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성 살해 고백한 뒤 분신…왜?

입력 2014.01.27 (08:35) 수정 2014.02.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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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 앞에서 스스로 분신을 시도해 결국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왜 여성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걸까요?

<기자 멘트>

회사에서 분신을 시도한 만큼 회사와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지만 사건은 전혀 회사와 관련이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4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뒤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데요.

심지어 이 남성은 분신하기 전에 자신이 한 여성을 숨지게 했다며 가족들에게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여성과 남성은 어떤 관계일까요?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23일 밤 10시 40분 쯤 광주의 한 택시회사 주차장입니다.

분신을 시도한 남성은 48살의 택시기사 정모씨...

이 사건은 처음엔 자살인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 씨 가족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할머니한테 여자하고 다투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할머니 저도 모든 것을 잊고 정리를 하렵니다...’"

정 씨가 몰던 택시를 살펴보니 택시 앞부분은 물론 차량 문에서도 혈흔이 발견됐는데요.

또 분신을 시도하기 직전, 회사에 전화를 걸어 ‘괴롭다. 차가 더러워져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경찰은 사건 당일 정 씨의 택시 운행기록장치를 분석해 나주 저수지 인근에 정 씨의 택시가 40분가량 머문 것을 확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수지 인근의 고향집을 방문한 사실도 밝혀냈는데요.

<인터뷰> 경찰 관계자 : "고향이 나주 저수지 인근인데 (23일) 5시쯤인가 (집에) 와서 할머니한테 인사도 안 하고 삽을 가지고 나가더라는 거예요."

이른 근거로 경찰은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저수지와 주변을 수색했습니다.

잠수부와 헬기까지 동원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야산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과 파손된 휴대전화가...

그리고 수색을 시작한지 6시간만인 오후 2시 45분...

야산에 묻혀 있는 시신이 발견됩니다.

신원 확인 결과 49살의 유모씨로 경찰은 정씨가 날카로운 흉기로 유 씨를 찔러 살해한 다음 이곳에 파묻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사인은 경동맥 자상(날카로운 것에 찔려서 생긴 상처)으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기자 멘트>

현재 피의자 정 씨와 피해자 유 씨 모두 숨진 만큼 정 씨가 유 씨를 살해한 명확한 배경과 이유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탭니다.

하지만 최근 정 씨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몇 가지의 범행 동기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정 씨는 최근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근무하고 있는 택시회사에서 가불을 받았는가하면 지인에게도 천여만 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인터뷰> 경찰 관계자 : "피의자가 사업 실패해 계속 아버지한테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도움을 받았어요."

<인터뷰> 이웃주민 : "(사람들이 찾아와) 정OO 집이 어디냐고... (돈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어. 빚을 많이 졌나 봐."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정 씨가 유 씨를 살해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전남 함평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유 씨와는 한 달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 사이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는데요.

범행 당일인 23일에도 두 사람은 광주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인터뷰> 음식점 직원 : "둘이 사이좋게 먹었어요. 굉장히 친절하게...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식사를 하며 분위기 좋게 술도 나눠 마신 두 사람은 정씨의 택시를 타고 함께 떠났다고 합니다.

음식점에서 떠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그리고 두 시간 반이 흐른 오후 5시쯤, 정 씨는 나주 고향집에 혼자 나타나 삽을 가지고 사라집니다.

다시 돌아온 건 한 시간이 지난 후...

한 시간 동안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리고 정 씨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음식점을 나선 오후 2시 30분부터 고향집에 나타난 오후 5시 사이가 정 씨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렇다면 그 사이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찰은 다툼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추정이에요. 남자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그 문제를 술 먹은 김에 다투다가 욱하는 마음에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를 한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역시 우발적인 범행으로 단정 짓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유 씨는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둔기에 맞아 숨진 게 아니라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요.

이는 정 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는 얘기고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피해자와 정 씨와 피의자인 유 씨 모두 숨진 가운데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혀내기 힘든 상황...

누구보다 이 상황이 답답한 건 유 씨의 가족들입니다.

