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입력 2014.01.18 (08:07) 수정 2014.01.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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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평양 거리. 북한 주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2일): “(평양시) 내일 아침 제일 낮은 기온은 영하 14도, 내일 낮 제일 높은 기온은 영하 4도 정도로 예견됩니다.”

북한의 겨울은 우리보다 일찍 찾아온다.

빠르면 10월 중순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지속되며 이 시기에 압록강과 대동강이 얼어붙기도 한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을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떻게 보낼까?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2011년 탈북): “누워 자면 콧물이 이렇게 흘러가지고 아침에 깨어나면 여기에 고드름이, 실제 그렇지 않은데 고드름이 열리고, 아침밥을 먹을 때 이게 녹는다. 이런 말이 있거든요. 그 정도로 추워요. 일반 집들 보면 손발에 동상을 입어요.”

겨울을 앞두고 북한 주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월동준비는 ‘땔감’ 마련과 ‘김장’이다.

겨울철엔 식량 문제보다도 땔감을 구하는 일이 더 시급해 이른바 ‘땔감 전투’라고까지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인터뷰> 정은미(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추위와 먹는 문제와의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난방연료를 확보하는 문제가 가장 큰데요. 북한은 아직도 후진국이기 때문에 난방의 주 연료가 석탄과 목탄이 대부분입니다. 2008년에 북한이 유엔에 보고한 인구보고서가 있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난방연료의 구성을 보면 석탄과 목탄이 합해서 90% 이상이 넘을 정도로 난방연료가 그렇게 되고요.”

북한의 겨울철 땔감으로는 평양에선 주로 석탄이 쓰이고, 그 외 산림이 있는 지방에선 목재가 쓰인다.

땔감을 담당하는 간부들의 비리로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지방 주민들이 목재를 가져다 시장에 내다팔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이 구매할 여력이 안될 만큼 값이 폭등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치는 북한 주민에겐 없어서는 안 될 반년양식이기 때문에 겨울철 부식 마련을 위한 ‘김장’은 주민들에게 필수작업이다. 보통 김장은 10월부터 11월 사이에 북한 주민들이 총동원돼 기업소와 군부대 등에서 대규모로 이뤄진다.

그러나 공동으로 김장을 담근 뒤 배급받은 김치만으로 기나긴 겨울을 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2011년 탈북): “사람들이 배추밭에 나가요. 국가에서 분담해준 배추밭에. 나가서 그 배추를 다 수확해 와요. 와서 집집마다 돌면서 300kg, 400kg 인원수에 맞게 나눠줘요. 그런데 그거 받은 것 가지고 모자라요. 밤에 도둑질하러 나가는 거예요. 저도 해봤어요. 하룻밤이니까 400kg를 가져오겠더라 고요. 담배 한 갑을 주니까 그 농장 경비 서는 사람이 못 본 척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막 밤새 가져오는 거예요. 다음 날 또 가져오려면 또 담배 한 갑 줘야하니까. 다른 사람한테.”

북한 당국은 온실을 지어서 겨울철에도 채소 공급을 한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특권 계층만을 위한 것이다.

평양 도심 곳곳에서 현대식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선물 정치’의 하나로 고위 간부들을 비롯한 일부 계층에게 지급했다.

이는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통치 수단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최신식 아파트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북한 아파트에선 특이하게도 ‘굴뚝’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유의 난방방식 때문이다.

<인터뷰> 정은미(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사실상 우리와 같은 그런 보일러 시설의 아파트가 아니고, 우리 시골에 가면 아궁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아궁이를 현대적으로 개조한 그런 시설이 있다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거기다가 석탄도 뗄 수 있고, 나무 뗄감도 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궁이에다 그런 뗄감을 떼면 당연히 굴뚝이 필요하죠. 연기가 나가야 하니까. 그래서 북한의 아파트에 굴뚝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평양도 지역별로 난방 편차가 심해 노동당 간부들의 주택을 비롯한 극히 일부 세대만 중앙난방이 지원되고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난방이 취약하다.

