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깃든 노래 ‘인사이드 르윈’

입력 2014.01.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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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는 한 가수의 모습을 비춘다.

애절한 포크 음악을 부르는 이는 밤무대 가수 르윈 데이비스. 카메라는 음악의 진행에 따라 점점 클로즈업으로 르윈에게 다가간다.

이제부터 마치 르윈의 내면을 들춰보겠다는 듯이.

영화 '인사이드 르윈'(원제: Inside Llewyn Davis)은 영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수작, 아니 걸작이다.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심금을 울리는 음악. 무엇보다 조명과 화면 배치.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 속에서 공전하는 르윈의 삶과 그 넝마 같은 삶의 조각 속에도 반짝이는 유머들.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형제 감독 중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코엔 형제는 1960년대를 살았던 한 뮤지션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사색하고, 풍자하다가 결국엔 시(詩)로 마무리한다.

뉴욕 밤무대에서 활동하는 포크가수 르윈(오스카 아이삭). 꿈 하나 믿고 음악을 계속했지만, 성과는 창고 속에서 썩는 앨범 한 장뿐. 게다가 듀엣으로 함께 활동했던 파트너는 강에 투신자살해 지금은 홀로 연주한다.

집도 없다.

친구 짐(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여자친구 진(캐리 멀리건)의 집에 얹혀살다가 아는 교수의 집에 가서 자기도 하고, 녹음을 위해 처음 만난 뮤지션의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음악을 한다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견뎌온 그이지만 삶은 그에게 늘 불친절하다.

일자리를 찾아 '500마일' 멀리 떨어진 시카고로 떠나지만, 돌아오는 건 앨범 제작자의 충고뿐. 시린 눈발만 날리는 시카고에서 이제 그는 어디로 가야 할까.

르읜의 삶은 뒤죽박죽이다.

친구의 여자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녀는 임신한다.

부주의한 행동 탓에 잠시 맡고 있던 지인의 고양이는 사라진다.

'설상가상'의 일은 앞다투어 그의 삶을 빼곡히 채운다.

기타를 매만지는 장면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장송곡)이 나왔던 것처럼, 음악을 하는 그의 삶에 죽음과 불행의 그림자는 늘 서성인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상황만 봤을 때 영화는 비극 그 자체다. 그러나 현인의 반열에 오른 코엔 형제는 삶이란 그런 것이고, 그래서 그저 한 푼의 유머로 견뎌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리어스맨'(2009·코엔형제)에서 불가해한 고통이 이유도 없이 삶을 폭격했다면, '인사이드 르윈'에선 주인공도 예상하는 고통이 그의 삶에 불청객마냥 자꾸 끼어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행에 지친 르윈이 영화 막판 짓는 관조하는 듯한 웃음에 우리가 한없이 처연해지는 건, 삶을 관통하는 비극이 그 웃음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코드로 진행되는 담담한 포크 음악 같은 담백한 연출 속에 보석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행 미, 오 행 미'(Hang me, Oh hang me), '500마일'(Five hundred Miles) 같은 부드럽고 애달픈 노래들이 귓가를 위로하고, 한 줌의 조명과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은 눈을 채우고 가슴을 뛰게 한다. 단순함 속에 거장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신인급 연기자 오스카 아이삭의 연기가 놀랍고, 캐리 멀리건은 여전히 아름답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변신도 새롭다. 코엔 형제는 이 영화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1월29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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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 깃든 노래 ‘인사이드 르윈’
    • 입력 2014-01-20 08:26:24
    연합뉴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는 한 가수의 모습을 비춘다. 애절한 포크 음악을 부르는 이는 밤무대 가수 르윈 데이비스. 카메라는 음악의 진행에 따라 점점 클로즈업으로 르윈에게 다가간다. 이제부터 마치 르윈의 내면을 들춰보겠다는 듯이. 영화 '인사이드 르윈'(원제: Inside Llewyn Davis)은 영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수작, 아니 걸작이다.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심금을 울리는 음악. 무엇보다 조명과 화면 배치.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 속에서 공전하는 르윈의 삶과 그 넝마 같은 삶의 조각 속에도 반짝이는 유머들.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형제 감독 중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코엔 형제는 1960년대를 살았던 한 뮤지션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사색하고, 풍자하다가 결국엔 시(詩)로 마무리한다. 뉴욕 밤무대에서 활동하는 포크가수 르윈(오스카 아이삭). 꿈 하나 믿고 음악을 계속했지만, 성과는 창고 속에서 썩는 앨범 한 장뿐. 게다가 듀엣으로 함께 활동했던 파트너는 강에 투신자살해 지금은 홀로 연주한다. 집도 없다. 친구 짐(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여자친구 진(캐리 멀리건)의 집에 얹혀살다가 아는 교수의 집에 가서 자기도 하고, 녹음을 위해 처음 만난 뮤지션의 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한다. 음악을 한다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견뎌온 그이지만 삶은 그에게 늘 불친절하다. 일자리를 찾아 '500마일' 멀리 떨어진 시카고로 떠나지만, 돌아오는 건 앨범 제작자의 충고뿐. 시린 눈발만 날리는 시카고에서 이제 그는 어디로 가야 할까. 르읜의 삶은 뒤죽박죽이다. 친구의 여자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녀는 임신한다. 부주의한 행동 탓에 잠시 맡고 있던 지인의 고양이는 사라진다. '설상가상'의 일은 앞다투어 그의 삶을 빼곡히 채운다. 기타를 매만지는 장면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장송곡)이 나왔던 것처럼, 음악을 하는 그의 삶에 죽음과 불행의 그림자는 늘 서성인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상황만 봤을 때 영화는 비극 그 자체다. 그러나 현인의 반열에 오른 코엔 형제는 삶이란 그런 것이고, 그래서 그저 한 푼의 유머로 견뎌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리어스맨'(2009·코엔형제)에서 불가해한 고통이 이유도 없이 삶을 폭격했다면, '인사이드 르윈'에선 주인공도 예상하는 고통이 그의 삶에 불청객마냥 자꾸 끼어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행에 지친 르윈이 영화 막판 짓는 관조하는 듯한 웃음에 우리가 한없이 처연해지는 건, 삶을 관통하는 비극이 그 웃음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코드로 진행되는 담담한 포크 음악 같은 담백한 연출 속에 보석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행 미, 오 행 미'(Hang me, Oh hang me), '500마일'(Five hundred Miles) 같은 부드럽고 애달픈 노래들이 귓가를 위로하고, 한 줌의 조명과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은 눈을 채우고 가슴을 뛰게 한다. 단순함 속에 거장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신인급 연기자 오스카 아이삭의 연기가 놀랍고, 캐리 멀리건은 여전히 아름답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변신도 새롭다. 코엔 형제는 이 영화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1월29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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