<인터뷰> 피해자 지인 : "지금은 알고 계시는 분들이 없고 저희도 굉장히 당황스러워요.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경찰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모두 숨진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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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여성 살해 고백한 뒤 분신…왜?
    • 입력 2014-01-27 08:37:28
    • 수정2014-02-13 13:32:4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 앞에서 스스로 분신을 시도해 결국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왜 여성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걸까요?

<기자 멘트>

회사에서 분신을 시도한 만큼 회사와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지만 사건은 전혀 회사와 관련이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4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뒤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데요.

심지어 이 남성은 분신하기 전에 자신이 한 여성을 숨지게 했다며 가족들에게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여성과 남성은 어떤 관계일까요?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23일 밤 10시 40분 쯤 광주의 한 택시회사 주차장입니다.

분신을 시도한 남성은 48살의 택시기사 정모씨...

이 사건은 처음엔 자살인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 씨 가족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할머니한테 여자하고 다투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할머니 저도 모든 것을 잊고 정리를 하렵니다...’"

정 씨가 몰던 택시를 살펴보니 택시 앞부분은 물론 차량 문에서도 혈흔이 발견됐는데요.

또 분신을 시도하기 직전, 회사에 전화를 걸어 ‘괴롭다. 차가 더러워져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경찰은 사건 당일 정 씨의 택시 운행기록장치를 분석해 나주 저수지 인근에 정 씨의 택시가 40분가량 머문 것을 확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수지 인근의 고향집을 방문한 사실도 밝혀냈는데요.

<인터뷰> 경찰 관계자 : "고향이 나주 저수지 인근인데 (23일) 5시쯤인가 (집에) 와서 할머니한테 인사도 안 하고 삽을 가지고 나가더라는 거예요."

이른 근거로 경찰은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저수지와 주변을 수색했습니다.

잠수부와 헬기까지 동원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야산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과 파손된 휴대전화가...

그리고 수색을 시작한지 6시간만인 오후 2시 45분...

야산에 묻혀 있는 시신이 발견됩니다.

신원 확인 결과 49살의 유모씨로 경찰은 정씨가 날카로운 흉기로 유 씨를 찔러 살해한 다음 이곳에 파묻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사인은 경동맥 자상(날카로운 것에 찔려서 생긴 상처)으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기자 멘트>

현재 피의자 정 씨와 피해자 유 씨 모두 숨진 만큼 정 씨가 유 씨를 살해한 명확한 배경과 이유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탭니다.

하지만 최근 정 씨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몇 가지의 범행 동기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정 씨는 최근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근무하고 있는 택시회사에서 가불을 받았는가하면 지인에게도 천여만 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인터뷰> 경찰 관계자 : "피의자가 사업 실패해 계속 아버지한테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도움을 받았어요."

<인터뷰> 이웃주민 : "(사람들이 찾아와) 정OO 집이 어디냐고... (돈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어. 빚을 많이 졌나 봐."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정 씨가 유 씨를 살해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전남 함평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유 씨와는 한 달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 사이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는데요.

범행 당일인 23일에도 두 사람은 광주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인터뷰> 음식점 직원 : "둘이 사이좋게 먹었어요. 굉장히 친절하게...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식사를 하며 분위기 좋게 술도 나눠 마신 두 사람은 정씨의 택시를 타고 함께 떠났다고 합니다.

음식점에서 떠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그리고 두 시간 반이 흐른 오후 5시쯤, 정 씨는 나주 고향집에 혼자 나타나 삽을 가지고 사라집니다.

다시 돌아온 건 한 시간이 지난 후...

한 시간 동안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리고 정 씨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음식점을 나선 오후 2시 30분부터 고향집에 나타난 오후 5시 사이가 정 씨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렇다면 그 사이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찰은 다툼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추정이에요. 남자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그 문제를 술 먹은 김에 다투다가 욱하는 마음에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를 한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역시 우발적인 범행으로 단정 짓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유 씨는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둔기에 맞아 숨진 게 아니라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요.

이는 정 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는 얘기고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피해자와 정 씨와 피의자인 유 씨 모두 숨진 가운데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혀내기 힘든 상황...

누구보다 이 상황이 답답한 건 유 씨의 가족들입니다.

<인터뷰> 피해자 지인 : "지금은 알고 계시는 분들이 없고 저희도 굉장히 당황스러워요.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경찰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모두 숨진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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