지방과 비교해 목재를 구하기 어려운 평양에선 대부분 석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주요 연료인 석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녹취> 김명학(득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기사장 /지난해 12월) : “탄광들에서 겨울철 생산 준비를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탄광에서는 겨울철에도 생산을 중단 없이 내밀기 위해서……”

또한 열효율이 높은 새로운 가정용 석탄 보일러와 단열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3일) : “새로운 무동력 보일러는 설치와 사용도 아주 편리합니다. 보일러는 미적 가치가 있는데다가 이동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의의 장소에 쉽게 설치하고 쓸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주로 화력발전과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열과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문수물놀이장 역시 ‘지열과 태양열’로 물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 북한 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식수 문제’로 난방시설만큼 열악한 수준이다.

수도시설이 부실해 겨울이 되면 수도관이 얼어붙어 식수 확보가 어려우며 이런 생활은 북한 드라마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녹취> 북한 드라마 ‘우리 이웃들’ : “양수기가 고장 난 모양이지요.” “글쎄 어떻게 된 건지……” “상하수도 지배인이 한 아파트에서 살면 뭐해. 덕 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아파트의 고층은 낮은 수압과 전기 부족으로 식수 공급이 여의치 않다.

북한에선 정해진 시간 없이 제한적으로 물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이 총 동원된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2011년 탈북): “식수를 보내는 관리소에서 그쪽에 가서 관이 얼었으니까, 물이 흐르지 못하니까 직접 거기 가서 줄을 쫙 서가지고 물을 길어요. 밤에 물 나온다고 하면 새벽 2시건, 3시건 상관없이 가서 막 이런 바스켓(양동이) 아시죠, 그런 거 들고 가서 물을 받느라고 줄을 서있는 거예요.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게 어떤 사람은 교대제로 가서 지키는 거예요, 겨울에.”

농촌은 수도시설이 더 열악해 꽁꽁 얼어붙은 강의 얼음을 깨서 식수를 해결하기도 한다.

평양 도심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 부족으로 기본적인 생리현상까지 해결하기 어려워 90년대엔 평양시내엔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한다.

<인터뷰> 강철환(북한전략센터 대표): “아파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냉동고처럼 변화가 되고, 특히 상하수도가 안 되다 보니까 이런 화장실 배설물들을 비닐에 싸서 밤에 던지거든요, 바깥으로. 겨울철에 광복거리, 통일거리 옆에 지나가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정말 속된 말로 “똥 벼락 맞는다” 그런 말이 있는데. 그만큼 아주 끔찍하죠.“

또한 전기가 끊어질 경우,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고층에 거주하는 노약자들이 바깥출입도 하지 못한 채 추위에 떠는 경우는 흔하다고 한다.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학교와 가정집 창문에 방풍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뷰> 정은미(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취약계층들이 아무래도 겨울철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크죠. 주로 부모들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거나, 아니면 노약자들, 또는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공사를 하는데 동원된 군인들이나 노동자들, 그리고 또 수용시설에 있는 수감자들 이런 사람들이 겨울에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생활고 해결보다는 마식령 스키장 개장을 앞당기며 고급 겨울 스포츠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0일): “인민들이 이용할 삭도(리프트)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요해하시기 (알아보기) 위하여 몸소 삭도(리프트)를 타시고 정점까지 오르신 경애하는 원수님.”

마식령 스키장의 하루 이용료는 34달러로 식량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반 주민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다.

<인터뷰> 강철환(북한전략센터 대표): “지금 이런 민생문제는 전혀 외면하고 스키장, 물놀이장, 승마장, 여기에 지금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어요. 스키장에 투입된 수 억 달러의 돈을 만약 화력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석탄을 사온다, 그러면 평양시 전략난을 해결할 수가 있어요.”

새해 들어 북한 정권은 김정은 1인 체제 공고화를 위한 각종 궐기대회를 연일 개최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주민들은 겨울철에 총 동원돼 생업에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 정권이 선전하고 있는 ‘인민을 위한다’는 정치를 진정으로 하기 위해서는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어려움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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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 입력 2014-01-17 15:00:26
    • 수정2014-01-18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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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평양 거리. 북한 주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2일): “(평양시) 내일 아침 제일 낮은 기온은 영하 14도, 내일 낮 제일 높은 기온은 영하 4도 정도로 예견됩니다.”

