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일본, 전방위 역사 왜곡…배경은?

입력 2014.02.05 (18:01) 수정 2014.02.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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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점입가경입니다.

어제 일본 내각회의는 아베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안중근은 내각 총리대신이자 한국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인물"이라는 답변을 채택해 중의원에 제출했습니다.

내각회의에서 채택한 답변은 정부 공식의견으로 인정되는데요. 그러니까 사실상 아베 총리의 입장인 셈입니다.

야스쿠니 참배에서 교과서 왜곡, 개헌시도, 대량학살과 종군위안부 동원의 부인,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거의 전방위적으로 일방적인 주장과 무리한 외교전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일본의 속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도쿄 특파원 연결합니다.

박재우 특파원!

<질문>
어제 내각회의 얘기부터 짚어 볼까요?

<답변>
네. 일본 정부가 안중근 의사를 이토 히로부미 살해범으로 규정하고 중국 하얼빈에 설치된 안 의사 기념관이 동북아 평화에 이바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식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달 20일, 중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열자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는 망언을 쏟아냈던 일본 정부의 대변인 스가 관방장관.

일본의 한 야당 의원이 '테러리스트'란 표현을 두고 정부의 공식 견해인지 질의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답변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건데요.

테러리스트란 단어는 빠졌습니다만 내용은 그의 발언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스가 장관의 의견을 인정한 셈입니다.

또 하얼빈의 안 의사 기념관에 대해서도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안중근 의사가 일본 식민주의에 맞선 독립운동가로 중국에서도 존경받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자국의 제국주의 침탈을 정당화하는 편향된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
한술 더떠 아베 총리, 어제 이어 오늘 평화헌법 개정 다시 한 번 언급했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아베총리는 오늘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집단자위권 행사는 헌법 개정 없이 새로운 법 해석으로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아베 : "기존의 헌법 해석은 (집단자위권) 행사 권리가 없다는 단점에 직면해 있다"

자국 혼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는 시대인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법을 바꾸겠다는 일본 정부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앞서 팀 히친스 주일 영국대사는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려면 먼저 잘못을 인정하라며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구요.

또 미국은 주일 미대사가 직접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국무부 대변인 등 정부 관계자가 네 차례나 돌아가며 일본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아베총리는 이 모든 비판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는 7일 기시다 외무상을 미국으로 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질문>
일본의 공영방송 NHK 회장 선출 권한을 가진 경영위원도 망언에 가세했군요.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면서요?

<답변>
네. 일본 NHK 햐쿠타 나오키 경영위원이 도쿄도지사 선거에 나선 우익 인사의 지원 연설 중 난징대학살은 없었으며, 전쟁중 잔학행위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는 '망언'을 했습니다. 평소 우익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친 아베 세력인데요.

지난달 NHK 신임 회장이 위안부 관련 망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엔 경영위원까지 공영방송사의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역사인식이 결여된 발언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녹취> 햐쿠타 나오키 : "1938년 장제스가 일본이 난징대학살을 저질렀다고 선전했지만 전세계 국가들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술 더 떠 그는 전쟁 중 일본군이 잔혹행위를 했지만 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자학사관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파문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스가 "개인적인 발언에 대해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 방송법에 의거해서 경영위원으로의 책무를 다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가고시마 현에서는 2차대전 당시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대원들의 유서와 편지 3백 30여 점을 내년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신청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국제사회 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군국주의를 미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거셉니다만, 아베 정부의 우경화 행보가 일본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깁니다.

<질문>
그렇다면 배경이 뭘까요?

<답변>
물론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베 내각의 경우 그 정도와 방식 모두 과거 정권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국제여론과 주변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다면 이제는 눈치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갈길을 가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우경화를 지지하고 있는 현실을 최대한 활용해 본격적인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인데요.

