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센인과 34년 함께한 유의배 신부

입력 2014.01.31 (08:36) 수정 2014.01.3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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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가슴 따뜻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멀리 스페인에서 한국에 온 파란 눈의 유의배 신부, 알고 계시죠?

한센인의 친구로 불리며 무려 34년 동안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왔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멘트>

말씀하신 것처럼 한센병이 완치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한데요.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유의배 신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세상의 편견 때문에 속이 썩어가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그는 그들과 손을 맞잡고 볼을 비벼대고 입맞춤했는데요.

사랑과 나눔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는 유의배 신부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포트>

강을 건너, 멀고도 험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한 복지 시설이 나옵니다.

15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경남 산청의 마을인데요.

전국에서 소록도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하는데요.

<녹취>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이고, 좋아”

거리낌없이 한센병 환자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파란 눈의 외국인.

스페인 게르니카 출신의 유의배 신부입니다.

<인터뷰> 한센병 환자 : “참 성직자다 싶고 거부감 없이 뽀뽀도 해주시고, 아주 이태석 신부처럼 그대로 하지 싶어요.“

한센병 환자와 맞이하는 서른 네 번 째 설 연휴.

소박하게 준비한 떡국 한 상을 유 신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나눕니다.

<녹취> “많이 드세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녹취> : “맛있지요? 네.”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세상의 냉혹한 시선 때문에 당장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든 게 현실인데요.

그렇게 고통이 일상이 돼 버린 한센병 환자에게 유 신부는 밤낮으로 보살피며 정성껏 돌봐 왔습니다.

<인터뷰> 유의배 신부 : "잘 주무셨느냐, 누가 아픈가 보고... 그다음에 누가 병원에 오늘 가야 되는가 (또) 저녁에 다시 (확인해요.)"

스페인의 작은 지방도시에서 태어난 유의배 신부.

건강이 좋지 않았던 부모님과 가난 탓에 고아원에서 생활해야 했던 그는 일찍이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았습니다.

그러다 신학대에 들어가 수도자의 길을 결심한 그는 사제 서품을 받고 한국행을 지원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당시 한국은 녹녹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의배 신부 : “어렸을 때 한국 전쟁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들어서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직 가난한 나라겠지 하고 그 사람들과 살 수 있겠다, 살고 싶다 해서 이렇게 (한국을) 선택했어요.“

주변 반대를 뿌리치고 감행한 한국행.

그리고 유 신부는 자신의 도움이 절실한 곳을 찾아 경남 산청의 이곳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과의 소통은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는데요.

유 신부는 그들의 상처 난 피부에 입부터 맞추며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인터뷰> 유의배 신부 :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었고, 말은 못해도 그냥 같이 있다는 것... 그렇게 식구나 친구처럼 그런 관계로 살았어요."

가족조차 외면했던 한센병 환자들.

유 신부는 지금까지 540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환자들의 운전기사 역할부터 환자 자녀들의 멘토 역할까지... 그렇게 함께한 34년의 봉사.

유 신부는 최근 이태석봉사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영종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심사위원) : “유의배 신부님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들어와서 1980년 이전에 그 어려운 시절에 어려운 사람들과 자기의 평생을 그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다.“

<기자 멘트>

유의배 신부는 97년부터 환자들이 숨지면 손수 염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30년이 넘도록 환자들을 한결같이 지켜는 유의배 신부의 헌신과 사랑은 또 다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리포트>

가족조차 발길이 닿기 힘들었던 한센인 마을, 2년 전, 육지를 잇는 새 다리가 놓여 지면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녹취> 한센병 환자 가족 : “신부님 그동안 어머니 아프시고 그런 데는 없었어요?“

<녹취> 유의배 신부 : “없었어요. 어떤 때는 머리 아프다고...”

아픈 가족을 멀리 보내야 했던 이들의 만남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 유 신부가 있습니다.

<인터뷰> 한센병 환자 가족 : “진짜 다른 나라에서 오셔서 고생하는 거 보면 우리가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 사랑과 나눔.

유 신부가 낯선 이국땅에서 실천하는 사랑과 나눔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유의배 신부 : “(환자는) 자기 상태 때문에 몸이 약하고 상처도 많고 그래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같이 있으면서 급한 마음이 없어야돼요. 온유하고...“

세상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까지 굳게 닫아버린 한센병 환자들.

유 신부는 더 이상 버림은 없을 거란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이들과 함께 해온 건데요.

아픈 가슴에 굳게 새겨진 믿음, 단지 눈에 보이는 병만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녹취> 한센병 환자 :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계셔 주세요. 너무 신부님 좋아합 니다. 사랑합니다.“

한센병을 앓는 남편을 따라 이곳에 온 67살의 김점악 할머니.

남편은 8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김점악 (67살, 봉사자) : “신부님이 아니라 부모 같은 그런 인자하신 분 이에요. 그래서 저 역시도 이 세상을 마칠 때면 그 신부님 계실 적에 제가 죽었으 면 좋겠다 이런 말을 신부님한테 했어요.“

힘이 닿을 때까지 봉사하며 유 신부 곁에서 이곳에 있고 싶다는 김 할머니.

자신의 남편에게 몸소 보여준 유 신부의 한결같은 헌신은 이제 할머니가 살아가는 이유가 됐습니다.