북한의 겨울은 우리보다 일찍 찾아온다.

빠르면 10월 중순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지속되며 이 시기에 압록강과 대동강이 얼어붙기도 한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을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떻게 보낼까?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2011년 탈북): “누워 자면 콧물이 이렇게 흘러가지고 아침에 깨어나면 여기에 고드름이, 실제 그렇지 않은데 고드름이 열리고, 아침밥을 먹을 때 이게 녹는다. 이런 말이 있거든요. 그 정도로 추워요. 일반 집들 보면 손발에 동상을 입어요.”

겨울을 앞두고 북한 주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월동준비는 ‘땔감’ 마련과 ‘김장’이다.

겨울철엔 식량 문제보다도 땔감을 구하는 일이 더 시급해 이른바 ‘땔감 전투’라고까지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인터뷰> 정은미(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추위와 먹는 문제와의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난방연료를 확보하는 문제가 가장 큰데요. 북한은 아직도 후진국이기 때문에 난방의 주 연료가 석탄과 목탄이 대부분입니다. 2008년에 북한이 유엔에 보고한 인구보고서가 있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난방연료의 구성을 보면 석탄과 목탄이 합해서 90% 이상이 넘을 정도로 난방연료가 그렇게 되고요.”

북한의 겨울철 땔감으로는 평양에선 주로 석탄이 쓰이고, 그 외 산림이 있는 지방에선 목재가 쓰인다.

땔감을 담당하는 간부들의 비리로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지방 주민들이 목재를 가져다 시장에 내다팔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이 구매할 여력이 안될 만큼 값이 폭등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치는 북한 주민에겐 없어서는 안 될 반년양식이기 때문에 겨울철 부식 마련을 위한 ‘김장’은 주민들에게 필수작업이다. 보통 김장은 10월부터 11월 사이에 북한 주민들이 총동원돼 기업소와 군부대 등에서 대규모로 이뤄진다.

그러나 공동으로 김장을 담근 뒤 배급받은 김치만으로 기나긴 겨울을 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2011년 탈북): “사람들이 배추밭에 나가요. 국가에서 분담해준 배추밭에. 나가서 그 배추를 다 수확해 와요. 와서 집집마다 돌면서 300kg, 400kg 인원수에 맞게 나눠줘요. 그런데 그거 받은 것 가지고 모자라요. 밤에 도둑질하러 나가는 거예요. 저도 해봤어요. 하룻밤이니까 400kg를 가져오겠더라 고요. 담배 한 갑을 주니까 그 농장 경비 서는 사람이 못 본 척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막 밤새 가져오는 거예요. 다음 날 또 가져오려면 또 담배 한 갑 줘야하니까. 다른 사람한테.”

북한 당국은 온실을 지어서 겨울철에도 채소 공급을 한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특권 계층만을 위한 것이다.

평양 도심 곳곳에서 현대식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선물 정치’의 하나로 고위 간부들을 비롯한 일부 계층에게 지급했다.

이는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통치 수단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최신식 아파트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북한 아파트에선 특이하게도 ‘굴뚝’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유의 난방방식 때문이다.

<인터뷰> 정은미(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사실상 우리와 같은 그런 보일러 시설의 아파트가 아니고, 우리 시골에 가면 아궁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아궁이를 현대적으로 개조한 그런 시설이 있다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거기다가 석탄도 뗄 수 있고, 나무 뗄감도 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궁이에다 그런 뗄감을 떼면 당연히 굴뚝이 필요하죠. 연기가 나가야 하니까. 그래서 북한의 아파트에 굴뚝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평양도 지역별로 난방 편차가 심해 노동당 간부들의 주택을 비롯한 극히 일부 세대만 중앙난방이 지원되고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난방이 취약하다.