이를 통해 아베 총리, 내부 다잡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같은 우경화 행보가 올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동북아 역내 긴장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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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일본, 전방위 역사 왜곡…배경은?
    • 입력 2014-02-05 19:22:52
    • 수정2014-02-05 19:37:10
    글로벌24
<앵커 멘트>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점입가경입니다.

어제 일본 내각회의는 아베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안중근은 내각 총리대신이자 한국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인물"이라는 답변을 채택해 중의원에 제출했습니다.

내각회의에서 채택한 답변은 정부 공식의견으로 인정되는데요. 그러니까 사실상 아베 총리의 입장인 셈입니다.

야스쿠니 참배에서 교과서 왜곡, 개헌시도, 대량학살과 종군위안부 동원의 부인,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거의 전방위적으로 일방적인 주장과 무리한 외교전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일본의 속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도쿄 특파원 연결합니다.

박재우 특파원!

<질문>
어제 내각회의 얘기부터 짚어 볼까요?

<답변>
네. 일본 정부가 안중근 의사를 이토 히로부미 살해범으로 규정하고 중국 하얼빈에 설치된 안 의사 기념관이 동북아 평화에 이바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식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달 20일, 중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열자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는 망언을 쏟아냈던 일본 정부의 대변인 스가 관방장관.

일본의 한 야당 의원이 '테러리스트'란 표현을 두고 정부의 공식 견해인지 질의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답변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건데요.

테러리스트란 단어는 빠졌습니다만 내용은 그의 발언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스가 장관의 의견을 인정한 셈입니다.

또 하얼빈의 안 의사 기념관에 대해서도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안중근 의사가 일본 식민주의에 맞선 독립운동가로 중국에서도 존경받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자국의 제국주의 침탈을 정당화하는 편향된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
한술 더떠 아베 총리, 어제 이어 오늘 평화헌법 개정 다시 한 번 언급했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아베총리는 오늘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집단자위권 행사는 헌법 개정 없이 새로운 법 해석으로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아베 : "기존의 헌법 해석은 (집단자위권) 행사 권리가 없다는 단점에 직면해 있다"

자국 혼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는 시대인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법을 바꾸겠다는 일본 정부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앞서 팀 히친스 주일 영국대사는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려면 먼저 잘못을 인정하라며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구요.

또 미국은 주일 미대사가 직접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국무부 대변인 등 정부 관계자가 네 차례나 돌아가며 일본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아베총리는 이 모든 비판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는 7일 기시다 외무상을 미국으로 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질문>
일본의 공영방송 NHK 회장 선출 권한을 가진 경영위원도 망언에 가세했군요.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면서요?

<답변>
네. 일본 NHK 햐쿠타 나오키 경영위원이 도쿄도지사 선거에 나선 우익 인사의 지원 연설 중 난징대학살은 없었으며, 전쟁중 잔학행위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는 '망언'을 했습니다. 평소 우익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친 아베 세력인데요.

지난달 NHK 신임 회장이 위안부 관련 망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엔 경영위원까지 공영방송사의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역사인식이 결여된 발언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녹취> 햐쿠타 나오키 : "1938년 장제스가 일본이 난징대학살을 저질렀다고 선전했지만 전세계 국가들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술 더 떠 그는 전쟁 중 일본군이 잔혹행위를 했지만 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자학사관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파문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스가 "개인적인 발언에 대해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 방송법에 의거해서 경영위원으로의 책무를 다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가고시마 현에서는 2차대전 당시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대원들의 유서와 편지 3백 30여 점을 내년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신청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국제사회 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군국주의를 미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거셉니다만, 아베 정부의 우경화 행보가 일본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깁니다.

<질문>
그렇다면 배경이 뭘까요?

<답변>
물론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베 내각의 경우 그 정도와 방식 모두 과거 정권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국제여론과 주변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다면 이제는 눈치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갈길을 가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우경화를 지지하고 있는 현실을 최대한 활용해 본격적인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인데요.

이를 통해 아베 총리, 내부 다잡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같은 우경화 행보가 올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동북아 역내 긴장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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