2천854달러)·독일(3천351달러)·프랑스(3천741달러) 역시 1.39~1.82배 비쌌다. 1천329달러 정도인 국내 백내장 수가도 1위 스위스(5천310달러)에 비교하면 약 4분의 1에 불과했고, 캐나다(3천46달러)·독일(3천123달러)·칠레(4천563달러)·호주(4천743달러)는 우리의 2.35~3.62배 수준이었다. 그나마 스페인(2천280달러)과 프랑스(1천690달러)와의 격차가 1.2~1.7배로 작은 편이었다. 재왕절개 수가 역시 우리나라가 1천769달러로 가장 쌌다. 미국(1만8천460달러)의 10분의 1, 호주(1만1천425달러)·스위스(1만2천318달러) 등과 비교해서는 약 6분의 1 정도였다. 시술 뿐 아니라 영상기기 사용 수가 수준도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다. 한국의 복부 CT 수가(78달러)는 가장 비싼 미국(584달러)의 13%였고, 캐나다·스페인·프랑스·독일·스위스도 모두 우리와 비교해 최저 1.5배를 넘는 122~425달러의 분포를 보였다. 뇌 MRI 수가에서도 미국(1천80달러)은 우리나라(197달러)의 5배였고, 스위스(903달러)·독일(599달러)·칠레(478달러)·프랑스(281달러)·스페인(245달러) 등도 1.5~4.5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0년 OECD의 질병별 14개국 국제 수가 비교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인공심박조율기 삽입·조절·교체·제거, 경피적관동맥형성술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에서 하위권에 머문 사실도 소개했다. 아울러 이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나라별 입원서비스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절대가격 기준으로 가장 낮고, 일반 상품가격 등과 비교한 상대 가격을 따져도 이스라엘 등과 함께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 "한국의사 보수 세계 중하위권" vs 정부 "비급여로 보충되는만큼 함께 개선" 연구진은 또 2008년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문의 소득이 다른 직업 평균 소득의 2.9배인데, 다른 나라들의 배율과 비교해 '중하위권'이라고 소개했다. 2003~2008년 OECD 통계상 네덜란드(7.5배)·미국(5,5배)·오스트리아(5.2배)·룩셈부르크(4.9배)·캐나다(4.8배)·프랑스(4.4배)·영국(3.9배)·아이슬란드(3.3배)·스위스(3배) 등은 모두 한국보다 평균 소득대비 전문의 소득 배율이 높았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핀란드(2.5배)·덴마크(2.5배)·체코(1.9배)·헝가리(1.4배) 등 뿐이었다. 다만 연구진도 보고서에서 인정했듯이,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의료보험 제도와 질병·시술 분류 등을 정밀하게 보정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가별 수가의 직접 비교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정부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문형표 장관까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직접 "과거 제가 공부한 바로도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수가 부족분이 비급여를 통해 보전되고 있는 만큼, 수가 인상만을 논의할 수는 없고, 비급여 부분을 건강보험 급여로 편입해 보장성을 늘리는 방안 등과 함께 얘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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