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공인 위한 신고…남은 건 보복과 불이익

입력 2014.01.17 (00:03) 수정 2014.01.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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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기가 속한 조직의 불법이나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들, 내부고발자, 또는 공익 신고자라고 하죠.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법률까지 만들어졌지만 한계가 많아 내부 고발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재석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내부고발자 만나보셨죠?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하던가요?

<답변>
네, 취재진이 만난 내부고발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당초 고발하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은 내부고발자 정진극 씨를 만났는데요.

정 씨는 2010년에 포스코의 한 계열사에 입사했습니다.

본사와 계열사가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찾는 '동반성장' 관련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동반성장 실적을 조작했다는 걸 알게 됐고, 고민 끝에 본사 포스코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알렸습니다.

정 씨의 고발 내용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에 지정했던 '동반성장 우수기업'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됐습니다.

<질문>
내부 고발자들의 고발 이후 상황은 비슷한가요?

<답변>
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전직 외국어고등학교 교사도 만났습니다.

교사 김 모 씨는 2011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했는데요.

학교가 합격자를 미리 내정하고 면접 점수를 조작했는데, 자신도 여기에 가담했습니다.

죄책감을 느꼈구요, 결국 도 교육청에 알렸고,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학교 재단은 동료들을 음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김 씨를 파면했습니다.

공익 제보자를 지원하는 호루라기 재단이 지난해 내부고발자 42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76%가 파면과 해임 등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고, 70% 가까이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질문>
사실 내부고발자들이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법이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2011년에 만들어진 공익신고자 보호법, 그리고 이보다 앞서 2001년에 만들어진 부패 방지법인데요.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민간 부분에 해당하구요,

부패방지법은 공직자 비리나 공공기관 부패와 관련돼 있습니다.

<질문>
어떤 한계가 있습니까?

<답변>
앞서 보신 김 모 교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김 교사가 사립학교의 입시 비리를 신고한 거죠.

그러니까 김 씨의 고발 내용은 법률적으로 보면 사립학교법과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보면 우리나라 법 가운데 180개 법만 공익신고 범주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의료법이라든가 식품위생법 이런 법은 들어가 있는데, 사립학교법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결국 김 교사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는 거죠.

180개 법은, 전체 법률의 14%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립학교 문제는 물론이고 차명계좌나 분식회계 같은 기업 비리를 신고해도 이 법으로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질문>
또 다른 관련 법인 부패방지법은 어떻습니까.

<답변>
부패방지법을 보면 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에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언론사나 시민단체에 제보하면 보호받을 수 없는 겁니다.

또 권익위원회에는 조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질문>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변>
현재 50여 개 나라가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보면, 2012년에 법을 개정하면서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 방안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UBS의 전 직원이 내부 비리를 폭로했습니다.

회사가 미국 고객들을 상대로 거액의 탈세를 도왔다는 겁니다.

은행은 거액의 과징금을 물었고 이 직원, 이름이 버켄펠드인데요, 마찬가지로 탈세 조장으로 2년 넘게 복역했습니다.

하지만 석방 뒤에는 내부 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과징금의 30%까지 포상금을 준다는 규정에 따라서 우리 돈 천 백억 원을 미국 국세청에서 받게 됐습니다.

미국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정황만 뒷받침되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있구요.

보복성 인사 조치를 조사하는 전담 기관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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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17 09:05:43
    • 수정2014-01-17 09: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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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속한 조직의 불법이나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들, 내부고발자, 또는 공익 신고자라고 하죠.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법률까지 만들어졌지만 한계가 많아 내부 고발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재석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내부고발자 만나보셨죠?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하던가요?

<답변>
네, 취재진이 만난 내부고발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당초 고발하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은 내부고발자 정진극 씨를 만났는데요.

정 씨는 2010년에 포스코의 한 계열사에 입사했습니다.

본사와 계열사가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찾는 '동반성장' 관련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동반성장 실적을 조작했다는 걸 알게 됐고, 고민 끝에 본사 포스코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알렸습니다.

정 씨의 고발 내용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에 지정했던 '동반성장 우수기업'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됐습니다.

<질문>
내부 고발자들의 고발 이후 상황은 비슷한가요?

<답변>
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전직 외국어고등학교 교사도 만났습니다.

교사 김 모 씨는 2011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했는데요.

학교가 합격자를 미리 내정하고 면접 점수를 조작했는데, 자신도 여기에 가담했습니다.

죄책감을 느꼈구요, 결국 도 교육청에 알렸고,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학교 재단은 동료들을 음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김 씨를 파면했습니다.

공익 제보자를 지원하는 호루라기 재단이 지난해 내부고발자 42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76%가 파면과 해임 등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고, 70% 가까이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질문>
사실 내부고발자들이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법이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2011년에 만들어진 공익신고자 보호법, 그리고 이보다 앞서 2001년에 만들어진 부패 방지법인데요.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민간 부분에 해당하구요,

부패방지법은 공직자 비리나 공공기관 부패와 관련돼 있습니다.

<질문>
어떤 한계가 있습니까?

<답변>
앞서 보신 김 모 교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김 교사가 사립학교의 입시 비리를 신고한 거죠.

그러니까 김 씨의 고발 내용은 법률적으로 보면 사립학교법과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보면 우리나라 법 가운데 180개 법만 공익신고 범주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의료법이라든가 식품위생법 이런 법은 들어가 있는데, 사립학교법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결국 김 교사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는 거죠.

180개 법은, 전체 법률의 14%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립학교 문제는 물론이고 차명계좌나 분식회계 같은 기업 비리를 신고해도 이 법으로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질문>
또 다른 관련 법인 부패방지법은 어떻습니까.

<답변>
부패방지법을 보면 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에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언론사나 시민단체에 제보하면 보호받을 수 없는 겁니다.

또 권익위원회에는 조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질문>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변>
현재 50여 개 나라가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보면, 2012년에 법을 개정하면서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 방안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UBS의 전 직원이 내부 비리를 폭로했습니다.

회사가 미국 고객들을 상대로 거액의 탈세를 도왔다는 겁니다.

은행은 거액의 과징금을 물었고 이 직원, 이름이 버켄펠드인데요, 마찬가지로 탈세 조장으로 2년 넘게 복역했습니다.

하지만 석방 뒤에는 내부 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과징금의 30%까지 포상금을 준다는 규정에 따라서 우리 돈 천 백억 원을 미국 국세청에서 받게 됐습니다.

미국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정황만 뒷받침되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있구요.

보복성 인사 조치를 조사하는 전담 기관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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