지방과 비교해 목재를 구하기 어려운 평양에선 대부분 석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주요 연료인 석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녹취> 김명학(득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기사장 /지난해 12월) : “탄광들에서 겨울철 생산 준비를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탄광에서는 겨울철에도 생산을 중단 없이 내밀기 위해서……”

또한 열효율이 높은 새로운 가정용 석탄 보일러와 단열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3일) : “새로운 무동력 보일러는 설치와 사용도 아주 편리합니다. 보일러는 미적 가치가 있는데다가 이동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의의 장소에 쉽게 설치하고 쓸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주로 화력발전과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열과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문수물놀이장 역시 ‘지열과 태양열’로 물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 북한 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식수 문제’로 난방시설만큼 열악한 수준이다.

수도시설이 부실해 겨울이 되면 수도관이 얼어붙어 식수 확보가 어려우며 이런 생활은 북한 드라마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녹취> 북한 드라마 ‘우리 이웃들’ : “양수기가 고장 난 모양이지요.” “글쎄 어떻게 된 건지……” “상하수도 지배인이 한 아파트에서 살면 뭐해. 덕 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아파트의 고층은 낮은 수압과 전기 부족으로 식수 공급이 여의치 않다.

북한에선 정해진 시간 없이 제한적으로 물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이 총 동원된다고 한다.

<인터뷰> 최성국(탈북자 /2011년 탈북): “식수를 보내는 관리소에서 그쪽에 가서 관이 얼었으니까, 물이 흐르지 못하니까 직접 거기 가서 줄을 쫙 서가지고 물을 길어요. 밤에 물 나온다고 하면 새벽 2시건, 3시건 상관없이 가서 막 이런 바스켓(양동이) 아시죠, 그런 거 들고 가서 물을 받느라고 줄을 서있는 거예요.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게 어떤 사람은 교대제로 가서 지키는 거예요, 겨울에.”

농촌은 수도시설이 더 열악해 꽁꽁 얼어붙은 강의 얼음을 깨서 식수를 해결하기도 한다.

평양 도심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 부족으로 기본적인 생리현상까지 해결하기 어려워 90년대엔 평양시내엔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한다.

<인터뷰> 강철환(북한전략센터 대표): “아파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냉동고처럼 변화가 되고, 특히 상하수도가 안 되다 보니까 이런 화장실 배설물들을 비닐에 싸서 밤에 던지거든요, 바깥으로. 겨울철에 광복거리, 통일거리 옆에 지나가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정말 속된 말로 “똥 벼락 맞는다” 그런 말이 있는데. 그만큼 아주 끔찍하죠.“

또한 전기가 끊어질 경우,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고층에 거주하는 노약자들이 바깥출입도 하지 못한 채 추위에 떠는 경우는 흔하다고 한다.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학교와 가정집 창문에 방풍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뷰> 정은미(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취약계층들이 아무래도 겨울철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크죠. 주로 부모들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거나, 아니면 노약자들, 또는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공사를 하는데 동원된 군인들이나 노동자들, 그리고 또 수용시설에 있는 수감자들 이런 사람들이 겨울에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생활고 해결보다는 마식령 스키장 개장을 앞당기며 고급 겨울 스포츠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0일): “인민들이 이용할 삭도(리프트)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요해하시기 (알아보기) 위하여 몸소 삭도(리프트)를 타시고 정점까지 오르신 경애하는 원수님.”

마식령 스키장의 하루 이용료는 34달러로 식량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반 주민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다.

<인터뷰> 강철환(북한전략센터 대표): “지금 이런 민생문제는 전혀 외면하고 스키장, 물놀이장, 승마장, 여기에 지금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어요. 스키장에 투입된 수 억 달러의 돈을 만약 화력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석탄을 사온다, 그러면 평양시 전략난을 해결할 수가 있어요.”

새해 들어 북한 정권은 김정은 1인 체제 공고화를 위한 각종 궐기대회를 연일 개최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주민들은 겨울철에 총 동원돼 생업에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 정권이 선전하고 있는 ‘인민을 위한다’는 정치를 진정으로 하기 위해서는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어려움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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