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24년 만에 상속법 개정…국민 여론은?

입력 2014.01.28 (00:00) 수정 2014.01.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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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홀로 남은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떼어주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안이 당초 이번주에 입법예고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로 연기됐습니다.

법무부가 각종 논란을 의식해 막바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KBS가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김시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우선 설문조사 내용에 앞서 바뀌는 상속법 내용부터 알아보죠.

거의 확정단계에 온거죠?

<답변>
일단 개정안의 내용 자체는 확정된 상태고요.

일부 내용이나 표현을 두고 법무부가 막바지 검토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남은 배우자에게 혼인기간 동안 늘어난 재산의 50%를 떼어주는 조항을 민법에 새로 추가하는 겁니다.

'배우자 선취분'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선취분을 모두 50% 씩 받는 건 아닙니다.

황혼재혼이나 오래 별거한 경우라면 혼인기간이 짧겠죠?

이럴 땐 법원이 개입해서 혼인기간이나 남은 자녀의 나이를 고려해 선취분 비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배우자가 받는 50%의 선취분은 상속의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모은 재산을 도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속세를 물리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법 개정 내용은 가족끼리 '법대로 하자'고 다툴 때만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족끼리 협의만 잘 된다면 남은 배우자는 자녀들과 원하는 대로 재산을 나누면 됩니다.

선취분이 있어도 포기할 수 있는 거죠.

<질문>
몇 가지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보죠.

고인이 채무가 많았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답변>

유산에서 그만큼의 빚을 제하고 남은 재산의 절반만 받게 됩니다.

만약 빚이 재산보다 많았다면 당연히 선취분을 받을 수 없겠죠.

만약 결혼기간 동안 10억 원을 모았다, 그런데 부모에게서 증여받은 재산이 10억 원이 있다고 한다면 이 역시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보고 남은 배우자가 절반인 10억 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또 고인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했다면, 배우자의 선취분을 따질 때는 이 재산을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선취분 계산은 상속이 시작됐을 때 현존하는 재산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질문>
자, 그럼 설문조사 결과를 한 번 보죠.

80%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성인 천백여 명에게 물었는데요.

남은 배우자에게 유산의 절반을 먼저 떼 준다는 핵심 내용에 대해 10명 가운데 8명이 찬성했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 가운데 76%가 찬성했고, 여성은 85%가 찬성했습니다.

직업별로는 블루컬러 근로자와 전업주부 비율이 높았습니다.

세대 간의 입장차가 흥미롭게 나왔는데요.

20대에서는 상속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60%에 불과했지만, 50대와 60대 이상은 90%에 육박했습니다.

선취분 비율에 대해서는 현재 안대로 50% 이상을 주자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고 40에서 50%가 27%, 30에서 40%가 17% 순이었습니다.

배우자 선취분에 상속세를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10명 중 7명이 찬성했고요.

고소득층 찬성률이 예상대로 높았습니다.

혼인 기간이 짧은 황혼 재혼 같은 경우 법원이 배우자의 선취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80% 이상이 동의했는데요.

반면 고인의 유언과 상관 없이 배우자의 선취분은 보호받는다는 조항에는 10명 중 6명만 공감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121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실시했습니다.

<질문>
찬성이 80%가 넘었지만, 보완해야 한다거나 우려된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고요?

<답변>
설문조사할 때 어떤 점이 우려되냐고 보기 없이 주관식으로도 물었는데요.

배우자에게 주는 선취분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고요.

재산을 노리고 결혼을 하는 이른바 사기결혼 등의 부작용과 자녀들과의 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사망자의 유언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텐데 죽은 사람이라도 재산권 행사를 막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부유층들이 상속법을 세금 회피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다, 부모를 오랫동안 부양하거나 간병한 자식들에 대해서는 '기여분'을 폭넓게 인정해 재산을 더 물려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질문>
그럼 민법 개정안은 언제 입법예고를 하게 되나요?

<답변>
당초 설을 앞두고 여론을 살피기 위해 법무부가 오늘 정도에 입법예고를 하려고 했는데요.

이런 논란이 나오자 일부 조항을 재검토하면서 다음달로 연기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008년에도 이미 한 차례 비슷한 방향으로 상속법 개정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황혼 재혼 등으로 인한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서 개정에 실패했습니다.