유의배 신부의 새해 소망, 지금처럼 한센인의 친구로 함께 지내고 싶을 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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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센인과 34년 함께한 유의배 신부
    • 입력 2014-01-31 08:49:56
    • 수정2014-01-31 09: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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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가슴 따뜻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멀리 스페인에서 한국에 온 파란 눈의 유의배 신부, 알고 계시죠?

한센인의 친구로 불리며 무려 34년 동안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왔는데요.

김기흥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멘트>

말씀하신 것처럼 한센병이 완치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한데요.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유의배 신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세상의 편견 때문에 속이 썩어가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그는 그들과 손을 맞잡고 볼을 비벼대고 입맞춤했는데요.

사랑과 나눔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는 유의배 신부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포트>

강을 건너, 멀고도 험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한 복지 시설이 나옵니다.

15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경남 산청의 마을인데요.

전국에서 소록도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하는데요.

<녹취>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이고, 좋아”

거리낌없이 한센병 환자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파란 눈의 외국인.

스페인 게르니카 출신의 유의배 신부입니다.

<인터뷰> 한센병 환자 : “참 성직자다 싶고 거부감 없이 뽀뽀도 해주시고, 아주 이태석 신부처럼 그대로 하지 싶어요.“

한센병 환자와 맞이하는 서른 네 번 째 설 연휴.

소박하게 준비한 떡국 한 상을 유 신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나눕니다.

<녹취> “많이 드세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녹취> : “맛있지요? 네.”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세상의 냉혹한 시선 때문에 당장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든 게 현실인데요.

그렇게 고통이 일상이 돼 버린 한센병 환자에게 유 신부는 밤낮으로 보살피며 정성껏 돌봐 왔습니다.

<인터뷰> 유의배 신부 : "잘 주무셨느냐, 누가 아픈가 보고... 그다음에 누가 병원에 오늘 가야 되는가 (또) 저녁에 다시 (확인해요.)"

스페인의 작은 지방도시에서 태어난 유의배 신부.

건강이 좋지 않았던 부모님과 가난 탓에 고아원에서 생활해야 했던 그는 일찍이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았습니다.

그러다 신학대에 들어가 수도자의 길을 결심한 그는 사제 서품을 받고 한국행을 지원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당시 한국은 녹녹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의배 신부 : “어렸을 때 한국 전쟁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들어서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직 가난한 나라겠지 하고 그 사람들과 살 수 있겠다, 살고 싶다 해서 이렇게 (한국을) 선택했어요.“

주변 반대를 뿌리치고 감행한 한국행.

그리고 유 신부는 자신의 도움이 절실한 곳을 찾아 경남 산청의 이곳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과의 소통은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는데요.

유 신부는 그들의 상처 난 피부에 입부터 맞추며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인터뷰> 유의배 신부 :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었고, 말은 못해도 그냥 같이 있다는 것... 그렇게 식구나 친구처럼 그런 관계로 살았어요."

가족조차 외면했던 한센병 환자들.

유 신부는 지금까지 540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환자들의 운전기사 역할부터 환자 자녀들의 멘토 역할까지... 그렇게 함께한 34년의 봉사.

유 신부는 최근 이태석봉사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영종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심사위원) : “유의배 신부님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들어와서 1980년 이전에 그 어려운 시절에 어려운 사람들과 자기의 평생을 그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다.“

<기자 멘트>

유의배 신부는 97년부터 환자들이 숨지면 손수 염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30년이 넘도록 환자들을 한결같이 지켜는 유의배 신부의 헌신과 사랑은 또 다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리포트>

가족조차 발길이 닿기 힘들었던 한센인 마을, 2년 전, 육지를 잇는 새 다리가 놓여 지면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녹취> 한센병 환자 가족 : “신부님 그동안 어머니 아프시고 그런 데는 없었어요?“

<녹취> 유의배 신부 : “없었어요. 어떤 때는 머리 아프다고...”

아픈 가족을 멀리 보내야 했던 이들의 만남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 유 신부가 있습니다.

<인터뷰> 한센병 환자 가족 : “진짜 다른 나라에서 오셔서 고생하는 거 보면 우리가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 사랑과 나눔.

유 신부가 낯선 이국땅에서 실천하는 사랑과 나눔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유의배 신부 : “(환자는) 자기 상태 때문에 몸이 약하고 상처도 많고 그래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같이 있으면서 급한 마음이 없어야돼요. 온유하고...“

세상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까지 굳게 닫아버린 한센병 환자들.

유 신부는 더 이상 버림은 없을 거란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이들과 함께 해온 건데요.

아픈 가슴에 굳게 새겨진 믿음, 단지 눈에 보이는 병만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녹취> 한센병 환자 :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계셔 주세요. 너무 신부님 좋아합 니다. 사랑합니다.“

한센병을 앓는 남편을 따라 이곳에 온 67살의 김점악 할머니.

남편은 8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김점악 (67살, 봉사자) : “신부님이 아니라 부모 같은 그런 인자하신 분 이에요. 그래서 저 역시도 이 세상을 마칠 때면 그 신부님 계실 적에 제가 죽었으 면 좋겠다 이런 말을 신부님한테 했어요.“

힘이 닿을 때까지 봉사하며 유 신부 곁에서 이곳에 있고 싶다는 김 할머니.

자신의 남편에게 몸소 보여준 유 신부의 한결같은 헌신은 이제 할머니가 살아가는 이유가 됐습니다.

유의배 신부의 새해 소망, 지금처럼 한센인의 친구로 함께 지내고 싶을 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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