법무부는 대국민 설명자료를 마련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24년 만에 상속법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는 만큼 얼마나 국민들의 공감을 얻느냐에 법 통과 여부가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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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현장] 24년 만에 상속법 개정…국민 여론은?
    • 입력 2014-01-28 07:53:46
    • 수정2014-01-28 08: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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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홀로 남은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떼어주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안이 당초 이번주에 입법예고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로 연기됐습니다.

법무부가 각종 논란을 의식해 막바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KBS가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김시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우선 설문조사 내용에 앞서 바뀌는 상속법 내용부터 알아보죠.

거의 확정단계에 온거죠?

<답변>
일단 개정안의 내용 자체는 확정된 상태고요.

일부 내용이나 표현을 두고 법무부가 막바지 검토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남은 배우자에게 혼인기간 동안 늘어난 재산의 50%를 떼어주는 조항을 민법에 새로 추가하는 겁니다.

'배우자 선취분'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선취분을 모두 50% 씩 받는 건 아닙니다.

황혼재혼이나 오래 별거한 경우라면 혼인기간이 짧겠죠?

이럴 땐 법원이 개입해서 혼인기간이나 남은 자녀의 나이를 고려해 선취분 비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배우자가 받는 50%의 선취분은 상속의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모은 재산을 도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속세를 물리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법 개정 내용은 가족끼리 '법대로 하자'고 다툴 때만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족끼리 협의만 잘 된다면 남은 배우자는 자녀들과 원하는 대로 재산을 나누면 됩니다.

선취분이 있어도 포기할 수 있는 거죠.

<질문>
몇 가지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보죠.

고인이 채무가 많았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답변>

유산에서 그만큼의 빚을 제하고 남은 재산의 절반만 받게 됩니다.

만약 빚이 재산보다 많았다면 당연히 선취분을 받을 수 없겠죠.

만약 결혼기간 동안 10억 원을 모았다, 그런데 부모에게서 증여받은 재산이 10억 원이 있다고 한다면 이 역시 부부의 공동 재산으로 보고 남은 배우자가 절반인 10억 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또 고인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했다면, 배우자의 선취분을 따질 때는 이 재산을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선취분 계산은 상속이 시작됐을 때 현존하는 재산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질문>
자, 그럼 설문조사 결과를 한 번 보죠.

80%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성인 천백여 명에게 물었는데요.

남은 배우자에게 유산의 절반을 먼저 떼 준다는 핵심 내용에 대해 10명 가운데 8명이 찬성했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 가운데 76%가 찬성했고, 여성은 85%가 찬성했습니다.

직업별로는 블루컬러 근로자와 전업주부 비율이 높았습니다.

세대 간의 입장차가 흥미롭게 나왔는데요.

20대에서는 상속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60%에 불과했지만, 50대와 60대 이상은 90%에 육박했습니다.

선취분 비율에 대해서는 현재 안대로 50% 이상을 주자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고 40에서 50%가 27%, 30에서 40%가 17% 순이었습니다.

배우자 선취분에 상속세를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10명 중 7명이 찬성했고요.

고소득층 찬성률이 예상대로 높았습니다.

혼인 기간이 짧은 황혼 재혼 같은 경우 법원이 배우자의 선취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80% 이상이 동의했는데요.

반면 고인의 유언과 상관 없이 배우자의 선취분은 보호받는다는 조항에는 10명 중 6명만 공감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2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121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실시했습니다.

<질문>
찬성이 80%가 넘었지만, 보완해야 한다거나 우려된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고요?

<답변>
설문조사할 때 어떤 점이 우려되냐고 보기 없이 주관식으로도 물었는데요.

배우자에게 주는 선취분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고요.

재산을 노리고 결혼을 하는 이른바 사기결혼 등의 부작용과 자녀들과의 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사망자의 유언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텐데 죽은 사람이라도 재산권 행사를 막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부유층들이 상속법을 세금 회피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다, 부모를 오랫동안 부양하거나 간병한 자식들에 대해서는 '기여분'을 폭넓게 인정해 재산을 더 물려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질문>
그럼 민법 개정안은 언제 입법예고를 하게 되나요?

<답변>
당초 설을 앞두고 여론을 살피기 위해 법무부가 오늘 정도에 입법예고를 하려고 했는데요.

이런 논란이 나오자 일부 조항을 재검토하면서 다음달로 연기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008년에도 이미 한 차례 비슷한 방향으로 상속법 개정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황혼 재혼 등으로 인한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서 개정에 실패했습니다.

법무부는 대국민 설명자료를 마련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24년 만에 상속법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는 만큼 얼마나 국민들의 공감을 얻느냐에 법 통과 여부가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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